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Starlight

Before we met

Dream by 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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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맺어지는 관계’라는 것은 무엇일까. 안드로메다 블랙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오랫동안 찾아다니다 그만 지쳐 버렸다. '고귀하고 유서 깊은 블랙 가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집안 어른들에게 배운 인간관계란 이득을 얻기 위해 맺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감정적 교류만으로 사람을 사귀다가는 화를 입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블랙의 명예를 실추시켜 비웃음만 사게 될 뿐이니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지겹도록 들어온 그녀로서는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가문의 사상에 물들여질 것이 뻔하였지만, 어느 집단에서든 이단아는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었다.


 블랙 가문에서 자고 나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쥐고 있는 것의 질과 양이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이는 혈통과 재산, 명예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해당하는 모양이다.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날 수록 고귀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가문에 이바지할 기회가 윤택하게 주어진다나 뭐라나. 남들은 사랑을 통해 맺는다는 부부 관계마저 정략결혼이라는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 가문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깨우칠 수는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안드로메다는 언니와 여동생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문의 사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면 우애 좋은 자매의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까? 오로지 사랑만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것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일 뿐일까? 블랙 가문에서 이러한 의문을 품고 있는 이는 그녀 자신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끝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고귀함' 이라는 허울 좋은 말의 뒷면에는 극단적인 차별주의 사상만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을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꿋꿋이 성장한 안드로메다가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받은 후, 순수혈통 가문 교류회에서 올해 호그와트에 함께 입학하게 될 순혈 가문 자제들을 소개받았다. 로지어, 노트, 말포이, 에이버리, 벨라 언니와 약혼을 맺게 될 레스트레인지, 그리고... 이날 외운 가문의 이름만 열 개가 넘어갔지만 그들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까마득히 잊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내용의 대화였을 게 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인상에 남은 가문이 하나 있었는데, 멜로우(Mellow)라는 이름이었다. 교류회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을 슬쩍 엿들은 바로는 부와 명예 모두 위상 높은 가문이었으나 블랙 가문과 파혼*한 전적이 있으며, 친머글적인 성향이 강해진 뒤로는 다른 가문들과의 교류를 완전히 끊게 된 모양이다. 그 가문의 외동딸도 올해 호그와트에 입학할 예정이지만 혈통 배신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노골적으로 들려왔다. 


 어른들이 적대심을 드러내는 그 가문의 아이는 어떤 사람일까? 안드로메다가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려고 애썼을 테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 켠을 차지하였다. 그녀의 사촌 시리우스를 닮아가는 것일까? 부모님이 이 생각을 읽으시면 적잖이 충격받으시겠는걸. 걱정되는 마음이 들면서도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그 '멜로우'라는 아이도 시리우스처럼 그녀와 마음이 잘 통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째서인지 위안이 되어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찬 그날 밤은 도무지 잠이 들 수 없었다. 


* 시그너스 블랙과 이드리스 멜로우의 파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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