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NCP] 유령 (완결)

[해리포터/NCP] 유령 08

시리우스와 재회한 해리. 유령의 이야기를 시리우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Present Scene 15. 

세 친구는 호그스미드 거리를 말없이 걸었다. 그들이 이렇게 조용히 가고 있다는 건 가히 드문 일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세 사람이 싸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생각에 잠겼을 뿐이었다. 심지어 론조차도 드물게 복잡한 표정으로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헤르미온느였다.

“그런데 시리우스는 어떻게 호그스미드로 오겠다는 거지?”

“못 올 것도 없지. 시리우스는 호그스미드에 디멘터가 바글바글 할 때도 해리를 보러 왔었잖아.”

“그래, 대부는 그런 사람이지. 온다고 한 이상 반드시 나타날…, 앗!”

“왜 그래, 해리?”

“저기! 위에!”

해리가 깜짝 놀라며 계단 위를 가리키자 론과 헤르미온느도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익숙한 검은 개가 꼬리를 흔들며 세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리우스다!”

“시리우스, 안녕하세요!”

“대부!”

세 사람은 검은 개로 변신한 시리우스를 보자 고민하던 것도 잊고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해리가 제일 먼저 계단 위로 뛰어올라 시리우스를 끌어안았고 이어서 론과 헤르미온느도 애니마구스 상태인 시리우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겼다. 시리우스는 해리의 뺨을 몇 번 핥아주고는 품에서 벗어나 따라오라는 듯 앞장섰다. 세 친구는 시리우스를 따라서 호그스미드를 벗어나 점점 깊은 숲속으로 향했다. 잠시 후 그들은 숲속 깊숙이 위치한 동굴에 도착했고 시리우스가 먼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고 이윽고 모두 동굴 속으로 들어오자 시리우스가 변신을 풀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해리!”

시리우스가 반갑게 소리치며 해리를 끌어안았다. 해리 역시 시리우스의 등에 팔을 두르며 마주 안았다. 6개월 만에 만난 대부는 탈주 생활이 고된지 여전히 야위어 있었지만 전보다 혈색도 좋고 밝아 보였다. 해리와 두 친구는 시리우스를 위해 가져온 음식을 하나둘씩 꺼내어 동굴 바닥에 늘어놓고 시리우스와 함께 빙 둘러 앉아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눴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 했는지 시리우스는 말을 하면서도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먹느라 정신없는 시리우스는 눈치채지 못 했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세 친구는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결국 해리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시리우스?”

“응? 왜 그러니, 해리?”

입안의 고기를 우물거리면서 다정스레 씨익 웃어주는 대부의 얼굴을 보자 해리는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다. 자꾸만 어젯밤 내내 들여다봤던 사진 속 그 남자의 얼굴과 시리우스의 얼굴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음, 대부의 가족 얘기를 해주세요.”

“내 가족 얘기? 갑자기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요. 그동안 너무 제 얘기만 한 것 같아서. 대부의 얘기도 들려주세요.”

“내 가족이라….”

시리우스는 씁쓸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시리우스에게 가족은 상자 속에 넣어두고 자물쇠를 걸어서 마음속 깊이 꽁꽁 숨겨둔 그런 것이었다. 꺼내서 보기엔 가슴 아프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그런 것. 마음속 깊이 숨겨둔 그것의 빗장을 열고 다시 들여다보려니 꽤나 마음이 아팠다. 이젠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우리 집, 그러니까 블랙 가문은 마법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순수혈통 가문이었지. 아마 론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너희들 설마 내가 블랙가 가계도를 술술 읊기를 바라진 않겠지? 사실 나는 내가 블랙가의 일원이란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단다. 그래서 집을 나왔지. 내가 16살 때 일이었단다.”

“집을 나왔다고요? 그 후엔 어떻게 지내신 거예요?”

“네 아빠 집으로 갔지, 해리! 방학 땐 네 아버지네 집에서 지내다가 성인이 됐을 때 독립했단다. 감사하게도 알파드 삼촌이 나에게 재산을 좀 물려주셨거든. 이 일로 나도 알파드 삼촌도 블랙가 가계도에서 잘리게 됐지만.”

