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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s - (6)

카디그 앙헬라 영입 로그

115호 by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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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는 바리케이드에 죽치고 앉아있었다. 저격은 솔트의 주특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못할 짓은 아니었다. 지금 솔트를 괴롭히는 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 아니라 이렇게 몸을 구겨넣고 있자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특수부대 시절 동료들과의 추억이었다. 오래된 추억이었다. 솔트가 보는 앞에서 괴이에게 다 잡아먹힌 녀석들. 혼자 살아남은 자신. 그리고 자신이 진짜로 괴이를 목격한 것이 맞나 하는 의구심. 진짜 그들을 죽인 건 누굴까 하는 끔찍한 의심. 악몽, 악몽, 그리고 불면증. 어울리지도 않는 스나이퍼 라이플을 붙들고 있자니 추억들이 솔트의 뇌를 무자비하게 갈아버리고 있었다.

정신 차리자.

솔트는 자세를 다잡았다. 그리고 바리케이드 너머 저 멀리 아주 조그만 형상이 나타나자, 스코프로 들여다보았다. 빙의체가 선택한 몸은 엔젤이 말한 대로 다이스였다. 이 애매한 거리에서 맞출 수 있을까? 아니, 거리는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총기가 아니라 고스트탄 발사기였지만, 이 발사기가 모티프로 한 총기를 생각하면 저격에 실패할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이스는 유리 너머로 보였고 그 유리에 빛이 반사되어서 제대로 조준하기가 어려웠다. 좀 더 다가오면 가능한데. 하지만 빙의체-다이스는 더 다가오는 대신 층을 더 올라갔다.

여기 오지 않고 더 올라간다고? 그걸 확인한 순간 솔트는 이전까진 굳게 닫혀 있었던,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도어락을 미리 풀어놓고 풀린 상태로 고정해 두었다.

엔젤이 상상한 것과는 다르게, 솔트가 예상한 침입 경로는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였다.

첫째. 그가 요새처럼 지키고 있는 바리케이드 방향.

둘째. 창문.

이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었다. 복도 끝이라고 해서 복도만 지키면 된다고 안심하는 건 숙련된 요원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솔트의 방 창문은, 비록 그가 커튼으로 전부 가려놨어도 거의 통유리에 가깝게 상당히 컸기 때문이었다. 한쪽 벽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창문으로 침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지금 빙의체-다이스가 그들을 무시하고 위로 올라가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더 올라갔다. 그럼에도 솔트가 엔젤에게 창문을 통한 저격이나 침입을 조심하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걸 설명할 시간 따위가 일단 없었고, 두 번째로 빙의체가 엔젤을 죽이려 할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빙의체는 엔젤을 필요로 할 것이다. 솔트는 엔젤처럼 복잡한 추론을 하진 않았지만 직관적으로 이 결론에 도달했다.

엔젤이 무전으로 빙의체가 그들을 지나쳐 위로 올라간다고 한 순간부터 솔트는 여차하면 방에 뛰어들어갈 기세로 몸을 긴장시켰다. 이제 창문으로 침입하는 게 거의 확실해졌지만 그럼에도 바리케이드를 완전히 버려둘 수는 없었다. 솔트는 빙의체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빙의체는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솔트는 엔젤의 비명소리가 들리자마자 맨날 말썽을 일으키는 문을 걷어차서 아예 완전히 고장내면서 안으로 진입했다.

솔트는 가장 먼저 엔젤의 팔을 낚아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엔젤은 졸지에 솔트의 품에 안긴 꼴이 되었지만 솔트는 감수했다. 엔젤과 솔트는 창문과 가능한 한 가장 멀리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솔트는 창문에 부비트랩을 설치해두었으니까.

팀원들은 아는 이야기냐고? 아니.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트로이조차 모른다. 부비트랩은 솔트가 이 런던지부에 온 둘째날 밤에 설치되었다. 부비트랩은 침입자 방지용으로 설치되었으며 런던 지부에는 양질의 재료가 많았기 때문에 부비트랩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치고는 아주 훌륭한 성능을 발휘할 예정이었다. 솔트가 훔친 재료들은 워낙 다양한 종류를 아주 조금씩만 가져갔기 때문에 자재를 관리하는 트로이에게 들키지도 않았다.

