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존 드림] 매화연(梅花燕)
유료

[화산귀환/검존드림] 매화연(梅花燕)

15. 위로

* 적폐 / 날조 / 캐해석 차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매화연 유료분 + 암향화연 6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이어집니다.

* 청명이 자캐를 달래는 내용을 이어볼 수 있습니다. (유료입장)

“…”

청명은 삐딱하게 앉아 팔을 괴고 있다. 얼굴에 핏줄을 세우고 심술이 잔뜩 나 있지만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홍 련은 콧노래를 부르며 청명의 머리를 빗질하고 있다. 이 녀석이 제 머리를 빗질하는 게 싫은 게 아니다. 부르고 있는 콧노래도 꽤 잘 불러 오히려 듣기 좋은 편이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둘 중 하나만 하지 네놈은?”

“큽…크흡..크하하하핫! 도사 형님도 누님한테 정말 약하십니다?”

그래, 저 새끼가 문제다. 장포 소매로 얼굴을 가리는 당보는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다 결국 폭소를 터트린다. 마음 같아선 당보 놈의 턱주가리를 틀어주고 싶지만 연홍 련이 빗질하는 손길은 여전했다. 그녀는 즐거운 듯이 청명한테 말을 건다.

“오라버니 머리는 그래도 많이 엉키진 않네요. 빗질하는 보람이 있어서 좋아요.”

“……이걸로 충분해?”

기분 좋아 보이는 그녀를 방해하기엔 청명은 켕기는 구석이 있어 최대한 화를 누르고 있었다. 사파에 납치된 연홍 련을 구하면서 아이를 구조한 이들은 임시천막에서 쉬고 있었다. 시찰원들은 피난소로 쓸 사파의 은신처에 대한 정리로 바쁠 테니 소가주에 대한 호위로 두 존에게 부탁해 지금의 상황이 오게 됐다.

청명의 질문에 연홍 련은 싱긋 웃는다. 그녀는 대답 대신 빗질하며 청명의 머리를 점차 땋아내기 시작했다. 청명은 연홍 련이 대답을 안 하니 그녀를 보는 시선이 점차 가늘어진다. 시선을 느낀 연홍 련은 청명과 눈이 마주치자 예의 잘 그려낸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음... 오라버니 하는 거 봐서요.”

매화색 눈이 흔들리는 것도 잠시 청명은 끄응 앓으며 제 얼굴을 손으로 문지른다. 꼼짝없이 놀아나게 생겼다. 연홍 련의 옆에 자리한 당보는 고개를 기울여 이 신기한 광경을 구경한다.

“이거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만, 술이라도 기울이는 건데 아쉽네.”

“술이라면 저기 몇 개 있을 거야. 소독용으로 남겨놓은 거라 좋은 술은 아니지만.”

“에이, 먹을 수 있으면 된 거죠. 그럼 실례-”

연홍 련은 고개를 돌려 시선으로 알려주자 술을 발견한 당보는 새하얀 술병을 집어 든다. 얼굴을 쓸어낸 청명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뾰족하게 눈을 치켜세운다. 저 새끼 아주 살판나지? 청명의 눈초리에 술을 기울이는 당보는 히죽 웃는다.

“도사 형님도 한 병 드릴깝쇼? 표정을 보니 하나 필요할 꺼 같은데.”

“네놈이 맞기싫으면 순순히 줘야 될텐데.”

청명의 협박에 당보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그에게 술을 집어던진다. 술병은 낚아챈 청명은 익숙하게 마개를 열고 병째 술을 들이키려니 보드라운 손이 막아낸다.

“아직 움직이면 안 돼요, 오라버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언제 끝나는데.”

“거의 다 했어요. 움직이면 다시 해야되니까 얌전히 있어요.”

청명은 술을 마시지도 못한 채 병을 들고 앉아있는다. 그 사이 한 병 비워낸 당보는 청명에게 다가와 술병을 스리슬쩍 가져간다.

“그러면 이 동생이 먼저 마시죠, 도사 형님 몫은 남겨둘테니 안심하시고.”

뒷짐을 진 당보는 큭큭 웃으며 청명을 놀릴 기회를 놓치지않는다. 혹여나 맞을까 뺏어든 술을 챙겨 거리를 두고 앉은 당보는 한량처럼 느긋이 마신다. 청명은 희번득한 눈으로 당보를 노려보다 신발을 벗어 당보에게 던진다. 얼굴에 정확히 맞힌 것도 잠시, 뒤통수에서 머리가 콱 잡아당겨진다. 청명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진다.

