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스포츠물 3학년의 졸업에 대하여

- 청소년 기의 압축성을 중심으로-

[목차]

1. 서론

2. 청소년 기의 압축성

2-1. 연속된 일상 

2-2. 미경험의 시기

3. 선배와의 관계

3-1. 제한된 공간

3-2. 다층적 관계

4. 최초의 분리

5. 결론

들어가기 전에

원본 트윗이 분명히 있엇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 검색능력의 한계로 찾지 못하였습니다. 원본 트윗을 알고 계시다면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인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서론

트위터에서 스포츠물에서는 '왜 3학년이 졸업하는 걸 마치 죽는 것처럼 묘사할까?'같은 뉘앙스의 트윗을 본 적이 있다. 필자 역시 3학년 캐릭터들의 졸업을 그렇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는 모순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사회에 진출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당연한 수순이며 오히려 성인으로 가는 통과의례로서 축복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스포츠물에서 졸업하는 3학년은 마치 영원히 상실喪失¹하게 되는 것처럼 묘사되곤 한다. 이 확대해석은 과연 스포츠물 특유의 과장된 감정선에서 비롯된 장치에 불과할까. 

본고에서는 청소년기, 특히 스포츠물과 같은 특이성이 있는 부류의 청소년 캐릭터들의 압축적 내러티브와 그로 인한 상실감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풍전 고교 3학년 강동준과 남훈의 졸업 일러스트, 이노우에 타케히코, 2023.03.14.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pw2WmCh-lH/

2. 청소년 기의 압축성

2-1. 반복된 일상과 스포츠의 압축성

청소년기의 하루는 매우 반복적이고, 일상적이며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엇을 먹을지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일상은 지루한 동일 행위의 반복성보다는 연속성이라는 특성을 더 강하게 지니고 있다. 가장 역동적인 시기의 청소년들은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고, 같은 일임에도 다르게 인식하고 경험한다. 같은 일상 속에서도 미묘한 차이들이 존재하며, 이는 청소년기의 정체성 형성과 감정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복된 활동은 그 자체로도 익숙함과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순간들이 존재함으로써 새로움과 도전을 안겨줄 수 있다.

청소년기의 반복된 일상은 종종 학교, 가족, 친구, 취미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스포츠물'의 경우, '스포츠'에 한정되기 때문에 그 반복된 일상이 훨씬 더 '압축'된다. 배울 수 있는 친구들과의 교류와 지식, 사회적 기술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스포츠로 압축되는 것이다. 스포츠(연습과 경기)를 통해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발견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쌓는 방법을 얻게 된다. 

이런 특이한 압축성은 다른 청소년들과 달리 좀 더 큰 감정의 파동을 동반한다. 같은 시간이더라도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인원, 그리고 제한된 시간 중에서도 더 제한된 시간으로 이뤄진 활동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며, 자아발견과 자기 인식을 급격하게 쌓아가게 된다. 

2-2. 미경험의 시기

청소년기는 모든 것이 처음인 시기로, 처음을 알려주는 선배의 존재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시기는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이 끊임없이 찾아오는데, 이를 통해 세상을 탐험하고 자아를 발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청소년기의 미경험의 시기에서 선배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주인공에게 큰 도움을 준다. 선배는 자신이 이미 겪어본 일들을 주인공에게 알려주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불안감을 완화시켜준다. 이는 마치 앞서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안전한 안내자의 역할이자 동료로서의 역할이다. 이는 평범한 학교생활이 아닌, '스포츠' (특히 팀 스포츠)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게임의 규칙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 게임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알려주는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은 모든 게임 초보자들이 아는 일이다. 

선배의 지원과 조언은 이 미지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갖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 선배는 자신만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주인공에게 현재의 제한된 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의 가치를 가르쳐준다. 이를 통해 주인공과 선배는 그 순간을 같이 경험하게 되며, 주인공은 그 순간을 같이 경험하는 선배를 더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 된다. 

3. 선배와의 관계

3-1. 제외된 공간과 재조합된 집단

스포츠물의 등장인물은 두 단계에 거쳐 일반인과 분리된다. 첫째, 경기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 학교 환경' , 즉 정규수업과 같은 보통 학생의 루틴 에서 제외된다. 일본의 경우 '동아리' 활동으로 체육활동을 하기 때문에 수업 자체를 빼먹진 않겠으나, 운동부 캐릭터가 훈련을 열심히 해서 수업시간에 조는 것은 클리셰에 가깝다. 해당 글에서는 운동하는 청소년들의 기초학력 문제에 대해 자세히 논하진 않는다. 둘째, '경기장'에 의해 플레이어와 비 플레이어로 분리된다. 플레이어의 범위는 크게 잡으면, 열심히 응원하는 응원단까지 모두 한 마음으로 6~7번째 멤버가 될 수는 있으나, 해당 글에서는 '직접 경기 운영에 참여하거나, 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3-2. 다층적 관계

