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왔는데 내가 너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11회차, 나후 님

B에게 by H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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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차 주제 <수신 오류>


내 생각에

너는 왔는데 내가 너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어항을 보듯 자기 밖에 있는 그 수심을 살펴본다 수심 가득한 얼굴만이 되비쳐 나온다 저는 반전하거나 뒤엎은 모습이다 여기는 해역 구분이 불가능한 곳 그야 누군가의 사유지 생각하지 않고 물려받아낸 땅, 치를 떤다 수치심이다

나를 가두는 사람들이 미웠다 적어도 유리창에 빽빽하게 너의 이름이라도 적어주지 나는 살아있는데도 살아있지가 못해서 인간의 말이 귀에 남지 않는다 오래된 연인의 편지는 유리 앞에 쌓이는데도 너무 부얘서 받을 수가 없다 오래되었다 헤어진 지 좋아한 지도 오래되었다 작고한 지도 오래된 것 같다 그야 저것은 늘 조의라는 이름으로 왔다

차라리 이곳이 지옥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나는 먼저 도망친 죄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너는 먼저 도망친 나를 애석해한 죄로 평생을 내가 죽은 줄 안다 오작교는 이들의 무덤으로 하자 칠월 칠석이라는데, 사실 우리는 애틋한 사랑을 한 적이 없다 그저 조금 담백했고 언제나 너는 소금물로 헹군 목걸이를 걸고 다녔으며 게르마늄 따위가 진심으로 우리를 조금 덜 아프게 해주리라고 믿었다 누런 부적지들도 아마 너는 내가 갇힌 이곳을 본다면 부적을 다닥다닥 붙일 것이다, 손에 가짜 피가 묻어날 정도로 그러니 우리는 구질구질한 사랑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애초에 넌 그렇게 머리가 좋지도 않은데

오지 않는 나를 위해 슬퍼하며 돈을 부치지 않아도 되는데

네가 행복할 수 있다는 소리에 심청이라도 된 양 몸을 내던졌던 순간을 기억한다 너에게 얼마가 갔을까, 실로 얼마가 떨어졌을까, 그 얼마로도 나는 네 안에서 죽지 않는 걸까, 그것이 얼마나 갈까, 의심해도 소용없다 불길하게도 너는 나를 잊지 못한다

폐가 공기를 수신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지구에 산소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괴롭지만 너는 살아야지 발신 오류보다는 수신 오류인 편이 나만 괴로우므로 괜찮은 것이라고

접고 자자, 이제

모든 것은 반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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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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