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프리 드림

테니프리 드림으로 꼬마 신랑 드림캐가 보고 싶다 B

시라이시 쿠라노스케

시라이시는 극악의 낯가림을 자랑하는 어린이라 드림주 잘 부르지도 못할 듯. 항상 ‘저기...’나 ‘아...’로 부르면서 뚝딱거려야 옳다. 부끄럼쟁이 꼬마 신랑은 드림주 옆에도 잘 오지 않으려 하겠지. 드림주가 소문의 그 잘생긴 얼굴 좀 구경해 보려 해도 멀리서 드림주 옷자락만 보여도 도망가 버리는 시라이시 때문에 번번이 불발되고 말 듯. 다만 부끄럼을 탈 뿐 정말로 드림주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 드림주가 시집와서 서방님보다도 더 빨리 친해진 시라이시의 누나나 여동생이랑 까르르 웃으며 수다라도 떨고 있으면 어디선가 부러움 한가득 미련 한가득인 시선이 느껴지는 게 보고 싶다. 이러다 소박이라도 맞는 거 아닌가 걱정이라는 드림주 하소연에 ‘아인데... 그게 아인데...!’하고 먼발치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시라이시 너무 하찮고 귀엽겠지... 시라이시네는 왠지 1년 365일 손님이 끊이질 않는 시끌벅적한 집안일 것 같은데 시라이시 떡잎부터 남다른 미모 덕분에 곧잘 아버지 따라온 또래 아가씨들의 표적이 되곤 하겠지. 오늘도 역시나 양쪽에서 팔을 잡아당기며 (소꿉놀이에서) 누구 서방을 할 거냐며 압박해 오는 두 여자아이 사이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꼬마 신랑... 아무 말도 못 하고 진땀만 빼다가 기회를 틈타 도망칠 듯. 그런데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달리다 보니 도착한 곳은 드림주가 있는 별채였고... “누구... 서방님?” 인기척에 문을 열고 나온 드림주 품으로 토끼처럼 답삭 안겨 드는 시라이시가 보고 싶다. 뒤이어 나타난 꼬마 아가씨들에게 “내, 내는 이미 여생을 약속한 이가 있소이다! 그러니 중혼은 안 할 거요!”하고 벌게진 얼굴로 남은 한 줌의 용기를 모두 끌어모아 소리치는 시라이시와 답지 않게 치맛자락에 매달려 떨어질 줄을 모르는 서방님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어쩐지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드림주가 보고 싶다. 훗날 관서 제일의 사랑꾼을 따라다닐 무수한 일화들의 시작점이었겠지.

유키무라 세이이치

여기 드림주는 유키무라가 워낙에 병치레가 잦아서 부인 겸 간병인으로 들어온 거였으면 좋겠다. 처음 유키무라를 만났던 날엔 너무 예쁘게 생겨서 여자아이인 줄로만 알고 세이이치 님은 어디 계신지 아냐고 물어보고 그랬겠지. 자기가 바로 세이이치라며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던 꼬마는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처연한 분위기를 풍겨서 드림주 보호 본능을 자극했을 듯. 그런데 그것도 처음 며칠뿐이었고 뜻밖에도 짓궂은 장난으로 드림주를 곤란하게 만드는 장난꾸러기 서방님이 보고 싶다. 유키무라는 왠지 몸으로 건드리는 장난보다는 일부러 모른 척 난감한 질문을 하거나 무심결에 대답하고 나면 속수무책으로 휘말리게 되는 그런 말장난을 잘할 것 같음. “후후, 내가 남편이니까 오늘은 내가 팔베개를 해 줄 거야. 에, 안 돼? 어째서?”나 “있지, ○○은 항상 내 편이라고 했지? 그럼 이 약 좀 대신 먹어 줘.” 같은. 덕분에 드림주는 항상 유키무라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기분이겠지. 왜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말로 못 이기겠지... 그래도 유키무라를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어느새 누구보다 커져서 바깥 활동을 거의 못 하는 꼬마 신랑을 위해 식물 키우는 법을 가르쳐 주는 드림주도 보고 싶다. 그러다 밤새 내린 폭우에 애써 가꾼 화단이 망가져서 울적해하는 꼬마 신랑 살살 달래서 손톱에 꽃물을 들여 주는 것도. 화아... 하고 반짝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붉게 물이 든 손톱을 보고 또 보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겠지. 그러다 하인이 실수로 손톱 바짝 깎기라도 하면 그날이 유키무라가 소리 내서 우는 거 처음으로 보는 날임. “그치마안... 저번에 ○○이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고...” 훌쩍이면서 하는 얘기를 듣다 보니 나이답지 않게 응석을 부리지도 않고 참 의젓하구나 싶었던 유키무라가 그제야 좀 평범한 아이처럼 느껴졌을 듯. 그날 자기가 다시 꽃물을 덧입혀 줄 때까지 옷자락을 꼭 붙들고서 품에 안겨 얼굴도 안 드는 꼬마 신랑 때문에 아이고... 하면서도 웃고 말았던 그런 어느 날이 보고 싶다.

