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kb전제 n이 kbn길들이는 이야기


N이 그 영상을 본 건 토우코의 소개 덕분이었다. 토우코는 늘 그를 밖으로 이끌어낸다. 방에만 처박혀 있으니 사람이 이상해지는 거라고, 때로는 강요로 대부분은 제의로 N의 여행을 도왔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토우코의 의도가 없다고 볼 순 없었지만, N은 그것들을 천천히 마음에 새겨갔다.

다른 지방의 트레이너들이 배틀하는 영상은 가슴에 울리는 것이 있었다. 토우코가 엄선해온 배틀은 늘 포켓몬과 파트너가 상승효과를 누리며 서로에게 완벽히 교감하고 있었고, 그 인연은 반짝여서, 틀림없이 N에게도 어떤 울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

가라르 리그의 2인자, 드래곤스톰, 금랑은 특별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투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아가는 의지, 단단하고 강인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정신은 사람이라기보다 포켓몬에 가까웠다. 파트너를 의지하고 신뢰하고, 이번에는 이길 것을 의심하지 않고, 파트너에게 감응해 그들이 해낼 수 있는 것을 알아내는.. 그것은, N이 너무나 바라던 것이었다.

포켓몬이 늘 사람에게 건네는 마음을, 그는 포켓몬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토우코가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빛나는 자들이 해낼 수 있었다. 체렌과 벨이, 토우코가 보고 겪은 많은 트레이너들이, N이, 챔피언들이, N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가라르에 가고 싶어.”
“응, N이 먼저 어디 가고 싶어하는 거 오랜만이네. 좋아. 너클시티 말이지?”
“알았어?”
“마음에 들어 한다면 그 사람일 것 같았어.”

토우코는 웃으며 모자를 정리했다.

“사람을 타입으로 나누자면 N은 페어리타입이잖아? 그 사람은 드래곤타입 같으니까 찌르기는 좋지.”
“...별로 그 사람을 쓰러트리고 싶은 건 아닌데.”

토우코는 모자챙 아래로 N을 바라보았다. 그 직시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포켓몬마저 위압을 느끼곤 한다. 긴 포니테일을 쓸어내리고, 토우코는 턱을 치켜들며 웃었다.

“글쎄? 누누히 말하지만 몬스터볼은 그렇게까지 나쁜 게 아니야. 교감을 나누고 나서 지시를 주고받는 게 네 방식이라면, 많은 트레이너는 지시를 주고받으면서 교감을 시작하는 것 뿐이니까. 상호작용이란 건 똑같아, 친분을 쌓고 교제를 하는 사람이 교제를 시작하고 친분을 쌓는 사람을 비난할 순 없듯이.”
“지금 다시 신념에 대해 얘기하자는 거야?”
“티켓 예매해 줄게, 나는 안 가. 잘 다녀와. 싸움 걸고 다니지 말고.”

토우코가 빠르게 물러섰다. N은 조금 뚱해진 기분으로 파쪼옥을 쓰다듬었다. 토우코의 제멋대로인 점은 포켓몬 같아서 좋아하지만 가끔 N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곤란했다.

가라르는 추웠다.

겨울이니까 별 수 없다. N은 포켓몬과 동행하지 않았다. 토우코가 예매해준 것은 비행기였고 장시간 비행을 할 수 있는 포켓몬이라도 무리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라르의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라고 N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와일드에리어를 단신으로 나가는 것은 가로막혀 몰래 움직여야 했지만, 배바닐라와 친구가 된 이후로는 괜찮았다. 너클은 가까웠다.

보물고 앞에서 N은 금랑에게 안내받을 수 있으며 포켓몬은 볼에 넣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짐 트레이너가 금방 금랑을 불러왔다. 배바닐라를 보고 조금 놀란 금랑은, 웃으면서 대응해왔다.

“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아이인가? 괜찮다면 내 사다이사랑 있게 해도 괜찮아? 아, 내가 보물고 관리인인 금랑이야!”
“안녕. 나는 N이야. 사다이사랑.. 응, 배바닐라도 괜찮대.”

보물고의 온습도는 조절되고 있으므로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아이들은 데려갈 수 없었다. N은 리그 영상에서 봤던 금랑의 엔트리를 세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배바닐라가 껄끄러워할 불꽃타입과 얼음타입 관장에게 깨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제한 결과였다. 사다이사는 리그 엔트리에서는 제외된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보물고를 안내해줄게. 가라르는 처음이지?”
“응, 가라르엔 처음 와봤네. 잘 부탁해.”

