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린드버그의 첫 번째 극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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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세실, 아일라, 윌리엄, 우디, 타톨랑, 이디스, 아들레이드, 멜로디, 요나스, 에스마일, 힐데가르트, 핀갈, 프러드, 레이먼드, 헨, 줄리아, 루드비크, 유진, 임판데, 엔야, 그리고 쥘 (작가)

줄거리 | 사악하고 무서운 신에게 납치당해서 봉제 인형이 되어버린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THE WHAT, THE WHO, THE WHEN, THE HOW, THE WHY, THE WHERE

무엇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어디서

쥘 딜루티 린드버그 지음

작가/쥘 | 이곳은 윌리엄 찰스 앨버트 플레어페어 국왕 폐하가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윌리엄 찰스 앨버트 플레이페어가 국왕 폐하가 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일단 그의 이름이 엄청 길고 멋있기 때문입니다. 옆 나라는 수염이 긴 사람이 왕이 되고, 그 옆 나라는 게걸음을 빨리 걷는 사람이 왕이 되는데, 이 나라는 이름의 길이로 왕을 정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다음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쨌든 윌리엄 찰스 앨버트 플레이페어 국왕 폐하에겐 공주님이 하나 있었어요. 이름은 우드워드의 웬디입니다.

그런데 큰일입니다. 아름답고 귀여운 웬디 공주님이 납치돼서 인형이 되어버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봄의 첫 새순처럼 녹색이던 눈동자는 녹색 단추가 되어버리고, 피와 살로 차있던 몸은 솜털로 차버렸다고요. 사악하고 무서운 신 아일라 프레이저는 생일 파티에 난입해 웬디 공주님을 데려가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무서운 신/아일라 | 무엇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어디서? (The What, The Who, The When, The How, The Why, The Where?)

작가/쥘 | 윌리엄 찰스 앨버트 플레이페어 왕은 근심하다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왕/윌리엄 | 내 어린 공주를 구하면 이 나라를 전부 주도록 하겠어!

작가/쥘 | 마침 이야기를 들은 세실 브라이언트라는 아이는 생각했습니다.

모험가/세실 | 그것 정말 멋진 이야기네! 숲에 들어가면 내가 읽고, 듣고, 보던 신기한 식물들과 동물들이 잔뜩 있을 거야! 어쩌면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모험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아. 나는 공주를 구하러 가겠어, 메이!

작가/쥘 | 그렇게 세실은 집을 떠나 우드워드 공주를 구하기 위한 여행에 나섰습니다. 물론 세상은 검은 고양이 메이와 함께 여행하는 갈색 곱슬머리 모험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한창 고생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무렵이었어요. 모험가는 한 마법사를 만났습니다. 무엇의 마법사 타톨랑 하펜뭐시기는 모험가를 향해 물었습니다.

무엇의 마법사/타톨랑 하펜-뭐시기 | 뭘(what) 위해 여행하고 있니?

모험가/세실 | 읽고, 듣고, 보던 것들을 직접 만나보기 위해서요.

작가/쥘 | ‘아, 그리고 공주도 구해야 해요. 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재미도 있을 거고요!’ 세실은 한참 설명했고 무엇의 마법사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는 자기 키만큼 큰 지팡이- 사실은 지팡이처럼 보이는 커다란 도마뱀입니다- 를 들어올리며 같이 가겠다고 제안했어요. 이 이야기의 끝에서 세실이 무엇을 위해 여행했는지 다시 한 번 말해준다는 조건 하에서요.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여행길에 나섰답니다.


한참 가다보니 저 멀리서 쿵, 쿵 소리가 들려왔어요. 땅이 울릴 정도로 무거운 소리였죠. 공터에는 여러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어요. 밀밭을 닮은 색의 아르마딜로 이디스, 은색 심장을 가진 앵무새 멜로디, 회갈색 다람쥐 아들레이드였죠. 무엇의 마법사가 물었어요.

무엇의 마법사/타톨랑 하펜-뭐시기 | 이 소리는 뭐야(what)?

아르마딜로/이디스 | 트롤이야. 트롤이 동물들의 의무교육을 방해하고 있어.