“저, 다른 가족들은요? 형제라든지….”

“남동생이 하나 있었어. 레귤러스 블랙이라고, 나보다 한 살 어렸지.”

꿀꺽, 해리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드디어 기다리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좀 더 얘기해 주세요. 동생 분에 대해서.”

“그래요, 궁금해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리가 레귤러스의 이야기가 나오도록 유도했고,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레귤러스는….”

시리우스가 드물게 뜸을 들였다. 말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입안에서만 맴돌다가 목구멍을 막아버리는 것만 같았다. 바싹 마른 입안을 침으로 적시며 시리우스는 신중히 말을 골랐다.

“착한 녀석이었어.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 해서 인기도 많았지. 교수들이나 학생들에게 평판도 좋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었어. 나와는 달리 훌륭한 아들이었지. 블랙가에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그런 훌륭한….”

“저…, 그러면 동생 분은 지금…?”

“아, 동생은 죽었어.”

시리우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동생의 죽음을 말하는 시리우스의 얼굴은 담담해 보이기도 했고 어딘가 쓸쓸해 보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자조적으로도 보였다. 해리로서는 도무지 시리우스의 속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해리는 우선 안도했다. 다행히도 시리우스는 동생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 해리가 시리우스에게 직접 레귤러스 블랙의 사망 소식을 전하게 되는 최악의 사태만은 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졌다. 대부, 당신의 동생이 유령이 돼서 제 앞에 나타났어요? 동생 분이 자기 시신을 대부에게 전해달래요? 무슨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하지?

“해리?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하니? 내 동생이 죽었다고 해서 놀랐나 보구나. 사실 우리 가족은 나만 빼고 다 세상을 떠났단다. 해리, 너만이 내 유일한 가족이야.”

진심이었다. 시리우스의 마지막 말은 진심이었다. 단어 하나하나, 철자 하나하나에서 진심이 묻어나왔다. 해리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시리우스는 핏줄도 아닌 고작 대자인 자신을 이렇게나 사랑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시리우스가 동생을 사랑하지 않았을 리 없어. 대체 레귤러스 블랙의 죽음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거지? 두 형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해리는 사진 속 어린 레귤러스 블랙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밤중 자신에게 찾아왔던, 온몸이 젖어있던 레귤러스 블랙의 모습도 떠올렸다. 창백한 피부, 애처로운 얼굴, 외로운 눈, 꾹 다문 입술, 힘겹게 전한 마지막 부탁.

[내 시신을 시리우스 블랙에게 전해 줘.]

“…대부, 동생 분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실례가 안 된다면 듣고 싶어요.”

해리의 물음에 시리우스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까닭이었다. 해리가 레귤러스에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지? 시리우스는 진지해 보이는 해리의 모습에 사뭇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해리뿐만 아니라 론과 헤르미온느까지 드물게 진지한 얼굴로 시리우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음, 너희들이 내 가족관계에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레귤러스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니? 사실 나도 정확히는 알지 못 한단다. 솔직히 말하자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 레귤러스는 실종됐거든.”

실종. 그랬다, 레귤러스 블랙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됐다. 처음 레귤러스의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 시리우스는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레귤러스의 자취를 찾아 헤맸다. 그럴 리가 없다고, 레귤러스가 죽었을 리 없다고, 그렇게 믿고 한동안 영국 곳곳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레귤러스는 갑자기 증발해버린 것만 같았다. 감쪽같이, 아무도 모르게.

“실종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아마 죽었겠지…. 사실 난 단순한 실종은 아닐 거라 생각한단다. 어쩌면 살해당한 게 아닐까 싶어.”

“살해당했다고요? 누구한테요? 어떻게?”

“볼드모트.”