금랑은 SNS에서나 유행하는 미묘한 밈을 써가며 대화했다. N의 용모에 의한 대응이었지만 N은 그런 것을 일절 몰랐다. 약간의 회화 이후 금랑은 넷 개그를 완전히 포기했고, N은 그쪽이 더 금랑 본연의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이는 것보다 진중한 타입. N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제스쳐를 익힌 포켓몬들을 떠올렸다. 쥐포켓몬들, 사람들이 특히 귀여워하는 외형의 아이들이 주로 그랬다.

“너는..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약간 다르네.”

N은 금랑이 설명해주는 커다란 그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람이 아니라 루브도가 그렸을 것이라는 추측과 그에 대해 썼던 논문을 인용하며 해준 설명 이전에, N은 이걸 그린 게 루브도라는 걸 느꼈다.

“음,”

아주 어린 아이라면 금랑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건 결국 엔터테이먼트적인 부분이 있으니까. 나님의 챔피언은 욕심이 많아서 말이야. 악역같은 분위기를 내면 타오르는 애들을 꼬시기 좋거든.”

다같이. 더 강해지는 것.

N은 챔피언 단델의 소망에 공감했다. 더 완벽해지는 것. 그리고 깨달았다. 어째서 N이 금랑에게 강한 충동을 느꼈고, 일방적으로 교감했으며, 토우코가 그런 말을 했는지를. 그것은 예지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N은 그것이 확실히 일어날 것임을 알았다.

“너는 저 챔피언을 좋아하는구나.”
“가라르의 모두가 좋아하는 영웅이지.”
“아니, 아니야.”

N은 알았다. 미래는 바뀔 수 있음을, 그가 토우코에게 패배했듯이 말이다.

“너는 용이야. 그의 용이 되어 그를 지키고 그의 발톱이 되고 싶은 거야. 너의 포켓몬들이 너를 위해 이빨이, 날개가 되어주듯이 말이야.”

금랑은 그림을 보던 고개를 틀어 N을 보았다. N은 그의 형형한 눈빛을 보았다. 용과 같은 눈은 곧 곱게 휘어 웃었다.

“드래곤타입을 다루지만 나님은 사람이야? 단델의 몬스터볼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나는 그 녀석을 이기고 싶어.”
“아니야.”

N은 단호했다. 금랑은 사람을 동경하는 포켓몬과 같았다. 강한 트레이너를 따르며 강해져서, 저보다 강했던 포켓몬들을 이기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아이들과 같다. 그런 아이들은 토우코같은 사람에게 이끌린다. 챔피언 단델과 같이 끝없이 이겨가는 사람들에게 매료된다.

단지 금랑이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금랑이 단델을 이기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동시에 그의 어떤 부분은 단델에게 복속되어 그의 강함을 나눠받고 싶어했다. 강한 영웅을 지키는 강한 용. 함께 위로 올라가는 나선의 인연을 금랑은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바라는지 제대로 모른다.

“시험해볼래? 나랑.”

N은 문득 토우코의 말을 떠올렸다. 몬스터볼은 그렇게까지 나쁜 게 아니야. 인연이 먼저인지 복속이 먼저인지는 관계마다 다르다. N은 여태껏 서로에게 교감하여 인연을 쌓고서 생기는 복속을 긍정해왔지만, 그래, 금랑에게는.

“나의 용이 되어서, 나를 지키고 나의 발톱이, 날개가 되어 봐.”

N은 손을 뻗었다. 금랑은 피하지 않았다. 손끝이 턱에 닿고 뺨을 쓸어 만지는 내내, 금랑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너는 틀림없이 헌신하는 것을 사랑하게 될 거야.”
“...마이 로드라고 불러 줄까?”
“원하는대로. 네가 내 용이더라도 네가 용인 건 달라지지 않아. 너는 원하는대로 할 수 있어.”

흔들흔들, 천천히 일렁이던 금랑의 눈이 감겼다. N은 차칵하고 잠기는 몬스터볼의 소리를 좋아했던 적이 없지만, 지금 그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단델은 라이벌을 원한다. 그에게 목줄을 맡길 용이 아니라.

“포켓몬이 된 기분은 처음인데.”

금랑은 N의 손에 스스로 뺨을 붙였다. N은 눈을 휘며 웃고서 그 뺨을 매만져주었다.

“나도 이 얘길 하는 건 처음이야. 금랑, 넌 내꺼야.”

분명 기묘하고 설명할 수 없는 관계였지만, 그 순간에야말로 N과 금랑은 어딘가 메여버린 것을 느꼈다. 서로에게 묶인 것 같은, 인연이 이어진 것 같은, 단단하게 붙들린 것 같은 감각이었다.

안정이었다. 깊은 안정감을 느끼며, 금랑은 천천히 몸을 숙여 N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N은 그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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