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8

진재유의 스즈미야하루히 엔드리스에이트 AU NCP

for. sue & 인

성장판이 이제 닫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랑 같이 병원을 나왔다. 고개 숙인 진재유 앞에서 엄마는 의사와 함께 엑스레이를 걸어 놓고 한참을 떠들었다. 인제 고 3에 농구하는 아라 그러는데, 혹시 더 클 가능성이 없을까요? 그렇게 말하는 엄마 앞에서 차마 재유는 그 대학, 농구로는 이제 가기 영 힘들 거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스스로도 알고 있다. 희망을 걸기에는 너무나 작고 작은 희망이고 기적이라. 그냥 하루하루 이어져 나가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입 안에서 그것을 혀로 굴리면 꺼져버릴 지도 몰라, 말로는 불안감을 꺼내지도 못하는 것이다.

어릴 적 진재유는 마이클 조던이 되고 싶었다. 농구를 잘 하는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 비디오 속의 마이클 조던은 코트를 누비고 재생 버튼만 누르면 여전히 농구를 잘 하는데 진재유는 어쩐지 이제 현실에 눌려선가 인종이 달라선가 키가 작아선가 아니면 기량이 모자라서? 그것도 아니면 임승대가 전학을 가서? 모든 이유로 지상고등학교 농구부에서 조던이 될 수가 없었다. 꿈은 어릴 때 꾸는 거지 지금 와서 우예 말이 되어야지. 꿈도 꿀 수 있는 꿈을 꿔야지. 그래야지.


체육관에는 성준수와 진재유 단 둘 뿐이었다. 1학년들은 죄다 수업이네 뭐네 하면서 연습은 오지 않는 일이 태반이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3월인데도 아직 감독이 구해지지 않아 쉬는 내내 보는 눈이 줄어 조금 마음이 편했다. 코치가 담배 피러 나간 사이 슈팅 연습 하는 성준수를 내버려두고 체육관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저번에 들었던 음악을 마음 속으로 틀었다. 불렛포마이발렌타인의 레인보우베인스. 마음속으로 재생을 누르고 작게 속삭여본다. 여기까지 읊조리고 시작부터 딱 30초 후 터져나오는 비명 같은 기타. 그렇게 흐름을 따라가고 잠시 생각을 멈춘다. 여기서 잠시 공백 그리고 다시...

-재유, 너도 그만 놀고 연습해.

얼마나 시간을 되감았는지 준수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미안타 내 잠시 뭐 생각좀 한다고... 
-그래.

입안에 가사가 걸린다.

I wanna heal so i'm self medictating

내도 내가... 
나 스스로...

목에 걸린 말이 말로 나오지만 못했지 바라기는 정말 간절하게 바랐다. 이 인생이 별 게 아니기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그만큼 돌려 받기를. 갑자기 체육관 문이 덜컹 소리를 내고 열렸다. 코치님이 처음 보는 남자를 데려와 체육관 여기저기를 둘러보더니 우리를 손짓으로 부르고는 가서 1학년 애들 다 데려오라고 이 분이 너희 감독님이시니까 앞으로 말 잘 들으라고 당부를 했다.


지상고의 올 해 첫 승리는 내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내가 마이클 조던은 아니어도 내가, 진재유 아이가. 뿌듯한 마음에 속으로나마 좀 너스레를 떨고 아슬한 스코어를 베개 삼아 기쁘게 잠이 들었다. 다음 경기도 이겼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얼마나 오랜만에 든 것인지 새삼스레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래 기분 좋아도 되나? 그 농구할 때 가장 중요한 거, 간지.  그걸 생각하면 조금 더 많이 부끄러웠다. 그래 맞다. 멋있는 거면 내도 많이 좋아하는데...

...멋있는거 뭐가 있지? 마이클 조던, 락, 아이솔레이션, 기타 리프 그리고....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엄지를 편 손을 들어 올릴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조금이지만 희망도 자신감도 분명히 갖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1대1 해 볼만 하다. 이 게임 이길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하늘이 들어준 것인지 정말로 이겼으니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희망을 가져도 항상 꺾어갔으면서 어째서...?


목에 걸린 말이 말로 나오지만 못하지 간절하게 바랐다. 이 인생이 별 게 아니기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갑자기 체육관 문이 덜컹 열렸다. 코치님이 처음 보는 사람을 데려와 체육관 여기저기를 둘러보더니 우리를 손짓으로 부르고는 가서 1학년 애들 다 데려오라고 이 분이 너희 감독님이시니까 앞으로 말 잘 들으라고 당부를 했다.


멋있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멋있다 진재유 점마 진짜로 간지가 난다


기상호가 마지막 3점을 넣으며 그렇게 마침내 장도고를 이겼다. 그 기나긴 쌍용기 모든 경기가 이제야 끝났다. 내내 이어지는 모든 승리가 꿈인 양 어색했다. 실적이 생긴 것은 특히나 더. 막내한테 제가 감독님께 받았던 말을 물려준 게 제법 뿌듯했다. 너는 니 생각보다 농구를 잘 한다고. 이 3점에 내가 한 몫 했다. 한여름에 이불을 코 끝까지 덮어쓰고서 얼굴을 붉혔다. 입꼬리가 쭉 올라 감정이 숨겨지지 않았다. 내가 낸데! 내가 진! 재유, 아이가!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눈만 도록도록 굴리고 내일이 오는 것을 기쁘게 여기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어머님, 아드님 엑스레이 다시 확인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직원 실수로 다른 환자 분과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아드님거랑 비슷한 나잇대 남자 환자분 거 하고 바뀐 모양이에요. 의사선생님께서도 지금 보시더니 충분히 여유가 있어서 성인이 되어도 좀 더 클 가능성이 있다시네요. 저희 병원 다시 들러 주시죠. 처방 다시 내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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