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작가는 해설했다:

저도그냥로그를쓰려던게아니라쓰다보니1500자가되어서그만... 죄송합니다

기차가 덜컹거린다.

안녕, 린드버그. 안녕, 위글. 난 프러드 허니컷이야. 그런데 쥘이라고 불러도 될까? 이쪽은 내 부엉이, 그레이 아가씨. 래번클로에 갈 거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던 열한 살의 아이. 햇볕이냐 물 속이냐 하나만 고르자면 햇볕인 것 같다고 말하던 목소리. 물건을 집을 때 사용하는 손은 왼손. 그러나 지팡이는 오른손으로 옮겨 쥐곤 한다. 어쩌면 그때부터 당신은... ...

기억이, 덜컹거린다.

호그스미드. 눈 내리는 거리와 노래하는 꽃들로 이루어진 순간들은 이제 기억 속에서 꿈결같이 멀다. 소년은 당신을 지나쳐 걷던 중 멈추어 선다. 당신의 표정이 유독 지난해 보였던 탓이다. 그래서 입을 연다. “오늘 해준 말들은... 고마웠어요.” 나직한 발화는 진심에서 비롯되었다. 당신은 이쪽을 돌아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열네 살의 프러드 허니컷이 말한다.

내 생각에 넌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있는 건 아니란다... ... 오래된 격언이 짚어내듯이, 환경의 풍족과 너그러움에 기인한 어떤 사고의 한계를 쥘 딜루티 린드버그는 한 차례 넘어선 바 있다. 최소한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열네 살의 그는 진실로 악의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당신이 쏟아낸 말로부터 무언가를 깨우쳤고 그로 인해 노력하기 시작했으니. 보아라, 당신이 어떻게 여기든 그의 변화는 당신으로부터 기인했다. 문제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그는 당신을 이해했다.

그는 당신이 비겁하다는 것을 이해했고, 비겁함으로 인해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어쩌면 영구히 그러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입 속의 혀처럼 굴면서도 이따금 말실수를 하는 게 단순한 열등감의 발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없으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힘들잖아.'

자신이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럼에도 의식적으로 포기하고 살아가야 하는 삶이란 말이죠.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비겁할 수밖에 없고,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가책으로 남아있는 양심을,

이해했으니까 이젠 됐어요.

이제는 선택할 시간이에요. 내가 무엇을 쓰고, 무엇을 말할지를. 레질리먼시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그거죠. 상대의 머릿속에서 범람하는 생각들을 아무런 가감 없이 받아들인다면 압도되기 십상이라는 것. 결국 본질적으로 작가는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해 이야기로 옮기고 무엇을 삭제하고 대체할지 가늠하는 존재이기에.

쥘 린드버그는 눈물같이 흘러나오는 단어들의 궤적을 손으로 짚고 일어선다. 손에 짭짤한 소금기가 묻어나오는 기분이다. 그는 그것을 털어내지 않기로 한 채 당신을 마주본다. 공격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벼려진 단어들을 거두고 평이하게 늘어놓는 언어는, 어쩌면.

“프러드. 당신이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어요. 나는 그 모든 걸 알게 되었으나 이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바라기 때문이에요. 생의 최후의 순간에라도 절벽에 매달린 이에게 손을 내밀고자 몸을 던지지 않는다면, 당신의 양심이 금으로 지어졌는지 황철로 만들어졌는지는.”

당신에게 가장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말이다.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문득,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당신이 웅크려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비겁자라 하여도 연민할 수 있고, 사소한 비극이라도 귀기울일 사람이 있다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양심을 기어코 파낼 두 손이 있다면……. 그때는 당신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설령 그렇더라도 그것이 작가의 몫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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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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