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소드 드림 작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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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였을까.
나락이 원하던 것은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뜨리는 것이 아닌, 저를 인간으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나. 제 눈치를 살피면서도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신의 사자로서 듣고 경험한 모든 기억을 각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으로서. 낙망에서 이끌려 올려진, 하나의 사람으로서. 그는 인간성을 가진 채 상기하고 있다. 그가 바라던 대로. 저의 나락이 원했던 길을, 사내는 걷고 있다. 그것을 나락이 보고 있었다면. 무엇이라 말했을까. 사내는 알지 못했다. 알 수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어째서 그러신 겁니까?”
회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답하세요. 제가 대답을 요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결코 돌아올 리 없는 것을, 그 인간은 바라고 있었다. 그는 나락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까. 신의 사자라는, 오로지 빛만이 만개하는 자리에서 낙망을 향해. 하얗고 푸른 날개를 제 손으로 뜯어내어 남은 것이라고는 날갯죽지에 남은 흰빛 깃털. 무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희미한 흔적뿐.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려 신의 사자의 자리에서 절망을 바라본 저다. 낙망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런 법이다. 그런데 어째서. 저의 나락은 왜.
신의 사자는 묻는다. 새로운 신의 그릇에게.
저의 신은 언제나 제게 해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그 사내는 오로지 자신을 믿고, 자신의 신을 믿고. 신앙에 모든 것을 맡겨 올바른 길로 나아간 것이 전부였다. 그 길에서, 단 한 번. 나락에 손을 뻗었다. 뒤를 한 번 돌아본 것이 전부였다. 그 나락은 언제나 제 뒤를 따라 걷고 있었으니까. 뒤에서 걷는 것이 아닌, 함께 나아가자고. 그리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깨우치게 된 인간성이다. 그는 그렇게 인간이 되었다. 바라본다. 초점이 보이지 않는, 이제는 흐릿해진 눈동자를. 자연의 자애를 상징하는 녹빛. 신의 그릇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광휘를 머금은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저의 나락마저도. 대답해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받아들이지 못했다.
저의 신도, 저의 나락도. 그토록 듣고 싶던 목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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