사나다 겐이치로

사나다는 꼬박꼬박 드림주를 ‘부인’이라고 부르면서 깍듯하게 경어 쓰는데 족굼한 꼬마가 엄근진하게 그러니까 오히려 더 귀여움이 배가될 듯. 가끔씩 정도가 지나친 귀여움에 참을 수 없어진 드림주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안아 주면 얼굴 빨개져서 간신히 견디고 있는 사나다가 보고 싶다. 검을 수련하거나 글씨 쓰는 거 옆에서 지켜보다가 어쩜 이렇게 잘하시냐고 칭찬해 주면 콧김이 퐁퐁 입꼬리는 씰룩씰룩하는 거 꾹 참고서 “음.”이라고 대꾸하는 게 전부겠지. 부인한테 칭찬받아서 기쁘고 흐뭇하긴 한데 또 너무 대놓고 좋아하면 채신머리없고 사내답지 않아 보일까 봐 본인 나름대로 자제하는 건데 당연히 연상인 드림주 눈에는 그 속이 뻔히 다 보일 듯. 아무튼 n년 인생 최초로 칭찬 샤워의 맛을 알아 버린 사나다 그때부터 드림주가 조금만 곤란해 보여도 만사 다 제쳐 놓고 달려오는 게 보고 싶다. 한창 검술 연습하다가도 드림주가 다과상 들고 지나가는 게 보이면 얼른 와서 대신 들어 준다거나, 할아버지와 글공부를 하거나 장기를 두다가도 창밖에서 꽃꽂이에 쓸 재료를 고르고 있는 드림주한테 온 신경이 쏠려서 주의를 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훌륭한 부인처돌이로 자라나는 사나다 가의 막내아들... 어느 날은 나이 차이는 많이 나는데 혼인한 시기는 얼마 차이 나지 않는 형님네가 낳은 조카를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보고 오더니 대뜸 자기도 아비가 되고 싶다고 했으면 좋겠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로 아직 본인보다 한참 작은 서방님 자리옷으로 갈아입히고 있던 드림주 서방님이 더 자라시면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후후 웃겠지. 그러면 “부인을 닮은 아이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하고 우리는 꼭 다복하게 살자고 호기롭게 외치는 사나다... 하지만 아직도 애기는 호롱불 끄고 손잡고 자면 학이 물어다 주는 줄로만 알고 있는, 몸도 마음도 다 크려면 한참이나 남은 꼬마 신랑이 보고 싶다.

야나기 렌지

나만 단발머리 치비 렌지에 진심이냐. 비록 나중엔 발만 족굼한 183cm 어깨 깡패로 자라겠지만... 거기에 몇 년만 더 지나면 다른 사람들하고 서 있을 때 본인 머리만 우뚝 솟아 있을 정도로 더 크겠지만... 아무튼 꼬맹이 렌지는 독서를 즐기는 박학다식한 소년인데 그래서인지 지적 수준이 맞는 연상인 드림주와의 혼인 생활을 퍽이나 만족스러워했겠지. 드림주 역시 첫 만남부터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온 어린 서방님이 싫지 않았을 듯. “○○, 알고 있어? 바다 건너에는 비가 전혀 오지 않는 모래로만 된 넓은 땅이 있대.” 늘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인형 같은 외모의 꼬마 신랑은 그날그날 책에서 읽은 내용이나 새롭게 배운 내용을 드림주한테 들려주는 걸 하루 일과 중 제일 중요한 일로 생각할 거임. “정말? 나중에 꼭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 물론 그 이유는 절대 자기가 이만큼이나 많이 안다고 우쭐거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본인은 이미 알고 있을 내용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맞장구치며 들어 주고 눈 맞춰 주는 드림주가 좋아서여야 옳다. 그리고 렌지는 의외로 애정 표현에 거리낌이 없을 것 같으니까 같이 걸을 때는 반드시 드림주 손을 잡는다거나 쬐끄만 손으로 드림주 양 뺨 감싸고 쪽쪽 입 맞추는 것도 보고 싶다. 잠들기 전에는 꼭 민화집 같은 책을 들고 무릎 위에 올라와서 앉겠지. 사실 사람으로 둔갑하는 너구리나 은혜를 갚는 학 이야기 같은 건 서너 살 때 이미 다 뗐으면서 세상 평화로운 기분으로 드림주 목소리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거. 어떤 날은 책을 읽어 주던 드림주가 먼저 꾸벅꾸벅 졸 때도 있는데 그럼 편하게 눕혀서 이불도 덮어 주는 의젓한 렌지... 드림주가 자는 모습 옆에 누워서 한참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스르륵 잠이 드는 꼬마 신랑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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