다람쥐/아들레이드 | 오, 큰일인걸. 이대로 가다간 아무도 기숙사 배정식을 받지 못할지도 몰라.

앵무새/멜로디 |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요! 무서워요, 무서워요. 트롤을 어떻게 막아야 하죠?

모험가/세실 | 그거라면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작가/쥘 | 세실은 마침 트롤에 대해 읽은 게 있었어요. 그가 바시키리야 꿀을 바른 시나몬 애플 파이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가 이 사실을 설명하자 앵무새는 파이를 구울 사람을 불러오겠다고 말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은으로 된 심장을 지닌 앵무새만큼 아름다운 노래 실력을 지닌 동물은 없었답니다. 그리고 파이 장인 요나스가 나타났죠.

파이 장인/요나스 |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서 와볼 수밖에 없었어. 내 피에 음악이 흐르거든. 앵무새야, 너는 참 노래를 잘 하는구나? 이제 내가 뭘(what) 해주면 될까?

모험가, 무엇의 마법사, 아르마딜로, 다람쥐, 앵무새 | 부탁할게, 파이를 구워줘!

다람쥐/아들레이드 | 그리고 내가 따온 이 헤이즐넛도 넣어줘. 나는 헤이즐넛을 좋아하거든.

작가/쥘 | 그렇게 요나스는 노래를 부르면서 파이를 굽기 시작했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파이지를 깔고, 헤이즐넛과 반죽을 층층히 깐 뒤 꿀을 발랐죠. 향기로운 냄새가 숲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잠시 후 쿵, 쿵 하는 발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동물들은 모두 긴장해서 숨었죠. 다람쥐는 나무 위로, 앵무새는 가지 위에, 아르마딜로는 몸을 동그랗게 말았습니다. 이어서 냄새에 현혹된 트롤이 나타났습니다. 트롤은 대단하고 환상적이게 컸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파이를 들고 당당하게 서있는 모험가를 발견한 뒤 어깨를 부들부들 떨더니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선글라스를 쓴 트롤 | 그 파이로 저를 속이려는 건 아닌가요? 거기다 독을 타지 않았다고 어떻게 믿죠?

모험가/세실 | 트롤은 나쁘지 않아요! 누가 미워해서 헛소문을 퍼뜨린 거라고 생각해요. 무서운 외관 때문에 거리를 둔 걸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 파이에 독을 타는 건 재미없잖아요?

작가/쥘 | 듣고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쓴 트롤과 갈색 머리 모험가는 둘러앉아 바시키리야 꿀을 바른 시나몬 애플 파이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무엇의 마법사, 파이 장인, 아르마딜로, 다람쥐, 앵무새가 다가왔고 모두가 둘러앉아 맛있는 파이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모두가 오해를 풀고 화해했고, 선글라스를 쓴 트롤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사실 변신하고 사람들을 놀려먹길 좋아하는 마법사였던 것입니다.

변신 마법사/에스마일 시프 | 잘 먹었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모든 파이를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을 놀려먹으려고 변신했던 건데 동물들이 무서워했을 줄은 몰랐네요. 미안하게 됐답니다.

작가/쥘 | 변신 마법사는 답례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무엇의 마법사, 변신 마법사, 그리고 갈색 머리의 모험가는 동물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잠시 후 그들은 절벽을 마주쳤어요.

무엇의 마법사/타톨랑 하펜-뭐시기 | 여기를 어떻게 올라가지?

모험가/세실 | 변신 마법사가 산양으로 변신해서 우리 둘을 태우고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

변신 마법사 | 그것은 조금 무리.

작가/쥘 | 한창 고민하던 중에 하얀 신발을 신은 힐데가르트가 나타났어요. 힐데가르트는 춤추고, 춤추고, 또 춤추고 있었답니다. 무엇의 마법사는 그가 저주받은 것 같다고 속삭였어요. 가끔 신어선 안 될 구두를 신고 끝없이 춤추는 사람이 숲으로 들어온다나요. 세실은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모험가/세실 | 그렇게 춤추는 이유가 뭐야?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작가/쥘 | 힐데가르트는 우뚝 멈춰서더니 대답했어요.

