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안의 관

센티넬버스 au 02

센티넬버스너무좋아해서 또..뭔갈 하다.... 아르랑 페어 맺고 인수인계하는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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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이능사-센티넬 마나난 에스파너는, 자신의 사무실을 종종 ‘관’처럼 느끼곤 했다.

우선, 그의 집무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팀을 이루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방은 유난히 벽이 두꺼운 편이라, 안그래도 적은 가용공간을 더욱 작게 만들었다.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모종의 장치가 들어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사무실 자체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울퉁불퉁했다. 그나마 석벽 중에 가장 예쁘게 칠 된 부분은 사무 직원의 것이었다. 그녀는 마나난이 열여덟 소년이었을 때 처음 입사한 직원이었는데, 담력이 세고 일처리가 꼼꼼한 편이었다. 

마나난은 그녀를 퍽 아꼈다. 십년 째 제 업무를 처리해주는 것이 감사하다며-이 말은 반쯤 핑계였다- 출입문과 가장 가깝고 예쁜 벽 쪽의 공간을 주었다. 두 사람은 일인용보다는 조금 크지만 이인용은 되지 못할 책상을 놓고, 발 밑에 작은 러그를 깔았다. 여러 가지 서류 캐비넷을 키에 맞추어 진열하듯 채워넣었다. 그녀도 마나난도 방을 꾸미는 재능은 없었기에 그들은 종종 같이 외출을 나갈 때 우연히 업어온 패브릭 포스터들과 예쁜 천을 빈 벽에 대강 걸어두고, 영화 포스터들을 덕지덕지 붙이는 것으로 '인테리어'를 마쳤다.

그녀의 맞은편 벽 끄트머리에는 각종 긴급 의약품이 들어있는 수납장과, 작은 냉장고가 있었다. 그 냉장고는 대부분 그녀와 ‘임시 가이드’들이 사용하는 놈이었는데, 아르타클라의 이전 주인은 그 안을 온통 에너지 젤리로 채우곤 했다. 당과 체력을 쉽게 보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 또한 냉장고 안에 작은 간식을 배치하곤 했다. 그곳에 음식을 채우지 않는 건 오로지 식생활에 딱히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마나난 에스파너 뿐이었다.

냉장고 근처의 벽에는 1층을 책상으로 하는 벙커 침대가 붙어있었다. 침대 앞에는 쉽게 들어 옮길 수 있는 가벼운 파티션을 쳤다. 그게 이 좁은 사무실 안에서의 ‘가이드’의 대기실이었다. 마나난은 가이드를 사무실에 두고 나가는 것을 즐기는 센티넬이라, 그의 가이드들은 그 조잡한 대기실에서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을 강제 당했다. 제대로 된 침대를 놓지 못하는 건 언제나 아쉬운 일이었으나, 충격 방지를 위해 두텁게 콘크리트 벽을 둘러 놓은 사무실에선 벙커 침대를 넣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치였다.

서로의 작은 혼잣말도 들을 정도로 좁은 사무실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무실이 생각보다 고층이며, 큰 창이 나있단 점이었다. 유일하게 콘크리트로 둘러싸여있지 않는 장소였다. 볕은 생각보다 세게 들어와서 커튼을 몇 겹으로 달아야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인공태양의 고도가 낮아질 때에는 적당한 빛이 들어와 낮잠을 자기 좋았다. 볕이 닿는 곳에는 크고 폭신한 파도색 러그와 함께 기다란 소파가 놓여있었는데, 얼추 2m는 되는 놈이라 베개를 따로 놓아도 누울법 했다. 십여 년 쯤 전에 우연히 골동품 시장에서 주워온 것이지만 여즉 가라앉은 부분도 없어 퍽 좋았다.

