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이후

Espre5S0 by 이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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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아동 성 착취, 폭력


그는 자신의 불행을 알지 못하였다. 무지 하였기에 아프지도 않았다. 그는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몰랐기에 배가 고프다는 느낌도 서술할 줄 몰랐다.

서영원, 아마도 5살- 또는 6살. 8살이나 4살일수도 있다. 생일은 모르지만 직업은 확실하게 안다.

영차, 하고 다시 일어선다. 입고있는 홀복의 끈을 다시 올린다. 그러자 다시 뺨을, 그 다음에 주먹이 날아오고 남자가 배를 차자 맥없이 넘어졌다.

남자는 별별 욕을 다 한다. 뭐든 년이 안 붙는것이 없다. 씨발년, 개 같은 년, 좆 같은 년….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돌고 돌아서 몸 파는 년이다.

그래, 업소에서 쓰는 나이는 6살. 직업은 창녀.

이제 폭행도 익숙이었다. 맞는 거 따위 아프지도 않았다. 그는 중년의 남자 뒤의 여성을 응시했다. 산산히 부서진 여자아이의 눈동자는 녹은 초콜릿 웅덩이처럼 그들을 거울처럼 검고 선명하게 비추었다.

포주가 말하길 처음부터 구멍에 좆박게 시키는 것이 아닌 육아 스트레스 풀라고 패는 것으로 일을 시켰다고 한다. 이가 나지 않았으니 최소한 이 부러질 걱정은 없다면서. 목이 망가진건지 아니면 뇌가 망가진건지 울지 못하게 되자 펠라치오를 하게 시켰다고 한다. 역시 기억은 안난다. 그마저도 좀 지나니 기저귀를 벗기고 다리를 벌리게 했다. 아니지, 그 때에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 강제로 벌렸다- 가 맞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상관없다. 그는 탯줄이 잘리기 전부터 창녀였다.

영원은 어두운 방에서 영혼을 잃었다. 몸과 분리 해놓고 있자면 그나마 일이 덜 힘들었다. 몸에 듬뿍 발린 베이비 로션은 냄새만이 좋았다.

그후 이틀 동안은 비가 왔다.

***

계절이 여러번 바뀌었다. 그는 그런지도 몰랐다. 그에게는 사창가 유리벽과 빨간 커텐, 그리고 몸 파는 자그마한 방이 아는 세상의 전부였다. 나무가 없었다.

영원아.

“네…?”

정액을 삼키면서 대답했다. 맛이 참 싫었다. 그러나 이 맛에는 생선 비린내보다도 익숙이었다.

이 지역 경찰서에서 일을 하는 김 경관님이 무게를 잡으며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무언가 잘못을 한 걸까, 벌 받는 것을 상상하니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벌이 아니었다. 그는 명함을 하나 꺼내었다.

“이거, 내 전화번혼데. 영원이, 숫자랑 글 읽을 줄 알아?”

“조금요….”

“그러면 됐다. 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도와줄테니깐.”

그는 영원의 손바닥 위에 명함을 올려두고 나갔다.

오늘 일이 끝난 후 자기 전에 양치를 하다가 그것이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언니, 나 100원 빌려줄 수 있어요?”

“왜?”

“통화하려고요.”

“아, 어…. 가져 그냥.”

여자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뒤져 영원에게 쥐여주었다. 그는 그 길로 공중전화로 향하였다.

사창가에서 나이로 막내, 유치원에 다닐 나이인 영원에게 부스는 너무 높았다. 원체 동년배에 비하야 많이 작은 그라서 소주 병을 담는 곽을 계단처럼 만들어 쌓고서야 전화기에 겨우 손이 닿았다.

“공일공- 일칠팔육— 둘, 하나, 팔 오.”

그는 숫자를 외며 번호를 눌렀다. 바로 다음 날 낮에 전화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을 알지 못하는 그였다. 그리고 그게 주말이고, 상대가 가족과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으면 더더욱.

“아빠…!”

그렇게 부르게 시켰다. 그래서 그렇게 부른건데, ⋯운이 안 좋았던 것일는지도 모른다. 분명 그런 것이다. 아빠가 도와주겠다고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을 것이다. 거짓이라도 진실이었다고 믿기로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이 너무 불쌍하니깐.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는 자신이 사창가에 들낙거린다는 것을 장모님 생신날에 들키었다. 그렇게 영원은 그에게도 맞았고 그를 끌고 추궁하러 온 마누라에게도 맞았다.

“그 날부터 오른쪽 귀가 잘 안들렸어요. 그 아저씨, 왼손잡이였거든요.”

“뭐?”

정 씨의 눈이 커지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심각한 이야기를 이상한 것이 아닌 어릴적에 동네에 멋부리던 오빠가 키쓰고 소금 얻으러 왔다는 그런 웃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말을 하였다.

“그런데 병원에서 검사 받으니 장애까지는 아니래요. 좋은건지 나쁜건지.”

정 씨의 얼굴을 살피더니 금세 웃음기가 사라지고 자신이 혹여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일까 눈치를 보았다. 정 씨는 눈을 내리 깔았다. 비극이후는 자신의 불행을 알지 못하였다. 무지 하였기에 아프지도 않았다. 그는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몰랐기에 배가 고프다는 느낌도 서술할 줄 몰랐다. 그렇게 살아왔다. 영원의 시선도 아래를 향한다. 가만히 눈치를 본다.

“응, 그냥… 그랬다고요.”

정 씨는 영원을 감싸 안았다. 비극 이후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의 기준에서는 계속 되고 있었다. 그가 진짜 널 아버지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정액을 삼키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었을 적이라고 그리 미소로 말을 하는데 뭐라 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그는 자신의 비극을 비극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하였다. 하나의 헤프닝— 웃긴 이야기로 삼키었다.

“아프진 않았어?”

“제 맷집을 어떻게 보시는 건가요?

“그거 좋아봐야 좋은 거 없어.”

“…그래도요. 제 어린 시절도 나름 괜찮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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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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