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에게

편지 커미션 / C 타입 / 이니셜 치환

포말 by 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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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님 커미션입니다.


언제나 열심히 달려온 당신에게.

안녕, S.

항상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네게 이렇게 편지로 처음 인사하게 될 줄은 몰랐어. 꼭 먼저 인사해야지, 해야지 식은 다짐만 삼켜내다가 펜을 쥐어본다.

그거 아니? 무언가에 집중할 때의 넌 반짝반짝 빛난다는 걸.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네 주변으로 수많은 별 무리가 지나가는 것처럼 영롱한 빛을 내곤 했어. 아마 그게 내 시선을 잡아끌었는지도 모르지.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좋았던 일에 편지를 꺼내 든 것은 최근 네가 무척 기운 없어 보였기 때문이야. 혹시 힘든 일이 있는 걸까, 아니면 지친 걸까. 혼자 고민해봐야 너의 마음을 내가 모두 헤아릴 수 없겠지만, 이렇게 네게 쓴 편지가 닿아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릴 수 있으면 좋겠다.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1년이라는 시간은 어찌나 순식간에 지나가는지 모르겠어, 세웠던 계획을 이룬 것도 있겠지만, 보통 못 이룬 게 더 많을 거야. 내가 어제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잊고 사는데 어떻게 1년 전의 다짐을 모두 기억하겠어. 그렇지?

문득 새해, 생일, 크리스마스 같은 거창했던 날들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되어 가. 그저 365일 중 하루에 불과하거든. 다만, 매일 똑같은 일상의 단조로움 속에 그런 변주라도 있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워 특별한 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거겠지.

그치만 S,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너의 모든 날이 특별한 하루야. 아침에 눈을 뜨고 할 일을 마치고 맛있는 밥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그 모든 게 내일이면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특별한 일들이야.

새해의 설렘도 좋지만, 매일의 특별함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보다 충만하고 눈부신 날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아. 재미있는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도 그건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거든. 너 자신에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한 게 되는 거야.

지금 내가 네게 이렇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특별하듯이 이 편지를 읽는 너의 시간이 특별하길 바라.

요즘 하루하루 삶이 버거워 보이는 너를 보며 문득 내가 좋아하던 시가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천천히 해.

살짝 스치고 넘어가는 게 전부가 아니란다.

네 손가락이 한 단어에 속삭일 때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야.

천천히 해 쿠엔틴.

그리고 네가 보고 있는 것을 조금만 더 오래 붙잡고 있어봐.

난 이미 널 보고 있잖니.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의 매일은 이미 눈부시도록 빛나고 있어.

네가 힘에 부칠 때, 언제든 이 편지를 종종 꺼내 읽고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랄게.

언제나 너의 편인 익명의 팬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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