하얀 신발을 신은 아이/힐데가르트 | 아빠가 준 이 신발이 자꾸 바닥이든, 벽이든 붙어버려! 그래서 떼어내려고 춤을 추고 있었던 거야.

모험가/세실 | 어디든 붙는 신발이라고? 잠시 빌려줄 수 있을까? 내가 초콜릿 줄게.

하얀 신발을 신은 아이/힐데가르트 | 초콜릿이라고? 세실, 넌 정말 최고야!

작가/쥘 | 모험가는 힐데가르트에게 빌린 마법의 하얀 신발을 타고 절벽을 바닥처럼 편하게 걸어올라갈 수 있었어요. 꼭대기에 도착한 뒤엔 아래로 던졌고, 무엇의 마법사가 신고 올라온 뒤 다시 아래로 던지는 과정을 반복했지요. 결국 힐데가르트는 초콜릿을 먹으며 약간 닳은 신발을 끌고 행복하게 집에 갔고, 세 사람은 절벽 위의 길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일행은 잠시 후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어요. 성격 나쁜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이 꿀꿀한 얼굴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우울한 바이올리니스트 핀갈 모레이였고, 무슨 질문을 해도 이렇게 대답했죠.

우울한 바이올리니스트/핀갈 모레이 | 전부 꿈일 뿐이야. 이게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지?

무엇의 마법사/타톨랑 하펜-뭐시기 | 기분이 우울해서 현실을 꿈으로 착각하게 된 거야.

작가/쥘 | 옆에는 들판을 침대 삼아 잠자던 아이, 프러드 허니컷이 있었어요. 그는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죠.

무엇의 마법사/타톨랑 하펜-뭐시기 | 햇볕이 좋아서 꿈을 현실로 착각하게 된 거야.

모험가/세실 | 그러면 두 사람을 서로 바꿔주는 게 좋겠어요!

작가/쥘 | 무엇의 마법사와 변신 마법사는 힘을 합쳐 두 사람의 착각을 뒤바꾸어 주었습니다. 잠자던 아이, 프러드 허니컷은 꿈에서 깨어나 맨정신으로 햇볕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고, 핀갈 모레이는 우울한 현실을 떠나 오래오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답니다. 프러드는 감사의 답례로 그들에게 길을 알려주었어요.

잠자던 아이/프러드 허니컷 | 고마워. 햇볕도 자는 것도 좋지만 나는 배우는 걸 좋아하고, 똑똑하고 훌륭한 마법사가 되고 싶거든. 하마터면 늦을 뻔했네! 이제 난 학교로 가봐야겠어. 공주를 찾고 싶다면 저쪽, 북소리를 따라서 가면 돼. 강가에서 드럼을 치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 사람에게 물어봐.

작가/쥘 | 그들은 잠자던 아이가 말해준 대로 걷고 또 걸었습니다. 북소리가 가까워졌습니다. 강에 가보니 최고의 드러머 레이먼드 아서 메르체가 쿵, 챙그랑, 하고 드럼을 열렬히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최고의 드러머는 그들을 보더니 환하게 반겨주었습니다.

최고의 드러머/레이먼드 메르체 | 너희도 팜플렛을 보고 ‘레이의 베스트 드러머’ 과정에 입문하러 온 거야?

무엇의 마법사/타톨랑 하펜-뭐시기 | 아니….

모험가/세실 | 그렇게까진….

변신 마법사 | 그것은 별로입니다.

작가/쥘 | 최고의 드러머는 크게 슬퍼했지만, 그들의 사연을 듣고 금세 기운을 차렸어요. 그리고 사악하고 무서운 신과 그에게 저주받은 인간들은 강 건너편에 살고 있다고 말했죠. 하지만 쉽게 들어갈 수는 없고, ‘무엇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어디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이야기의 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어요. 모험가는 생각했죠. ‘무엇을’은 대답했으니, 나머지 다섯 질문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모험가/세실 | 그런데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난 강을 어떻게 건너지?

변신 마법사 | 저는 건널 수 있답니다? 변신해서….

무엇의 마법사/타톨랑 하펜-뭐시기 | 후후, 네가 우리를 운반할 수 없다면 별로 쓸모는 없지 않을까?

