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플랫폼(1) - 프로모션

간만의 글이다. 플랫폼 시스템에 관한 비판 글을 2만자 8만자씩 두 번 날려먹고 나니 일단 뭐라도 쓰고 보자는 심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가끔 급발진하듯 분노가 치솟는 모습이 보이면 다 그 때문이려니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사실 이 시리즈의 글은 뒷목을 잡게하는 내용들이 대다수기도 하다.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웹소설이 아니라 웹소설을 연재하는 통로, 플랫폼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웹소설계의 고질적 문제점이 플랫폼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통적 문제점을 기본으로 각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특징도 얘기해볼 생각이다. 

본격적인 비판에 앞서 먼저 플랫폼의 구조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가지는 독점적 지위는 이 기형적 구조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프로모션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기 위해 플랫폼에 접속했다. 이 첫단계에서부터 모두가 잊고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네이버 시리즈, 문피아, 톡소다, 브릿Gㅡ 어느 플랫폼이든 상관 없이 플랫폼에서 접속해서 눈안에 들어오는 화면 내 모든 작품들은 프로모션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단 하나, 베스트 랭킹만 빼고 말이다. 조아라는 사이트 특성 상 약간 논외인 구석이 있으니 일단 이 경우에선 제외한다.

이 명제를 두고 엥? 진짜? 싶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모든 유료 플랫폼은 자사의 작품을 팔기 위해 UI를 디자인한다. 수익을 추구하는 회사들이니 그런 선택을 하는 것 자체는 물론 이상할 것은 없다. 

유일하게 조아라가 이 케이스에서 예외인데 이 플랫폼은 옛날 옛적 하이텔 시대를 지나고 나서부터 모든 작가들의 프로 등용문 목적의 아마추어 사이트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무료 연재작들 또한 화면 프로모션이 현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건 문피아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실 분 있지만 글쎄... 조아라와 문피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추어 작가를 대하는 태도다. 조아라는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가 연재하고 베스트로 올리는데에 있어 시스템 상의 차별이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연독률, 선작, 추천 등이 베스트 랭킹에 영향을 준다는 거야 워낙 널리 알려져있는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문피아는 7500자 이상을 써야 일반 연재로 넘어가 베스트 랭킹을 경쟁할 수 있고(기성 작가는 작가 연재란이라고 아예 따로 연재란을 준다.), 또 일반 연재에서도 3000자 이상을 써야 신작이 올라왔다는 N 표시가 뜨는 등 사소하지만 모르면 베스트에 노출되기 힘든 요인이 있다. 

어쨌든 다시 UI 디자인으로 돌아와서, 화면에 노출되는 모든 작품들이 프로모션이라는 게 영 실감이 안 날 것이다. 매일 이렇게나 많은 작품들이 업데이트 되는데 이게 다 광고라고? 싶겠지만... 웹소설을 발행할 때 출판사는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우리 이런이런 책을 발행했습니다~ 하고 신고 하고 ISBN 넘버를 받아야 한다. 현재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가입 가능한 건 출판사 뿐이기에 ISBN 넘버 하루 신청 건수가 정확히 몇인지는 일반에게 공개되어있지는 않다. 

하지만 어림잡아서,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해보는 방법이 있다. 새로 발행되는 웹소설(기존 연재중인 작품들도 포함해서)은 한 장르 섹션 안에서도 백 건을 가뿐히 넘는다. 이걸 장르를 다 합쳐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약 5백은 넘는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열 때마다 플랫폼에서 프로모션으로 노출하는 작품은 수를 꼽을 수 있지 않은가. 

여기서 좀 더 자세하게 프로모션의 종류들을 살펴보자. 앱 접속시 팝엄 배너 가장 상단에 위치한 배너, 플랫폼마다 이름은 적당히 다르지만 오늘의 추천작 섹션, 무슨무슨 테마 베스트셀러 섹션, 모 작가 기획전, 24시간 마다 1편씩 무료인 프로모션 섹션, 몇 권 정도의 분량을(웹소설은 보통 25화 정도면 책 1권 분량이다.) 기간 한정 무료로 푸는 프로모션 섹션, 플랫폼 독점 연재물 프로모션 섹션, 완결 기념 프로모션 섹션, 몇 편 이상 보면 약간 페이백 해주는 이벤트 프로모션 섹션 및 기타 등등. 

얼핏 나열하면 굉장히 많아 보여도 기간을 넉넉히 잡고 들여다보면 이런 프로모션들에 노출되는 작품들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1. 이미 기존에 잘 팔린 베스트셀러는 완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프로모션에 노출된다.

