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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시드/시드팀] 거짓된 구원

사이퍼즈 팬픽 / 공미포 1,494

내 주위를 맴도는 모든 것들이, 사람들과 기억들이, 전부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걸음을 떼는 곳마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모든 것이 타오른다. 활활,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불길이 손을, 온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안돼!”

소리를 지르며 내 주위의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불은 하늘마저 덮칠 것 같은 기세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위가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불길이 닿는 곳에 뜨거움을 넘어서 타들어 가는 고통에 너는 몸부림치며 울고 있었다. 점점 죽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살려줘, 티모시….”

너를 발견하고 곧장 너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타들어 가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는 네 목소리는 타오르는 불길과 반대로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나로 인해 너는 죽어갔다. 거세져 가는 불길을 꺼보려고 해도 여전히 불은 타오르기 시작했다. 너를 끌어안으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헉, 헉….”

모든 게 꿈이다. 손끝에 푸른 빛으로 일렁이던 불꽃도, 불꽃에 집어 삼켜져 타들어 가는 네 모습도, 전부 허상이었다. 꿈이다. 잠깐 잊을 만하면 그날의 악몽이 시작된다. 평화로운 일상이 불길에 집어 삼켜져 타들어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네가 생각났다. 내 이름을 부르며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파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전히 그 목소리는 잊히지 않았다.

“전부, 꿈이야….”

손을 뻗어 이마를 만져보았다. 식은땀에 젖어 형편없었다. 죄책감에 기반을 둔 그날의 기억은 같은 죄를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복습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도망치던 날, 마지막으로 너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너는 분명 살아있었다. 이 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악몽을 꾼 탓일까, 어지러운 감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네 목소리를, 네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드니….”

네 이름을 중얼거렸다. 다정한 미소가 떠오를 때마다 내가 저지른 죄도 함께 떠오른다. 이건 나의 욕심이다. 순전히 본인의 욕심인데도, 그런데도 네가 보고 싶었다. 웃는 모습이 다정하고 예뻤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확실히 예뻤다.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길 원했다. 나를 잊더라도, 과거의 나를 모르더라도 지금의 나만 기억될 수 있다면. 아니, 어떠한 상황이라도 좋으니 네가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바램이고 어찌 보면 욕심이었다.


“난, 분명히 선택받았는데….”

그날의 악몽이 반복되었다. 나를 쫓아오던 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갖고 있던 능력을 끌어내었고, 내가 만들어버린 불길에 네가 휩싸였다. 그날처럼, 내가 꾼 악몽처럼, 불길 속에 너는 타들어 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타들어 가고 있는 너를 끌어안았다. 살리고 싶었다. 내가 죽어도 좋으니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숨이 곧 끊어질 것 같은 네 목소리가 다시 내 귓가를, 내 머릿속을 헤집어놓기 시작한다.

“팀, 나는, 구원받았는데, 기도했는데…. 어째서?”

네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내 탓이다. 나 때문에 네가 죽어갔다. 내가 너를 죽이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가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너로 인해 구원받았는데, 나는 너에게 구원이 아닌 죽음을 건네주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타오를 것 같은 불꽃은 서서히 잠잠해져 갔다. 불길이 사그라들수록 네 목소리도 점차 사그라들어갔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내뱉던 가쁜 숨소리도 서서히 조용해져 갔다. 나는 너를 두 번이나 죽인 사람이었다.

“시드니, 안돼….”

간절히 기도하면 누군가가 들어줄 것이라고, 간절히 원하면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누가 그랬었다. 그 말을 새겨 들으며 하루를 살아갔고, 한때는 그게 옳은 말이라 생각했다. 네가 그들에게 기도하듯, 나 역시 내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네가 예전처럼 미소지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나를 완전히 잊더라도 괜찮았다. 단지 그뿐이었다.

불행히도 그것이 거짓된 구원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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