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패] 에이전트 아냐, 미션 임파서블 3
스파이패밀리, 번외적인 단문
(3)
“스파이?”
하고 소녀가 물었다.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여자아이. 아마도 오스타니아의 비밀실험의 결과물.
웨스타니아 정보국의 에이전트 핸들러인 실비아 셔우드로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존재가 손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만나지 않은 듯이 무방비하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이미 소녀에게 자신의 정체가 알려졌다는 부분도 있지만…
그녀에게도 딸이 있다. 어린 여자아이를 위험 속에 두기엔, 그녀는 어머니였다.
위장은 철저할 수록 좋다.
작전이 하나 입안되었다. 오퍼레이션 올빼미. 이든 학부모 모임에의 접근을 목적으로 하는. 원래도 오스타니아 상류층의 이너서클에 대한 접근방안을 고심하던 중이던 건인만큼 새로 생긴 ‘에이전트’ 아냐를 돌파구로서 써보려는 것도 있긴 했고, 부수적으로는 이 어린 소녀를 부모가 있는 평범한 가정의 아이로 위장해두려는 목적도 있다. 출생부터 지금까지의 제대로된 이력이 존재하고 이든이란 검증의 수단도 통과한 다음이라면 더더욱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헌데 체포인가…….”
실비아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어제 저녁, 오스타니아에서 평범한 부부를 위장했던 NOC요원이 진행 중인 다른 작전에서 정체가 노출이 되어 오스타니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아이의 부모로 삼으려 고려했던 만큼 애초 그렇게까지 불법적인 작전에 관여할만한 핵심적인 이들은 아니었으니 아마… 결과는 단기간의 구금이나 추방에서 끝날 것이다. 오스타니아도 간신히 평화무드인 웨스탈리스와 이런 사소한 일로 긴장상태를 불러오고 싶진 않을 거고.
다만 입학시험이 두주 남은 시점에서 올빼미는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아직 아이를 붙여주기 전이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하는지 아닌지.’
그들 외의 다른 요원은 쓸 수 있는 이가 없다.
WISE 안에 6세 아동의 부모를 가장할 수 있을 연령대의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들 이런저런 불법적인 작전에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는 놈들 뿐이라.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 경솔히 노출시켜 괜찮을 인력이 아니다. 아냐가 아무리 영리한 아이라도 고작 6살에 불과하다. 잘못했다가는 아이를 경유해 WISE의 인력이나 정보망이 그대로 유출될 가능성도…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실비아의 손끝을 바라보며 나이든 요원은 헛기침과 함께 넌지시 말을 걸었다.
“‘예비’는 어떻습니까?”
“응?”
“대사관에 있잖습니까 몇 명.”
“정보국은 외무부의 해외파견에 관여하고 있지 않네. 예비 요원 따위는 없어.”
“아이고 ‘셔우드 서기관님’, 다 아는 처지에 이러지 맙시다. 뭐 ‘아직’ 정보국 소속이 아니긴 하죠. 이 경우는 그래서 더 낫지 않습니까. 알려진 건 없고, 알고있는 것도 없고. ……아이만 맡기죠.”
그 제안에, 시치미를 떼던 것도 관두고 실비아는 솔깃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오퍼레이션 올빼미의 진행은 어쩌고?”
“어차피 그거 본부나 진심일 뿐이지 그게 일이년 안에 그리 쉽게 되겠습니까. 관리관님도 그냥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로 밖엔 생각 안하고 계시잖아요? 어차피 접근에는 시간이 걸릴 테니 그때 가서 정 안되면 ‘부모’를 바꿔치기 해도 되는 거고. 그리고 공개된 정보수집 만이라면 외교관 쪽도 훈련들 되어있을 테니까요. 사교파티에서 그치들이 항상 하는게 그거 아닙니까.”
“음.”
“그리고 아이의 보호를 위해서도 차라리 그쪽이 나을지도 몰라요. 웨스탈리스 국적인 대사관 직원의 자녀라면 처음부터 웨스탈리스인인거니까. 커버로서는 완벽하죠.”
실비아는 한동안 더 고민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보고 고르라고 해야겠어. 면접을… 좀 봐야겠군.”
고작 그 나이에 혼자 몸으로 속해있던 조직을 탈출해 실비아에게까지 도달했다. 사람보는 눈만은 확실한 아이였다. 안전한 상대를 고르는 눈 만큼은 믿어도 될 것이다.
물론 실비아는 안전가옥을 나오기 전에 웨스탈리스 대사관에 정보국의 예비요원은 없으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이의 보호자를 맡기기 적당한 상대를 고르기 위헌 면접일 뿐이라고 정정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며칠 뒤 실비아가 돌아와 파일을 하나 던졌다. 애매한 얼굴이었다.
“마땅한 사람이 없었습니까? 저희 쪽에서도 후보 준비할까요? 나이는 좀 안맞긴 한데 저번에 배치된 신참 정도라면 아직 핵심 작전엔 안 엮였으니 이쪽으로 빼내도 될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니 골랐어. 순서로는 다섯 번째 정도였는데 단번에 선택하더군.”
“그런데 왜 그렇게 못마땅한 얼굴입니까.”
“독신이야. 나이도 6살짜리의 부친이기엔 좀 아슬아슬 해. 대충 혼전 관계에 의한 자식인 걸로 처리해두기로 했네. 출생신고나 이것저것 조작이 필요할테니 건네준 건 본국으로 전달해줘.”
“그건 또 무리수가 있는……. 어 이 친구군요. ‘돌아온 탕아’.”
“대사관 직원 개인정보는 대체 또 어디서 얻어낸 건가.”
“이쪽으로 넘어올 녀석이다 싶어서요. 저 나이에 위험한 짓에 손을 대는 녀석은, 결국 그런 경로로 가는 법이니까요.”
그 ‘이쪽’이 꼭 아군이라고는 할 수 없는 법이다. 멀쩡한 인생을 십수년 잘만 살아가다 어느날 변절하는 인간들을 한두번 본것도 아니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은, 어느날 다른 종류의 위험도 감수해버리기도 하는 터라서.
“글쎄, 다른 건 몰라도 딴 생각할 여력이 없어질 거란건 보장하지.”
6세 아동은 정말 에너지가 넘치거든. 이제는 고등부를 다닐 나이가 되어있을 고국의 딸을 떠올리며 실비아는 어딘가 회상만으로도 지친듯한 얼굴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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