‘그 사람’의 이름을 내뱉는 시리우스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시리우스의 입에서 나온 상상도 못할 이름에 세 친구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동굴 속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 했다. 결국 먼저 말을 꺼낸 건 시리우스였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블랙 가가 어떤 마법사 가문이었는지부터 말하는 게 좋겠구나. 블랙 가는 극단적으로 순수혈통에 집착하는 가문이었어. 오랫동안 유지해온 순수혈통이 고귀하다 믿고 마법사의 순수혈통을 지키기 위해 머글 태생을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다른 순수혈통 마법사 가문들과 함께 볼드모트를 강력하게 지지했었단다. 나는 여기에 반발하고 집을 나왔지만 레귤러스는 그러지 않았지. 레귤러스가 정말로 볼드모트의 사상에 동의했었는지 아니면 그저 블랙 가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레귤러스는 데스 이터였어.”

“데스 이터라고요? 레귤러스 블랙이?”

“그래, 해리. 레귤러스는 데스 이터였어.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바로 데스 이터로 활동했지. 그리고 데스 이터가 된 그해 겨울에 바로 실종되었고.”

“하지만, 시리우스! 레귤러스 블랙은 볼드…, 그러니까 어둠의 마왕에게 살해당했다면서요? 레귤러스 블랙이 데스 이터라면 어째서 마왕이 그를 살해한 거죠?”

“나도 추측일 뿐이란다, 헤르미온느. 나도 볼드모트가 직접 레귤러스를 살해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다만, 내가 조사한 바로는 레귤러스의 죽기 전 마지막 행적이 볼드모트로부터 임무를 지시받은 것이었어. 그러니까 레귤러스는 볼드모트가 내린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가 실종된 거지. 정황상 볼드모트가 레귤러스의 죽음에 관여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판단하기엔….”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란다. 하지만 생각해보렴. 레귤러스의 실종 당시 오러국은 물론 마법부에서도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서 찾았지만 시신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증발해버린 거야, 레귤러스는! 오러국의 수사를 따돌리면서 한 마법사를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자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니?”

시리우스의 대답에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던 헤르미온느도 마침내 수긍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해리는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레귤러스 블랙이란 남자는 알면 알수록 해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가 데스이터라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했다니!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해리는 시리우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한 걸까? 그래서 원한이 남아서 아직 이 세상을 떠돌고 있는 거야?

그때, 생각에 잠겨있는 해리의 옆구리를 론이 팔꿈치로 찔렀다. 깜짝 놀란 해리가 론을 돌아보자 론이 해리의 귀에 “유령이 부탁한 거, 시리우스한테 말 해야지!”라고 속삭였다. 해리는 그제야 생각난 듯 론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리우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대부, 그러니까…. 동생 분 말이에요. 시신을 찾지 못 했다고 하셨는데…. 혹시 지금이라도 찾아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레귤러스의 시신을? 지금?”

해리의 질문에 시리우스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시리우스는 굉장히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신을 찾아서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요, 시리우스! 그게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은데….”

“저도 해리랑 헤르미온느 생각이랑 같아요. 돌아가신 분도 그걸 바랄 거 같은데.”

“글쎄다,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15년 전에도 못 찾은 시신을 이제 와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가뜩이나 단서 하나 없는데,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 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이 아니잖니?”

시리우스의 말에 세 친구는 우물쭈물하며 서로 눈치를 봤다. 세 사람은 레귤러스 블랙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밝혀도 되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 레귤러스 블랙의 유령이 자기 시신의 위치를 알려줬다고 말하면 시리우스가 믿어줄까? 그렇게 세 사람이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시리우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난 모르겠구나. 해리, 난 잘 모르겠어…. 내가 자기 시신을 찾아주길 레귤러스가 바랄까? 내가 그 아이 시신이라도 찾을 자격이 있는 걸까? 난 레귤러스를 다시 마주 볼 자신이 없어…. 레귤러스는 날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그 순간 해리는 보았다. 시리우스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해리는 지난밤 자신에게 찾아온 레귤러스 블랙의 젖은 눈동자를 보았다. 그리고 시리우스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사랑을 느꼈다. 시리우스는 아직까지 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귤러스 블랙 또한 죽어서도 형을 사랑했다. 근데 뭘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 거죠? 대체 왜 두려워하는 거예요?

“…하지만 레귤러스 블랙은 시리우스를 만나고 싶어 했어요.”

“뭐? 해리, 지금 무슨 소리를….”