“오라버니. 움직이면 안 된다니깐요.”

청명의 고개를 바로잡은 연홍 련은 단호하게 말한다. 청명이 움찔인 것도 잠시, 얼굴을 잡은 손이 금방 떨어진다. 오른손으로 청명의 머리를 붙잡고 있던 연홍 련은 부지런히 땋아 마무리를 짓는다. 자신과 같은 머리로 만들어낸 연홍 련은 고개 기울여 청명과 시선을 맞추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웃는다.

“어머, 땋은 머리도 괜찮네요? 예뻐라.”

사파들에겐 겁도 없이 살벌한 기세를 보이던 여인이 지금은 장난기 많은 여인처럼 눈을 빛낸다. 제 머리 하나로 즐거워하는 걸 보니 기분이 묘하다. 살아 들어본 적 없는 칭찬과 휘어진 제비꽃 눈동자가 시선을 잡는다. 네가 이렇게 즐거워하던 게 언제였지? 아니 원래 잘 웃는 녀석이지. 경직된 청명은 연홍 련의 표정이 낯간지러운지 떨떠름히 본다.

“사내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이게 재밌어?”

“자주 못 보는 모습이잖아요. 눈에 기억해둬야죠.”

눈에 기억한다. 생각해보면 이 녀석이 자신한테 요구하는 건 하나같이 사소했다. 이름을 부르고, 머리를 빗고, 손을 잡고, 답을 주고, 입을 맞춘다. 물욕이 없는 건지 선물을 주는 건 봤어도 뭔가 갖고 싶다고 걸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생일엔 꼬박꼬박 술과 같이 먹을 다과를 보내는 녀석이. 어떨 땐 영단을 보내주기도 해서 숙취해소제로 먹기도 했는데. 세가에서 이미 많은 걸 누려와 욕심이 없는 건가.

한참을 보던 청명은 제가 선물한 머리 장식을 본다. 감색 머리카락에 붉은 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매화참이 앉은 머리를 보던 청명은 연홍 련의 잔머리를 쓸어 만진다.

“..그거, 마음에 들어?”

연홍 련은 고개를 갸웃대다 청명의 시선을 따라 머리에 있는 매화참을 본다. 당연한 걸 묻는 듯한 질문에 그녀는 쿡쿡 웃는다.

“그럼요. 이렇게 잘 쓰고 있잖아요?”

“더 필요하진 않고?”

“음, 자주 쓰긴 해서 좀 낡아지긴 했죠. 오라버니가 골라주실 건가요?”

머리카락을 만지던 연홍 련이 청명을 향해 사랑스레 웃는다. 눈빛에 기대가 보이자 청명은 주춤한다. 얘기가 그렇게 되나. 입을 달싹이는 그는 당보를 힐긋 인다. 당보는 술을 기울이며 구경하다 눈이 마주치자 흐음? 웃는다.

“누님이 부탁하는데 안 들어주는 거요, 도사 형님? 정인이란 사람이 그리 속이 좁아서야.”

“…넌 이따 나 좀 보자.”

“하하, 제가 누님 취향은 딱 알죠. 저도 같이 골라줘도 되겠소?”

청명이 핏줄을 세워 주먹을 쥐자 사색이 된 당보가 연홍 련의 옆으로 다가와 방긋 웃는다. 연홍 련은 제게 다가온 당보를 보다 신경 쓰이는지 고개를 갸웃댄다.

“상관없지만 사천도 바쁘잖아. 나랑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야?”

“저 없다고 안 돌아가면 그게 당문이겠습니까? 걱정되시면 같이 사천 가면 되는 문제지요. 귀주보다 사천이 더 장신구 보기 좋지 않겠소?”

심드렁한 당보의 말에 연홍 련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보다 난감한 듯이 작게 웃는다.

“하여간에... 사천까지 갈 예정은 없었는데 연홍에 보고하게 생겼구나. 그럼 오라버니 같이 가봐요.”

“지금? 이 머리로?”

청명의 손을 잡아 연홍 련이 일으키려 하자 그는 경악한다. 그녀는 천진한 얼굴로 대답한다.

“네. 예쁘잖아요. 아까운데.”

