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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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도독(@youoneKim)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후기를 읽고 있다는 건 제가 마감을 무사히 해냈다는 뜻이겠죠… 엔시티 포타 쓴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아니 쓰기는 했는데 그거 1천 자 쓰고 제독 1만 자 쓰러 갓듬. 그동안 참 많은 구라를 쳤습니다. 제가 갑자기 디코에 출몰했을 때, 저는 이미 달궈진 채찍으로 스스로를 개패면서 달리던 중
시선을 먼 곳으로 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광활한 바다의 평화로운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나. 봄이 오기 직전, 이월의 바다는 무척이나 쌀쌀해서 두툼하게 옷을 껴입고도 온몸 구석구석 찬 기운이 느껴졌다. 빳빳한 두께를 자랑하는 코트를 단단히 여민다. 품에 꼭 알맞게 들어차던 온기가 지독하게 그리웠다.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든다. 굽이치는 파도가
“그땐 정말로 깜짝 놀랐지 뭐니. 제천이 넌 왔으면 왔다고 나한테 연락이라도 좀 하지…” “죄송해요, 제가 좀 로맨틱해서…” “저걸 변명이라고. 야, 김독자. 뭐라고 좀 해.” “…” 바다를 가진 날을 기점으로, 김독자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나쁘다고 생각했던 이전보다 더 나빴다. 언제나 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었다. 호흡기를 매달고
손제천과 연락이 끊긴 지 나흘이나 됐다. 휴대폰을 아예 꺼 두었기 때문에 그저 잘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제천이는 괜찮을 거예요. 김독자가 대꾸했지만 이수경으로서는 손제천과 김독자 모두가 걱정됐다. 치료는 이제 관두기로 했다. 김독자씨, 할 수 있는 건 다 해도 모자랄 판에 치료를 그만두시겠다뇨. 계속해서 수술을 집도했던 담당의가 못내 안
“음, 숨소리가 이제 고르네. 이 정도면 호흡기는 더 필요 없겠어요. 대신 호흡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지거나 가빠오면, 바로 콜 눌러주시고.” “네, 주의할게요.” “환자분, 아시겠죠?” “…네.” “말 많이 하면 안 돼요. 흥분하지도 마시고요. 지금은 고개만 끄덕이세요, 네. 이상 있으면 또 봅시다. 아니야, 이제 보지 말잔 뜻이에요.” 제 할 일을 끝
수술등에 초록 불빛이 들어왔다. 호흡기를 매달고 평온히 눈을 감은 채로 들어가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손제천은 먼젓번 때와 달리 의젓한 모습이었다. 저는 언제나 살고 싶었던걸요. 삶에 대한 김독자의 의지는 신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수경과 번갈아 가며 쪽잠을 자고, 밥을 챙겨 먹었다. 김독자가 눈을 떴을 때 그 큰 눈
세 번째 수술 날짜가 잡혔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사선 치료를 꾸준히 받는 상태에서 항암치료와 웬만한 임상 치료 방법까지 모두 동원했다. 상태가 악화되는 것 하나를 막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효과는 없었다. 김독자는 이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가끔은 손제천을 잊었다.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겁을 먹고 싫다며 발악했다. 이수경을
손제천에게 김독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독하게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저기! 저기요, 저 진짜 도믿맨, 막 이런 거 아니고요,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와, 개 잘생겼어. …네? 네? 아니, 아니! 아니 잠시만요. 무슨…? 저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고, 그냥, 그냥. 이거… …이거 제 번호거든요? 기다려도 될까요? 아니야, 기다릴게요. 오늘 하루
김독자는 그로부터 나흘 후 눈을 떴다. 우습게도 매시간 병실을 드나들며 온갖 검사를 진행한 의료진보다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병실 앞의 작은 창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손제천이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알아챘다. 쪽잠에 든 이수경을 조심스레 흔들어 깨우고 복도를 뛰어갔다. 다급하게 근처에 있던 아무 의사를 붙잡고 정신없이 말했다. 병원에서 뛰면 안 된다는 주의
아침 일찍부터 미리 한명오에게 연락했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돼서, 앞으로 출근하지 못할 것 같다고. 죄송하지만 인수인계도 어렵게 됐다고. 그러자 한명오는 잠깐 침묵하더니 일단 회사 올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손제천과 만나 함께 도착한 회사는 여전히 높고 굳건했다. 여기 들어오려고 진짜 용썼는데. 씁쓸하게 웃고 익숙한 로비를 지나 QA팀으
병실을 나섰던 이수경은 십오 분이 채 되지 않아 돌아왔다. 그리고 옹송그린 채 또 울고 있는 김독자를 아까보단 익숙해진 손길로 토닥여줬다. 또 어색한 침묵 끝에 부스럭대며 검은 봉지에서 사과를 꺼내 깎기 시작했다. 그나마 할 게 생긴 이수경과 달리 연락도 못 하고 어색함도 견뎌야 하는 김독자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다 깎은 사과를 가지런히 일회용 접시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y97-Wso6bnzxGxoqYYIPXXg4ArI1wjOD&si=hnH-QF9we8eE6CdD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김독자는 대한민국의 흔하디흔한 직장인 남성이었다. 월요일의 오전 6시는 혐오하되 금요일의 오후 6시는 사랑하라는 말을 그 누구보다 착실히 따르고
“내가 새파랗게 어린 너한테 어디까지 말해야 그만할래.” 창백한 낯이 평소보다 싸늘했다. 지나치게 차가운 그 온도에 젊음 하나로 영원히 타오를 것만 같던 열기가 식어간다. “어? 내가 얼마나 더 상처 줘야 그만할 거냐고.” 처음으로 무섬증이 생겼다. 언제나 은은하게 얼굴 한구석에 존재하던 미소마저 깔끔하게 지워진 얼굴은 제법 서늘하고, 꼭 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