최고의 드러머/레이먼드 메르체 | 좌절하지 마! 내가 친구를 불러줄게. 걔라면 너희가 건너도록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나도 같이 가서, 내 삼 년간 수련한 혼신의 드럼 연주에 감동해줄 사람들을 찾아야겠어!

작가/쥘 | 최고의 드러머는 휘파람을 불었고, 커다란 하얀색 북방올빼미 ‘유다’가 날아왔습니다. 북방올빼미 운전사 헨은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사연을 듣자 금방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했거든요.

북방올빼미 운전사/헨 | 유다는 엄청 커서 다섯 명이 타고도 남아. 최근에 안전벨트 (작가의 메모: 이게 뭐지?) 도 설치했으니 붙들어매도록 해!

작가/쥘 | 강을 무사히 건널 즈음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어요. 아래에서 한 겁에 질린 소녀가 커다란 긴점박이올빼미 사포를 타고 날고 있는데, 위아래로 자꾸 흔들려서 위태로워 보이는 거예요. 모험가는 올빼미를 운전할 땐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소리쳤습니다. “좀 더 단단히 붙들어 매셔야 해요!” 하지만 소용은 없었어요.

겁에 질린 소녀/줄리아 라이네케 | 못하겠어. 나도 멀리멀리, 날 쫓아오는 무서운 게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내가 내가 아닌 기분이야. 어떻게 해야 하지?

모험가/세실 | (헨을 향해) 우리는 여기서 내릴게. 저 소녀가 무사히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 (모두와 함께 영웅적으로 점프한다.)

북방올빼미 운전사/헨 | 여기 높은데?

모험가, 무엇의 마법사, 변신 마법사, 최고의 드러머 | 아 아 아 악—! (떨어진다.)


작가/쥘 | 다행히 아무도 죽지 않았답니다. 변신 마법사가 제 때 푹신푹신한 꿀 푸딩으로 변신해서 모두를 받아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때 꿀을 먹어두길 잘했죠. 이래서 평소에 꿀을 많이 먹어두어야 한답니다. 어쨌든 긴점박이올빼미와 북방올빼미는 멀리멀리 날아갔고, 모험가는 다른 마법사들에게 약간의 구박을 받았지만 무사히 사악하고 무서운 신의 앞마당에 도달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마법으로 방비된 집은 문이 무수히 많아 보여서,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모험가 세실은 생각했죠. ‘무엇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어디서?’ 마침 세 명의 마법사가 정원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세실은 그들 중 한 명을 붙잡아서 물어보았죠.

모험가/세실 | 누구세요 (who)?

누구의 마법사/임판데 | 임판데는 임판데. 세실은 세실. 집요정들은 집요정들. 집요정들은 하나. 하나이자 여럿인 것은?

모험가/세실 | …뿌리!

작가/쥘 | 모험가는 정원에 퍼져있는 구불구불한 나무뿌리를 따라서 달렸고, 환상마법에 속지 않고 진짜 문에 도달할 수 있었답니다. 문에는 ‘손잡이를 두 바퀴 돌리고 적절한 때에 어깨로 미시오!’ 라고 적혀 있었어요. 모험가는 손잡이를 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 돌린 다음 어깨로 밀었습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그는 멀찍이 서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는 어떻게의 마법사, 유진 로즈웰을 향해 물었어요.

모험가/세실 | 어떻게 해야 하지 (how)?

어떻게의 마법사/유진 로즈-웰 | 잘(well) 해야 하지.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틀려서야 되겠어?

작가/쥘 | 모험가는 무언가를 깨닫고 손잡이를 반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 돌렸어요. 찰칵, 뭔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죠. 하지만 문은 여전히 뻑뻑했어요. 적절한 때가 아니었던 거죠. 고민하던 모험가는 마침 지나가던 언제의 마법사,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Ludwik Kalinophski)를 불러세웠어요.

언제의 마법사/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 이 영국 작가놈이, 넌 제국주이자(?) 집안에서 오기라도 했냐? 내 이름은 N-o-p-h가 아니라 N-o-w라고! Now(지금)!

