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다?

서로에게 의미가 생기면, 배신자인거야.

커뮤 by 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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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한 자식. 그 한마디가 어떻게 그렇게 기쁠 수 있을까.

“그, 그래? 그럼… 야, 약속한 거다. 나 때문에 망가지지 않기로… 나는 평생 너한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없을 거니까… 절대로 내가 그렇게 될 일은 없으니까…”

히르쿠스는 웃었다. 그 기괴하기 짝이 없는, 입은 웃고 눈은 우는 그 표정을 감히 ‘웃었다’고 지칭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웃었다. 말을 더듬다가, 일부러 한자 한자 힘주어 말했다. 그 탓에 어투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분명히 네가 역겨워할 테다. 그렇지만 히르쿠스는 절지 않았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말을 더듬는 것은 때로 그 말의 신뢰성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까.

“봐주지 마. 가, 가엽게 여기지도 마. 평생 네 뒷꽁무니만 쫓아주지. 왜냐면… 나는. 나는 그따위로 태어난 인간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밖에 없으니까… 내가 중간에 포기해도 꾸중하지 마. 의지박약인 인간을 받아준 건… 너, 너니까.”

마지막에, 너에게 책임을 전가한 탓에, 너무나 기뻐져서 그만 말을 절어버렸지만. 너는 이해해 줄 거다 그렇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샤를로테가 히르쿠스를 혐오할수록 히르쿠스는 기쁠 테니까.

“그래. 그게 멍청한 행동이니까 힘을 사용하는 게 본성인 거야. 너무… 너무 당연한 얘기잖아!”

히르쿠스는 뿌리쳐진 손을 문질렀다. 왜, 겁나? 왜 아무것도 안 해?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아.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안다고. 멋대로 해. 허락하고 있잖아. 아니, 허락 같은 건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잖아.…그래. 내 주제. 잘 알고 있어, 그날 이후로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가만히 있을게…

상처받기를 원했는가? 그는 이미 포기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그러니 네 말은 히르쿠스에게 날카롭기는커녕 달콤하게 들렸다. 히르쿠스는 샤를로테의 손을 끌어와 제 목을 쥐여주었다. 네가 불쾌해할까? 감히 행동했으니? 상관없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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