그 곳이, 마나난 에스파너의 자리였다. 소파 옆에는 항상 가이드를 위한 낮은 의자가 있었고, 그가 소파에 누워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이능사관리협회에 적법히 소속되어 있었고, 협회의 관리를 받고 있었음으로 사택 또한 배부받았으나, 어쩐지 좁아터진 사무실의 그 의자에 누워 자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 집 안에 홀로 남는 것이 싫은 것인지도 모른다. 호흡을 내쉴수록 되려 심해로 끌려갈 것 같은 무력한 기분을 떠올릴 때 마다, 그는 차라리 계획도시의 야경이라도 볼 수 있는 사무실로 향하곤 했으니 이는 근거 있는 추측이었다.

익숙하고, 지독한 버릇이었다. 습관처럼 혼자를 피하는 것은 '만들어진 센티넬'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약해질 때 곁에 아무도 없길 바라면서, 그 전까지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의 바다는 밤의 장막이 깊게 내리 앉은 어두운 물길이었다. 등대의 빛이 아니더라도, 미약한 빛만 있다면 그곳으로 흐를 수 있음을 믿었다. 다소 낭만적인 생각이란 자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야만 미치지 않을 것 같았다. 미약한 추측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낡은 소파에 덮고 자는 두꺼운 담요와 얇은 담요를 켜켜이 쌓고 저를 위한 관 속에 몸을 뉘이며 살았다.

적어도 여기서 미쳐버린다면 그렇게 큰 피핸 없겠지. 마나난은 버릇처럼 중얼거렸다. 

 

 

 

 

겨울. 시골에서 ‘그 애’가 왔다. 마나난에겐 기쁜 일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미적지근하게 손을 잡고 있었던 게 인연이라도 된 걸까 싶었지만 정답은 알 수 없었다. 마나난은 제 소파에 앉은 채로 아르타클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 ‘임시 가이드’는 그에게 제법 꼼꼼하게 인수인계를 했다. 마나난 씨의 파장은 얇은 세계 안에 갇힌 바다와 같아요. 제 세계를 설명하는 말은  A급 가이드인 그가 느꼈을 무력감에 비해 다소 감각적인 것 같아서, 마나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리쏭하단 표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훔쳐 들었다.

마나난이 대화를 훔쳐듣던 말던, ‘아르타클라’는 인수인계를 해주는 가이드에게 몇 개의 질문을 더 건넸다. 떠나는 실무자는 초짜 실무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달해줄 것 마냥 굴었다. 인력 부족 탓인지, 비좁은 공간 때문인지 그는 바로 다른 센티넬에게로 배정받았다. 모르는 것은 마나난 씨에게 묻고 현장에서 배워가라는 말에도 '그렇게 하겠다'라고 대답하는 모습은 여전히 강직했다. 마나난은 그의 첫인상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았다. 너무 빤히 쳐다봤는지 고개를 돌린 아르타클라와 눈이 마주쳤다. 마나난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미움이라도 받았는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타는지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마나난의 옛 가이드는 그 모습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차며, 실탄을 보급받았느냔 질문이나 했다. 아르타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부는 살벌하다면서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시골에서 내내 어른들에게 예쁨 받았을 법 했다. 그의 황금색 눈동자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손을 잡았을 땐, 다른 색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마나난은 얼굴을 찌푸린 채로 창가에서 들어오는 인공 태양의 햇볕을 받았다. 하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향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가이드 하나가 들어오는 것은 별다른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익숙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계속 관심이 갔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수원지에서 흐르기 시작해 강을 따라 흘러, 호수에 고이다가도 결국 바다로 오는 것처럼. 가이드는 괜히 마나난에게 아르타클라 씨가 적응하기도 전에 너무 골똘히 보지 말라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고, 마나난은 형보다 잘생겨서 어쩔 수 없다고 대꾸했다. 가이드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쟤가 저렇게 속이 없이 굴 때가 있으면 무시하라는 팁을 주었다. 서운하네. 하나도 서운하지 않은 척 마나난은 말을 꾸며내며 웃었다.

