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아인엘소] 다정함

소멸의 미로에서 일행과 떨어진 엘소드

* 포타에서 이사시킴

* 엘소드는 룬마스터, 아인은 헤르셔. 아인엘소로 헤더달긴 했지만 커플적인 요소는 없음

* 캐붕, 과거날조, 설정붕괴 등등 이것저것 주의

* 소멸의 미로에서 일행과 떨어진 엘소드가 헤르셔와 잡담하는 이야기


 

 

절망하는 너를 구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던 때가 있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인.”


소멸의 미로라 불리는 공허와 혼돈의 한복판. 엘소드는 새까만 미로의 배경과 동화되어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독히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도움?”

“그래. 떨어질 뻔한걸 잡아주고, 돌격하는 몬스터를 없애주기 까지 했잖아.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인 덕분에 목숨은 건졌으나 일행과 떨어져버린 엘소드는 아이샤가 이른대로 제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런 곳에서의 단독행동은 자살행위나 나름이 없었으니까. 다행히도 엘소드가 떨어진 곳은 일행이 있던 곳에서 멀리 우회해야 되긴 하나, 충분히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중간에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재가 깔려야 하지만, 엘소드는 자신의 동료들이 그 정도 고난을 이겨내지 못할 인물들은 아니라 믿었다.

엘소드는 검을 내려놓고 앉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일행이 올 때 까지 할만한 게 없다.

심심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아인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너는, 참 겁이 없군…….”

“그런가?”

“여기는 헤니르의 힘으로 만들어진 공허와 혼돈의 미로…….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검을 내려놓지?”

“오, 걱정해주는 거야?”

“…….”

“그치만 괜찮아.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무려 공허의 주인님이랑 같이 있는데, 뭘.”


히쭉 웃으며 말하자 아인은 대답이 없었다. 아마 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럼에도 허공 속으로 모습을 감추지 않는 아인을 보며 엘소드는 과거의 그를 떠올렸다.

다정히 웃으며 저를 걱정하던 신관의 모습을.


그래. 나는 너를 구하지 못했다.

사람에게 실망하고 믿음을 잃어버려 방황하던 너를 붙잡을 수단은 나에게 없었고, 너는 그렇게 우리를 떠나갔다. 다시 네가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일행들은 너를 기억하지 못했다. 오직 나만이 너를 알아볼 수 있었다.

동요하는 나에게 무표정한 너는 뭐라 말했더라.


“있잖아, 아인.”

“…….”

“저~기 아래로 떨어지면 말야.”

“…….”

“너랑 같이 갈 수 있어?”


허무로 가득 차있던 눈에 이체가 감돌았다.


“……어째서 그런 걸 묻지?”

“네가 데려가 주겠다는 곳이 이런덴가 싶어서.”


헤니르의 힘으로 만들어진 미로는 복잡하고, 위험하고, 어둡고, 요상하게 생겼지만 눈 앞에 펼처진 모든 것이 밤하늘 같기도 해서 나쁘지 않았다. ……이런 소릴 다른 동료들 앞에서 했다간 분명 호되게 혼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인이 말하는 ‘끝’이 이런 밤하늘 같은 곳이라면 확실히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절망하는가’


헤니르의 힘을 온몸에 두르고 사람의 형체를 잃어가는 아인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 절망 역시 허무로 돌아갈 덧없는 것……. 아무 의미가 없다.’


닿아오는 손은 차갑기 그지 없었지만, 이상하게도……정말 이상하게도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 절망에서 널 해방시켜주지.’


나와 함께 가겠나?

그 때 내밀어진 손을 붙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을 상상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정 궁금하면 떨어트려주지.”

“오~ 농담도 할 줄 알고. 아인도 성장했네.”

“...네 기만에 어울려주는 것은 정말 의미 없는 짓이군……. 하지만, 그래.”


몸을 돌리고 서있던 아인은 친히 엘소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난 네가 나와 같은 곳이 당도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말이지.”


탁하게 변한 잿빛의 머리카락이 엘소드의 시야를 뒤덮는다.

아, 이건 마치 그날의 재현 같다. 엘소드는 비집어 나오는 웃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함께가자는 너의 손을 물리며 나는 그렇게 말했었지.


‘괜찮아. 이 절망도 내꺼니까.’


절망도, 희망도, 그걸 책임져야 할 의무도 모두 내게 있었다. 유일하게 포기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너에게 다정함을 느끼고 만 것은 분명 나의 이기심 때문이리라.

인간 흉내를 그만두고 혼돈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었던 너는 굳이 필요없어진 허물을 다시 뒤집어쓰고 내 앞에 나타났다.


‘할 일이 모두 끝나면 부를테니까. 그 때, 데리러 와줘. 아인.’


그 기약 없는 약속 하나를 위해서.


“...응. 나도 기다리고 있어.”


나는 이것을 다정함이라 부르기로 했다.


내가 검술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 했듯이, 너 역시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나는 믿고싶다. 네 힘은 사람들을 ‘올바른 끝’으로 이끌기 위한 힘이라고 말이다.

세상을 구한다는 거창한 말은 하고싶지 않지만, 그정도는 해내야 나를 인도하는 네가 정당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좋은게 좋은거지. 나아갈 목표가 늘어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엘소드-! 무사해-?”

“엘소드!”


문득 멀리서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여기야, 여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힘껏 외친 후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감싸고 있던 잿빛은 어느 새 모습을 감춘 후 였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 마냥.


“간다고 말이라도 하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린 엘소드는 다음에 만나면 인사하지 않은 벌로 그 치렁치렁한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레나 누나에게 물어보면 이쁘게 땋아 올리는 방법까지 알려주겠지?

트윈테일을 한 체 근엄하게 낫을 들고 서있을 아인을 상상한 엘소드는 혼자 키득거리며 다가오는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대충 페이타 쯤에서 2차 전직하면서 아인이 자취를 감췄고 벨더 엘소드 희생씬 쯤에서 아인이 다시 나타났다는 느낌으로 날조. 이후로 가끔 나타나 엘소드를 (안죽게) 도와주는 헤르셔.. 자기가 엘소드를 데려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놈들이 선수칠 수 없게 지켜보고 있는 느낌?

사실 헤르셔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헤니르 일짱이 굳이굳이 인간 흉내내던 시절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에 꽂혀서 끄적끄적했더니 이런게 나옴.. 여신도 잃고 의미도 잃은 네가 개입하고 있는 이유가 뭐겠어.. 엘소드 때문이지? 다 안다 자슥아

엘소드는 아인이 저 꼴이나도 어떻게든... 납득하고 구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을까?? 해석이 너무 막무가낸가?

개인적으로 헤르셔가 있는 세계관의 엘수색대 전직은 룬마, 오즈, 아네... 등등 좀 당차고 밝은 라인이었으면 좋겠음ㅎ... 이렇게 인류애(?) 좀 챙겨줘야 아인이나 루시엘 3라 같은 노답들이 있어도 세계가 멸망하지 않을테니까.. 끝내주게 저울질 잘되고 있는 세계였으면 좋겠닿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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