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제드론다
자신의 느리고도 나른한 하루들은 대다수 평탄하게 흘러가지만, 오늘은 생일이니까. 그 느릿하고 나른한 하루에 조금 더 자잘한 일들을 덧붙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요리 메뉴가 바뀌거나,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거나, 작은 생일파티를 하는 게 다일 테지만, 그럼에도 결코 그것은 평소와 같지 않으니까.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전 날에 은밀하고도 다정하며, 수상스러운 행위를 하기 때문에 가득 지친 표정으로 일어나게 되는 게 보통인데, 그러면서도 좋아서 아침부터 전날의 생각을 가득 가지고 화장실로 향하는 것이 일과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무언가 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고. 애초에 자신의 옆에 성욕을 같이 해소해 줄 사람이 있는데 굳이 혼자서 제 살덩이를 쥐고 흔드는 것은 어릴 적의 일이다. 비록 불과 성인이 된 지 한 해밖에 지나지 않았다지만, 그럼에도 어느덧 이렇게 농밀하게 저며져서는 어느새 매일 밤 침대에서 뒹굴며 입을 부비는 것이 약간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니, 그러지 않고서는 차마 제 아랫도리가 무언가 토하고 싶어내는 것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거야 언제나 제 옆에서 웃는 저 상냥한 웃음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서는 것을 그 누구라도 참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실제로 그러는 놈이 있다면 머리채를 잡아 당장에 그 아랫도리를 잘라내 버리겠지만, 자신에 한해서니까 뭐든 상관은 없다. 느슨한 웃음을 짓고, 양치를 마무리하며 나는 느릿한 기지개를 폈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보다 제 여자친구가 먼저 일어나 있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일어나면 굿모닝 키스를 해러 와주는 사람이 있거나, 달콤한 향이 부엌에서부터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후자의 경우였는데, 이 단 향은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핫케이크를 하고, 그 옆에는 분명 캔 콜라를 컵에 따라 준비해 두었을 것이다. 보통 아침은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리고 생각한 대로, 어제의 그대로 잠들어서, 그대로 일어나, 그대로 샤워를 마치고 나왔으니까 상의는 벗은 채, 하의는 수건으로 두른 채.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제 사랑스러운 사람이 본다면 분명 양 귀 끝을 붉히거나, 볼을 붉힐 것을 생각하면 우두커니 아랫도리를 꾹 참고 다른 생각으로 머리를 돌려야만 했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우리 둘은 섹스만 하고 있을테니까. 하아, 잔 숨을 내쉬고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면, 물기가 은근히 주변으로 튀지만, 바닥은 깔끔하게도 물을 먹지 않는 바닥이기에 썩 상관은 없다. 슬리퍼는 집안에서만 신는 용도로, 다른 집과는 다르게 신발을 벗고 다니기에 꽤나 어색하면서도 집이 언제나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저의 사람에게 가서 아침인사 겸, 진득한 입맞춤을 하고 식탁에 앉으면... 부드럽고 몽실한 핫케이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편이다. 가끔은 마카롱도 디저트로. 그리고 마주 앉아서 네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먹는 아침은 생각보다 근사하고, 더욱 달아서 마치 병이라도 걸릴 것처럼 기분이 좋다. 그렇게 탄산을 들이키고, 느슨한 숨을 쉬며 다 먹으면, 그 때부터는 아침을 만들어준 너에 보답 겸으로 설거지를 빠르게 마치고, 네 옆에 찰싹 붙어, 그 넓은 소파에서도 오직 한 칸 반 정도만 사용해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다. 보통 아침을 먹고 나면 작게라도 조깅을 하자는 편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너무 지쳐서 보통은 아침을 먹은 후에 다시 잠들거나, 네 사랑스러움에 반해서 네게 사랑한다고 조잘대며 같이 TV를 보거나, 예언자일보의 뉴스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태반이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사랑한다고 조잘거리는 날이 된 듯, 쉬는 날의 여유로움을 가득 느끼며 네 허벅지에 기대 쭈욱 발을 뻗고 네 다리에 쪽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추고, 흘끗흘끗 올려다본다. "론다, 오늘 왜 이렇게 사랑스럽지?" 혼잣말인 양, 네게 질문인 것처럼 말도 걸어보고. 대답에 웃기도 하고. 느긋한 오전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단순히 너를 가득 생활에 스며넣고 점심이 다 되어 가야지나 점심은 뭐 먹을까, 하고 물어본다. 아무래도, 아침을 준비하는 것은 보통 너이니 점심이나 저녁은 자신이 준비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편이고, 보통 그것을 실천하고는 했다. 그리고 느슨하게 TV를 보다가,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하러 냉장고를 열면, 가득 채운 캔 콜라에 잠시 눈이 팔리다가도 뒤에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뭘 할거냐고 묻는다면, 금세 다시 재료들에 눈이 돌아가서 느슨하게 요리 재료를 이것저것 골라낸다. 그래, 오늘은 가볍게 오믈렛과 라자냐를 할까.