2. 공공연한 비밀이나 특정 플랫폼이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출판사의 작품이 프로모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3. 기성 작가보다는 신인 작가일수록, 작품이 시험적일수록 조기에 프로모션에 노출될 확률은 낮아진다.

4. 프로모션 심사 기준은 작가도 출판사도 잘 모른다.

그럼 이게 왜 문제인지 따져보자.

먼저, 기존에 잘 팔린 베스트셀러 작품들을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주는 이유는 그 작품들의 상업성이 이미 보장되어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선투자 했다가 손해보기 싫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섹션을 기성 작가의 히트작만으로 채우는 주제에 이것도 프로모션이라고 수수료를 높게 받는 거 자첸 말장난에 불과하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프로모션이 있을 때 작품의 판매량은 뛴다. 작가에게 좋은 일이다. 기업에게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모션 걸 때마다 평소보다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서 작품 수익의 거의 반을 떼먹는 주제에 팝업 배너는 그렇다 쳐도 디자인 공간의 제한도 없는 섹션 안에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재밌는, 빛을 못 본 작품을 껴넣는 정도의 수고라도 들이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런 거 없다. 수수료를 더 뜯어먹으면 뜯어먹지.

게다가 일단 판매량이 뛰기 때문에 플랫폼은 출판사와 작가에게 '수수료 더 내세요. 팔기 싫어? 박리다매 알잖아. 플랫폼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셔야죠.' 같이 양아치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프로모션에서 플랫폼은 별다른 수고를 안 들이는 주제에(그렇지 않은가. 지들이 프로모션에 걸 그림을 직접 구하는 것도 아니다. 출판사가 다 구하는 거다. 한번 만든 UI 디자인에서 사진만 넣고 빼는 것처럼 유입 통로와 이미지 파일을 교체하는 거다.) 기본적으로 30%, 프로모션의 경우 최대 45% 수수료를 떼먹는다. 아 물론 플랫폼마다 이 수수료율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알다시피, 정말 약간이다. 구글인앱 결제 수수료율이 30%인 건 너무 고율이라고 비명 지르면서 말이다. 매우 험한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잠깐 여기서 숫자를 넣어서 구체적으로 계산을 해보자. 플랫폼이 수수료를 떼고, 출판사가 한번 더 뗀다. 아까도 말했듯 프로모션을 건 작품들은 수수료가 더 떼이니 평균 40%로 잡고, 작가와 출판사의 정산 비율을 6:4로 계약했다고 가정해보겠다. 

프로모션을 통해 총 1000만원의 작품 수익이 생겼다. 이 1000만원의 수익 중에 플랫폼이 40%를 떼간다. 600만원의 수익이 남았다. 이 중 출판사가 240만원, 작가가 360만원을 받아갔다. 결론적으로 작가에게 쥐어진 돈은 고작 360만원, 이런저런 수수료로 630만원이 날아갔다. 이게 말이 된다고 보는가? 그나마 수익 천만원은 잘 된 얘기고 수익이 100만원이 나면 작가는 36만원, 10만원이 나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돈이 3만 6천원인 거다. 

0을 붙이고 떼니까 이 비율이 얼마나 자비 없는지 슬슬 감이 올 거다. 만약 당신이 기존 인세를 받을 작품이 없는 신인 작가고 다른 돈벌이가 없는데 프로모션 수수료 떼고 나니 들어온 돈이 36만원이다? 기절하고 싶을 거다. 100만원이 쉬워 보이는가? 작품 한 편 가격이 100원이다. 100만원어치가 팔리려면 1만편이 팔려야 하는 거다. 아 물론 대형 플랫폼의 대배너 프로모션이 고작 1만편 팔리면 그 자체가 좀 문제긴 한데 이게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고 간혹 발생한다. 게다가 플랫폼과 출판사에서 정산해서 주는 돈이 작가에게 들어가기까지 약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는데 열심히 일해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수수료가 반 넘게 나간 채 들어왔다. 당장의 생계가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 거다.

이 와중에 자회사의 작품이 더 푸쉬되니 작가는 판매량을 염두에 둔다면 수수료가 높은 것도 높은 것이지만 일단은 자회사와 계약하길 바랄 거다. 기껏 노동력을 들여 만든 작품이 런칭할 때 프로모션을 빵빵하게 받지 못하면 런칭했는지도 모르고 어둠에 묻혀서 총 정산금이 만원이 안 되는 꼴이 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생계 위협이 코 앞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해서 유명해진 게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선 연담 출판사다. 아주 오래된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다른 모든 플랫폼을 합쳐도 지분율을 이기지 못하는 거대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유난히 이 부분에서 따라올 이가 없다. 연담, 삼양씨앤씨, 다온크리에이티브, 알에스미디어 모두 카카오페이지의 자회사다. 이 회사들의 프로모션이 얼마나 자주 걸리는지는 한 일주일 정도만 잡고 발행 정보 확인해서 체크하면 허탈할 지경이다. 장르 대배너에 하루 3개 정도의 프로모션이 걸리는데 그 셋 중 최소 하나는 저 자회사들이다. 관계사까지 포함하면 헛웃음이 나올 거다. 자회사 말고도 프로모션에 잘 올라가는 관계사는 디앤씨 미디어, 대원씨아이, 학산 정도일까. 