“직접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전 그렇게 느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레귤러스 블랙이 왜 자기 시신을 시리우스에게 전해달라고 저에게 부탁했겠어요!”

해리의 외침에 시리우스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시리우스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해리를 보다가 이내 양손으로 해리의 어깨를 꽉 잡은 후 소리쳤다.

“해리!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서 나한테 전부 말해! 너한테 대체 무슨 일이…. 네가 어떻게 레귤러스를 알고 있지? 레귤러스가 너에게 부탁했다니! 말도 안 되는….”

순간 시리우스가 소리치던 걸 멈췄다. 이내 해리의 어깨를 잡은 손이 떨려오더니 시리우스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리우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 레귤러스를 만났니? 레귤러스가…, 살아있니?”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선 믿고 있었다. 어쩌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볼드모트로부터 블랙 가로부터 안전하게 도망쳐서 숨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레귤러스는 무사히 살아있고 단지 나한테 화가 나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15년 전 시신을 찾으면서도 내심 레귤러스의 시신이 나오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레귤러스의 시신이 발견된다면, 레귤러스가 죽은 게 확실해진다면 시리우스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 할 것 같았다. 레귤러스를 블랙가에 두고 나왔던 것이, 레귤러스가 데스 이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레귤러스에게서 돌아서 버렸던 것이, 그리고 ‘그날’ 레귤러스에게 말 한마디 못 하고 그렇게 보내버렸던 것이 레귤러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만 같아서 시리우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런데 레귤러스가 살아있다니…! 시리우스는 잠깐이지만 가슴 속에서 희망이 번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해리와 두 친구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시리우스의 가슴 속 희망은 이내 사그라졌다. 세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해리가 고개를 들고 시리우스와 눈을 마주한 채 말했다.

“대부, 레귤러스 블랙은 죽었어요. 그리고….”

해리는 점점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시리우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레귤러스 블랙의 유령이 저한테 찾아왔어요.”

 Past Scene 15.

창백한 얼굴 속에 움푹 파인 붉은 눈동자가 레귤러스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그 소름끼치는 붉은 시선을 받는 것이 자신만은 아니었지만 레귤러스는 볼드모트가 마치 자신의 깊은 속내까지 남김없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느꼈다. 레귤러스는 그가 두렵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에 소름이 끼치는 것까진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만히 서서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누가 말을 해 볼 테냐? 말포이? 스네이프?’

이름이 지목 당하자 루시우스 말포이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손으로 짚으며 애써 진정시켰다. 레귤러스는 가면 아래의 루시우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음을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어두운 홀에서 주인 앞에 무릎 꿇은 데스 이터들은 어느 누구도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 한 채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다. 침묵 속에서 마치 뱀 같은 혀가 다시 움직였다.

‘그래, 말포이가 말하는 게 좋겠군. 간접적으로나마 내 지시를 받은 건 루시우스 말포이, 바로 너니까. 자, 말해보아라.’

‘…경애하는 로드시여, 모든 게 제 불찰입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그만. 난 너에게 용서를 구하라는 게 아니다. 내 말은 변명이라도 해보라는 뜻이다. 어째서 내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 했으며, 수행원으로 보낸 데스 이터의 1/3이 죽었는지 말해보란 말이다!’

어둠의 마왕의 붉은 눈이 분노로 더욱 형형하게 빛났다. 주인의 분노에 반응하는지 볼드모트의 곁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내기니가 고개를 치켜들곤 위협적으로 쉭쉭-거렸다. 온몸을 관통하는 공포에 마왕의 발치에 무릎 꿇은 데스 이터들은 더욱 머리를 조아렸고 루시우스 말포이는 끝내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My Lord…! 전부 제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제게 로드의 지시를 전한 중간책이 첩자였거나…, 아니면 오러들이 중간에 문서를 가로채서 가짜 지시를 저에게…, 저는 그게 함정인 줄도 모르고…, 저희가 깨달았을 땐 이미 잠복한 오러들에게 둘러싸여서 도망치는 것 밖에는…, 저는 정말로 눈치채지 못 했…, 이런, 전부 제 불찰입니다. 두 번 다신 이런 일 없을 겁니다. 맹세합니다! My Lord, 제발 선처를….’

