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fred

연인관계

사랑하나요?

비솃가 by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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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알프레드는 꽤나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나가 실수로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그런 누나를 어떻게든 평소 상태로 돌리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지대한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철이 일찍 들었고, 컨트롤프릭 체질이 되었죠. 누나를 과하게 통제합니다. 거기다가 부모님에게 물들어 순수혈통주의까지 있죠. 누나와는 한 살 차이, 학년으로는 두 학년 차이입니다.

라일리아는 알프레드의 누나, 그러니까 아델리아와 같은 기숙사입니다. 아마 처음에는 아델리아와 친해지려고 하다가 누나에 대해서는-비록 그게 친구일지라도- 뭐든 통제하려고 하는 알프레드의 눈에 들었을 거예요. 라일리아가 누나의 친구로서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우연을 가장해 접근했을 겁니다. 예를 들면 누나와 라일리아가 대화하고 있을 때 슬쩍 끼어든다던지요.

아델리아는 알프레드를 보자 자신의 새 친구인 라일리아에 대해 소개합니다. 여기, 내 친구 라일리아! 같은 기숙사야. 같은 말을 하면서 말이죠. 알프레드는 웃으면서 그렇구나, 하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자기소개를 하죠. 그러면 라일리아도 아마 자기소개를 할 거예요. 남이 자기소개를 하면 자신 또한 자기소개를 하는 게 예의니까요. 그리고 알프레드는 라일리아가 최소한 순혈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누나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할 겁니다. 순혈 마법사 가문은 이미 외우고 있을 테니까요. 순혈주의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어쨌든, 라일리아가 혼자 있을 때마다 알프레드는 라일리아에게 접근합니다. 누나가 보는 앞에서 수작질을 부릴 수는 없잖아요? 아마 다가가서 다른 친구를 소개시켜 주려고 하거나 예쁘게 돌려까는 말로 라일리아의 혈통을 비꼴 거예요. 속뜻은 이렇겠죠.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순혈인 누나하고 같이 있을 생각 하지 말라고.

하지만 라일리아는 고급진 화법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알아들었다고 해도 그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라일리아의 눈치가 빠르다는 가정이 들어갔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누나에게 과한 간섭을 하는 알프레드에게 기묘한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뒤로 라일리아는 알프레드를 의식합니다. 알프레드는 왜 누나에게 저런 간섭을 할까? 왜 속이 저렇게 꼬였을까? 하고요.

알프레드는 라일리아를 누나에게서 떼어놓고 싶어 하고, 라일리아는 알프레드에게 흥미가 있으니 둘의 만남은 계속될 겁니다. 알프레드와 라일리아 둘 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도서관에서 자주 만날 것 같네요.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떠들 수는 없으니, 빈 종이나 필기 중이던 노트에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적어가며 대화하는 장면이 그려지네요.

라일리아는 굳이 돌려 말할 필요성을 못 느끼니 직설적으로 왜 너는 네 누나에게 그렇게 간섭하냐고 질문하겠죠. 알프레드는 어떻게 알았지? 같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라일리아를 경계합니다. 하지만 라일리아보다 한 살 어린 꼬맹이가 수를 써봤자 거기서 거기죠. 경계하는 고양이 같은 알프레드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알프레드는 라일리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대답할 수가 없는 거겠죠. 어머니의 죽음이 얽혀 있는데.

그 뒤로도 둘은 종종 도서관에서 만나 필담합니다. 아마 알프레드는 햇살 같은 라일리아에게 살짝 피곤해할지도 모르겠네요. 누나에게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자꾸 실패하니까요. 하지만 어쩌면, 정말 어쩌면 알프레드는 이 햇살 같은 아가씨에게 살짝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옆에서 예쁜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것도 그러려니 하게 되고, 자꾸 헤프게 웃는 모습에 왜 그렇게 자주 웃냐고 질문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네요. 도서관에서 사각사각 필기하는 소리에 자꾸 마음이 풀어진다면 이상한 일일까요?

