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작업물

이번에는

조각글 TYPE / 오마카세 / 뮤지컬 더 픽션

골방 by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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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를까. 이번에도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무리 기대를 버리려 해도 쉽지 않았다.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이며, 진심이 느껴지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여전히 무명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유명한 출판사와 신문사의 발길이 전혀 없진 않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무명작가에게 제안하기는 쉬운 편에 속한다.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약속을 어겨도 고발할 수 없다. 고발한다 해도 사회면은커녕 구석에 손바닥만 한 광고로라도 실을 수 있으면 다행일 지경이니까. 호칭은 작가님, 작가님 하면서 당장이라도 떠받들 듯 굴지만, 유명세가―설령 그것이 나쁜 쪽이라고 하더라도― 없다면 약자이자 개인에 불과하다.

누구도 믿진 않겠지만, 심지어는 그쪽에서도 부정하겠지만, 뉴욕 타임스에서도 편집자가 찾아왔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연재식 콩트를 제안했었다. 물론 매번 첫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두 번째는 없었다. 대부분 유선이나 서면으로 계약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렇게 통보라도 해주면 다행이고 연락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차라리 유명하지 않은 신문사였다면 이렇게 오래 기억할 일도 없었겠지. 그레이는 짧게 자조했다. 트리뷴에서 온, 그 기자에게는 빚쟁이에게 온 편지가 많아서 확인을 잘 안 한다고 둘러대긴 했지만, 사실 빚은 한 푼도 없었다. 그에게 편지란 대부분 거절을 확인하는 수단일 뿐이어서, 언젠가부터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스스로 바보 같다고 느끼면서도 그레이는 한참을 문 앞에 서 있었다. 약속한 시각까지는 아직 두 시간 정도가 남았지만, 인기척이라도 들리면 곧장 원고에 열중하는 척했다. 그리고 다시 열리지 않는 문.

얼마나 지났을까. 작은 노크 소리에 이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레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반겼다.

“기자님, 또 와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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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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