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레플] 수요없는 공급
니어:레플리칸트, 카이니어 근미래AU 단문
2021년 10월 4일
비동의 관계 전제 주의
그리고 커플링 표기 저거 맞음. 카이네x니어 (여캐 물리적으로 왼쪽ㅇㅇ)
저항하지 않는 편이 빨리 끝난다…고 그만 생각해버렸다.
다음날 정신이 들어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은 더는 열다섯이 아니었고, 양자의 성별과 체격상 누가봐도 이쪽이 피해자로는 보일 것 같지 않았으며, 상대가 당장 휴가가 끝나면 또다시 회사에서 얼굴을 봐야하는 직장선배였다는 부분도 문제다.
어딜 어떻게 봐도 적당히 대주고 그 자리를 모면한 후 두번 다시 보지말고 혹시 또 귀찮게 하면 경찰에 신고해버리자는 방식이 통할 상황이 아니었다. —애초 현 직장이 경찰이다. 일이 많이 커진다— 그정도 판단도 안돌아갔다니 나도 좀 놀라긴 했나보다. 이 경우 머리라도 내려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게 원만한 마무리였던 것은?이라고 니어는 뒤늦게 후회했다.
“곤란한 포인트가 거기냐.”
“좋은 선배였는데.”
“죽은 사람 추억하듯이 말하지 말아라.”
“좋은 선배는 그때 죽은게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 백?”
“……놀랐다. 화가 나기는 했구나?”
그리모어 바이스-백의 서-란 이름의 도서형 유닛, 전 보호감찰 겸 현 가사관리 AI는 담담하게 전날 있었던 동의한 적 없는 성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니어를 뻔히 바라보았다. 사건의 기승전결을 말하는 태도가 너무나도 태연했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낄 가치도 없는 상대였다고만.
그런데 니어가 거기까지 방심하다니 좀 의외이긴 했다. 이제는 제법 태연한척 악취미한 농담거리 삼아 말하게 되었어도 열다섯의 나이에 동성 상대로 트라우마 생길 듯한 경험을 반복한 것이 상처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그는 건장한 청년이 된 지금도 동성상대의 신체접촉이나 단둘이 될 상황은 과잉하게 신경쓰는 편이다. 정확히는 미리 과잉하게 신경쓰지 않으면 인사사고가 된다. 사람은 죽이면 안돼.
이 야생의 꼬맹이를 사람꼴로 만드느라 내가 얼마나 입이 닳도록 잔소리를 해야했는지. 백은 갑자기 아련한 기분이 되어 속으로만 눈물지었다. 기껏 멀쩡한 사회인으로 만들어 놨다고 생각했는데 사회는 대체 뭐가 문젠가.
“그런데 네가 상대 집까지 따라가다니 드문 일이잖나.”
“그게, 여자선배여서.”
묘하게 애매한 말투였다..고 평소의 백이라면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새로이 주어진 정보값의 충격이 이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구세대 AI에게는 너무 커 백은 니어의 말투까지는 신경쓸 수가 없었다.
아니 뭐 여자라고 가해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삽입여부가 성행위를 정의하거나 적극적 동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뭐냐 아까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에서 이러저러한 별로 듣고싶지 않은 통증이니 출혈이니 후유증이니 하는 이야길 들은 것 같은데. 이런걸 당연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뭐냐, 남자인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잖아. 대체 어떤 여자가 180이 넘는 남자를 그 뭐시냐.. 거시기…
정작 폭탄을 던져놓은 당사자는 멍이 든 손목을 냉찜질하면서 조금도 큰 일이 아닌 얼굴로 큰일이네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세상엔 정말 특수한 성벽의 인간이 많군. 백은 거기서 더는 생각을 관두기로 했다. 니어의 인간불신의 대상에 여성이 추가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저 녀석은 이미 인명을 지나치게 경시하고 있다고.
첫인상은 저 여자 속옷만 입고 있어! 였다.
상대는 기억도 못할 어릴 때의 이야기다. 구체적으로는 열여섯 정도. 니어는 그때 대형사고를 좀 쳤고, 덕분에 감시 겸 보호자로서 백이 24시간 보호관찰의 담당자로서 붙게 되었던 무렵이었다. 그렇다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던 버릇을 내다버리진 못했었지만.
이전이 요나와 둘이서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면, 어찌어찌 조건부로 나마 사회안전망 안으로 들어온 다음의 니어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쓸모를 증명해야한다는 초조함이었다.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위험한 짓을 제법 했다. 죽을 뻔한 위기도 몇번 있었다.
그날도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쫓겨 달려들어간 뒷골목에서 당장이라도 호객이라도 할듯한 속옷만 입고있던 여자와 마주쳤다. 아까 전 어린애가 이런데서 뭐하냐고 싸늘하게 다그쳤던 사람이었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인적이 적은 곳으로 피한다는 것이 하필 왔던 길로 오고말았다고 낭패한 심정으로 있는데, 여자는 그대로 어디선가 무기를 꺼내, 나타난 ‘마물’을 태연하게 박살냈다. 왼팔과 왼다리가 기계로 되어있음을 그때 알아보았다. 참으로 비실용적인 천 한 장의 복장과 어디까지나 실전에서 다져진 폭력이란 그 이상할 정도의 갭이 인상깊었다. 어쨌든 생명의 은인이란 것도 있기도 하다.
그 속옷만 입고있던 여자는 몇년 후, 어째서인지 새 직장의 실습현장에서 마주쳤을 때도 여전히 속옷만 입고 있었다. 한참 자란 자신과 달리 그녀는 그때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선배한테 들리란 이야길 들었던거 같긴 한데. 좌표는 맞다. 내가 찾아가야하는 게 정말 이 사람인가 하고 앞에 선채로 얼어붙어있자 여자는 눈쌀을 찌푸렸다.
“거기서 장사방해하지 말고.”
멱살을 움켜쥐고 거의 입술이 닿을 듯이 얼굴이 가까워져 굳어버렸으나, 여자는 개의치않고 그대로 귓가에 속삭였다. “애송이 새꺄, 눈치가 안돌아가면 손님인 척이라도 하라고. 여기 짭새있습니다하고 광고할 일 있냐?”
아 그때도 잠입수사였던거구나하고. 무척 뒤늦게 깨달았다.
며칠 뒤에 이번엔 서에서 마주했다. 사복도 속옷보다 딱히 천면적이 많지는 않았다는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인데 니어->카이 전제로 카이니어 비동의면 이걸 대체 뭘 어떻게…싶어져서 쓰다 집어치움.
적당히 현대물…이라기보단 근미래물 정도는 되어야 백이고 에밀이고 대충 설명 가능해질 거 같으니 아무튼 사이버펑크적인 무언가 시대라고 치고 대충 날조하다 귀찮아져서 때려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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