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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바로] 말할 수 없는 것들

대역전재판2 엔딩 이후

Backlog by 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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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전재판2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소기 카즈마는 노크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크 반직스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작성하던 서류에서 고개도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

“미스터 나루호도는…”

“떠났다. 미코토바와 함께.”

“그렇군.”

아소기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싸움은 이제부터였다. 아소기 겐신, 그의 아버지의 결백과 프로페서의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 모든 것을 주도한 하트 볼텍스의 죗값은 지금부터 심판해야 한다. 검사는… 아마 저 남자가 맡겠지.

고개를 돌리자 시선이 마주쳤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지? 아소기는 팔짱을 끼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반직스가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미스터 아소기. 귀공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지?”

“어떻게 할 거냐고?”

“귀공은 변호사로 유학을 오지 않았나. 거주할 곳도 필요할 테고, 공부에 도움을 줄 스승도 필요할 텐데.”

“그거라면 이미 생각해 뒀다.”

벌써? 반직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가 아는 사법 관계자는 하트 볼텍스와 자신밖에 없었을 터였다. 근데 벌써 거주할 곳에 스승까지 찾아냈다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헤실헤실 웃으면서 괴상한 포즈를 짓는 한 명탐정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아소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반직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중얼거렸다.

“거주할 곳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만, 스승은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겠군.”

“어째서지? 귀군의 뒤에 붙을 꼬리표 때문인가?”

“거기서 왜 내가 나오는지 모르겠군, 미스터 아소기. 그자는 일단 변호사가 아니다. 그리고 평소 행동거지를 봤을 때 배울 점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지. 내가 이런 걸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나?”

“…대체 지금 누굴 말하고 있는 거지?”

아소기의 반응에 반직스가 멈칫했다.

“그 대탐정이라는 자, 말하는 거 아니었나?”

아소기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내젓자 반직스의 혼란은 더욱더 가중되었다.

“처음부터 설명해야겠군. 난 검사가 될 생각이다.”

“검사…라고?”

혼란이 담긴 눈이 이유를 물었다. 아소기는 잠시 눈을 감고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매만졌다. 그는 친우에게 그의 각오를 전했다. 그걸 이 남자가 알 필요는 없다.

“…”

아소기는 입을 다물었고 반직스는 굳이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그럼 귀공이 말한 스승은…”

“물론 귀군이지.”

“…다른 스승을 알아봐 주겠다.”

“거부한다.”

“귀공의 말대로 난 이제 극악무도한 살인마의 동생이다. 그리고 그건 내 싸움이다. 귀공을 휘말리게 두고 싶지 않아.”

“휘말릴 생각도 없다. 난 런던 최고의 검사인 스승이 필요한 것뿐이야.”

“애초에, 멋대로 스승으로 삼기 전에 내 의사를 물어봤으면 하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난 기억이 없던 시절부터 귀군의 종자였는데.”

“그 관계는 귀공이 기억을 찾은 순간부터 깨졌다고 생각했다만.”

“귀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고 해두지.”

아소기가 천천히 걸어와 반직스의 앞에 섰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가 난처해하고 있다는 것은 그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소기의 시선이 텅 빈 벽으로 향한다. 그 앞에 앉은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그가 어떤 기분으로 그 거대한 그림을 떼어냈을지 알 수 있었다.

불쌍하고, 혐오스럽다.

‘카루마를 돌려받을 날은 요원하겠구나, 나루호도 류노스케.’

아소기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반직스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모든 감정을 담아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바로크, 반직스 경.”

스스로를 제자라고 칭하는 자의 통보에 반직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은 논쟁은 무쓸모했다. 그는 이 손을 거부할 자격 따위 없었다. 과거를 대면하고 속죄를 위해 싸우는 것이 바로크 반직스의 사명이라면, 검사의 길을 걷겠다는 겐신의 아들을 돕는 것 또한 그 사명의 일부일 것이다.

반직스가 일어나 손을 내밀자 그의 손을 감싼 장갑이 강한 힘에 구겨졌다.

그는 고통스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감내할 뿐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 END


구상할 때는 굉장히 가볍고 개그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이상하게 심각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아소기가 나루호도에게 검사가 될 거라고 했을 때 반직스는 전혀 몰랐다면… 에서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반직스를 이해하고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아소기… 아소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여전히 속으로 모든 걸 삼켜내는 반직스… 쓰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이딴 게… CP? 아무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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