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夢
: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꿈. 또는 그 꿈.
BGM-マシュマリー / MIMI
진 보스!
활기차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모란이 뒤를 돌아보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테이블시티의 입구 앞. 각자의 방식대로 교복을 갖춰 입은 스타단 친구들이 웃으며 그곳에 서 있었다. 기쁜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모란은 그리로 달려갔다. 저마다의 미소를 얼굴에 띈 채로 길 한가운데에 여섯이 모여 둘러섰다. 쨍하게 내리쬐지 않아 딱 좋은 햇볕 아래, 누가 먼저 출발하자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자연스럽게 같이 걷기 시작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비파였다.
“진 보스. 잊어버리지 않았네? 오늘 같이 피크닉 하기로 한 거.”
“아무리 한참 전에 한 말이라고 해도…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만약 진짜 잊고 있었으면 멜리나 피나가 혼내러 왔을 테니까, 그건 좀 무섭거든.”
“뭐라고?! 너 자꾸 그렇게 말하면 쥐어박아버린다?”
멜로코의 한마디에 모두가 웃었다. 피크닉의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발 닿는 대로 걷다가 적당히 좋은 곳이 보이면 거기서 하자는 피나의 의견에 전부 동의한 터라 발걸음은 자유로이 또 발맞춰서 각자의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날씨, 옆에서 웃고 있는 친구들. 모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진심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음을 알았다.
땅을 단단히 딛고 있는 발이 계속 붕 뜨는 느낌에 모란은 애써 의식해가면서 친구들이랑 발을 맞췄다. 저마다의 대화 소리, 야생 포켓몬의 울음소리, 사각거리는 풀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그저 걷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시간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어제 언어학 수업 되게 지루하지 않았어? 학생식당 샌드위치가 요즘따라 맛이 강해진 것 같던데… 시시콜콜한 말들이 이어졌다. 모란은 문득 생각했다. 친구들이랑 이렇게 나란히 걸으면서 대화를 해본 게 얼마만이지? 왜인지 아주 아득한 먼 옛날 일인 것만 같은 기분에 모란은 고개를 작게 기울였다.
‘아냐, 옛날은 옛날이야. 난 그저 친구들과 함께하는 지금을 즐기면 돼.’
무엇보다도 지금이 중요하다. 모란은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현재에 충실하면 지나간 과거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건 과거나 미래를 더 좋게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방법이었다. 이대로를 살다 보면 우린 분명 더 반짝반짝 빛날 거야. 그러리라고 굳게 믿으며 모란은 상상 속이라고 해도 될 만큼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란은 불쑥 다른 친구들에게 말을 꺼냈다.
“얘들아.”
“응?”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일제히 모란을 바라보았다.
“아…. 그냥. 고맙다고.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같이 걷고 있으니까 즐거워서.”
말하고 나서 너무 갑작스러웠나 싶었지만 진심을 다 전하지 못하고 떠나버렸던 예전의 일이 생각났기에 모두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아도 모란은 그저 멋쩍게 웃기만 했다. 쑥쓰러운지 당황했는지는 몰라도 잠시 동안 가만히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정적을 깨고 불쑥 모란의 앞을 막고 나선 건 다름 아닌 피나였다.
“즐거워?”
“아, 어? 즐거워….”
“근데 왜 그랬어?”
“어?”
뭐라고? 모란이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땅에 딛고 있던 두 발이 공중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모란은 잠시 어지러워 손바닥으로 눈앞을 가렸다. 손틈새로 보이는 오르티가의 눈동자가 일그러진 건 자신의 어지럼증 때문인지 그의 진심인지 모란은 알 수 없었다.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어딘지도 모를 공간을 헤매다 모란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두 발은 한밤중의 아카데미 정문을 멋대로 배회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걷다 앞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모란은 걸음을 멈춰 섰다. 다섯 명의 그림자가 죽 늘어진 채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앞에 아무 빛도 비춰지면 안 된다는 것처럼. 아까와는 다르게 모두가 스타단 시절의 옷을 입고 허망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시감에 당황한 모란이 반대로 돌아서서 걸음을 떼려는 찰나 뒤에서 큰 목소리가 그의 그림자를 붙잡아세웠다.
“대답 안 할 거야?! 내가 묻고 있잖아?”
“티, 티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이 난 어린아이 같은 치기 어린 목소리에 모란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자리에서 굳어 움직이지 않는 모란의 틈새를 피나의 말이 비집고 들어왔다.
“티가 말이 맞아. 즐거웠다며?”
“피나…. 난, 난 그런 게 아니…”
“그런 게 아니라면 왜 우릴 떠났는데?”
“아….”
