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그 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며 단속 소리에 경찰들도 사창가를 들락거리지 않느냐던가 소리를 투덜거리며 하고 벚꽃이 유난히 예쁘게 휘날리던 날이었으며 포주가 체포된 날이었다. 죄목은 아동 성 착취와 살인, 납치 강제 노동 기타 등등 외기도 힘든 말들이 나열이 되었다. 얇은 옷 입은 영원의 몸 위로 따스한 햇살이 덮였다.
그는 이 사건의 피해자로서 조사를 받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출생신고가 안 되어 있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인가 당황스러웠다.
사창가에서 피임 실패로 아기가 생기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는 지우거나 낳아서 보육원에 버리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지만 영원의 경우는 돈이 당시 매우 궁하던 포주가 소아성애자까지 고객으로 끌어모으자는 발상을 하여 인생의 전부를 매춘부로서 살게 된 것이었다. 젖병이 아니라 망할놈의 좆을 빨아야하던 아기는 나이도 모른 채 성장하여 자신의 몫의 삶을 송두리채 빼앗기었다는 것을 구조가 되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매춘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그대로 마주한 날이었다. 다들 멋대로 무언갈 말하고 이유 없이 혼자 실망하고 알콜솜으로 영원의 팔을 닦아내고 주삿바늘을 멋대로 쑤셔넣었다. 동의도 구하지 않고 피에 페티시즘을 느끼던 유년기의 단골이 그의 몸을 누르는 간호사와 겹쳐져 그는 처음을 잃은 날처럼 눈물이 트였다.
4월 9일 구조된 날, 그에게 그럭저럭 아픈 날이었다. 수액이 툭툭 떨어졌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이 일어났다. 벚꽃이 아름답게 날리던 그 다음 날에는 비가 와서 꽃잎이 다 사라지고 없었다.
영원은 그 날이 자신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 영원히 남을 것임을 알았다. 그가 주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자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던 사탕이 쥐여졌다.
“영원 양?”
“저, 진료비는….”
입을 천천히 떼었다. 포주들은 매춘부에게 빚을 만들어두었다. 영원에게는 기저귀, 분유 값— 그동안 양육해준 비용 다 내놓으라는 말이었다. 그가 체포되어 빚이 사라진대도 그는 여전히 가난하였다. 매춘부 일에서 강제로 벗어나게 해준 이들에 의해 또 빚이 생기고 글 읽는 교육도 받지 못하여 혼자 깨우쳐야 했던 그는 자신이 다리 벌리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다시 매춘을 해야할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삶은 언제나 나쁜 쪽으로 향하였다. 그 때문에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계산하는 버릇이었다.
병원 사람들은 영원을 미성년으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 이름 끝에 —씨가 아닌 —양이 붙는 것만 보아도 그러하였다. 병원비는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뚱뚱한 남의사가 그의 머리를 헝클여트렸다. 4월 9일은 5월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치료를 받으며 그 날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얼마 뒤에 외출 허가가 나왔다. 그런데 갈 곳이 없었다. 그는 사촌의 집 앞에서 마냥 기다렸다. 오늘이 무슨 날이야?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날, 나는 병원 환자고 출생신고를 이제 슬슬 해야하고 생일을 정해야 하는 날. 생일은 사촌과 농담을 하다가 눕히면 무한대가 되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8월 8일로 정하였다. 해는 2003년.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게 후보 중 가장 빨랐고 며칠 전에 본 양이 나오는 그림책이 재미있었으니깐. 그렇게 좋아하는 거 멋져보이는 거 채워서 만든 아무것도 아닌 날, 이제부터는 생일인 날 2003년 8월 8일. 그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4월 9일로 해야지.”
“왜?”
“구조 된 날이잖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아무것도 아닌 날이 이렇게나 남아있었다. 몸이 어느정도 회복이 되고 있는지도 몰랐던 병들이 나아지자 그는 37동 해바라기 여성보호소로 옮겨졌다. 그 날도 그 아무것도 아닌 날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창가에서 있던 사람들은 전부 흩어져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되었고 영원도 다른 이에게 그런 아무 것도 아닌 것 중에 하나일 것이다. 20살이라는 시간은 작은 봉투 안에 전부 담기고도 남았다. 진짜 나이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4월 9일은 계속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밤, 풀벌레 울던 여름에 멈추었다.
그제서야, 정 씨가 찾아온 것을 보고서야 그 날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사랑하던, 언제나 그리워하던 사람과 강제로 헤어진 날이었음을.
6월, 지긋한 4월 9일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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