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가씨. 쿠로이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쿠로이가 나간 지금 방 안에는 리코 혼자 남게 되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은 방 안은 어두컴컴했지만, 그녀의 눈은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었다. 원래 이 시각이 되면 잠이 쏟아져 저절로 눈이 감겼다. 그런데 오늘은 하품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또렷했다. 슬슬 자두지 않으면 학교에 지
발아래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래를 보니 붉은 액체가 발목 높이까지 고여 있었다. 피라고 하기에는 아무 온도도 느껴지지 않았고 냄새도 없었다. 어딘가 기시감이 있는 풍경에 언제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보았을까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생각하면서 서 있었더니 옆에서 특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케힛. 꽤나 침착한 모습이구나.” 장신의 나나미보다 머
* 나오야의 심리 변화를 위해 원작을 어느 정도 왜곡하고 있습니다 * 사망 소재가 있습니다 * 사투리가 어설픕니다 8. 귀향 “-단, 고죠 사토루가 사망 또는 재기불능의 상태가 되었을 시 후시구로 메구미가 젠인의 당주가 되어 전 재산을 물려받는다. 이상입니다.” 후루다테는 그렇게 유언의 전달을 끝맺으며 젠인 나오비토의 인이 찍힌 유언장을 다다미 바
컴퓨터 모니터와 한참 눈씨름을 하며 서류를 작성하던 나나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 시부야 사변 이후 나나미는 사후처리와 사멸회유 대책에 시달리고 있었다. 1급 주술사로 시부야 사변에 참가했던 생존자에 무엇보다도 규정 측이라고 판단된 바람에 총감부에서 나나미를 책임자 삼아 일을 맡겨버린 탓이었다. 쏟아지는 업무에 며칠째 밤을 새고 있었
나는 아버지가 없다. 아니, 물론 생물학적 아버지는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아버지라고 부를만한 존재도, 사실 존재한다. 없는 것은 서류상의 아버지다. 어렸을 땐, 그러니까 유치원을 다닐 즈음엔 그런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내가 그 사실을 몰랐고, 아버지는 집에 자주 오진 않았지만 얼굴 잊어버리지 않을 주기로는 찾아와서 나와 실컷 놀아주곤
중학교의 마지막 학기의 종업식을 마친 날, 고전 입학만을 앞둔 후시구로 메구미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고죠 사토루의 이야기. ◾ 선입금 폼 ◾ 가격 10,000원 ◾ 책 사양 A5 / 무선제본 / 100p 내외 ◾ 선입금 특전 - 외전 리딤코드 (글리프 성인인증 필요) - 특전 굿즈 (추후 공지하겠습니다.) ◾ 단순 변심 · 구
공항은 드넓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주변은 와글하다가도 어느 순간 인영들이 사라진다. 사후라 해도 다들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게 되구나. 그런 말을 중얼거렸더니 무엇이 웃긴지 하이바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못 본 사이 많이 달라지셨네요. 그리고 그렇게 덧붙였던가. 자신이 수백의 사람을 죽였다 말했을 때엔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후배가 그 순간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에 눈을 뜬 나나미는 한숨을 내쉬며 발신자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고죠 씨.” <야아, 나나미, 좋은 아침-> “...대체 지금 몇 시라고 생각하십니까.” 시계는 보지 않았지만 침대에서 보이는 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해도 보이지 않는 회색 섞인 푸른색이었다. 이런 시간인데도 기운찬 목소리에
“우~타히메!” “……고죠.” 돌아보는 우타히메의 눈매가 의심쩍다는 듯 구겨졌다. 얼마 전부터 고죠 사토루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뭔가, 미묘하게. 왠지 더 친밀해졌다고 해야 할까. 원래부터 퍼스널 스페이스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편이긴 했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우타히메는 최근 고죠에 대한 경계 레벨을 올
* 나오야의 심리 변화를 위해 원작을 어느 정도 왜곡하고 있습니다 * 사망 소재가 있습니다 * 사투리가 어설픕니다 3. 고복 주술계에서 어린 시절의 낭만이란 가치 없는 것이다. 주술사의 평균 수명은 짧다. 십대에 요절하는 이들이 널린 세계다. 그렇기에 낭만이니 청춘이니 하며 무모한 짓을 하고 자신을 과신하며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주술계에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