둘이 도서관에서 만난 어느 날, 알프레드는 너무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합니다. 누나에게 달라붙는 이상한 것들을 떼어내느라 엄청 힘을 쓴 모양이에요. 하지만 이 밝고 사랑스러운 아가씨는 옆에서 머리를 짚는 알프레드를 보고 알프레드 군? 어디 아파? 괜찮아? 하고 속삭이며 묻습니다. 결국, 알프레드는 도서관에서 큰소리를 내고 맙니다. 당신 때문에 피곤하다고, 그만 좀 하라고……. 그런 소리가 도서관에 울려퍼집니다. 아무리 라일리아라도 이 말에는 상처받겠죠. 라일리아는 살짝 뺨이 새하얘지더니 이내 일그러진 표정을 짓습니다. 미안해. 더 고요하게 느껴지는 도서관 안에서, 라일리아의 사과 소리만이 귀에 들려옵니다. 라일리아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도서관을 빠른 걸음으로 나갑니다. 알프레드는 그제서야 정신이 듭니다. 내가 뭘 한 거지? 자신이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보다, 라일리아에게 상처를 준 게 더 마음에 걸리기 시작합니다.

그날 이후로 둘은 도서관에서 만나지 않습니다. 라일리아는 아델리아와 같이 있다가도 알프레드가 오면 슬쩍 사라집니다. 알프레드는 그런 라일리아에게 손을 뻗으려다 그만둡니다. 자신이 무슨 자격이 있다고. 어느새인가 알프레드는 누나보다 라일리아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라일리아의 미소가 그리워집니다. 라일리아의 목소리도요. 라일리아가 보고 싶어요.

결국, 알프레드는 누나에게 라일리아가 좋아하는 것을 질문합니다. 라일리아? 딸기 케이크 엄청 좋아해! 그런 답변을 듣고, 호그스미드에 가서 딸기 케이크를 사요. 그리고 라일리아가 자주 나타날 법한 장소에서 기다립니다. 계속요.

아, 저 멀리서 라일리아가 걸어옵니다. 친구들과 재잘재잘 즐겁게 웃으며 떠들고 있네요. 하지만 그 웃음은 알프레드를 보자 원래 없었던 듯 지워집니다.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잠깐 볼일이 있다고 하며 떠나려 하지만, 알프레드가 라일리아 누나. 하고 부릅니다. 라일리아는 그 말에 흠칫해요. 알프레드가 라일리아 씨. 이렇게 부른 적은 있어도 누나, 하고 부른 적은 없거든요.

라일리아가 멈칫한 사이, 알프레드는 라일리아에게 다가가 예쁜 딸기 케이크 한 조각을 내밉니다. 새하얀 생크림 위에 딸기 하나가 얹혀 있는 게 참 예쁜 케익이네요. 그러면서 전에 심한 말을 했던 건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라일리아 주변 친구들은 이 수상한 기류에 몰래 옆으로 빠져서 지켜보고 있네요. 라일리아는 그 선물을 받으며 일그러진 웃음을 짓습니다. 미안함이 섞인 웃음이네요. 나도 사실 그 때 자꾸 말 걸어서 미안했어……. 피곤해 보였는데. 라일리아 또한 그렇게 말합니다. 드디어 둘이 화해했네요. 이제 둘은 다시 만납니다! 어쩐지 더 진전된 것 같은 관계에 둘은 기뻐하죠. 왜 기뻐하는지는 모르지만요. 라일리아가 다시 한 번 누나라고 불러달라고 조르는 것 빼면 평상시와 같습니다.

그렇게 둘이 친구로 지낸 지 3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전에 경계하고, 다투고, 화해했던 게 저학년의 일이라면 이제는 고학년의 일입니다.

둘은 쉬는 날이면 호그스미드를 같이 돌아다니고, 같이 웃으며 식사를 하고, 버터맥주 거품을 얼굴에 묻히며 즐겁게 웃습니다. 라일리아가 머글 태생이라는 것은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그저 누나가 있어 기쁠 뿐. 하지만…… 이런 둘에게도 시련이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둘이 사귀어?

