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가경] 34x35 그렇게 친해? - 2
또라이 같은 부사수. 팀의 중추를 담당할 뿐더러 머잖아 자기가 임원을 달게되면, 곧 차기 팀장에 이름을 올릴 유니콘 리더풀의 인재. 그 둘이 동시에 하나의 인격체 안에 쑤셔박혀 있는 야무지고 이상한, 집요하기가 이를데 없는 애인. 적당히해? 경고에 가까운 가경의 으르렁거림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심지어는 꽤나 표독스러운(그래봐야 똥그레진 눈이 미치게 귀여운 -이란 생각을 했다가 잠시 고갤 흔들었지만) 표정을 하고는 ‘이대로 올릴까요 팀장님?’ 하는 대꾸를 내놓는 타미를 가경은 간혹 버거워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듣고자 하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미안하지만, 니가 굿을 하든 꽹가리를 치든 내 알바냐. 싶은 태도로 무대포로 밀고 나올 때. 가경에게 인간관계는, 특히 연애 쪽에 한해서는 더욱이나, 감정은 예민한 성미를 이기지 못하고 툭툭 끊길 때가 많았고 그런 가느다랗고 유약한 감정선은 겹치기도 흔들리기도 하면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또 다른 전략게임 같은 거였다. 후퇴라고는 모르는 이 귀엽고 깜찍한 치와와를 만나기 전까지는.
‘틱포탯 게임’. 경영 입문 수업에서 처음 배운 그 이론은 그러니 인생 전반에 걸친 본능에 처음으로 이름표가 붙은 것 같았다.
근데 얘는 왜 팃도 탯도 안통하는걸까.
- ..삭제하고 올려
- 피드백을 주셔야 삭제를 하든 보완을 하든 제가 납득을 하죠 팀장님
그 놈의 팀장 소리 그만 좀 할 수 없어? 나즈막히, 파티션을 넘지 않을 요량으로 한껏 숙인 가경의 짜증섞인 대꾸가 슬슬 타미의 부아를 돋궜다. 왜 지가 짜증이지 지금. 지멋대로 화풀이 하고 신경질 내는거야 하루이틀도 아니지만, 사무실마다 꼭 같은 벽시계는 8시를 넘기고 있었다. 배고프고 눈도 뻑뻑한 와중에 오전부터 신경을 긁어놓고 제대로된 해명도 없는 주제에. 공과 사는 명확히 하자는 사수이자 애인의 당부 같은 것은 지금 퇴근시간을 2시간을 더 넘겼을 때, 갑작스러워 채 올리지도 못한 야근수당 만큼이나 멀어지고 있었다.
- 어 그래. 그만하자.
똑같이 목소릴 낮춰 대꾸하며 일어나, 그럼 이걸로 정리된걸로 하고 오늘은 먼저 퇴근해보겠습니다. 들으란 듯이 크게. 깍듯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넣으며 허리를 꺾는 모션은 과장되게. 아랫입술을 가볍게 핥았다가 깨무는 가경의 얼굴 같은건 못본척 등을 보였다. 안 따라 나오기만 해봐라 송가경.
- 타
- 됐어요
- 타라고 했어 배타미
- 싫다고. 내가 이런거까지 선배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 다 맞춰줘야해?
- 타미야.
오른손으로 핸들의 윗부분을 잡고 창의 측면, 왼팔에 몸을 기대듯 붙어 타미의 걷는속도에 맞춰 천천히 바퀴를 미끌어뜨리던 가경의 부름이 발걸음을 붙들었다. 보도블럭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시선이, 해가 다 떨어져도 여전히 습하고 뜨거운 한여름밤 공기마냥 더웠다. 블라우스에 휘감기는 바람이 하나도 안 시원하고 되려 물기를 머금고 들러붙어댔다. 저 미친 송가경도 등줄기에 땀 좀 맺혔음 좋겠는데. 하기엔 창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허언을 보태서 수증기 마냥 몽글댈 지경이었다. 혼자 시원하니까 좋냐. 진짜 더워서 탄다. 더워서.
솔직히 근데 니가 기획서 업데이트 늦은건 사실이지 않냐길래 그냥 이대로 죽여버리고 여생엔 좋아하는 콩밥이나 먹고 살까 했던 맘은, 우물쭈물 하던 빨간 입술이 옹졸하게 벌어져 내놓은 미안해. 하는 소리로 좀 잦아들었다.
- 그 와중에 입술 바르고 나왔어요?
- 말투가 그게 뭐야
- 차-하-아암 여유로워 송가경. 누군 쎼가 빠지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단 기획서 수정한다고 팀원들 눈총 받는데.
주차해놓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는 고 짧은 새에도 꼽을 주느라 애쓰는 타미의 기력이 도무지 쇠할줄을 모르는 점은 가경을 좀 슬프게 했다. 저 한껏 기세가 등등해진 치와와를 집안에 풀어놓는 순간, 오늘치의 평화는 당연스레 물건너갈 것이고 저 지랄난 성미에 내어놓는 변명이란 것은 100점 만점에 200점 짜리 답안이래도 한 2박 3일은 밀리미터당의 논거를 들어 사람 진을 뺄게 분명했다. 그게 보통은 나름대로 대화를 시도해본답시고 해보는 말들이 지뢰를 밟아 터뜨리다 못해 운송 및 전달까지 하는 바람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할지라도.
다만 가경은 말을 아끼는, 주로 거의 안하는 방식의 화해와 설득 류에는 꽤나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이 치와와를 살살 몰아가는 것도. 어딜 어떻게 찌르고 눌러주면 살벌하게 이빨을 드러내고 입질을 하려들던 애가, 귀를 슬 눕히고 미심쩍지만서도 혹한 맘을 숨기지 못하는 눈가가 동글동글해질런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 좋아하잖아 니가.
- ..?
- 너 그래서 맨날 내 입술만 보고 있잖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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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슬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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