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총 82개의 포스트
*감상 댓글은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갑주를 착용하지 않은 새하얀 오른손이 그의 뺨에 닿았다. 선명한 눈가의 붉은 색채가 느릿하게 제 존재를 알려오고, 볕에 살짝 말린 장미꽃잎의 색을 띈 입술이 키요라에게 다가왔다. 그 입술이 조금의 틈도 남기지 않고 포개어졌을 때, 키요라는 눈을 감기는 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역행의 종착지 음식으로 가득 찬 찬합은 마치 보석함과도 같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다양한 설음식이 그 안에 담겨 있어, 시각적 즐거움과 맛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몇 차례 상사를 따라 방문했던 식당은 평소와는 사뭇
쿄고쿠 마사무네와 키요라,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 지독한 침묵은, 거의 대부분 쿄고쿠 마사무네가 입을 열어야만 깨진다. 아주 드물게, 키요라가 먼저 입을 여는 일이 있기도 하였으므로, 쿄고쿠 마사무네는 언제나 일말의 기대를 품는다. 차라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좋을 것을, 쿄고쿠 마사무네에게 별빛에 가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기어이 심부 깊숙이 안고 있던 진심 한 조각을 내뱉고야 만다. “나도 주인에게 상냥하게 굴고 싶어.”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더할 나위 없는 야속함과, 더할 나위 없는 다정과 더할 나위 없는 쓸쓸함을 담아서. “하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그렇지?” 이 남자의 첫 태도가 자신임을, 쇼쿠다이키리
쿄고쿠 마사무네는 저의 인간에 관하여 생각한다. 주인인 쿄고쿠 마사무네조차 노력 하나 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중신인 저의 인간이 깨닫지 못할 리 없다. 머리카락 한 올, 피부 밑에 흐르는 피 한 방울, 입으로 들이쉬고 내쉬는 한 줌 숨결조차 저를 경애하고 있는데. 왜 분명한 이지와 의사를 가지고, 제게 매달리지 않고, 사랑한다 말하지
미스미 카호에게 막연히 마고로쿠 카네모토라는 남사에 대해 질문하면, 그녀는 분명 무사보다는 낭인, 낭인보다는 경호원, 경호원보다는 무사에 가깝다는, 두리뭉실한 대답을 할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한 심정을 캐물으면, 커다란 늑대개, 라고 말하리라. 머리부터 발끝까지는 검고, 의복 사이로 드러나는 팔다리는 옅은 구릿빛을 띄고 있어 도드라지지
회심의 일격 빙글빙글,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알리면서. “미레야.” 남자가 할 말은 분명 그것밖에 없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보랏빛 눈동자. 다른 곳을 볼 때는 시린 자수정을 떠올리게 하면서, 저와 마주하는 순간 부드러운 제비꽃의 색을 띠
written by. @saniwa_jeyeon CM Summer Fever 장마가 지나가고 난 다음의 공기는 무겁고 눅눅했다. 그뿐이었다면 다행이었을 것을, 장마 기간 내내 비구름에 가려져 있던 분을 풀 듯이 태양이 작열했다. 7월의 중순, 불시에 커다란 알림음과 함께 찾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어떤 사랑의 말 맛있는 냄새가 난다. 어떤 냄새인지 알고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된장국 냄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이겨내고, 껌뻑껌뻑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느릿하게 이부자리에서 일어난 카호가 부엌 쪽을 바라보
written by. @saniwa_jeyeon CM 휘두를수록 옅어지는 것 여는 이야기 다리 밑, 구석진 곳에 위치한 그 노포는 생긴 지 25년 쯤 되는 곳으로, 이른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이다. 평일 저녁인지라, 그렇게까지 붐비지 않는 식당 안에서 비교적 여유
written by. @saniwa_jeyeon CM 떨어져 있어야 보이는 것 프롤로그 석 달 전, 카호와 짓큐가 어떤 블랙 혼마루를 정화할 때의 일이다. 오염도가 높지 않았던 단도 하나가, 흔쾌히 카호와 짓큐를 도와주었다. 그래서 다른 혼마루에 비해 수월하게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여름 감기 0. 그래도, 카호로서는 무척 큰 결심을 하고 한 말이었다. - 그러니까, 짓큐씨가 괜찮다면. 우리, 같이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알아가도록 해요. - 좋아. 카호씨가 불안하다면, 내가 내 도생을
