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16

아메모리 세이지

“네가 틀린 말을 했다고 한 적은 없어.”

그래, 나는 나를 위하는 법을 모른다. 나를 위로하고 있는 게 맞다. 나는 괜찮아야 하니까.

도움이 되지 않는 나는 필요가 없는 것 같냐고? 그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으니까.

“주변을 보라고? 주변의 뭘? 내가 조금만 표정을 굳히고 있어도 적게는 서넛, 많게는 열 명은 달려와서 내가 괜찮은지 묻는 친구들?”

어떻게 괜찮지 않을 수 있지? 눈물 좀 흘린다고 모두가 다독여 주고, 잠깐 멍하니 있는다고 여럿이 찾아와 나를 걱정하는 이 다정한 사람들 속에서, 내가 갚지 못한 것뿐인 사람들 속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했는데? 내가 보고 느낀 걸 그대로 말하고 소리라도 지를까? 내 트라우마가 어디 나 혼자만의 것이니? 가족을 그 너머로 보낸 게 나뿐이야? 내가 그때 그 꼴로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 않잖아?”

끝도 없이 질문을 쏟아 내는 와중에도 표정은 고요했다. 여전히, 아무 감정 없이 메마른 얼굴 그대로.

“내가 돌아오자마자 다들 보는 앞에서 내가 내 가족을 보고 패닉이 왔다, 그렇게 말하고 통곡이라도 해야 했을까? 아니면 나에게 괜찮다고 묻는 열 명에게 열 번을 울어야 했어? 정신연령이 몇 살은 부족했던 것 같은 열일곱 그때처럼?”

뭐 하러 그래야 하지? 여기서 힘든 게 나뿐인가? 내 고통을 왜 다른 사람에게까지 짊어지게 해야 하지? 왜 타인의 트라우마를 자극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모두의 앞에서 해야 하지? 그 순간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트라우마가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지? 누구에게 그럴 권리가 있지?

“어차피 나한텐 이거밖에 없어.”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구체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도, 이렇다 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호불호도 욕망도 목표도 모호하다. 그런 희박한 자아로 추구할 수 있는 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한텐 이거밖에 없다고, 트리스탄. 너희의 물리적 수복을 돕는 거. 이것밖에 가진 게 없고, 이것밖에 방법을 몰라.”

그러니 나는 나의 유일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나에게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데? 화를 낼 필요가 있다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소리지르며 너를 매도하기라도 할까? 모두가 볼 수 있게? 그걸 원하니?”

안다.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나를 무력하다 여기는 것도, 나를 몰아세우는 것도 결국은 나다. 하지만.

“이렇게 내 속을 긁는다고 스물다섯 해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오만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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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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