카악-, 내기니가 거대한 입을 찢어질 듯 벌리며 순식간에 기어 와서 루시우스의 바로 앞까지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그때, 볼드모트가 손을 들어 올려 흥분한 내기니를 다시 곁으로 불러들였다. 주인의 부름에 충실한 뱀은 이빨과 혀를 거두고 몸을 돌려 부드럽게 주인의 어깨를 감으며 올라갔다. 루시우스를 비롯한 데스 이터들은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 듯 참고 있던 숨을 격하게 몰아쉬었다.

‘네가 우리에게 입힌 피해가 이토록 큰데, 나보고 너의 실수를 눈 감아 달란 말이냐? 내가 그리 관대한 마법사라 생각하느냐? 당장이라도 너를 찢어발겨 다이애건 앨리 한복판에 던져놓고 싶구나…. 하지만 특별히 용서하도록 하지.’

‘My Lord, 자비로운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두 번 다신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평생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입에 발린 말은 필요 없다, 말포이. 네가 살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네가 아직 쓸모 있기 때문이다. 넌 나의 위대한 계획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부와 명성을 모두 가진 마법사니까. 하지만 루시우스…, 나는 결코 두 번은 용서하지 않는다. 이번과 같은 큰 실수를 또다시 저지른다면 그땐 네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젠 너 말고도 너를 대신할 마법사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그 순간 볼드모트의 붉은 눈이 레귤러스로 향했다. 레귤러스는 속으로 비웃음을 지었다. 그래, 어차피 나나 루시우스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용되는 소모품이지. 하지만 난 당신에게 버림받는 게 두렵지 않아. 진짜 두려운 건 그런 게 아니야.

‘…다들 돌아가라. 절대로 두 번 다신 용서하지 않겠다는 걸 명심해라.’

볼드모트의 명령에 홀에 있던 데스 이터들은 모두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걸어 나갔다. 레귤러스 역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던 차에 볼드모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블랙, 너에겐 지시 사항이 있으니 남아라.’

레귤러스는 볼드모트의 앞으로 걸어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무릎을 굽히곤 그의 지시를 기다렸다. 레귤러스의 눈앞에 핏기 없는 창백한 손이 반으로 두 번 접힌 종이를 내밀었다. 레귤러스는 종이를 받아서 들고 허락을 구한 뒤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종이엔 간단한 지시 사항과 장소가 적혀있었다. 레귤러스가 글귀를 다 읽었음을 확인하자 볼드모트는 지팡이를 휘둘러 순식간에 종이를 태웠다.

‘전부 외워뒀겠지? 넌 똑똑하니까, 블랙.’

‘완벽히 숙지했습니다, My Lord.’

‘맘에 드는 군. 넌 정말 쓸모가 많은 녀석이야. 이번 임무도 완벽히 해내리라 믿는다, 레귤러스 블랙.’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My Lord.’

볼드모트가 이제 가보라는 듯 손을 문 쪽으로 까딱거리자 레귤러스가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빠르게 걸어 나갔다. 레귤러스는 뒤돌아 걷는데도 볼드모트의 핏빛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꼈다. 분명히 그럴 리가 없는데도, 레귤러스는 볼드모트가 자신의 마음속 구석구석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고 느꼈다. 그건 매우 불쾌하고 끔찍한 기분이었다. 레귤러스는 찝찝한 기분을 안고 홀에서 벗어나 1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1층 벽난로 앞 소파에 루시우스가 얼굴을 양손에 묻고 몸을 수그리며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레귤러스는 루시우스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두렵나요? 그가 두려워요, 루시우스?’

갑자기 말을 걸어 놀랐는지 어깨를 움찔하던 루시우스가 손에서 얼굴을 떼고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건 대상이 레귤러스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두렵지. 너무 두려워.’

‘그럼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두려워하면서도 잘도 그의 옆에 있네요.’

‘내가 어떻게 도망칠 수 있겠어! 내가 도망치면 나는 어떻게든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포이 가는? 나시사는? 배 속의 아이는? 그는 내 모든 걸 앗아갈 거야. 레귤러스, 난 그가 너무 두려워.’