아무래도 동거 하면서 가장 늘어난 지식은 요리라는 것이 과언이 아니다. 영국 요리에만 갑갑하게 갇혀 있던 지난 날과는 다르게,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것도 손을 대고 있으니, 아무래도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네게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네가 먹고 맛있어 하기만 한다면 어떤 요리든 상관 없겠지만, 이왕이면 하루 종일 고기만 먹이는 것보다 다양하고 색다른 여러 요리를 먹이고 싶은 게 자신의 마음이다. 그 결과로 집안 서재에는 간간이 요리에 관한 책이 들어있고... 그래도 오늘은 약간 쉬는 느낌이니, 간단하게 먹고 저녁을 거창하게 고기를 할까. 하는 마음이니, 느슨하게 오믈렛과 라자냐를 만들었다. 간단하다고는 하지만 배고픈 건 배고픈 것. 양은 꽤 널널하게 만들어두고, 배고프면 언제든 먹을 수 있도록 냉장고 안에 잘 보관한다. 맛있는 듯 먹어주니 마음이 꽤나 술렁이는 것이 기분이 좋다. 이러면 고양이처럼 자꾸만 네게 부비적거리고 싶어지니, 영 스스로의 마음이 곤란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으로 네가 오밀조밀하니 예쁘게 모인 얼굴로 맛있게 제가 만든 것을 먹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부러 숨겨둔 케이크를 당장이라도 꺼내고 싶다.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꾸며두었지만, 실은 우리의 생일이니까. 본론은 여기부터다. 서프라이즈라고 하기에는 그냥 어느 순간에 꺼내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으니 그런 거창한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고, 그냥 생일 축하 기념 케이크라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숨겨두고 있었으니 단촐하게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점심을 느긋하게 보내고, 아무것도 모르는 양. 순진한 아이처럼 네 다리에 엎드려 오늘도 사랑한다고 속삭일 따름이었다.
그래, 우리가 호그와트에 다닐 때에, 내가 아버지의 곁에 살고 있을 때. 생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축하받은 기억은 얼마 없다. 온전히 너에게 축하받고, 너를 축하했을 뿐. 아버지 또한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 또한 아버지의 생일을 잊었다. 서로는 서로에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으며, 서로는 서로를 별로 기억하지 않는다. 집에 와서 서로가 무엇을 하든, 무슨 소리가 들리든, 결국 신경 쓰는 건 가정부 하나 뿐이었다. 그마저도 저녁이 넘어서는 퇴근을 하시니, 밤이 되면 결국 오롯하게 혼자 남아 어둑한 방에서 달빛을 보는 것이 일과였다. 어느 순간부터, 사춘기가 지나고 나서는 혼자서 책상을 붙잡고 아랫도리를 흔들며 하얀 것을 뱉고, 진한 숨을 내쉬었으며, 결국 졸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단촐한 옷가지만 가지고 집을 나올 때는 아버지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나와서 손을 흔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다시 들어갈 뿐이었다. 무엇을 하든, 이제 정말 남이 되었다. 그리고, 오로지 네 옆에서 가만히, 너를 지키는 사냥개처럼, 혹은 너를 즐겁게 할 앵무새나 종달새처럼, 그렇게 네 옆에서 평생을 보내야지.
그렇게 느지막한 생각을 하고, 설거지를 끝마치면 서로의 일과가 어느정도 시작할 타이밍이 된다. 오전 시간은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보충하는 것이고, 점심을 먹고 나면 서로 밀린 일들을 처리할 타이밍이다. 아무래도 교수를 노린다는 것은 힘드니까. 약초학에 대해서 공부를 미친듯이 하고 나면, 어느새 저녁 타이밍이 되어 간다. 생각보다 단조로운 하루가 되는 이유는 대체로 점심부터 저녁까지 까무러치도록 공부에 전념하고 있으면, 처음 가져온 캔 콜라를 까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궁금한 것으로 가득 차서 한참 그렇게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글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지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는데, 그러면 대략 시간은 언제나 저녁을 먹을 시간을 좀 더 지나있는 법. 그리고 거의 비슷하게 몰두하고 있는 너를 찾으면, 아마도 나와 비슷하게 정신을 차리고 기지개를 펴고 있는 너를 발견할 수 있다. 옆 방에서 고요하게 서로의 것에 집중하다보면, 결국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말지. 느슨한 웃음을 짓고, 네 입에 가볍게 입술을 겹친다.
"우리, 맛있는 거 먹을까." 조곤조곤한 내 목소리가 방에 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너에게 잠시 기다리라 말하면, 숨겨 두었던 케이크를 꺼내서 너를 부른다. 론다. 그 이름에는 다정함이 어려있고, 상냥함이 섞여있다. 그 누구도 부르지 않을 애칭은 오직 나만의 것. 사랑스러운 론다라는 이름은 귀엽다. 그 주인은 사랑스럽다. 이름부터, 이름을 가진 자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하나라도 아름답지 않은 부분이 없다. 오늘도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맛있는 거, 우리 생일 케이크. 내 사랑, 론다. 같이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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