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백업]다자츄-심연深淵

뇌과학 연구자 다자이×살인자 츄야

창고 by 해백

2019년 9월에 푼 썰 백업입니다. 캐붕에 주의해주세요

다자이는 그쪽 방면으로는 유명한 연구자. 뇌과학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우선 다자이를 이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 그런 그에게도 비밀이 한 가지 있었어. 그가 사이코패스라는 점. 어렸을 때 학대를 겪지도 않았고, 대인관계에 문제도 없었지만 대조군으로 자신의 뇌를 찍는 과정에서 자신과 사이코패스의 뇌가 흡사하다는 점을 알게 된 거지. 범죄자의 뇌를 많이 봐 온 다자이로써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쓰고 필요 없어지면 버린다. 스승에게 배운, 다자이의 신념이었어.

확실히 다자이에게는 그런 면이 없잖아 있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의 사람에게 다가가 호의를 보여준 후, 필요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는. 그런 그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그런 그에게 하루는 동료 연구원의 의뢰가 들어왔어. 한 살인자의 뇌를 검사해 달라는 단순한 의뢰였지. 이름 나카하라 츄야. 전과범. 상습범이었지. 기록된 20개의 범죄 외에도 더 많은 범죄를 저질렀을 거야. 그와 관련된 서류를 읽어보면서, 다자이는 자신과 같은 뇌를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했지.

 츄야가 연구실로 들어오자, 다자이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건조하게 말했어. 아아, 내 쪽으로 올 필요 없고. 그쪽에 침대처럼 생긴 기계 보이지? 비싼 거니까 부수진 말고, 신발 벗고 누워. ...누구야. 츄야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어. 뭐야, 오늘 뭐 하는지 하나도 못 들은건가? ..네놈 이름은. 뭐 하는지 보다는 상대방이 뭐 하는 사람인지가 더 궁금한 눈치였어. 다자이. 다자이 오사무라네, 츄야. 이름으로 부르지 마. 다자이는 흉악범 치고는 말을 잘 듣는다, 싶었지. 

 뭐-검사 결과나 그런 건 일주일 후에 나올 거고. 자네의 소중한 뇌 사진은 내가 연구자료로 고맙게 쓰겠네. 다음 주 쯤에 다시 부르지. 미친 새끼. 거칠게 말을 하고선 돌아서 방문 앞에서 기다리던 간수와 돌아갈 거야.

 슬슬  사진도 나왔으려나. 하고 출근한 다자이는 바로 파일을 확인했어. 결과는 충격. 자신보다도, 그 어떤 범죄자와 사이코패스의 뇌보다도 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뇌였지. 말도, 안, 돼. 다자이는 조용히 웃었어. 그 다음 주. 츄야를 자신의 연구소로 불러들인 다자이는 동료 연구원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이야기를 츄야에게 하기 시작했지. 자신의 뇌는 사이코패스의 뇌와 흡사하다는 것. 자신의 신념, 삶의 방식 등. 츄야는 의문스러웠을거야. 네놈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서 무슨 이득이 있냐. 그야 물론 츄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지. 이 새끼가 미쳤나. 츄야는 이상하다고 느꼈어. 한낱 살인자인 나에게 신뢰를 얻어서 뭐하나, 어차피 판결은 무기징역일 텐데. 아직 재판을 받지 않았지만 안 봐도 뻔한 결과였어. 츄야, 난 자네가 전과범이라길래,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네만. 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군. 사이코패스도, 소시오패스도 아니야. 오히려 나보다 정상인이지. 그렇다면 왜 살인씩이나 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건가? 츄야는 잠시 움찔했지만 다자이를 노려보며 말했어. ...알아서 뭐하게, 개인적인 문제인데.

 말하면 무죄로 처리해주지. 하아? 사실 츄야가 저지른 사건들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되지 못한 채 휩쓸려간 사건이 대부분이었어. 피살자들은 모두 가족이 없었고, 이상하게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못해 가능하기는 했던 이야기이지. 네가 날 감옥에서 꺼내서 어쩔건데. 물론 연구지. 자네는 꼭 연구하고 싶어. 머물 곳이 없다면 내 집을 빌려주지. 난 그 정도로 자네가 필요하거든. 다자이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 츄야도 결국 털어놓겠지. 자신이 살인을 한 이유를. 

...옛날에, 아끼는 부하가 있었어.

 그 부하에게는 나 외에도 많은 상사가 있었지. 그 상사들 중 한 명이, 아끼던 부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그 상사라는 사람과 주변인까지 함께 정리하다 보니, 규모가 커져버렸네. 어때, 시시하지? 츄야가 조용히 웃었어. 그렇구나, 부하를 많이 위해주네. 그 부하도 참 안됐어.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던 다자이가 입을 열었어. 나름 위로의 말도 건넸지. 하지만 츄야는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어. 뭔가 불만이 있는가, 츄야? 네 놈, 왜 계속 숨기는 거냐. 다자이는 숨이 멎는 기분이었을 거야.

 숨기다니, 뭘? 네 놈 본심 말이야. 지금도 내 말에 깊이 유감을 표하는 것 같았지만, 실제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 다자이의 안에서 뭔가가 소용돌이치는 느낌이었어. 다행히도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간수가 문을 열고 슬슬 가야 한다고 말했겠지. 츄야가 간 후에, 다자이는 곰곰히 생각해볼 거야.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우스운 이야기네, 라며 넘겨버리고 싶었지만 짐작 가는 구석이 있어 넘길 수도 없었지. 어릴 적부터 이상하리만치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항상 가식적인 모습으로 얼굴을 덮어버렸으니까. 그 사이 연구도 점차 진행되었고, 츄야의 재판일이 다가왔어. 츄야는 귀중한 연구 자료니까. 나와의 대조군으로써. 처음 생각은 그뿐이었어. 하지만 서로 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무언가가 생기는 것 같았지. 사랑은 아니고,미움도 아닌 무언가가. 하지만 그가 무기징역 혹은 사형을 받는 것은 사양이었어.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츄야는 알 길이 없겠지.

 재판이 끝나고, 곧장 다자이의 연구실로 향한 츄야는 태평한 다자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 아, 츄야.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들어보게. 다자이가 말을 시작하자, 츄야는 평소대로라는 듯이 자리에 앉았어. 이제는 아주 익숙해진, 약 1달 동안 앉았던 자리에. 

 사이코패스는 사랑을 하지 못한다네.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이지. 이론 상 그렇게 증명되어 있네만, 아무래도 그건 틀린 것 같아. 왜,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겼냐. 츄야, 자네일세. 자네 외에는 아무 일도 공감되지 않아. 자네만, 자네만이 타인의 감정을 나에게 알려줄 수 있어. 츄야는 살짝 당황했지만, 그동안 자신에게 보인 다자이의 태도를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어. 무엇보다 연구는 이제 끝났으니까. 거기다가 자신을 살려 준 생명의 은인인데,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지. 그래서, 지금 이거 고백이냐. 신혼여행은 어디가 좋으려나- 누구 맘대로 결혼인데. 그야 내 마음대로지. 미친 새끼. 다자이는 그런 츄야를 끌어안으면서 어깨에 머리를 묻었어. 츄야도 다자이에 맞춰 등을 끌어안았지. 사이코패스 과학자와, 살인자는 연결될 일 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다자이는 그런 생각은 없애버렸어. 오로지 츄야의 푸른 눈만을 바라볼 뿐.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