지부에 도착해 부비트랩을 만들면서 솔트는 1초 정도 팀원들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했으나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팀원들 중 아무도 창문으로 들어올 만한 사람이 없었다. 만약 솔트가 이걸 말해주지 않아서 팀원 중 하나가 다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솔트의 숙소에 창문으로 침입하다 부상을 입은 팀원이라니, 그런 팀원과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그런 미친 짓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옥상에서 레펠 강하를 한 뒤 발로 유리를 깨뜨리며 안에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빙의체-다이스 같은 미친놈을 제외하면 말이다.

빙의체-다이스의 발이 유리를 깨는 순간 부비트랩이 작동하며 런던에 크나큰 소음을 안겨주었다.

분명 이 요란한 퍼포먼스에 경찰이니 소방서니 뭐니 하는 것들이 잔뜩 달려들 것이었으나 솔트는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솔트는 아무 보호장비 없는 엔젤의 머리통을 장갑 낀 손으로 감싸며 그의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유리 파편으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솔트는 스나이퍼 라이플을 다시 단단히 고쳐쥐었다. 폭발의 여파로 허공에 날려간 다이스가 공중에서 정점을 찍었다가, 다시 낙하하기 시작한다. 육안으로 그것을 주시하고 있던 솔트는 빙의체-다이스가 상승곡선의 정점에서 낙하하기 직전에 고스트탄을 한 번 쏴서 머리에 명중시켰고, 낙하하기 시작하는 빙의체-다이스의 심장에 두 방을 명중시키면서 빙의체의 생명을 끝장냈다. 다이스가 그냥 죽으면 빙의체가 또 어딘가로 옮겨갈 것이므로 벌인 묘기였다.

인체가 바닥에 떨어지고 부서지며 나는 쿵 소리 대신 우지끈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바닥에 떨어져 머리가 깨지지 않은 건 확실하다. 다이스가 근처의 나무에 떨어진 것일까? 어쨌든 그것까지는 다이스의 운이다. 기적이 벌어졌다면 다이스는 살아 있겠지. 맨날 기적 타령 하는 녀석이었으니 한 번 기대해 본다.

솔트는 자신이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아왔던 숨이 터지면서 솔트가 헐떡였다. 라이플을 내려놓는데 품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놓아주셔도 괜찮아요.”

자기 품에 안긴 엔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솔트는 엔젤이 갑자기 그의 숙소를 쾅쾅쾅 두들기며 긴급상황이라고 말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화들짝 놀랐다. 엔젤을 창문 근처에서 최대한 멀리 떼놓고 머리 다치지 말라고 한 조치 때문에 그는 졸지에 엔젤을 꽉 끌어안으며 저격까지 마무리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한 발 늦게 파악한 상황이었으며 엔젤이 저렇게 말했을 때 솔트가 실제로 한 행동은 펄쩍 뛰듯이 엔젤에게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갑자기 지탱하던 것이 사라져 미세골절이 있는 다리로 체중을 지탱하게 된 엔젤은 인상을 썼다. 솔트는 이 상황이 너무 어색하고…… 아무튼 어색함 이상의 차원으로 곤혹스러워서 차라리 빙의체-다이스와 함께 부비트랩의 폭발로 이 자리를 날아가며 벗어나고 싶었다. 생각보다 더 크게 당황한 솔트는 허둥대다가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반면 솔트가 그럴 줄 알고 있었던 엔젤은 넘어진 솔트에게 잡고 일어나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솔트는 나이가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까지 자신을 어려워하다니 팀워크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 그는 엔젤에게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참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엔젤은 일부러 손을 내밀었다. 좀 익숙해지라고.

“제 손 잡고 일어나세요.”

