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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냇] Let You Go

나타샤에게,

 

안녕, 나타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 너를 붙잡고 이야기하는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왜 편지를 쓸 생각은 못 했을까. 너라면 세상을 구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답장을 써줬을 텐데. 그러면 다시 들여다보면서 너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 하나라도 늘었을 테고 말이야. 이제 와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야. 사진도 더 많이 찍고, 네가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 더 알아두고, 더 많은 걸 같이 할 걸 그랬어. 그러면 꺼내 볼 기억도 더 많았겠지. 투정을 부리려는 건 아니야. 그냥 세상이 너무 빠른 것 같아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전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게 아쉬워서 그래.

내가 나가는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래서 우리는 잃은 걸 놓아주는 방법을 배워야 한대. 그게 아무리 아프고, 슬픈 일이라고 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래. 그런데 나는 아직 널 놓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그러니까 가끔 이렇게 편지를 써도 괜찮을까? 부칠 주소가 없어서 내 서랍에 쌓여가겠지만, 너라면 어떻게든 읽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씩 널 놓아줄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혹시 내가 널 놓아주려는 게 서운하니? 내가 기억하는 너라면 그러지 않을 것 같기는 해. 그래도 만약 그렇다면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줘. 내 일부가 된 너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지, 널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야. 절대로.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 모임 시간이 다 되어가서 말이야. 또 편지할게. 안녕.

아직은 네가 많이 보고 싶은 산드라가.

 

추신. 답장 꼭 써. 나중에 다 읽어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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