막 상경한 아르타클라는 모르겠지만, 마나난 에스파너는 본부에서 '지급 받은' 가이드를 한 다스 넘게 갈아치운 것으로 유명했다. 과장을 보태 한 소대만큼의 가이드가 그를 거쳐갔을지도 몰랐다. 더럽게 낮은 동조율과 잡아채기 어려운 파장의 심상 덕분이었다. 몰려오는 파도가 여러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심상은 한 사람이 만들어낸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게 움직이곤 했다. 그러니 적응하지 못한 가이드는 떠나갔고,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가이드는 교체되었다. 그러니 누군가가 이 방에 들어오고, 침대와 책상을 인수인계 받는 일은 너무나도 일상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저 애가 사무실에 짐을 풀기 시작한 순간은 뭔가 달랐다. 아르타클라는 모양이 꽉 잡혀 있는 사각의 핸드 캐리어를 사용했다. 옛날에 유행하던 디자인이었다. 버클을 풀 때는 딸깍거리는 소리가 났고, 자물쇠는 제법 본격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마나난은 예전에 시설에 있었던 때를 잠시 회상했다. 밀레이드나와 취향이 겹치는 군.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눈을 깜빡이다가, 여전히 아르타클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행동 하나하나를 진중하게 행하는 사람이었다.

닫힌 가방을 열고 물건을 진열하는 내내 그에게서는 정향의 스파이시한 향과, 묵직한 호수 같은 물 냄새가 났다. 차가운 바람을 몰고 들어왔음에도 시간이 지난다면 그게 무뎌지기 마련인데, 그는 무뎌지기는커녕 존재감만 공고했다. 짐을 다 풀고 인수인곌 받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했다. 자꾸 시선이 그에게로 고였다. 운명처럼 기묘했다. 마나난 씨, 여기 뚫리겠어요. 라며 인수인계 도중의 가이드가 말했다. 두 번째 받는 지적이었다. 왜 그렇게 관심을 갖냐며 시선으로 타박하는 게 느껴졌다.

으응?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하던 걸 하렴. 마나난은 손짓하면서 웃었다. 부담을 줄 생각은 정말로 없었기에, 약간의 미안함마저 느껴졌다. 너스레를 떨었는데도 아르타클라의 두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C급 가이드임을 표시하는 제복 장식과 함께, S급 가이드의 페어라는 마크가 붙어 있는 정복은 너무나도 정갈해서 윌로도냐에서 보았던 어리숙한 시골 청년과는 매치가 잘 되지 않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다가도 이런 미남을 알고 있었더라면 인생이 진작 즐거워졌을 것 같았지 싶어서 구면이라는 설정은 폐기하기로 했다.

마나난은 다소 느릿하게 하품했다. 인공의 태양이 내리 앉는 곳에서는 햇볕 냄새를 느끼지 못했으나, 눈 앞의 청년에게서는 그런 비슷한 향이 났다. 그의 어께에 머리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절대 미움받을 것이 뻔하므로 실행하진 않았다. 그 애는 꽤나 조심성이 있는 듯 했다. 여전히 그가 왜 제게 와주었는지는 알지 못한 채로 마나난은 소파의 등받이에 기대듯 누웠다. ‘이전’ 가이드는 아르타클라에게 사격 연습장이 어디있는지부터, 미리 연습해두는 것이 좋을 거란 말까지 덧붙였다.

생각보다 실탄 소지가 흔한가 보군요. 연습하겠습니다. 아르타클라가 말했다. 그 선하고 곧은 목소리는, 생긴것에 비해 낮게 긁히는 목소리였다. 마나난은 문득 입을 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입을 열고서 그건 아닌데, 라고 부정하듯 말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제게 고였다. 가이드가 고개를 짧게 저었지만 마나난은 못본 척 자신의 ‘새 가이드’ 씨와 눈을 마주쳤다. 황금색의 눈동자가 여전히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햇볕을 받아 부스스 올라오는 갈색이었다. 제게 가이딩할 때 언뜻 보였던, 볕이 내리앉은 호수 같은 색을 회상하며 마나난은 입을 열었다.

 

“그거 내 파트너라서 받는 거야.”

“….”

“여차하면 쏴야지. 안 그래 미남?”