솔트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엔젤의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엔젤의 말은 묘하게 명령조였고 혼란 상태에 빠진 솔트는 누가 명령조로 말하면 그 말을 아주 잘 들었기 때문이었다. 솔트를 ‘일으켜 세운’ 엔젤이 말했다.

“이제 트로이 살아있나 보러 가요.”

솔트는 트로이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트로이 같은 놈은 알 게 뭐람. 그래도 팀장이었으니 생사 정도는 확인해 줘야지. 솔트는 트로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엔젤이 당장 빨리 뛰어가라고 재촉하자 그제야 뛰기 시작했다. 사무실은 문이 잠겨 있었지만 잠긴 문은 파괴해서 열었고, 솔트는 칼에 찔린 채 죽어가는 트로이를 발견했다. 이럴 때 부를 만한 건 뭐지? 그가 방금 허공에서 고스트탄을 세 번이나 명중시킨 다이스? 일련의 당혹스러운 일들로 약간 멍청해진 기분이 든 솔트는 엔젤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엔젤이 대신 구급차를 불렀다. 그리고 부르는 김에 한 대 더 요청했다. 다이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죽었든 살았든 누군가는 다이스를 치워야 할 것 아닌가.

솔트가 이 모든 것,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든 것을 회피하려고 방에 들어갔다가 방금 전에 거의 벽 한쪽이 폭발과 함께 날아간 것과 마찬가지라서 방이 훤히 밖에 노출되어 춥다는 것을 막 깨닫고 있을 무렵, 엔젤은 분노 조절제를 삼켰다. 평소보다 한 알 더. 앞으로 벌어질 모든 골치아픈 일에서는 쓸데없는 말들이 정말 많이 오갈 테니까.

***

상황을 정리하는 건 거의 엔젤의 몫이었다. 우선 트로이는 수혈을 많이 받아야 했지만 칼이 주요 장기들을 피해가서 운이 많이 좋았다. 그리고 다이스는 놀랍게도 살아 있었다. 날려가면서 고스트탄을 세 방 맞은 덕분에 간발의 차로 나무 위로 떨어진 것이다.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의사들은 모두 이게 기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이스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였기 때문에, 밤에 몰래 병원에 숨어들어 전치 10주 환자를 빼돌리는 것은 솔트의 몫이었다. 엔젤은 빠졌다. 미세골절 상태로 너무 많이 달리고 격렬히 움직여서 골절 상태가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이스는 진통제를 맞고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다이스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솔트는 저 태평한 얼굴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다이스를 세 번이나 쏴봤으니 봐주기로 하고, 솔트는 다이스를 업고 병원에서 도망쳤다.

정식 모임은 트로이가 깨어나서 사무실에 앉을 때쯤에 재개되었다. 엔젤은 오랜만에 모인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솔트는 여전히 엔젤을 어려워하고 있었고, 간이 휠체어에 앉은 다이스는 태평한 표정이었고, 트로이는 여전히 기분나빠 보였다. 평범한 일상처럼. 트로이가 말했다.

“상부에 보고는 완료했다. 다들 고생 많았다. 부상을 고려해 3달간은 새 임무가 없을 예정이라지만, 원래 임무는 원할 때 생기는 게 아니니까 완전히 마음 놓지는 말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임 주제는 그게 끝이었으므로 그 직후 해산했다. 모두가 흩어지기 직전, 다이스가 말했다.

“저희 다같이 타코 먹으러 갈래요? 이왕 엔젤이 온 김에 그 집이 ‘진짜’인지도 테스트해보고?”

과연 단골 타코집은 현지인이 보기에 ‘진짜’인가? 그렇게 다같이 타코를 먹으러 갔고, 엔젤은 이 집이 ‘진짜’라고 보증해 주었다. 심각한 환자들 빼고 맥주를 마셨고, 그래서 그들이 탄산을 마시는 동안 솔트와 엔젤은 맥주를 마셨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들 취한 사람 같았다.

엔젤은 웃고 떠들면서 생각했다.

다들 정말 이상하지만, 괜찮은 팀을 만난 것 같다고.

<Ghost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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