“이것 봐. 제대로 대답도 못하잖아.”
“…….”
모란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워져서도, 차마 고개를 들고 얼굴을 볼 낯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지금 눈을 마주치면 돌이킬 수 없는 이질감이 온몸을 파고들어 영원히 그곳에 매여버릴 것 같았다. 자신 앞에 서 있는 친구들이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면 왠지 지금 마주하는 모습이 진짜라고 믿어버릴 것만 같아서 모란은 애써 힘없이 눈을 감았다. 꿈이든 현실이든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우 서 있는 모란의 앞으로 누군가 걸어왔다. 모란은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남들보다 한껏 가벼운 발걸음 소리로 그가 누군지를 알 수 있었다.
“진 보스 나리.”
“추명….”
모란은 목 전체가 울렁거려 아무런 말도 나오려지 않는 걸 애써 떨치고 겨우 대답했다. 지금 이건 그냥 누군가가 보여주는 일그러진 환상일 뿐이니까, 대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눈을 마주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거짓말쟁이에 진짜 나쁜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 모란은 결국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결국 소인과 다른 동지들이 그렇게까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인데…”
“아니, 그렇지 않아, 나는….”
“실망이오.”
“뭐?”
뭐라고? 모란은 숙일 뻔했던 고개를 다시 치켜들고 그의 눈을 마주하다 고개를 돌려 모두의 눈을 차례차례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서는 실망, 체념, 배신감, 슬픔은커녕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마치 더 이상 자신에게 어떤 감정도 품기 싫다는 듯이. 모란은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앞이 뿌얘지다 못해 투명해질 정도로 눈이 아려왔다. 울음소리도 낼 자격이 없다는 것마냥 이미 한없이 잠겨버린 목에서는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모란은 분명 온몸으로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진심을 내비치려는 족족 눈물에 씻겨나가는 마당에 그들에게는 닿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별로 닿길 바라지 않는 것일지도 몰랐다.
‘실망…. 그런 말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듣고 싶지 않았는데.’
차라리 대놓고 등을 돌린다고 해도 이 정도로 아프지는 않을 것 같았다. 굳이 모진 말을 듣지 않아도 그들의 얼굴, 눈빛, 그리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모란을 하염없이 찌르고 있었다. 실체 없는 아픔에 괴로워하다 모란이 겨우 발을 딛고 일어섰다. 아무리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정도의 상황이라도 말을 해야만 무언가 끝날 거 같았다. 그는 후드를 푹 뒤집어썼다. 후드에 반쯤 가려진 그의 눈에서는 이젠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어떤 감정도 솟구쳐오르지 않는 목구멍에서 모란이 덤덤하게, 소름 돋을 만큼 일정한 톤으로 대답했다.
“미안해. 얘들아.”
난 진짜….
최악이야.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모란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아무런 목소리도 그를 붙잡지 않았다. 누구도 그를 향해 달려오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란은 그저 허공으로 미끄러지는 자신의 발이 영원히 어디에도 닿지 않을 것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그는 눈을 뜨면 푹신한 곳에 누워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 차가운 바닥에서 자신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하면서.
*
꿈 속 자신의 바람이 허무하게도 모란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 세상을 마주했다. 시간은 아직 한밤중이었다. 현실감 없는 공간을 걷던 방금 전의 감각이 무색하게 그의 주변은 평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익숙한 침대. 익숙한 시계. 익숙한 스마트로토무. 익숙한 창문. 익숙한 방. 모든 것이 새삼스럽게 눈에 익는다는 기분이 들어 모란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제서야 비로소 공간감이라는 게 그의 주변을 파고들어왔다. 모란은 천천히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가 눈 앞에 보이자마자 그는 물을 틀어 얼굴을 씻어내렸다. 식은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씻겨내려가서야 그는 자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마주볼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것은 든든하며 의지가 되고 때로는 동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반짝거리는 보스 카시오페아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그저 모란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모두의 앞에서 스스로 사라지기를 택한, 결국 동료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바보같은, 빛을 잃어버린 자기 자신이.
모란은 눈을 감고 거울 앞에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현실을 자각하고 나니 밀려오는 것은 후회보다도 그리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꿈 속에서 나온 일그러진 얼굴이나마 잠시 마주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위안 아닌 위안을 주었다. 그는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가 아닌 책상에 걸터앉았다. 잘 기분이 아니었고, 지금 눈을 감는다고 다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왜인지 화면보다도 창 밖으로 보이는 별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는 펼쳐져 있는 노트북을 닫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라르의 밤하늘은 고요하면서도 소란스럽게 반짝였다. 그는 잠시 넋을 놓은 채로 하늘에 수놓인 별들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각자 저마다의 크기와 반짝임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밤하늘을 본 게 얼마만이더라?’