 

나, 가이딩 효율이 별로 좋지 않아서 미남이 잘하지 않으면 금방 미쳐버려. 마나난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목줄을 쥐어주면서, 그것을 착용한 것이 누군지 천진하게 안내했다. 묘하게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오래 무시하는 성정은 못 되는지, 아르타클라는 그 황금색의 눈동자를 마나난과 마주쳐왔다. 그래서 마나난은 저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부드럽게 웃었다.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호선을 그리는 입술을 그는 조금은 착잡한 듯 바라보았다. 표정을 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관 같은 방에 햇볕과, 바람과, 가을과, 호수의 향을 이끌고 당도해서, 변화하는 계절의 생동감을 억지로 공간 안에 가득 채워준 주제에, 그 표정은 꽤나 달갑지 않아 보였다. 왠지 쏴야 할 때 손 떨 것 같아. 빗맞으면 생각보다 아픈데. 재활도 오래 걸릴 거고. 마나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쏠 일이 없게 노력하자 서로, 라고 애써 말을 꾸며 붙였다. 침묵을 한참 즐기고서야 아르타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라는 대답이 들렸는지 들리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애써 만들어놓은 분위기를 마나난 씨가 다 망쳤다는 가이드의 목소리는 원망처럼 들렸지만, 신경 써줄 부분은 아니었다.

아르타클라는 여전히 씁쓸해보였다. 그가 왜 그런 표정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취급주의 항목을 모두 읊은 가이드가 그에게 방금 들은 내용은 모두 서류로 정리하여 벙커 침대의 오른쪽에 달려 있는 수납장에 넣어놓았음을 공지했다. 그는 모든 할 말을 끝내고 짧은 작별인사와 함께 방 밖으로 나갔다. 마침 점심시간을 알리는 라디오의 방송을 들으며 접수 직원 또한 밖으로 나갔다. 좁은 방에 오로지 두 사람만이 남았다. 점심은? 하고 묻자 그는 가지고 온 짐을 정리한 다음에 들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짐은 단출해 보였으나, 그는 나름대로 그것들을 기준을 두고 분류할 모양이었다. 결벽증이 있나 싶어 그를 바라보다가 마나난은 그저 소파에 깊게 누웠다.

인연은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사람을 이끌어간다. 오늘의 대화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애초에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시골 마을에서 한 번, 지금 여기서 한 번. 고작 두 번의 만남을 거쳤을 뿐이었다. 다만 마나난 에스파너에게 있어 확실한 것은, 그 애가 자신을 위해 본부에 와 주었다는 것과, 생각보다 표정이 다채롭다는 것.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곤란할 때는 눈썹이 팔자로 쳐진다는 것 뿐이었다. 지극히 사소하고 애매한 정보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의 생사여탈권마저 쥐어야 하는 C급 가이드를 눈에 담았다.

제 목숨 줄을 쥔 사람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할 비위는 되지 않아서, 마나난은 애매하게 볼을 긁적이다가 그가 침대의 1층에 박혀있는 책상에 소중한 물건들을 내려놓는 것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것들에 모두 이름을 붙인 것처럼, 그는 상냥하고 다정하게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버림받지 않을 순 없어도 미움은 받지 말아야지. 마나난은 그렇게 다짐하면서 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어쩐지, 가까이 있었으나 지극히도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였다. 아득할 정도로 멀어서, 거리를 쉬이 추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눈을 감고 소파에 깊게 기대어, 어제와 비슷할 정도로 침잠하듯 가라앉아 제 몸을 감싸안는 싸구려 가죽시트 안에 파묻히고만 마는 거였다.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라도 피울까 싶다가도, 갓 구운 애플파이 같은 애한테 제 향을 이상하고 어설프게 묻혀두긴 싫어서 그는 주머니 속에 있는 라이터의 무게를 포기하면서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푹 누워버렸다. 아르타클라. 이따가 뭐 먹으러 갈래? 그는 괜히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몇 박자 느렸다. 

친해지려면 아마 더럽게 오래걸릴지도 몰라. 마나난은 그렇게 확신하면서 버릇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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