“……..”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청명은 할 말을 잃었다. 저 얼굴에 속으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거절의 말이 안 나온다. 이 녀석은 가끔 속을 모르겠다. 언젠가 당보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 련이 누님은 뭐랄까 보여주는 애정을 보면 솔직한데, 가끔 사람을 애타게 만듭니다. 그 부분이 참 성격 나쁘죠.

그 말이 정확했다. 자신을 좋아하는 건 맞다. 제 모습 보고 예쁘다는 소리를 하는데 좋아하지 않고서야 할 소리겠는가. 그런데 이 녀석이랑 있으면 가끔, 아니 자주 애가 탄다. 같이 있는 시간이 짧으니 아쉽고. 붙잡고 싶어도 늘 바쁘니 자신이 우선 된 적이 없다. 좀처럼 붙잡거나 매달리지도 않는 여인이 드물게 아쉬운 기색을 보이니 청명은 미칠 노릇이었다.

한숨을 내뱉은 청명은 제 손을 잡는 연홍 련의 손을 붙잡는다. 여전히 작고 고운 손을 가만 보던 그는 가느다란 손가락 뼈를 매만진다.

‘만일, 내가 청혼하면 네가 받아줄까.’

도사가 혼인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싶지만 화산이 혼인을 금하진 않으니까. 혼인하면 이 놈 데리고 화산에 가서 지내야 될 텐데. 아니 녀석이 소가주니까 내가 연홍에 들어가는 건가?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심각한 얼굴을 짓는 청명의 모습에 연홍 련은 고개를 갸웃댄다.

“오라버니?”

“도사 형님 뭐하십니까? 안 오시면 저랑 누님만 갈 겁니다?”

청명의 신발을 던져준 당보가 부르자 청명은 신발을 낚아채 신고 몸을 일으킨다. 연홍 련의 손을 쥐던 청명은 당보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등을 가격한다. 깐죽이는 새끼에겐 매가 약이다. 연홍 련은 청명을 따라가다 둘을 보더니 청명의 팔을 잡아 타박한다.

“오라버니, 애를 패고 그러면 안 돼요.”

“누님... 말려줄 거면 일찍 말리면 안됩니까? 허리가 아작나는 줄 알았습니다.”

“네가 자꾸 도발하니까 그렇지. 내가 중재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알아서 사리렴.”

저릿한 고통에 삐질이는 당보가 비척비척 따라가니 연홍 련은 새초롬히 대꾸하며 청명과 팔짱 낀다. 청명은 제 편을 드는 연홍 련을 내려보다 씰룩이는 입가를 가려 보폭을 맞춰 걷는다. 마교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얼마 되지 않는 삭막하고 평화로운 날이었다.

**

“….”

청명이 느릿하게 눈을 뜬다. 어두운 천장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피 냄새가 공기 중에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니 수건을 정리하던 가녀린 손이 멈춘다. 시선을 올려보려니 여인의 손이 자신을 붙잡고 얼굴을 묻는다. 흠칫한 청명은 제 품에 안긴 여인을 내려본다. 놀라긴 했지만 감색 머리카락을 보자 바로 알 수 있었다. 전신이 무겁지만 우선 이 녀석을 진정시켜야겠다. 미간을 구긴 청명은 연홍 련을 떼어내려다 멈칫한다. 어깨가 가늘게 떨고 있다. 청명은 말없이 연홍 련을 보다 투박하게 감싸 안는다. 제대로 안아주고 싶지만 팔이 천근같아 청명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어떻게……사람이 그렇게 무모해요? 제정신이야?”

청명의 품에서 원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입안의 여린 살을 작게 씹어낸 연홍 련은 감정을 눌러가며 또렷하게 이어 말한다.

“내가 누누이 말하죠. 몸조심하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언제면 말을 들을 거냐고.”

옷자락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청명은 몸을 일으킨 연홍 련을 올려본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감겨있는 붕대와 침상에 앉아있는 연홍 련의 모습이 익숙하다. 언젠가 자신이 다쳤을 때 화내던 모습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기운이 없다. 눈가가 붉어진 연홍 련은 다소 허탈한 미소를 짓는다.

“근데 웃긴 건 뭔지 알아?”

