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
유료

[카힐] 신관과 기사 4

신관 힐데와 기사 카일의 이야기

[카힐] 신관과 기사

W. 분점주


경악하는 기사의 비명. 한센도 놀란 얼굴로 턱을 떨어트렸다. 검은 기사는 이제 거침없이 검을 휘두른다. 분노로 눈이 돌아간 이의 맹렬한 공격이 시작된다. 품에서부터 크게 일직선으로 휘둘러진 날카롭게 벼려진 은색의 검은, 신관을 후려친 하이오크의 두 팔과 목을 벤다. 그로도 모자란다는 듯, 그는 쓰러지는 몸뚱이에 잔혹할 정도의 난도질을 해댔다. 이리저리 튀는 피가 그의 하얀 낯을 흠뻑 적셨다.

한센도 카일을 따라 마물을 상대했다. 다만, 그는 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그는 신관의 구조 활동을 위해 달려드는 마물들을 베어 넘기며 신관이 있을 그곳으로 점차 이동했다.

콰아아아! 돌풍이 불었다. 어설프게나마 검격이 밀려 나온 것이었다.

처음으로 검격을 구사했는데도 카일은 기쁘지 않았다. 한센도 기뻐할 수가 없었다. 신관의 활약으로 스물다섯 개체가 줄었으나 여전히 그 수는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 번 검격을 밀어낸 기사는 폭발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여전히 끝이 매끄럽지 못하고, 뻗어나가는 사정거리가 짧아 어설프기만 한 검격이었으나 당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라도 뻗어나간 검격에 양 등분 되는 마물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켈록!"

열한 번째 나무 기둥에 처박혔다가 지면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진 신관은 피로 흥건해진 몰골로 새까만 어혈을 토했다. 새하얗고, 성스럽기만 해 보이던 이가 죽음의 심볼처럼 변했다. 한센은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서둘러 그를 살폈다. 숨은 쉬지만 소리가 고르지 못했다.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검은 피를 토한 것으로 보아 내장도 아마 죄 터졌을 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희망적인 것은 그가 세계수의 자식이라는 사실이었다.

한센이 달려드는 마물의 목을 정확하게 쳤다. 핑그르르, 팽이처럼 허공에서 도는 염소 머리. 그 뒤로도 똑같은 마물이 한센에게로 달려들었다. 한센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흡수를 하십시오!"

신관은 대꾸하지 않았다. 고개를 내젓는 짓도 하지 않았다.

"신관님!"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커플링
#카힐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