가라르로 돌아오고 나서도 집 밖으로 자주 나가지 않았던 모란은 하늘은커녕 밖의 경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밤하늘만큼은 언제나 변함없이 같은 모습이라는 점에 모란은 안심했다. 문득 가슴이 트이는 것 같은 기분에 모란은 무심코 노트북을 펼쳐 메일창을 열고 받는 이에 아무런 주소도 넣어놓지 않은 채로 몇 글자 적어내려갔다.
팔데아의 밤하늘은 어때?
거기까지 적던 도중 모란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제서야 자각했다. 그는 소리 없이 놀라며 전원도 끄지 않은 채로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생각에서 행동까지 어떤 망설임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걸 깨닫자 모란은 소름이 돋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초점 없는 눈으로 스타단 마크가 새겨진 노트북을 응시했다.
‘이제 와서 이딴 말 써봤자, 뭐 어쩌려고….’
모란은 힘없이 발걸음을 옮겨 다시 침대로 향했다. 미끄러지듯 자리에 누워 모란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놀랍도록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눈을 감고 자고 일어나면 꿈도 밤중의 일도 전부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잠시 감았다 뜨자 불 꺼진 방이 환하게 눈에 들어오며 방금 전의 생각이 무색하게도 이때까지의 일들이 스쳐지나가며 천장에 친구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모란은 새삼스레 자신이 절대 그들을 잊어버릴 수 없음을 실감했다.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해도, 잘못을 물어도, 따지고 들어도 그 잔상마저 그리움으로 바뀌어 일그러진 형태를 되돌리고 있었다. 아무리 잊고 싶어도, 없던 일로 만들고 싶어도 그는 자신이 결국 친구들과 관련된 어떤 기억이든 붙잡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근데 그냥… 보고 싶어.’
보고 싶다. 모든 감정들이 휘몰아친 뒤 남은 건 결국 그것뿐이었다. 너무나도 단순했지만 그만큼 복잡한 마음이 얽혀있었다. 앞으로의 자신 앞에 어떤 모습으로 놓이게 되든 일단 그건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가능성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시 친구들을 마주했을 때 무얼 해야 할지는 아직 그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막상 다시 다가가기 무서울 수도, 마주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그냥 그렇게 끝나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영원히 다시 보지도 못할 바에야 그게 나아.’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모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그곳에 친구들이 있다면 그럴 것이다.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일단은 가야만 했다.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안 되더라도 일단 움직여야 어떤 가능성이든 만들 수 있다. 모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까의 일로 너저분해진 책상을 정리했다. 그는 깔끔해진 책상 위에 놓인 스타단 마크가 새겨진 노트북을 집어들었다. 노트북의 표면이 별빛에 반사되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란은 가방을 열어 그걸 안으로 집어넣었다. 지퍼를 닫자 언제부턴가 텅 비어 헐렁해진 느낌의 가방이 아닌 여느 때와 같은 번듯하고 각 잡힌 모양새의 가방이 눈 앞에 있었다.
모란은 팔을 뻗어 그것을 둘러메었다. 이때까지 둘러메지 않은 시간이 무색하게도 너무나 안정적인 느낌에 모란은 작게 웃음지었다. 모란은 다시 자리에 그걸 내려놓고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제는 굳이 눈을 뜨고 있지 않아도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그릴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다시 같은 꿈을 꾸고 똑같이 절망하더라도 일단 눈을 떠 세상을 마주하고 땅에 발을 디디고 서기만 한다면 자신에게 흐르던 좌절감은 씻겨내려가고 그리움이 이끄는 목소리를 따라 어떻게든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어찌되든 다시 만나러 갈게. 반드시.’
만날 수만 있다면 뭐든 될 수 있을 거야. 근거 없는 자기암시와도 같은 말이었지만 모란은 그 믿음이 자신을 어디로든 데려다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것은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을 다시 마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란은 어둠이 걷히고 더없이 밝은 별빛들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앞이 당장은 환하지 않아도 앞으로 자신의 힘으로 환하게 밝혀나간다면 그걸로 될 일이었다.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팔데아로 돌아갈 일정을 짜기 시작하겠다 마음먹었다. 기차표부터 찾아볼지 고민하다 모란은 오랜만에 내일 밖에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멀리 가봤자 마을 밖을 벗어나지 않을 것을 잘 알았지만 나가기로 결심한 이상 어디든 상관없었다. 밖으로 나갈 계획을 짜며 피곤하지 않은 건 또 오랜만이라고 느끼면서 모란은 조용히 잠을 청했다.
일어나자마자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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