그런 물음이 둘 사이로 떨어집니다. 라일리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집니다. 친구의 동생과 사귄다니. 이건 뭔가 해서는 안 될 일 같잖아요. 라일리아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 사이, 알프레드는 살짝 고민합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라일리아하고 했던 것들이 흔한 연인들 사이의 일이었지 뭐예요. 어쩐지 알프레드의 얼굴 또한 살짝 붉어집니다. 맨날 침착하게 있었던 알프레드의 얼굴까지 붉어지다니, 친구들이 음흉하게 웃습니다. 결국, 알프레드는 동반 순간이동을 써서 이 상황을 회피합니다. 아, 그런데 라일리아까지 순간이동에 휘말려 버렸네요. 둘만 남은 이 상황. 둘은 한동안 어색하게 웃다가, 결국 기숙사 방으로 향하게 됩니다.

알프레드는 별이 반짝이며 뜬 밤, 침대에 누워 생각합니다. 내가 누나를 좋아하는지요. 좋아하는 걸까? 그냥 친구 사이의 감정 아닐까? 한 번도 연인간의 사랑을 해 본 적 없는 알프레드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라일리아를 생각하면 저절로 행복해진다, 그거 하나만 알 것 같아요.

그날 이후, 알프레드는 기계마냥 사랑에 대한 책을 찾아봅니다. 어라, 그런데 이 감정이 사랑이 맞대요. 하지만 어쩐지 인정하기 싫습니다. 아델리아와도 다시 사이가 어색해졌어요. 몇 년 전에 싸웠던 일 이후로 처음입니다. 하지만 둘은 이런 어색한 사이가 싫어요. 그런 경험은 옛날에 한 번 했던 걸로 충분합니다.

알프레드는 라일리아에게 부엉이로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오후에 성 뒤쪽에서 만나자고요. 인적 드문,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장소입니다. 라일리아는 삐쭉삐쭉대며 나올 것 같아요. 얼굴은 새빨개진 채로요. 왠일로 말까지 더듬습니다. 왜, 왜 불렀어? 알프레드는 아무 말 없이 라일리아에게 다가갑니다. 라일리아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고요.

그렇게 알프레드를 피해 도망치길 한참, 라일리아는 등에 벽이 닿는 것을 느낍니다. 알프레드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는 것을 느낍니다. 라일리아만했던 알프레드는 어느새 훌쩍 커서 180cm을 넘깁니다. 언제 이렇게 컸지? 라일리아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알프레드는 라일리아에게 더 가까이 얼굴을 붙입니다. 누나. 저음의 목소리가 라일리아의 귀를 간지럽힙니다. 갑작스러운 누나, 소리에 라일리아는 폴짝 뜁니다. 얘가 왜 이래? 이런 생각과 설마? 하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왜? 라는 질문을 하지만, 말은 볼품없이 떨립니다. 알프레드는 그렇게 한참 동안 라일리아를 바라보다가 살짝 손을 잡습니다. 라일리아는 손가락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온기에 흠칫합니다. 라일리아의 얼굴이 더 달아오릅니다. 알프레드가 말합니다. 손 잡으니까 좋다고요. 알프레드는 라일리아를 가지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연인들이 할 법한 행위를 하면서 싫으면 라일리아는 친구인 거고, 좋으면 라일리아에게 가진 감정은 연애감정이라고요. 무슨 로봇도 아니고.

하지만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연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손은 잡잖아요? 결국, 알프레드는 라일리아에게 말합니다. 입 맞춰도 되냐고. 라일리아의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새빨개집니다.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라일리아도 궁금합니다. 과연 우리가 친구 사이가 맞을지. 라일리아는 완전히 빨개진 얼굴로 당당하게 말합니다. 해 보라고요.

말이 끝나자마자, 말캉한 입술이 맞닿습니다. 따뜻하고 또 간질거려요. 너무 간질거려서 마음이 실제로 보인다면 박박 긁고 싶을 정도로요. 몇 초 간의 키스 후, 알프레드는 입술을 떼고 말합니다. 얼굴은 살짝 웃는 채로요. 안 싫네요. 아무래도, 저는 누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직설적인 고백에 라일리아는 결국 팡 터지고 맙니다. 어버버거리기만 하는 게 고장난 것 같네요.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요. 라일리아는 조용히, 아주 살며시 입을 벌립니다. ……나도. 아무래도, 둘이 통한 것 같네요. 연인의 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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