분노에 찬 목소리 속엔 두려움과 간절함이 잔뜩 배어있었다. 레귤러스는 루시우스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는 잃는 게 두려울 정도로 소중한 것이 곁에 남아있으니까.

‘난 그가 두렵지 않아요. 왜냐면….’

난 더 이상 잃을 게 없거든요.

 Present Scene 16.

“레귤러스 블랙의 유령이 저한테 찾아왔어요.”

그 순간 시리우스가 떠올린 건 자신의 기억 속 레귤러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레귤러스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얼굴을 했던 레귤러스. 말 한마디 걸지 못 하고 망설이던 사이 뛰쳐나갔던 레귤러스.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니….

“시리우스?”

자신을 부르는 해리의 목소리에 시리우스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해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시리우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해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겠니? 무엇이든 전부 다.”

“처음 시작은 호그와트 4학년 학기가 시작되기 전 8월이었어요. 갑자기 잠에서 깼는데 이상하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고,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발소리도 들었고요. 나중에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일어나보니 방 안엔 물에 찍힌 발자국이 가득했어요. 전 이때만 해도 유령일 거라곤 생각을 못 하고 침입자가 들어온 줄 알았어요.”

“어째서 유령이라고 생각한 거니? 해리, 네 말대로 침입자일 수도 있는데.”

“그러다가 위즐리가에서 함께 퀴디치 월드컵을 보러 가자는 초대를 받고 버로우로 갔어요. 근데 버로우에서도 또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전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침대 발치에 검은 머리의 남자가 서 있었어요. 온몸이 물에서 젖어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남자는 제 눈에만 보이고 론에게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해리는 제 방에서 같이 잤는데 저는 그 남자를 못 봤어요! 하지만 물에 젖은 발자국은 보였어요….”

“나중에 헤르미온느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유령에게 가위에 눌린 게 아니냐는 말을 듣고 그제야 그 남자가 유령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뭐? 가위가 뭐 어쨌다고? 그게 무슨 말이니, 해리?”

시리우스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묻자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시리우스, 가위에 눌린다는 건 수면 중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걸 말하는 거예요. 속설이긴 하지만 머글세계에선 유령이 가위를 건다는 말이 있어요.”

“그럼 레귤러스가 유령이 돼서 해리 너에게 마법을 걸었다는 거니? 대체 왜….”

“대부, 레귤러스 블랙은 저에게 부탁하고 싶었던 거예요. 호그와트로 떠나기 전 마지막 밤에 그가 또 제가 자고 있는 론의 방에 나타나서는 호그스미드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남겼어요. 그래서 저희는 첫 외출일에 그곳으로 가서 레귤러스 블랙을 만났어요. 이번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글을 써서 저희랑 대화했어요.”

“맞아요, 저도 해리랑 같이 있었어요. 너도 봤지, 헤르미온느?”

론의 물음에 헤르미온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유령이 어째서 레귤러스라고 생각했니? 그가 직접 말했니?”

“이니셜만 알려줬어요, R.A.B.라고…. 그래서 이니셜에 맞는 이름을 가진 마법사를 찾아보다가 레귤러스 블랙의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저한테 찾아왔던 유령은 레귤러스 블랙이 분명해요.”

“맙소사….”

시리우스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레귤러스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인데 유령이 됐다니….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레귤러스….

“해리…, 레귤러스가 다른 말은 안 했니? 혹시 날 원망하고 있다던가….”

“아니에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대부, 레귤러스 블랙이 대부를 원망하고 있다면 왜 자기 시신을 대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겠어요?”

해리가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 부정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해리의 말을 듣고도 자신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날 원망해서 그런 부탁을 했을지도 모르지…. 자기 시신을 보고 내가 죄책감을 느끼길 바라는 걸지도….”

“대부, 제발요…. 그런 생각 하지 말아요. 그는 대부를 원망하지 않아요. 오히려 무척 사랑하고 있다고요. 적어도 전 그렇게 느꼈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해리?”