written by. @saniwa_jeyeon CM 나의 이해 불가 Onion Girl 0. 그는 아주 오래전에, 혹은 아주 먼 미래에 후회하는 선택을 한 적이 있다.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으나, 조금 다른 방법을 선택했으면 좋았으리라. 부러져 스러지는 순간
*근데 아직 부화를 안 함 히메츠루는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용의 알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자연스럽게 용알을 지키는 사람은 닛코가 되었다. 알을 제 방에 가져다 둔 닛코는 많은 시간을 용알의 옆에서 보냈다. 곁에서 일을 보고, 조용히 책을 잃고, 한가롭게 휴식을 취할 때면, 알을 부드러운 손길로 가만히 쓰다듬곤 했다. 처음에는
-슬롯: (1/1) -트위터 @saniwa_jeyeon의 1차 지인들에게만 디엠으로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샘플: 이 스페이스에 있는 글들 -가격: 1.일반타입: 줄거리를 제시받습니다. 공백포함 1천자당 7천원 2.오마카세타입: ~가 보고 싶어요만 하셔도 알아서 말아드립니다. 공백포함 1천자당 9천
그 우구이스마루를 지배하는 것은 긴장과 전율이다. 이것을 흥미진진하다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를 일이고, 가슴께가 두근거리는 걸 보면 설렌다고 말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우구이스마루의 시선과 주의는 언제나 사니와를 쫓는다. 아주 미세한 추이를 섬세하게 조절하여, 그럴 듯한 기준선을 긋는다. 이정도는 보아넘겨주는지. 또, 이정도는 어떤지. 아니다, 이건 너무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영원의 이름 그날 이후로 소년은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그에게 소환된 악마, 닛코 이치몬지는 이불을 덮고 얌전히 누워있는 제 계약자를 그저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악마 소환의 흔적은 닛코가 다 지워냈으므로, 대 악마
written by. @saniwa_jeyeon CM 나의 개 같은 Apricot Boy 0. 열리지 않길 바라던 상자가 열려, 마음을 자각한 것이 송하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왜 알아 버린거지. 거짓말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얼마나
"좋아하게 될 것 같아서..." 제 팔을 잡고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코류를 보며, 송하는 생각했다. 이 새끼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좋아하게 될거라는 건 또 뭐야?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할거 아니야? 그러다가 결국 좋아하지 않게 되면 또 본체만체 어디로 휙 던져두겠다? 송하가 그나마 코류에 대해
written by. @saniwa_jeyeon CM 0. 아마도 잠결에 했을, 잠꼬대와 같은 말. -있잖아, 카호씨.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카호씨가 될 거라고 생각해. 그 말은 마치 어제처럼 아득하기도 했고,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기도 했다. -사랑을 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가지 않을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1. 카호에게서 때아닌 가을의 향기가 났다. "짓큐씨, 왜 그래요?“ “카호씨한테서 꽃향기가 나서. 기억에 있는 향인데 무슨 꽃인지 모르겠네...” “아마 국화일 거예요. 부장님이랑 대국할 때 국화차를 마셨거든요. 아마도, 그 향이 배어서.” “응. 그렇구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0. 사람이 사는 일이니, 언젠가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막연한 상상 속의 나는 쏟아지는 빗속에 혼자 서 있는 것처럼 외로웠고, 겨우 이 순간이 오게 되었구나, 하고 속이 시원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순간이
written by. @saniwa_jeyeon CM 0. 노리무네 이치몬지는 여자의 머리 위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보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든가, 짝사랑이 이루어진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있어왔다. 오랫동안 존재하며 많은 것을 보아온 그도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written by. @saniwa_jeyeon CM 1. 의사가 마지막 생리가 언제였느냐고 한 질문에 노카가 폐경이 된 게 아니었느냐 반문했다. 의사는 고개를 젓더니 임신한 지 4주쯤 되었다고 말했다. 노카는 순간 의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얼빠진 목소리로 네? 하고 말하고 말았다. 그런 노카에게 의사가 차분히 설명했다. 워낙에