청명은 말이 없었다. 꿈에서도 언뜻 느꼈던 거 같다. 예전엔 제게 자주 웃던 여인이었는데. 전쟁이 지속되며 화난 모습도 적잖이 많이 보게 되었다. 자신이 다치면 가장 분노하고 걱정할 사람 중의 하나가 그녀였으니까. 아무리 자신이 칼을 잘 쓴다 해도 사람들을 지키면서 주교와 상대하는 건 버거운 일이었고 그녀는 자신이 다치는 걸 아주 싫어했다. 당보 녀석도 없이 혼자 갔으니 화내는 건 당연했다.

연홍 련은 대답을 들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청명을 보고 있다 침상 옆 창밖을 본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메마르게 푸른 하늘과 황폐한 대지엔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숨 쉬듯이 느껴진다.

“..전쟁이라는 게 어느 순간 목숨 잃을지도 모르는 건데, 매번 만신창이로 돌아오는 당신이, 그렇게 독하다 싶게 말을 안 들으면서도 살아 돌아오니까.”

길어진 전쟁에 지친 와중에도 색바랜 희망을 가지고 모두가 버티고 있다.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희망 중 하나가 청명이라는 것을. 악마 같은 마교들을 상대로 외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그야말로 영웅 같은 존재인 그를 모르는 중원인은 어디에도 없다. 그 사실은 그를 향한 신뢰도 되지만 동시에 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원흉이었다. 담담히 말하던 연홍 련이 청명을 돌아보며 손바닥으로 자신을 짚는다.

“멍청하게 당신은 괜찮을 거라고. 남들처럼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안일하게 믿는 내가!”

대단히 협의고 도를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사람을 구하는 것에는 망설임이 없다. 자신을 구해줬을 때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 좋았다. 자신의 영웅이 모두에게도 칭송되면 기뻐하는 게 맞는 건데. 가끔은 못 견디게 듣기 싫었다. 칭송이란 말로 얼마나 그를 전장에 몰아간 건가. 살아 돌아온 당신이 묻혀온 피가, 그가 보아온 죽음이 내가 살려낸 죽음만큼이나 가깝다는 게. 손이 떨릴 만큼 무서웠다. 왜 당신이 매화검존이라서. 왜. 떨리는 입술을 꾹 물어낸 연홍 련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청명을 노려본다.

“-어느 순간 당신이 나 없는 데서 죽을까 봐. 피가 식어갔다고. 당신이 내 심정을 알아?”

가만히 누워있어도 모자를 인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는다. 연홍 련은 결국 참아오던 눈물을 흘린다. 방울방울 흐르는 눈물에 청명은 경직된다. 물기가 그렁한 눈으로 청명을 보던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잠시 말을 멈춘 연홍 련은 눈물을 훔쳐 말한다.

“…사흘.”

“…응?”

말을 잇지 못하던 청명은 한박자 늦게 반문한다. 먹먹한 목소리 아래 연홍 련은 조금씩 흥분을 가라앉혀 말을 이었다.

“사흘째야. 당신이 정신 차린 거.”

그녀가 쏟아낸 감정에 압도된 것도 잠시, 청명은 눈을 끔뻑이며 연홍 련을 보다 자신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는다. 청명의 반응에 미간을 구긴 연홍 련은 살짝 아래로 시선이 내려간다. 당보와 교대로 청명의 상처를 봐오고 했지만 그는 절대안정을 취해야 될 상태다. 사흘 만에 일어날 수 있는 것도 기적이었다. 진기를 주기적으로 불어넣고 도가의 내력이 정화의 성질이 강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과다출혈로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청명에게 매어진 붕대를 보던 연홍 련은 청명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처음처럼 상처를 자극하는 게 아닌 가볍게 머리만 기대있었다.

“내가 의원인데, 정인인데. 당신이 죽기 직전까지 몰아져 있어야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게……빌어먹게 야속해.”

낮게 욕을 지껄이는 연홍 련은 침상을 짚은 손을 꾹 쥐어낸다. 병과 부상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기에 의원은 환자를 가릴 수 없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약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연홍은 약자와 세인을 보호해야 된다. 참으로 훌륭한 도지만 의무로 인해 제 사람을 잃을 뻔했다면, 죽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인가.

소가주의 의무가 때때로 족쇄같이 느껴졌지만 이번엔 그 지위 덕을 보았다. 자신이 이렇게 청명의 옆에서 간호할 수 있던 것도 그의 중태를 숨기기 위해 의료단의 총책임자인 연홍 화가 허락해주었으니까. 덕분에 청명이 위중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의 사람들 뿐이었다. 한참 말이 없던 청명은 느릿하게 연홍 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얼굴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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