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WM
또라이 같은 부사수. 팀의 중추를 담당할 뿐더러 머잖아 자기가 임원을 달게되면, 곧 차기 팀장에 이름을 올릴 유니콘 리더풀의 인재. 그 둘이 동시에 하나의 인격체 안에 쑤셔박혀 있는 야무지고 이상한, 집요하기가 이를데 없는 애인. 적당히해? 경고에 가까운 가경의 으르렁거림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심지어는 꽤나 표독스러운(그래봐야 똥그레진 눈이 미치게
[동기야 그냥] [그냥? 그냥 동긴데 무슨 사인줄 아느냔 소리가 왜 나오지?] [걔가 원래 좀 오버 하는 ㄱ] [ㄱㄱㄱㄱ] 이사람이 진짜 장난치나. 모니터를 향해 전투적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던 고개를 번뜩 쳐들자 파티션을 건너 건너 대각선 왼쪽, 저 안으로 집어던진 시선 끝에 걸린 얇은 어깨가 비죽 솟아나와 있었다. “네. 그건 또 고민을 해봐야죠.
굳이 차를 몰아 출근하기엔 지나치게 가까운 길, 처음 오던 날엔 그렇게 스산하게 앙상한 가지만 흔들고 있더니 지금은 잎파리 방울방울 어제의 밤 비를 똑똑 흘리고 있는 파랗고 쨍한 초록의 길을 빛은 느긋하게 걸었다. 주머니에 쑤셔 넣어둔 고양이 간식봉투를 톡톡 건들이며, 누가 보면 산책 나온듯 어슬렁 어슬렁. 아직은 아침나절엔 걸을만한 온도인게 다행이었
허벅지를 쓰다듬는 느릿하고 규칙적인 박자감이 나른하고 미적지근한 실내의 온도와 맞물려, 도로 막 졸음이 밀려들랑말랑 눈꺼풀이 무거웠다. 어우 진짜 졸려 죽겠는데. 딱히 뭘 같이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예민한 고양이 같은 송가경은 주말 오후에만 만끽할 수 있는 달디달고 달디단 낮잠 좀 한숨 때려보려고 하면 괜시리 심술을 놓았다. 그러고보니 헤어진 동안에 그
어색해. 위자료 계산하고 남은 자투리로 치라길래 받은 집 안, 남의 집 방 한 칸에 눈치보며 숨어살던 시절에도 쓸데없이 호사스럽게 꾸몄던 잔잔바리들이 한가득 가경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그런 용도로 쓴거 아니니까 부담없이 받으래서 받기는 했다만, 이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이 자꾸만 상기시키는 과거로 뒷목이 뻐근한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어
발단은 브라이언에서 시작됐다. 그놈의 일하기 싫어 타령이 바로의 OST로 깔리는걸로 모자랐는지, 전문 경영인을 두고 바지사장을 자처한 대표님이 바로에서 R&D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일하기가 너무 싫은 나머지, 타임머신을 개발하겠다는 가열찬 꿈에 바로의 임직원들은 그냥 콧방귀나 뀌고 말았다. 우리 대표님 이제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보셨고, 돈도 벌
선배..에?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옆자릴 더듬었던 현은, 휑한 침대에 어리둥절하며 일어나 슬리퍼를 꿰어 신었다. 드물게 가경이 먼저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현이 일어날 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다거나, 잘잤니 하며 웃는 가경이라 빈자리가 헛헛했다. 화장실에 있나 싶어 들렀다가 온 김에 볼일을 보고, 거추장스러운 잠옷바지를 대
너 되게 귀엽다 너에게 그 말을 한 뒤의 있던 일들의 순서는 확실하지가 않다. 너는 봄날의 신록처럼 웃었고 맑은 눈에 흐르는 동경이 간지러웠던 나는 차마 견디질 못하고 발길을 돌렸었는데. 차라리 그때 너를 따라갈걸. 아니. 애초에 어줍잖은 반항심으로 담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게 아니었다. 그 담을 바람처럼 넘어온 너에게 그런 나를 들키는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