스포츠물에서 선배와 주인공 일행의 관계는 굉장히 다층적인 동시에 다른 청소년 집단과는 다른 독특한 관계성을 가진다. 어른이 된다면 나이 차이는 무의미해지지만 청소년 시기의 '학년'은 그룹 사이를 강하게 단절시키는 계층 중 하나이다. 학교 커리큘럼과 교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두 존재 사이의 겹침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여기서 스포츠물은 성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본 훈련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제로는 중첩되어 관계 역시 실력과 함께 종적으로 쌓이게 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학년을 선배를 우연히 만나게 된 타자가 아니라 동일 집단으로 인식하고, 더 나아가서는 스스로와 동일시 한다.

이는 팀 스포츠 소재의 창작물에서 더 두드러지지만, 개인 스포츠(테니스, 복싱) 소재의 창작물에서도 발생한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스포츠물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은 윗 세대인 것이다. 즉, 뛰어넘어야 하는 라이벌인 동시에 자신과는 절대 반대편에 서지 않는 존재가 바로 선배라는 존재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점은 독자가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자, 어렴풋이 주인공과 선배 캐릭터도 인식하고 있는 바로 그 선배 역시도 어른이 아닌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미완성의 존재는 애틋함과 동질감을 가지게 되며, 한 공간에 같이 있을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전제는 주인공을 계속 초조하게 만든다. 제한된 현재성은 주인공과 선배의 만남이나 상호작용이 한정된 시간 동안에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특별한 경험을 더 강조한다. 청소년기는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시기인데, 여기서 더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된 현재성은 독자에게도 주인공과 선배의 성장 과정을 미세하게 감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캐릭터의 이야기가 현재의 특별한 순간들을 통해 전개되므로, 독자들은 그들의 성장 과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두 청소년 캐릭터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한정된 시간 동안에만 일어난다는 점은 그 관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4. 최초의 분리

즉, 단 시간에 자신과 동일시 했으면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같이 있던 공간에서 나가, 내일은 볼 수 없다는 경험을 처음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동년배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으로 '분리되는 경험'이기 때문에 더 가슴아프고 더 힘들어 한다는 맥락으로, 이러한 경험은 주인공의 감정과 성장에 더 큰 충격을 주게 된다.

청소년기는 이미 익숙한 친구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지속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선배와의 관계에서 나오게 되는 것은 새로운 도전과 불안을 초래한다. 동년배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벗어나 선배와의 만남은 주인공에게 미지의 영역으로의 발걸음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안락했던 작은 섬을 떠나 바다로 나가는 듯한 불안정함과 동시에 설렘이 공존하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또한, 동년배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주인공이 처음으로 현실의 분리와 이별을 체험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동년배들은 주인공과 함께한 지난 일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지만, 선배는 그런 면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로 나타난다. 이렇게 처음으로 겪는 '분리'는 주인공에게는 이전까지의 안정성을 뒤로한 혼란스러운 여정으로 다가오게 되며, 그만큼 가슴 아픈 감정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 최초의 분리는 주인공에게는 동년배와의 이별을 경험하는 동시에, 더 큰 세계로의 나아감을 의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는 어린 청소년이 현실의 복잡성을 처음으로 체험하며, 그로써 얻는 성장과 강화된 감정의 복합적인 여정으로 남게 된다.

5. 결론

스포츠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라이벌'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아무도 자극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고찰하고 채찍질 해서 성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스승'의 역할이다. 처음부터 온전한 천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무언가를 알아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배'라는 존재는 어떤가? 그렇게까지 필수적이진 않다. 팀 스포츠에선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겠으나, 모든 스포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존재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작품 안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저 조언하거나 설명해주는 역할로 등장하는 일도 역시 흔하다. 

그러나 뛰어넘어야 하는 라이벌과는 다른, 어쩌면 다시는 영원히 같은 필드에 설 수 없으며, 뛰어넘을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자신과 비슷하지만 분명한 타자인 선배라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스포츠물의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한다. 따라서 '3학년 졸업'이라는 사건은 실제로 그 내러티브 안에서 '영원한 상실'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필수적이진 않지만, 존재만 한다면 나에게 영원한 상실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스포츠물의 3학년 선배 아닐까? 


이런 느낌으로 주인공도 저도 여러분도 졸업하는 3학년들을 슬프게 인식하는 것 아닐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슬픕니다 으아아~~~

¹ 喪失: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

수상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셔서....100원을 그냥 저에게 주신다면.. 추파춥스 1개를 사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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