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프로젝트

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28화

지금으로부터 몇 분 전.- side. 리라.

"......자, 와라......"

납치범에게서 도망치던 도중 일단 연락을 위해 가방과 휴대폰, 그리고 AR 디바이스가 있는 방을 발견해 그것들을 챙기고 연락을 취한 뒤, 나가려는 찰나 이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 납치범과 공범 또는 관계자인가 하는 생각 전투 자세를 취하는데 비록 지금 내 옆에는 캐논이 없어서 카타르시스 이펙트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제 몸 하나 지킬정도의 힘은 있기에 어떻게든 싸우던가 저항을 해서 도망치기로 했다.

"후후후, '침입자' 주제에 저항하려 들다니.....제법이군.

뭐, 상관없다뇽 감히 위대한 뮤즈의 작업실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이렇게 된 이상 이 몸이 네 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쓰려트러주겠다뇽! 각오해라뇽!!"

"...........어?"

나는 내 앞에 나타낸 그의 모습을 보고 순간 넋을 놓고 말았다. 왜냐하면 방금 전까지 불안감을 느끼고 경계하던 내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마치 무슨 B급 마법소녀물에서나 나올법한 디자인의 마스코트 캐릭터같이 생긴 생명체였다......

아니 얘는 대체 뭐지? 일단 말하는 거나 생긴 걸 보면 실제 동물은 절대 아니고 일단 이브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인건 확실한거 같은데....일단 꼬리랑 회색 날개가 달린 것 만 빼고 보면 전체적인 외형은 마치 설치류 같이 생겼다.

"뇨뇨뇽?!?!?! 지,지금 뭐하는 거뇽?! 그만 두라뇽!"

이 녀석의 모습을 보니 아까까지의 긴장감과 경계심은 완전히 사라졌고 뭔가 맥이 빠지기까지 했다. 이 녀석은 대체 뭐지? 나는 예전에 캐논에게 그랬듯이 녀석을 손으로 붙잡아 여기저기 만져 보기 시작했다.

이런 갑작스런 내 행동에 녀석은 당혹감을 느꼈는지 일전에 캐논이 나에게 잡혔을때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나저나 이 녀석도 분명 이브랑 캐논 같은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촉감이 무슨 말랑이나 슬라임 같아 나도 모르게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자꾸 만지게 된다.

"으으으.....진짜......!!! 작작 좀 하라뇽!!!"

"아얏.....!!"

녀석은 그만두라며 발버둥 치다가 급기야 내 손을 깨물었고 나는 통증을 느끼고 녀석을 놓아버렸다. 살아있는 생물 같이 보이지만 결국에는 프로그램인지 물린 부분은 아팠지만 피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헹! 놓으라고 했는데도 안 놓으니까 그렇게 된거다뇽! 쌤통이다뇽!"

마스코트같이 생긴 녀석은 손을 물려 아파하는 티를 내는 나를 보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데, 그 와중에 등에 달린 날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건지 파딱파딱 거리면서 날고 있었다.

그런 우쭐거리는 태도에 조금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그래도 이 녀석이 한 행동은 내가 아프게 해서 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뭐라 할 말이 없기에 내가 참기로 했다.

"후.....그래 멋대로 붙잡아서 여기저기 만진건 미안한데. 나도 친입하고 싶어서 친입한건 아니거든? 일단 네가 하는 예기 들어보니까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거 같은데, 난 영문도 모른체 이 곳으로 납치를 당해서 여기가 그런 곳인지 몰랐으니까."

"엥? 납치라뇽? 그게 무슨 소리.....아니 잠깐만 있어봐라뇽....너 설마 '잭'님이 이곳에 데려왔던 그 사람인거냐뇽?!"

"..........."

X됬다. 생긴 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방심하고 있었는데 설마 납치범과 아는 사이였을줄은...... 일단 녀석의 반응을 보아 내가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고 그건 아마 납치범도 마찬가지일거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분명 납치범에게 이 상황을 전할 것은 뻔할 뻔자.

이렇게 된 이상......뻔뻔하게 행동해서 어떻게든 해보자....!

".....그래, 그렇다면 어쩔건데?"

"으뉴뉵......!! 설마 탈주 할 줄은.......이렇게 된 이상 잭님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게, 또 도망치게 두지 않겠다뇽...! 그러니 이번에야 말로 각오해라......."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나는 거의 선빵을 날리다시피 밧줄을 풀고 나서 혹시 몰라 주머니 속에 챙겼던 페인팅 나이프를 녀석에게 던져버렸다. 페인팅 나이프는 옆을 스치는 선에 그쳐서 녀석에게 맞진 않았고 방음부스 벽에 제대로 꽂혀버렸다.

"뇨....뇽......."