모회사가 자회사 우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겠지만 아니 그럴 거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체 왜 있겠는가? 한국 대기업들의 돈 놓고 돈 먹기 위해 책임 지기 싫을 수록 신나는 외주 돌리기 해대는 한국 사회라 해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지 말자. 이건 애초에 자유시장주의 논리조차도 아니다. 물론 이걸 카카오페이지만 하는 건 또 아니고 네이버 시리즈와 리디북스에도 자회사는 있다. 개중에서도 유난히 카카오페이지가 자회사 푸쉬를 많이 한다는 거다. 대충 2~3배 정도? 이게 문제란 거다. 

카카오페이지는 아직 상장을 안 했으니 당장 법에 저촉되는 건 아닌데 지금 이런 식의 운영을 하는 건 일단 상장 전에 최대한 몸을 불려놓고 이 업계를 독과점하겠다는 움직임으로밖엔 안 보인다. M&A를 통해 타 출판사도 야금야금 먹고 있지만 일단은 대외비로 하고 있지 않은가. 

자회사와 모회사가 이렇게 끈끈하게 연관되어있고, 작가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 선택할 때 염두에 두고 있으며, 당장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게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잘 따져보면 작가는 플랫폼에 두 번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거다. 절대 그 수수료에 걸맞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 플랫폼에게 아주 터무니 없는 고율의 수수료를 말이다.

플랫폼의 자회사들이 프로모션에 있어서 유리한 게 공공연한 비밀이면 최소한 이게 이중구조에서 발생한 이득이니 자회사의 정산 비율을 아주 훨씬 더 바닥까지 낮춰야 하지 않은가? 지금 이 구조로 이득을 보는 건 플랫폼 뿐이다. 작가 관리를 대충하고 편집을 대충해도 플랫폼에게 찍힐까봐 작가는 정당한 항의마저 할 수도 없고 플랫폼은 다른 출판사의 작품을 프로모션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 작품의 질이 어떻든 마케팅 비용을 붓는 만큼 일단 더 팔리는 법이니 말이다. 정말로 모두에게 공평한 기준을 두고 심사를 할 게 아니라면 자회사와 계약할 때 작가가 훨씬 더 고율의 정산 비율을 가져야 프로모션을 감안한 고율의 수수료 책정에도 생계 걱정은 안 할 거 아닌가. 아예 플랫폼과 작가의 직접계약을 강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회사들에게 출판사로써의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보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프로모션을 따내는 능력이라면 애초 그건 불공정한 경쟁선이라 생긴 일방적인 갑의 지위로 인한 이득일 뿐이고... 이미 그 프로모션을 명목으로 고율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입장에선 본질적으로 자신의 손해를 감안하고 고액의 홍보비를 들이는데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플랫폼 자회사 중에 프로모션 말고 편집이나 작가 관리에 있어서 뛰어난 곳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게 가장 불만이다. 간혹 뛰어난 편집자가 없는 건 아니나 어떤 출판사의 경우엔 오타가 정말 매번 똑같은 곳에 나는 작품도 있다. 작가가 잘 몰라서 오타 내는 거야 그럴 수 있다. 그런 오타를 잡는 게 출판사 편집부의 일이 아닌가? 출판사가 작가에게서 원고 받아서 업로드만 할 거면 그게 출판사인가? 

그렇다보니 아예 매니지먼트만 하는 회사나 출판사가 아니라 웹툰 위주의 스튜디오가 소설 작품을 계약해 푸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에게 출판사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냐는 의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다. 어쨌거나 소비자는 같은 가격에 작품을 사는데 작품의 질에 대해서는 그렇다 쳐도 작가는 과연 그런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했을 때 정산 비율이 출판사에 비해 월등히 높지 않다면 대체 뭘 위한 정산 비율일까?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계약서 정산 비율이 낮다면 그 쪽이 좀 더 받는다고 말이라도 돌 텐데 애석하게도 아직 들은 바가 없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말을 늘어놓다보니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여기서 잠시 끊고, 2편에서는 이중구조나 플랫폼의 역할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지면과 마음의 여유가 허락한다면 둘 다 다루고 아니면 하나씩 다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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