“미레야. 아, 이렇게 부르는 게 아닌가?” 어둠 속에서 남자의 보랏빛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 그것은 미레를 본능적으로 움츠리게 만들었다. 어렸을 적 괴담으로나 들었던 침대 밑 괴물을 목도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물론 남자는 침대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 한 가운데에 떡 하니 서있었던 지라 좀 다른 이야기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눈이 선명하게 웃
아키라와 무명의 대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선배와 했어.” 무명의 말을 들은 우구이스마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느때처럼 차를 홀짝이며 그렇구나, 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무명은 제 선배와 사람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제법 즐거웠던 지라,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종종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 주
방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누워있던 짓큐 미츠타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라, 불이 꺼진 방 안은 어두웠지만, 그는 도검남사. 단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둠 속에서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눈은 가지고 있었다. 어둠에 적응한 그가 보랏빛 눈을 빛내면서 내려다보는 것은 침대에 누워자고 있는 이 방의 주인이자, 그의 주인이다. 그녀의
미레는 취미는 그림 그리기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좋아하는 걸 그리고 싶은 법이다. 그렇게 해서 미레가 자주 그리게 되는 대상은 짓큐 미츠타다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미레는 짓큐 미츠타다를 좋아하기에.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정신을 차리면 시선은 짓큐에게 닿아있곤 했다. 몇십 번을 눈으로 덧그렸을까, 몇
보통 미레가 원격으로 혼마루에 접속하는 것을 종료하면, 짓큐 미츠타다는 미레의 곁에 나타나지만, 내번 당번일 때는 예외였다. 시스템적으로 24시간 동안은 내번 업무에 매여있게 되기 때문에, 게임을 꺼도 혼마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레는 평소와 달리 홀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발치에 둥글게 몸을 말고 잠들어있는 집안의 터줏대감이 있는지라
막 머리를 감고 나온 미레는 기분이 좋았다. 새로 산 동백 헤어오일 향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콧노래를 부르며 욕실에서 나온 그녀를 서늘함이 덮쳤다. 내일은 하루종일 비가 온다더니 벌써부터 날씨가 이상한 모양이었다. 가디건이라도 걸쳐야지, 하고 방으로 향하려던 그녀의 시야에 소파에 걸쳐져 있던 커다란 사이즈의 져지 상의가 들어온 것은 순전히 우
"나 오빠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뭐든지.“ "오빠는, 내 방에 있는 오빠 닮은 물건들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해?“ 미레의 말에 짓큐는 음, 소리를 내고는 미레의 방 안을 한바퀴 휘 둘러보았다. 저를 닮은 그림이 그려진 커다란 족자(동생들의 그림이 그려진 것들도 있다). 작은 그림. 제가 조금 귀여운 모습으로 그려진 손바닥만한 그림을
꽃샘추위도 물러나고 봄이 오긴 온 건지, 차갑지 않은 비가 내려 하늘이 구물구물하고 습한 날이었다. 외출에서 돌아온 미레는 지친다는 얼굴로 신발을 벗자마자 거실 한 쪽에 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쓰고 있던 모자도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버렸다. 보통 외출에서 돌아오면 이렇게까지 지치지는 않았는데, 날씨 탓인지 유독 피곤했다. "많이 피곤해
등하불명 : 등잔 밑이 어둡다. 가까이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찾지 못할 때 쓰는 말. 늦은 밤이었다. 부키츠마루는 오랜만에 닛코와 지긋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닛코를 근시직에서 물린 지 꽤 시일이 지난 지금, 그가 불침번을 청해왔기 때문이다. 근래 장기원정이 잦은 닛코였기에, 그의 과로를 염려한 부키츠마루는 청을 거절하려고 했다.