마스코트 녀석은 나의 이런 행동에 겁을 먹었는지 날개짓을 멈추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얼어버렸다. 순간 너무 과했나 했지만 그래도 기선제압은 확실하게 한 것 같고 또 이제 함부로 개기거나 하진 않겠지.

일단 아까 말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적어도 나를 납치범에 대해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얘는 진짜 정체가 뭐지? 땅바닥에 떨어진 녀석과 눈을 마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뒤 넌 누구고 뭐 아는거 있냐고 물어봤지만 내가 날린 페인팅 나이프에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여전히 얼어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겁을 심하게 먹었어도 이렇게 오래가나...? 설마 하는 생각에 살짝 건드려 보았는데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얼어붙은걸 넘어서 아예 기절한 모양이네....

"후우......"

기껏 정보를 캐려했더니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내 잘못이기도 해서 일단 지온이랑 다른 애들이 오고 있다 하니 나도 하루 빨리 여기서 나가서 합류를 해야겠다. 그리고 이 녀석은 나중에 고문.....아니 잘 구슬리던가 해서 정체를 밝히게 한 뒤, 납치범은 누구고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에 대해 물으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녀석의 뒷덜미를 조심스래 잡은 뒤, 그대로 방을 나갈려는 찰나 내가 한 짓이긴 해도 칼날이 버터칼 만큼이나 무른 페인팅 나이프가 방음벽에 제대로 박힌 걸 보니 갑자기 현타가 왔다. 가뜩이나 엄마를 닮아서 예전에도 성질을 못 이기고 몇 번이나 크게 사고를 친 적이 있는 바람에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성질 죽이기로 그렇게 다짐 했는데.....아니, 오히려 저 정도로 끝나서 다행인건가.....

일단 꽂힌 페인팅 나이프는 뽑아내고 둔 뒤. 그대로 방을 나왔다. 그 후 주변을 조심스래 탐색하면서 일행들을 찾으려 갔는데 어느정도는 순조로웠지만 갑자기 노이즈 고스트가 나타나더니 주변을 돌아다니는 바람에 그들을 피하느라 여기저기 해매기도 했다. 그렇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무사히 피해 다니고 시간이 흘러서 현재.... 이렇게 다시 재회 하게 되었다.

*

"그랬구나. 아무튼 진짜 다행이다.....너라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잘못되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 했거든."

"난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오히려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게다가......여기에 세나 선배가 있는줄은 몰랐는데 혹시......"

"응, 다 알고있어. 이미 우리가 다 말해줬거든."

"그렇구나......저 때문에 선배까지 이 일에 휘말리게 할줄은 전혀 몰랐네요....정말 죄송해요..."

미이에게 정신 팔려서 잊고 있었는데 설마 여기에 세나 선배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온한테서  이미 사정을 다 들어서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괜히 나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하고 이 일에 발을 들이게 한 것 같아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일단 마스코트 녀석은 미이에게 맡기로 나는 세나 선배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렇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처음에는 이게 뭔 상황이여 하고 놀래긴 했다만.....그래도 녀석들 잡을때 무슨 vr 게임 하는거 같아 재밌기도 했고,  애초에 납치 당한 것도 니가 당하고 싶어서 당한 건 절대로 아니잖노? 그러니 내는 괘안코, 안그랴도 오늘 사과만 야들한티 억수로 많이 받았으니께 이제 더 이상 너 까지 사과 안 해도 된다."

허나 나와는 반대로 세나 선배는 이런 상황을 겪었음에도 굉장히 무덤덤하게 괜찮다고 말하며 오히려 이미 이 일에 대한 사과를 여러번 들었는지 도리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하였다.

나는 여전히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런 선배의 시원스러운 행동 때문일까.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내 마음이 금방 놓였다.

"자. 그러믄 리라도 찾았겄다. 이제 저것만 남았구만..."

".........?"

세나 선배는 뒤에 있는 문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세나 선배의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 거렸지만 잠시 후 스피커에서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럼 저기가 그 자가 말했던 그 곳이구나... 솔직히 납치범 말따위는 씹고 이대로 탈출할까 생각해봤지만 일단 상황만 봐도 지금 이곳의 시스템은 그 납치범이 장악하고 있는지라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와 대면해야 한다. 그 후에는 아마 이곳에 온 우리를 제압하려 들겠지....

하지만 상관없어. 애초에 이쪽이 인원수가 많을 뿐더러 무엇보다 지금이라면 합법적으로 그 망할 납치범 녀석을 두들겨 팰 수 있으니까.....날 이런 곳에 억지로 끌고왔을 뿐더러 다른 애들은 고생 시킨걸 이 기회에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저기 리라야....너 지금 엄청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데.....괜찮니?"

"네? 아....괜찮아요."

한창 그런 생각을 하다가 노아 선배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서운 표정이었는지 겁을 먹고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표정을 풀고 괜찮다고 말해줬다.

"좋아.....그럼 이제 들어가자."

이후 잡담을 마치고 우리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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