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그녀는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 타이밍에 이렇게 말하면 되겠지, 머릿속에선 벌써 말을 하고도 남았는데 막상 그를 보기만 해도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음? 왜 그러세요?”
“으응, 아니에요.”
결국, 또 입술만 달싹이다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선 발걸음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나오던 말이 상디 앞에만 서면 나오지 않았다. 우울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다른 이들이 다독여줄 정도였다. 그녀가 이상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역시나 그녀를 항상 지켜보고 있던 상디였다.
“오늘 무슨 일 있어?”
“…글쎄요.”
“상디 군도 모르는구나.”
“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상디는 어쩐지 가슴이 갑갑해졌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 어려워진 상디는 잠자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상디! 조, 조, 조개찜이 먹고 싶어요.”
“조개찜이요?”
“…아, 아니에요!”
뛰쳐나가 버린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미간을 찌푸렸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터져버릴 것 같이 뛰는 심장과 부끄러움에 이불 안으로 몸을 숨겼다. 멍청이라고 자신을 욕하고 발버둥도 쳐봤지만, 역시 무리였다.
“좋아한다는 말이 이렇게 어려웠나.”
몸을 웅크리고 눈앞에 상디가 있다고 생각하자, 다시 심장이 쿵쾅거렸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자신을 진정시킨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해요.”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른 그녀가 어쩔 줄 몰라 버둥거리기를 한 참, 겨우 진정이 된 그녀가 벌떡 침대에서 일어섰다. 거울을 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나자 뺨이 화끈거렸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너무 벅차서 입 밖으로 내는 것도 힘들 지경이라니 이런 자신이 너무 신기했다.
“상디.”
“아, 오셨어요. 조개찜을 할 만큼 조개가 많지 않아서….”
“조개찜은 이제 괜찮아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웃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상디는 어딘가 석연치 않았지만,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손에 땀이 나는 것 같아 옷자락에 손을 비볐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빨리 뛰고 목덜미에 열이 올랐다. 힐끔 상디를 쳐다보기만 해도,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죽을 것 같았다.
“괜찮아요?”
“…네, 네. 괜찮아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기분이 벅찼다. 얼굴에도 점점 열이 오르고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상디의 손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얼굴도 빨갛고, 열이 있어요.”
“…좋아해요.”
눈을 꾹 감고 내지르듯이 내뱉은 말에 그녀도 상디도 아무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딘가 비장하기까지 한 그녀의 모습에 상디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 눈꺼풀 속에서 다정한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저도요.”
“진짜, 아주 많이 좋아해요.”
“고마워요,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와락, 상디를 끌어안은 그녀가 상디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언뜻 보이는 목덜미가 붉어 상디는 잠자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한마디를 꺼내기 위해서 오늘 하루 계속 그랬던 거구나, 모든 것이 이해가 되고 나니 그녀가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마 레이디가 생각하는 것보다, 제가 더 많이 레이디를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싫어요. 제가 더 많이 좋아할 거예요…!”
부끄러워서 얼굴도 들지 못하면서 웅얼거리면서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웃음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 끌어안자, 달콤한 향기가 났다.
“이거라도 하게 해주세요. 좋아해요,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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