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WM
남들 클 때는 뭐하고 그렇게 콩알만하냐고, 그렇게 놀려먹을 땐 재밌었지만 물먹은, 아니 술먹은 콩알의 무게는 발걸음마다 그 콩알 하나 만큼 정도씩 무거워지고 있었다. 을지로를 지나 명동, 때가 때이니 만큼 늦은시간에도 오며가며 재잘대는 사람들 틈바구니를 지나치느라, 지나가겠다 연신 꾸벅여댄 목덜미는 뻐근하고 타미의 허벅지를 받쳐든 팔엔 힘줄이 돋았다.
아무래도 멀쩡하게 생긴 애가, 옷차림도 멀쩡하게 잘 차려입고 호텔 로비 근처에서 질질 짜고 있으면, 원하든 원치않든 꽤나 이목을 모으기 마련이다. 게다가 겉모습으로만 치자면, 남의 눈에 눈물 깨나 뽑을 것 같은 상인 애가 저렇게 서러워 죽겠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더욱이나. 맘 같아선 이 모든 드라마에서 모르는척 거리를 띄우고, 안락한 집으로 복귀해 조
어우 부지런도 해 진짜. 하품하느라 눌린 눈물샘 때문에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기지개를 킨 타미는 드레스룸에 서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향수를 고르고 있는 현의 등을 가두듯 안아 뺨을 붙였다. 금방 준비를 했는지, 뜨끈한 몸에서 나는 바디샤워 향이 섬유에 덧대여 안락하고 기분좋은 체취가 풍겼다. 차현아- 안은 팔에 힘을 주자, 복근에 가볍게 힘을 넣고 좌우
또라이 같은 부사수. 팀의 중추를 담당할 뿐더러 머잖아 자기가 임원을 달게되면, 곧 차기 팀장에 이름을 올릴 유니콘 리더풀의 인재. 그 둘이 동시에 하나의 인격체 안에 쑤셔박혀 있는 야무지고 이상한, 집요하기가 이를데 없는 애인. 적당히해? 경고에 가까운 가경의 으르렁거림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심지어는 꽤나 표독스러운(그래봐야 똥그레진 눈이 미치게
[동기야 그냥] [그냥? 그냥 동긴데 무슨 사인줄 아느냔 소리가 왜 나오지?] [걔가 원래 좀 오버 하는 ㄱ] [ㄱㄱㄱㄱ] 이사람이 진짜 장난치나. 모니터를 향해 전투적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던 고개를 번뜩 쳐들자 파티션을 건너 건너 대각선 왼쪽, 저 안으로 집어던진 시선 끝에 걸린 얇은 어깨가 비죽 솟아나와 있었다. “네. 그건 또 고민을 해봐야죠.
굳이 차를 몰아 출근하기엔 지나치게 가까운 길, 처음 오던 날엔 그렇게 스산하게 앙상한 가지만 흔들고 있더니 지금은 잎파리 방울방울 어제의 밤 비를 똑똑 흘리고 있는 파랗고 쨍한 초록의 길을 빛은 느긋하게 걸었다. 주머니에 쑤셔 넣어둔 고양이 간식봉투를 톡톡 건들이며, 누가 보면 산책 나온듯 어슬렁 어슬렁. 아직은 아침나절엔 걸을만한 온도인게 다행이었
허벅지를 쓰다듬는 느릿하고 규칙적인 박자감이 나른하고 미적지근한 실내의 온도와 맞물려, 도로 막 졸음이 밀려들랑말랑 눈꺼풀이 무거웠다. 어우 진짜 졸려 죽겠는데. 딱히 뭘 같이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예민한 고양이 같은 송가경은 주말 오후에만 만끽할 수 있는 달디달고 달디단 낮잠 좀 한숨 때려보려고 하면 괜시리 심술을 놓았다. 그러고보니 헤어진 동안에 그
어색해. 위자료 계산하고 남은 자투리로 치라길래 받은 집 안, 남의 집 방 한 칸에 눈치보며 숨어살던 시절에도 쓸데없이 호사스럽게 꾸몄던 잔잔바리들이 한가득 가경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그런 용도로 쓴거 아니니까 부담없이 받으래서 받기는 했다만, 이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이 자꾸만 상기시키는 과거로 뒷목이 뻐근한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어
발단은 브라이언에서 시작됐다. 그놈의 일하기 싫어 타령이 바로의 OST로 깔리는걸로 모자랐는지, 전문 경영인을 두고 바지사장을 자처한 대표님이 바로에서 R&D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일하기가 너무 싫은 나머지, 타임머신을 개발하겠다는 가열찬 꿈에 바로의 임직원들은 그냥 콧방귀나 뀌고 말았다. 우리 대표님 이제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보셨고, 돈도 벌
선배..에?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옆자릴 더듬었던 현은, 휑한 침대에 어리둥절하며 일어나 슬리퍼를 꿰어 신었다. 드물게 가경이 먼저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현이 일어날 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다거나, 잘잤니 하며 웃는 가경이라 빈자리가 헛헛했다. 화장실에 있나 싶어 들렀다가 온 김에 볼일을 보고, 거추장스러운 잠옷바지를 대
너 되게 귀엽다 너에게 그 말을 한 뒤의 있던 일들의 순서는 확실하지가 않다. 너는 봄날의 신록처럼 웃었고 맑은 눈에 흐르는 동경이 간지러웠던 나는 차마 견디질 못하고 발길을 돌렸었는데. 차라리 그때 너를 따라갈걸. 아니. 애초에 어줍잖은 반항심으로 담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게 아니었다. 그 담을 바람처럼 넘어온 너에게 그런 나를 들키는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