조각

빼빼로데이 조각글

황승

🍮 by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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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짝승이지만 과연?

매우 짧은 조각글입니다.

쓰면서 대학생 때는... 딱히 챙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지만, 제가 캠게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썼습니다...

"도대체 몇 개를 받은 거야?"

얼핏 보면 관심 없어 보이는 얼굴로 건조하게 물어보는 것 같지만 승민은 지금 매우 신경 쓰고 있는 중이었다.

왜냐?

현진에게 주기 위해 구매한 빼빼로가 지금까지 승민의 가방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는 길에도, 강의실에서도, 학식 먹으러 와서도 왜 이렇게 아는 척을 해오는 인간들이 많은지. 어린애들도 아니고 무슨 빼빼로야. 꼭 빼빼로가 아니더라도 자잘한 간식들도 이미 한가득이었다. 현진의 얼굴이 잘난 거야 동갑내기 친구인 제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만 이건…. 심지어 아까부터 기프티콘을 주려는 사람들 때문에 카톡도 끊이질 않았다. 이것도 원래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커피 등의 비교적 저렴하고 가벼워서 현진이 쉽게 '거절하기 힘든 것'들을 많이 받아 낯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기분이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다.

다들 대학생씩이나 됐으면서 나잇값도 못하고 무슨 설레발을 치며 빼빼로데이를 챙겨? 그렇게 한가해? 곧 기말도 있는데 그거 챙길 때야?

승민은 혼자 씩씩거렸다.

그러다 금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사실 좀 그들이 부러웠다.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지만, 가까이에 있어서 마음 편하게 준비해온 걸 못 주니까.

남들도 다 사심 담아서 황현진한테 주는 걸 텐데 난 그 사심이 보이는 게 무서워서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황현진은 그런 제 속도 모르고 "이번엔 아몬드 빼빼로네." 같은 속 편한 소리만 하고 있다.

“다 먹게?”

“먹어야지. 받은 건데. 승민아, 먹을래?”

“아니. 밀가루 너 혼자 다 먹어라.”

승민은 벌떡 일어났다.

승민이 일어남에 따라 자연스레 같이 일어난 현진은 어리둥절한 채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학관을 나가려는 승민을 따라가고 있었다.

“어디 가?”

“강의실.”

꽤나 눈치가 빠른 황현진은 아마 눈치를 챘을 거다. 지금 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이유를 짐작할 수 없어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일 거다.

이렇게 잘 알면서 그 속까지 알지는 못한다. 그게 황현진이었다.

승민은 한숨을 폭 쉬었다.

"화났어?"

"아니."

“무슨 일 있어?”

“아니.”

현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승민을 멈춰 세우고 제 가방을 뒤적거렸다. 가방 속엔 여러 과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현진을 따라 움직이는 과자들이 어지러운 제 속과 같아 보였다. 보기 힘들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깊숙이 있는지 바로 찾지 못해 꽤 뒤적이던 현진이 드디어 손을 빼냈다. 그 손엔 익숙한 빼빼로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빼빼로를 승민에게 내밀었다.

“자.”

“…받은 거 아냐?”

“받은 거 아니야. 내가 산 거야.”

“…….”

“너 주려고.”

뭐야, 친구끼리.

괜한 타박도 잊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평소 같았고.

승민은 머쓱한 듯 비어있는 손으로 제 목덜미를 감싸 쓰다듬었다.

“짜식, 좋으면서.”

그런 승민을 아는 현진은 웃으며 승민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현진은 익숙하다는 듯이 승민의 복슬한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이건 알까? 지금 승민의 행동은 열이 올라 붉어졌을 게 뻔한 목을 가리기 위함임을. 그리고 지금 열기가 전해질까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진이 생각해 주었다는 생각에 설렘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근데 나는?”

“너. 뭐.”

“내 빼빼로는?”

“너 많이 받았잖아.”

“엥?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걔네랑 너랑 같아?”

-

“진짜 없어?”

“어.”

현진은 내내 계속 승민 곁에서 기웃거렸다. 원래도 그런 놈이긴 했는데, 오늘은 정도가 심했다. 물론 승민도 이유는 잘 알고 있다. 오늘 하루 종일 승민을 예민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던 그 빼빼로 탓이다.

하.

짤막한 한숨이 또 튀어나왔다.

“왜에. 알았어. 미안해. 이제 안 할게. 한숨 쉬지 마. 그거 안 좋아.”

아.

또 졌다.

그 다정함에.

승민은 그 다정함에 시작했고, 이제는 그 다정함에 져서 끝내려고 한다. 사실 그래,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이제 한 번은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계속, 그 호의에, 다정에 기대어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승민은 안정을 추구했지만, 그만큼 사랑을 갈구하기도 했다. 애정을 받고 싶었다. 안정적인 애정과 사랑.

안정적인 관계.

그리고 그걸 현진과 이루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승민은 내내 고민했던 빼빼로를 결국 현진에게 건네주었다.

“자.”

“어? 나 주는 거야?”

짧은 시간 내에 승민의 귓바퀴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진짜냐며 빼빼로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현진이 붙여져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하고 행동을 멈췄다.

단순한 빼빼로임에도 줄 수 없었던 이유.

간단했다.

진짜 단순한 빼빼로가 아니었으니까.

평소에는 그렇게 현진이 좋아하는 과자, 커피 등 잘도 쥐여주었으면서 사심 담김 챙김이었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잘했으면서. 그 와중에 생색내는 여유도 있었으면서. 정작 제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에서는 망설였다. 마음 담긴 빼빼로를, 마음 담은 짧은 포스트잇 하나를 제대로 주질 못한다. 줄 용기가 없어서. 보여줄 용기가 없어서. 오랫동안 어떤 식으로든 끝내고 싶어 했으면서. 힘들어했으면서. 그래서 결심한 거면서. 결국 또 평소처럼 미루고 미뤘다.

모 아니면 도.

연인이 되거나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거나.

승민은 그대로 뒤돌아 뛰어갔다.

현진은 제 손에 들린 빼빼로와 거기에 고이 붙여진 포스트잇 그리고 뛰어가는 승민의 등짝을 번갈아 보았다.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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