어렴풋이 느껴지던 피냄새가 부키츠마루의 뒤를 쫓는다. 그에 붙잡힐까, 부키츠마루는 느린 숨이 벅차도록 다리를 움직였다.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았던 두려운 상황이 또다시 그를 찾아왔다. 1부대가 있던 자리는 그야말로 피바다였다. 그보다 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소년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핏자국이 자욱했다. 깊은 부상으로 현현한 몸을
-산쵸모 어딘가 앳된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른다. 선택받아 깨워진 마음으로 목소리를 향해 날개짓을 한다. 그렇게 흑백의 공간을 가르고 도달한 곳에는 잠들어있던 저를 깨운 자가 있다. 청년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그 진한 분홍색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산쵸모는 이 순간, 이
"지금 아빠한테 말 걸었다고 경계하고 있는거에요? 아, 너무 귀엽다. 아빠를 진짜 좋아하나 봐.“ 일반적으로 옆자리에서 인사도 없이 명백하게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에게 주의를 주는 게 보통이겠지만, 그 아비로 추정되는 자가 보기 드문 미남이래서야 나던 화도 눈 녹듯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법이다. 닛코는 자신의 반대편에서 눈을
부키츠마루 이치몬지는 제 집단인 이치몬지 일가에게 숨기는 것이 없었다. 묻는 말에는 다 대답을 하기 마련이었고, 주인과의 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여, 이치몬지들이 모여있으면 사니와와 부키츠마루의 이야기가 도마에 오르곤 했다. "주인은 우리가 모이는 걸 두려워했으니까, 심통이 난 것도 당연한 거다, 냐.“ "심통이 난 듯한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부키츠 형님.“ 친애하는 아우의 드문 호칭에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뜨던 부키츠마루 이치몬지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근시를 정하는 것은 주인의 뜻이다, 하세베. 내게 말해봐야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크윽....기껏 형님이라고 까지 불렀줬건만...!!“ "그래. 듣기 좋았다 아우여. 앞으로도 꼭 그리 부르기를 희망한다.“ "
동이 트자마자 뜬 닛코는 한쪽 팔로 턱을 괴고는 이불 속의 소년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아주 느릿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잠들어있는 모습은 평상시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아직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의 볕에 비춰진 그 모습을 보며 느끼는 감정의 이름인지 닛코는 아직 알지 못한다. 남자다운 기백을 은은
닛코 이치몬지가 빈사 상태로 혼마루에 실려왔다. 부키츠마루는 수리실로의 걸음을 재촉했다. 혼마루 복도를 가로지르는 사니와의 모습에 남사들의 시선이 소년의 뒤를 좆았지만, 누구 하나 사니와를 붙들고 질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덜덜 떨면서 숨이 막힐 듯한 얼굴을 한 소년이 수리실에 도착하자, 수리실 안에 상처투성이의 닛코를 눕혀두던 산쵸모가 코토
*레이엘(@ rayel_token)님네 가내 톤보사니 적폐날조 3차창작입니다. 눈을 뜨기 전부터 알 수 있었다. 저를 품에 안고 있는 이가 얼마나 따뜻한,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의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지. 쿵쿵 일정한 소리를 내며 들려오는 소리가 다정하게 느껴졌다. 비몽사몽한 가운데 그것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순간 숨을 잘못 삼킬
미레의 책상에 인형이 또 늘어났다. 남자, 짓큐를 닮은 인형이다. 사실 그로서는 손바닥보다 작은 개나 늑대의 모습을 한 인형이 어디가 그를 닮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미레가 그렇다니 그런 거지,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미레의 인형들에 대한 짓큐의 감상을 말하자면, 그냥 좋았다. 자화자찬을 하듯 저를 닮은 인형들이 좋다기보단, 인형을 둘
그것은 겐지의 중보라 불리는 명예를 지닌 물건. 그 남사는 지켜야할 규칙과 해야할 의무에 엄격한 자. 그는 히게키리의 동생이라는 존재에 어울려야하는 자. 그는 스스로가 인지하는 세 가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은 족쇄가 되어 그를 옥죄어왔다. 그러나 그는 답답해하기는 커녕 기꺼워하였다. 그는 겐지의 중보로서의 명예를 중히 여겼다. 히자마
