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고양이, 아내
내 아내는 고양이 같은 사람이다.
날 맑고 햇빛이 따뜻한 날이면,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소파 한구석에 몸을 뉘여 한참을 뒹굴거리고, 다가오는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낯을 비적이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렇게 품에 쏙 담겨 기분 좋은 듯 나즈막한 숨을 내뱉을 때마다 작고 보드라운 털짐승이 생각났다.
크고 둥근 눈매에 미소짓는 낯은 호기심 가득한 소동물과 닮아 있었다. 녹색의 크고 예쁜 눈동자와 눈을 마주할 때마다 사랑스러움에 숨을 삼켰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을 자고, 느린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 품에 비적이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내는 그렇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평생에 그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처음이었다.
"웨옹."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있던 차에, 오늘은 집에 돌아오니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머뭇거리다 천천히 다가와 귀찮게 하는 모습에 손을 뻗어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 처음 본 고양이에, 집에 그녀가 있는 것도 아니라 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했다. 평소 그녀를 바라보며 떠올린 고양이의 모습과 똑같았다.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털 빛, 그녀와 똑같은 눈동자의 빛, 날카롭기 보다는 둥글고 귀여운 모습마저 닮아 있었다.
오늘 처음 본 이 고양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귀찮게 굴고 있었다. 다가가는 손길이 조금이라도 느려질 때마다 그 작은 발로 손을 건드리며 칭얼거리고, 몇 번이고 울어대었다.
그렇게 울어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가 생각났다. 처음 보는 사이에 이렇게 편히 다가오는 고양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생각했다. 정말 어느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그녀가 고양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 해서 고뇌에 가득 차 있었다. 이 나이를 먹고 이런 고민을 하는 것 부터가 우스웠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 할 상황에 크게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그녀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동화처럼 사랑 담긴 입맞춤이면 이 마법이 풀릴까.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는 말랑한 발바닥을 조물거렸다. 따끈하고 보드라운 감촉을 느끼다 보니 이 어지러운 마음도 조금 해결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따금 울어대는 소리마저 사랑스러웠다. 이젠 완전히 고양이를 그녀로 생각하고 있었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 그녀의 이름을 몇 번 불렀다. 그 말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울어대는 모습을 보자 더욱 긴가민가 해졌다. 세상에 정말 마법이라는 것이 실존하는 것인가?
마치 아기를 안기라도 하듯 조심스레 고양이를 안고선 등을 쓸어 주었다. 그녀가 집에 있어야 할 시간에 보이지 않으니 의심은 계속해서 커지다 확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심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혹시나 혹시나 하며.
"먀앙, 냥."
"…."
등을 계속해서 토닥여주면 고양이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나는 잠든 그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고, 걱정도 해 보다가 소파에 늘어져서 이 사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집에 있어야 할 아내는 없고, 고양이만 있고, 고양이와 아내는 무척이나 닮아 있어서….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가던 중에 문이 열리고 아내가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고양이도 얕은 잠에서 깨어나서는 그녀에게로 갔다. 그 모습을 보자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바보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구나, 애써 몸을 일으켜 나도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새 친해졌네요, 귀엽죠."
"당신과 닮아 사랑스럽던걸."
어색하고 열이 올라 괜히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따스한 체온이 다가오자 조금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여기는 동화 속이 아닌데, 어떻게 사람이 고양이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가 있을까. 곱씹을수록 어이가 없어서 숨이 화끈히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무 일도."
그녀가 화끈거리는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방금 밖에서 돌아온 손은 꽤나 차가워서 달아오른 체온도 조금은 식는 것만 같았다.
오늘 일은 나만의 비밀로 남길 생각이었다. 얼굴이 달았다는 그녀의 말에는 장난스레 웃으며 당신의 체온이 따스해 익은 것이라 제멋대로 둘러대었다. 따지고 보면 내겐 당신만이 다정이었으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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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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