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카호] 그와 검정과 파랑
마고로쿠 카네모토 경장 실장 기념 암살로그
미스미 카호에게 막연히 마고로쿠 카네모토라는 남사에 대해 질문하면, 그녀는 분명 무사보다는 낭인, 낭인보다는 경호원, 경호원보다는 무사에 가깝다는, 두리뭉실한 대답을 할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한 심정을 캐물으면, 커다란 늑대개, 라고 말하리라. 머리부터 발끝까지는 검고, 의복 사이로 드러나는 팔다리는 옅은 구릿빛을 띄고 있어 도드라지지 않는다. 먹물로 빈틈없이 적혀진 듯한 그 인영 위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의대와, 야광주같이 빛나는 눈동자뿐이다. 어둠 속에서 시선을 마주한 순간, 분명 숨을 내뱉을 틈도 없이 목을 물어뜯기고 말겠지.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라서 정말 다행이지만, 오래도록 함께 있으면 몸에 먹물 냄새가 배일지도 모르겠다고, 카호는 종종 생각해곤 했다.
그리고 그것이 평소에 미스미 카호가 상사에게 가지고 있던 인상이었기에, 그녀는 지금 옆에 나타난 남자의 면면이 낯설고 새로웠다.
혼마루에 소속된 남사들에게는 그 주인 되는 사니와들이 ‘경장’이라고 하여 여름옷을 따로 지어주곤 한다. 카호도 어렸을 적에, 새 옷을 입은 아버지의 단도들이 쪼르르 달려와 어떠냐며 자랑하곤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일. 혼마루 소속이 아닌 시간 정부 소속의 남사들은 경장이니 내번복이니 하는 의복과는 인연이 별로 없다. 그들이라고 사복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계절에 따른 풍물시를 챙길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정복 외의 유카타같은 것을 구비할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상한가?”
여전히 검게 물들어있지만, 평소의 먹물 냄새가 아닌, 깊은 곳에 있는 강물 냄새를 풍기는 남사가 말했다. 같은 검정이라도, 어떤 색이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법이다. 허리에 자리한 새파란 오비가 인상적이었고, 거기에 놓인 무늬를 보면 어지간히 상등품이겠거니, 하는 생각이든다. 발치로 갈수록 빛이 닿는 수면으로 점점 올라가는 듯 밝아지는 옷감의 색채가 어쩐지, 남자가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러게 아득하다가도, 손에 든 부채가 새까만 색인 것과, 허리에 찬 인롱의 끝이 붉은색인 것을 보면 겨우 평소와 다르지 않은 점을 찾은 듯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경장은 경장이구나, 싶어서. 마고로쿠씨가 이렇게 가볍게 입으신 거 처음 봐요.”
“뭐, 그런 일이니까. 대놓고 ‘순찰하고 있소’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런데 많이 더우신가요?”
“그렇게 덥지는 않지만?”
“아니, 부채를 들고 계시기에.”
사실은 그가 들고 있는 부채보다도, 떡하니 벌어져서 가슴 근육을 내보이고 있는 옷자락이 카호에게 그런 질문을 하게 했다. 카호가 쑥스러움을 탄다거나 민망해하는 성정은 아니었지만, 카호와 남자의 키 차이 때문에 떡하니 눈높이가 마고로쿠의 가슴팍에 맞닿아있는지라,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카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고로쿠는 들고 있던 접이식 부채를 카호에게 내밀었다.
“이건, 미스미씨한테 주는 선물이야.”
“감사합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주는 것이니 감사히 받은 카호는 곧바로 부채를 펼쳤다. 나무로 된 대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검은색 일색인, 우아한 부채다. 카호로서는, 하나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 미뤄두다가 사지 않았던 물건이었기에 반가우면서도, 신기했다. 이 상사는, 신기하게도 의외인 부분에서 센스가 있다.
“저, 그런데 뭔가 선물 받을 만한 일을 했던가요?”
“항상 고마우니까?”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그런데 마고로쿠씨는, 검정색을 좋아하시나요?”
“글쎄,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정복도 그렇고, 경장도 그렇고, 부채도 검은색이라서?”
근거 있는 추론이었지만, 정답은 아니라는 듯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파란색이 좋지만, 이쪽이 미스미씨한테 어울리니까.”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느긋하게 미소지었다. 부하는 모를 것이다. 저 선물이 마고로쿠 카네모토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결과라는 것을.
항상 몸을 가볍게 하고 다니는 카호가 늘 들고다니는 물건이라고 해봐야 단말기와 근시 정도다. 마고로쿠 카네모토는 그녀의 검은 될 수 없다. 그럼 적어도, 제 손길이 닿은 물건을 하나쯤 가지고 다녀줬으면 한다. 여름동안은 가지고 다니겠지. 선물로는 드문 물건이니, 쉬이 버리지도 않으리라. 저것을 볼 때, 이따금 선물한 이를 떠올려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까지 머리를 쓰게 하다니, 어찌나 대단한, 부하인지.
물론, 그런 남자의 속을 하나도 모르는 카호는 슬슬 덥네…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기에 받은 부채로 살살 바람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마고로쿠는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한참을 조용히 부채질을 하던 미스미 카호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남자의 모습을 보며 말한다.
“이런 걸 입었겠지요.”
영문 모를 말에 마고로쿠 카네모토가 물었다.
“미스미씨는 이따금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하지.”
“마고로쿠씨의 하오리요.”
“아, 그런 이야기인가. 여기엔 톱니무늬가 없다만?“
“그게 마고로쿠씨 다운 거겠죠. 잘 어울려요. 좀 무섭기도 하고.”
“어떤 부분이 그런 걸 느끼게 하지?”
“옷감에, 푸른 기가 도는 거요. 깊은 물 속 같아서, 빠지면 못 나올 것 같네요.”
그러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현명하게 속마음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자, 그럼 하고 능숙하게 화제를 돌린다.
“그럼, 경호를 맡아도 좋을까.”
“상사가 부하의 경호를 맡아도 되는 건가요.”
“그럼, 특기거든. 내가 비록 미스미씨의 검은 될 수 없지만, 경호원은 될 수 있지.”
“대가로는 무얼 드리면 좋을까요?”
“글쎄, 고민을 좀 해볼까.”
한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짐짓 고민하는 듯한 몸짓을 하는 마고로쿠에게, 카호가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빈말이었는데, 그냥 해주시겠다는 말은 안 하시는 군요.”
“보상은 제대로 받아놓는다는 게 신조인지라.”
마고로쿠 카네모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는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저를 바라보는 부하의 눈길을 한참을 마주한 후에,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그럼 미스미씨, 손을.”
“손이 비어있는 편이, 용이하지 않으신가요.”
“나로서는, 경호대상을 잃어버리는 편이 훨씬 멋이 없으니까.”
카호가 턱, 소리나게 마고로쿠의 손에 손을 올리자, 그는 조심스럽게 힘을 주어 그 손을 움켜잡았다.
지금은 일단 이것으로 좋겠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마고로쿠씨, 인롱에는 뭐가 들었나요?”
“궁금하면 이따 직접 열어보도록 하지.”
“그냥 말로 하시면 편할텐데……”
“어떤 이의 말을 빌리자면.”
“마고로쿠씨까지 놀라움을 추구하기 시작하시면 우리 부서 뒤집어져요……”
정말로, 이것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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