살아있음은 느닷없이 흩어지는 법이다. 그리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히게키리의 주인은 그리 생각하는 이였다. 히게키리로 말하자면, 그런 주인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가 들리면 즐거웠다. 물건인 채로 있었다면 지난 천년과 앞으로의 천년이 그리 다를바
무명 자신은 왜 새로운 우구이스마루를 깨울까 고민했던가. 그것은 궁금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동소체들을 보았으나 그것은 다른 이의 손에서 현현된 다른 이의 남사. 제 영력으로 현현된 같은 남사는 아직까지 없었으므로, 무엇이 다를까, 하고 순수하게 궁금해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런 인간의 마음 같은 것
노리무네는 잠든 여자의 혈색 없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는 것처럼 굴던 여자는 잠들어있을 때만큼은 편안한 얼굴을 했다. 한참을 그리 보고 있다가, 손을 뻗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돈해본다. 그 접촉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익숙한 손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깊이 잠들었기 때문일까. 그는
노리무네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상하게 공기가 건조하고 서늘했다. 그는 방 안을 둘러보며 방주인의 모습을 찾았다. 이윽고 깨닫고 만다. 들려야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물건들로 가득한 이 혼마루에서, 한 존재만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호흡을 해야하는데, 그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노리무네는 울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누워있는 노카
사람은 신에게 기도한다지만, 신은 누구에게 기도해야하는가. 이름도 모를 신을 찾았다가, 노카를 불렀다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기도를 올리다가, 노카를 찾는 것을 반복했다. 대답은 없었다. 노리무네 이치몬지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믿는 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 어떤 신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기억 속에서 꺼낸 노카의 본명을 불렀다. 당연하게도,
*아키라와 피린님네 사니와 무명군이 이야기를 하고 놉니다. 나모나키(이름이 없는) 혼마루에는, 이따금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손님이 하나 있다. 오늘도 네 번의 도약만에 제대로 '고정'된 방으로 혼마루에 들이닥친 손님, 신도 아키라-사니와로서의 이름은 나츠-는 한참을 혼마루의 주인과 간식을 나눠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의아한
"그래도 자네가, 나한테 끌려와주고 있었으니까." 시작은 그랬지, 철저하게 재단해서 내린 결정 사이로, 그녀가 살아 걸어왔을 때, 다시 마주쳤을 때 느낀 것은 연민이었다. "나를 제대로 미워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갈팡질팡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래도 곁에 있는 것을 물리지않고, 끌어당기면 못 이긴 척 결국 끌려와줬으니까. 내
폭, 하고 제 가슴에 기댄 후유에 놀라다가도 기꺼워져, 졸음을 몰아냈다. 자유로운 손으로 쓰다듬는 것처럼 이마에 손을 대어보니 열이 많이 내려있었다. “약이 잘 들었나봅니다. 다행이네요, 주군.” 열이 내려 몸이 편해진 것인지 후유의 눈에는 아롱아롱 졸음이 맺혀있어, 그는 천천히 후유의 팔을 토닥였다. 탁. 탁. 탁. 탁. 일
"닛코, 너는 너의 생을 살아야한다." 영원히 소년일 이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그에 어떻게 반응할지 갈등하던 닛코는 헛웃음을 지었다. 평생 네 입에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말을, 네가 한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의심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진짜 네가 돌아온 것인지, 나의 그리움이 만들어낸 환영인지, 드디어 내가 미쳐버리고 만 것인지. "알
제연@사니와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겹친을 통해 물어봐주셔도 좋고, 냅다 팔로우 신청 해주셔도 좋아요! 계정 정체를 모르신다구요? 그러니까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슈뢰딩거의 플텍인 것입니다.