작가/쥘 | 지금입니다! 언제의 마법사가 말한 그 순간, 모험가는 어깨로 문을 밀었고 모든 방호 마법이 풀리며 사악하고 무서운 신의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신과 공주가 숨겨져 있을 내실로 향하는 문 또한 굳게 잠긴 채였습니다. 생쥐 시종이 열쇠를 든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요.

겁에 질린 쥐/엔야 헤이즈 | 아, 아, 아, 아, 안 돼! 문을 열어줬다간 너도 나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신은 정말 무서운 존재란 말이야. 애초에 왜 마, 만나보려는 건데?

모험가/세실 | 사악하고 무서운 신이라고 전해들었지만 나는 내 눈으로 읽고, 듣고, 봐야겠어. 부탁이야.

겁에 질린 쥐/엔야 헤이즈 | 나는… 난… 모르는 일로 해줘!

작가/쥘 | 겁에 질린 쥐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몸을 와들와들 떨고 이빨을 딱딱거리면서도 마법에 걸린 열쇠를 꺼내들고 열쇠구멍에 넣었지요. 내실로 향하는 문이 열렸고, 그곳에는 녹색 단추 눈을 지닌 봉제 인형 공주님과 엉엉 울고 있는 신이 있었습니다. 모험가는 물어보았습니다.

모험가/세실 | 왜(why) 이런 짓을 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무서운 신/아일라 | 내가 왜(why) 모두 웃고 떠들고 마시면서 시끄럽게 굴고 있는지 물어봤는데 아무도 내 궁금증에 대답해주지 않았잖아!

모험가/세실 | 오, 그랬던 거구나! 그건 생일 파티라고 해. 웬디 공주의 생일 파티여서 모두가 웃고 떠들었던 거야!

무서운 신/아일라 | 그래? 궁금증이 해결됐어. 그러면 다음부턴 날 무시하지 않도록 해. 내 생일 파티도 열어주면 더 좋고. (웬디 공주의 마법을 풀어준다. 일행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은구두를 신겨주며 말한다.) 가고 싶은 목적지를 말하면 이 구두가 데려다 줄 거야.

모험가/세실 | 바시키리야 꿀을 바르고 헤이즐넛을 넣은 시나몬 애플 파이를 준비할게. 트롤도 아르마딜로도 앵무새도 다람쥐도 앵무새도 함께, 하얀 신발을 신고 춤도 추고, 드럼도 연주하고, 부엉이도 초대하고, 졸 사람은 졸고 깰 사람은 깨고, 무엇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하는지 전부 설명해 줄게!

무서운 신/아일라 | 어디서(where) 해?

모험가/세실 | 내 집으로 가자!

작가/쥘 | …그렇게 그들은 돌풍에 휩싸여 세실의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도착했을 때 그들은 곁에 있는 게 웬디 공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변신 마법사 | 잠깐. 당신은 누구죠?

왕의 아이/우디 우드워드 | 나는… 우드워드의 우디라고 해. (빤히 쳐다본다.) 인형을 들고 있을 땐 웬디기도 하고. 우디는 우디. 웬디는 웬디. 데려다줘서 고마워. (집으로 걸어간다.)

작가/쥘 | 그렇게 왕의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고, 왕은 성대한 잔치를 열었으며, 이번엔 모두가 초대되었습니다. 최고의 드러머는 모두에게 자신의 드럼 실력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뻤어요! 변신 마법사는 마음껏 익살을 부리며 사람들을 웃기거나 겁줄 수 있었고요. 아, 이번엔 그 누구도 아일라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걸 잊지 않았답니다. 한편 궁정 마법사였던 ‘무엇의 마법사’는 하품하고 있는 모험가를 향해 다가갔어요. 이제 답을 다시 한 번 들을 시간이었거든요.

무엇의 마법사 | 그래서 많은 것을 봤고, 왕의 아이를 구했고, 이제 원한다면 왕이 될 수도 있게 되었네. 대답해줘. 무엇을 위해 여행했지, 모험가?

작가/쥘 | 모험가는 검은 고양이 메이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정말 많은 재밌는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죠. 이제는 졸음이 쏟아집니다. 집에 돌아가 한숨 잘 생각만이 간절할 정도예요. 모험가는 무엇의 마법사를 향해 빙긋 웃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험가/세실 |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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