시리우스의 물음에 해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는 생각에 잠긴 듯 입을 꾹 다물고 동굴 바닥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시리우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레귤러스의 시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려다오.”

 Past Scene 16.

레귤러스의 발밑에서 낡은 나무판자가 삐그덕거렸다. 볼드모트의 지시에 따라 도착한 곳은 다 무너져가는 낡은 판잣집이었다. 대체 왜 이곳을 수색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어둠의 마왕이 직접 내린 명령을 수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레귤러스는 낡은 판잣집을 꼼꼼히 수색해 나갔다.

순간 바스락거리며 종이가 무언가에 밟힌 듯한 소리가 들렸다. 레귤러스는 그대로 숨을 죽인 채 몸을 숙이고 살금살금 움직여 방문 옆 벽에 등을 대고 소리가 난 쪽을 힐끔 보았다. 아직 침입자가 시야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레귤러스는 지팡이를 고쳐 잡고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뒀다. 침입자는 어찌나 살금살금 움직이는지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곳 바닥에 종이를 비롯한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들리는 미세한 소리만 조용한 집 안에 퍼지고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삐걱거리는 나무판자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레귤러스는 방문 틈으로 지팡이를 조준한 채로 온 신경을 집중했다. 침입자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이윽고 침입자의 모습이 드러난 순간, 레귤러스는 김이 빠졌다. 침입자는 사람이 아니라 검은 개였다. 아마 길을 잃고 떠돌던 개가 추위를 피해 들어왔거나 혹은 원래부터 이곳에서 살던 개일지도 몰랐다. 레귤러스는 한껏 긴장하고 있던 어깨를 늘어뜨리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저 검은 개가 특별히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이곳을 수색하는데 방해가 될 건 분명해서 레귤러스는 어떻게 개를 밖으로 쫓아낼까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문틈으로 개를 찬찬히 훑어보던 중 레귤러스는 개의 입에 무언가 물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먹을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천으로 싸인 어떤 물건이었다. 검은 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거실 벽을 가득 차지한 거대한 액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앞발을 들어 액자 모서리 어느 부분을 누르자 놀랍게도 액자가 옆으로 밀리며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검은 개는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비밀 장소로 들어갔다. 이를 모두 지켜본 레귤러스는 직감했다. 저건 보통 개가 아니라 마법사가 변신한 애니마구스라고!

레귤러스가 기억하는 한 검은 개가 애니마구스인 마법사는 없었다. 마법부에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는 명백한 불법이었다. 어찌 됐든 레귤러스는 정체 모를 마법사를 처리해야 했다. 볼드모트가 수색을 명령한 장소에 나타난 수상한 마법사를 그냥 살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검은 개로 변한 마법사가 가져온 물건을 숨기고 있는지 벽 너머 비밀 공간에서 연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이라면 가까이 다가가도 눈치채지 못 할 것이다. 레귤러스는 기회를 엿보다 소리가 크게 들릴 때 재빨리 거실로 나와 커다란 소파 등받이 너머로 몸을 숨겼다. 비밀 공간에서 나오는 검은 개를 공격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레귤러스는 지팡이를 겨눈 채 검은 개가 밖으로 나오기 만을 기다렸다.

볼일을 다 끝낸 건지 검은 개가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레귤러스는 몸을 숙인 채 지팡이를 들지 않은 왼팔로 땅을 짚고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곧 검은 개가 거실로 나오자 레귤러스는 재빨리 튀어나와 지팡이를 휘둘렀다.

“시리우스!”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외침에 레귤러스는 주문을 외우려다 굳어버렸다. 뭐라고?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레귤러스가 뒤를 돌아보자 지금 막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온 제임스 포터의 모습이 보였다. 레귤러스는 반사적으로 그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제임스 포터 역시 마찬가지로 레귤러스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지만 연신 레귤러스의 뒤를 바라보며 경악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레귤러스는 떨리는 얼굴을 힘겹게 옆으로 돌려 검은 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잔뜩 굳은 검은 개와 레귤러스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그리고 레귤러스는 절망했다. 검은 개의 회색 눈동자는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눈동자였다.

레귤러스는 그대로 제임스 포터를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 201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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