오사카성은 대체로 평이한 난이도의 전장이라고 평가되고 있지만, 90층 이후로는 그것도 아니었다. 고속창에 스친 상처에 당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무 번째가 되는 걸까, 상관 없지만이라는 말이나 중얼거렸지만 그것을 지켜본 이에게는 지독히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다. 짓큐 미츠타다는 제 옆에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츠바키의 머리카
노카는 멀거니 말을 타고 달려오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죽음과 삶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 달려오는구나... 노리무네가 노카의 앞에 서기까지,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 걸렸던 것도 같고,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던 것도 같았다. 노카는 노리무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노리무네는 노카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다. 노카에게 승마가 죽음을 의미
이것이 충심이라면 당연한 일이리라. 이것이 원망이라면 홀로 녹여 없애면 될 일이다. 허나 이치고 히토후리는 아직 그 마음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였다. -이치고 히토후리 누군가 그를 불렀다. 언뜻 듣기에 담담한 것 같기도 하고, 간절한 것 같기도 한 목소리가 분명하게 그를 불렀다. 하여 그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헤매이는 일 없이
주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히자마루는 생각했다.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명'은 본질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응시하는 남자를 멀찍이에서 바라보며,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는 너와 나 뿐이야. 너는 지금 여기서 네 할 일을 하면 돼. 언젠가의 그 말이, 저도 있는 줄
*하자쿠라와 사쿠라코가 싸우고 화해합니다. 하자쿠라는 누워서 애꿏은 천장만 노려보다가 냅다 이불을 발로 찼다. 진짜 어떻게하면 좋지. 확 헤어져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그치만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 스스로가 바보같아서 기가 찼다. 나는 사쿠쨩이 가장 중요하니까,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사쿠쨩이 내가 필요하다거나 힘들어하면 만사를
하루하루가 한없이 긴 것처럼 느껴지다가, 쏜살같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매일이 꿈결같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머리 위에 벼락이라도 떨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의 매일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스스로를 저버리고, 미워하고,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느
우구이스마루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다시 멀어졌을 때에서야, 사쿠라코는 방금 그게 입맞춤이었나?하고 생각했다. 분명히 닿았다 떨어진 감촉이 생생한데도, 의문형이었던 이유는 우구이스마루의 얼굴이 전혀 표정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런 사쿠라코를 보며 우구이스마루가 물안개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할
"왔어?" 이제는 제 집인 것마냥 귀가한 미레를 반기는 짓큐다. 뭔가 만들고 있었는지 앞치마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다녀왔다고 말하고 나서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미레는 식탁에 앉아 열심히 요리 중인 짓큐의 뒷모습을 즐겁게 구경했다. 짓큐는 혼마루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 이런 순간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귀가하기 전에는 집에
사쿠라코는 문득, 제 달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분위기가 묘하다고 해야하나, 신비하다고 해야하나. 그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한편으로 은은하게 빛나며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그런 느낌. 사쿠라코에게 미카즈키 무네치카라는 남사는 그런 존재였다. 나긋하게 미소짓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저토록 강하고 아름다운 존
부키츠마루는 조금 의아한 기분으로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딱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인." "듣고 있다." "어깨를 보여줄 수 있는가." 부키츠마루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겉옷을 벗고는 셔츠 단추를 풀어 어깨를 드러냈다. 그렇게 드러난 어깨에는 커다란 손자국 같은 시퍼런 멍이 남아있었는데, 그를 보며 닛코는 면목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 가질래?" 뜬금없는 짓큐의 말에 미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여느때처럼 다정하게 웃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미레가 좋아하는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미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물론, 나는 네 것이지만." 미레가 떨떠름한 얼굴을 하자 짓큐는 그제서야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웃
감기에 걸렸다. 환절기면 으레 생기는 일이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것은, 겨울에서 봄이 되는 정도로 기온이 심하게 변하는 것도 아닌데, 환절기는 환절기라고 미레의 머리를 무겁게 만들었다. 어제는 멀쩡했는데도, 문득 아, 감기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예상치못한 일은 아니었으나 억울한 감정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 푹
에 이어지는 짧은 후일담입니다. 커다란 창을 통해 밝은 햇살이 아침을 알리고 있었다. 츠바키는 천천히 눈을 떴다. 곁에 누워있는 이의 온기가 느껴졌다. 아직은 덜 깬 잠을 몰아내려고 두어번 눈을 껌뻑이던 츠바키의 귓가에 하하, 하는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눈을 번쩍 뜬 츠바키가 옆에 누운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유키님." 츠바
※ 마왕짓큐x츠바키의 얼렁뚱땅 로판 ※ 라미레(@ Lamire_touken)님의 가내드림에 대한 적폐날조 3차 창작입니다 가신들이 멋대로 추진한 결혼식날이 오고야 말았다. 공국의 주인의 결혼답게 식은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짓큐의 기분은 최악을 달렸다. 이런 소문 나쁜 대공에게 팔려오듯 시집 온 영애도 제대로된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여 짓큐는 신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