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감
간단한 의뢰 하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천룡은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가던 토키를 만나 같이 돌아가고 있었다. 학교에 들려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토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걸어가며 사무실에 별 일 없으려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우의 손이 토키와 천룡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걸음을 세우게 하였다.
“뭐 하는 거야?!”
“뭐, 뭐, 화났어요?”
-저거 뭐냐?
여우가 가르킨 것은 흔한 인형 뽑기였다. 여길 한 두번 다녀 본 것도 아닌데 갑자기? 여우는 아무렇지 않게 기기 안에 있는 인형을 가르키며 뽑아주지 않으면 난동을 피우겠다는 말에 천룡이 부적을 던지려는 것을 토키가 말리고 기기 앞으로 다가갔다. 작은 열쇠고리인데 이런게 가지고 싶다고?
“토키, 이런거 받아주면 버릇 나빠져.”
“괜찮아요, 이정도는요.”
-내 버릇은 이미 나쁜데 뭘 더 나빠지겠냐?
저 여우를 어디 묶어둬야하나? 천룡이 부적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토키는 인형 뽑기 레버를 열심히 움직이고, 움직여 여우가 고른 열쇠고리를 뽑아냈다. 검은색 토끼 열쇠고리를 받은 여우는 그것을 토키의 허리춤에 걸어주고는 킬킬거리더니 그대로 다른 곳에 있는 도시락 집으로 몸을 돌렸다.
-저녁에 도시락 먹자.
“그 돈을 내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여우씨 도시락 값은 제가 낼게요!”
“토키, 네 지갑을 소중하게 여겨.”
“괜찮아요, 괜찮아요.”
토키와 여우가 도시락을 고르는 사이 천룡은 사무실에 있을 고요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저녁 도시락 뭐 먹을래? 하고 보낸 문자에 답은 오지 않았다. 손님이라도 온 건가? 결국 천룡은 아무거나 사서 가겠다는 문자를 하나 더 보내고 나서야 토키와 여우 사이에 껴서 자신의 몫 도시락을 골랐다.
이제는 얌전히 있겠다 싶더만 사무실을 코앞에 두고 여우는 육교로 길을 건너자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고 사무실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왜 굳이 그러냐고 했지만 여우는 토키의 머리채를 잡고 놔주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계단을 올랐다. 저 여우가 노망이 났나, 하면서 육교 위로 오르니 난간 위에 선 여우가 사무실쪽을 보고 있기에 둘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나온 사람이 보인다. 역시 손님이 와 있었나? 기노모 입고 있는 손님 차를 타고 멀어지는 것을 보던 토키의 입에서 바로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일본어를 그리 잘 하지 못하는 천룡도 알아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있다. 오카상이라든가, 칙쇼라든가 하는 단어를 듣는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고요였다. 대충 손님이 와서 이제 문자를 확인했다는 말에 대답하며 천룡은 제 옆에서 씩씩거리는 토키의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어, 혹시 그 손님 토키네 부모님이었냐?”
[응, 만났어?]
“마주친 건 아니고 멀리서 보기만 했는데 지금 토키가 욕이라는 욕은 다 하고 있어. 뭐 별 일 없었어?”
[토키 만나고 싶어하는데 지금 없다고 했다가 약간의 무력충돌이 있었거든. 큰일은 아닌데 오자마자 바로 3층으로 올라가. 여기 개판되서 간만에 판 좀 뛰어야 할 거 같으니까.]
통화를 듣고 있던 토키가 한번 더 욕을 중얼거렸다.
-부모가 왔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야.
“너 일부로 시간 번거냐?”
-뭔가 안 좋은 게 있겠구나, 하는 감각이었을뿐이지.
저걸 봐줘야하나. 전화기 넘어 고요의 정화수가!!하고 외치는 소리를 뒤로 하고 천룡이는 토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담아주며 귓가길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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