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은 유하며,

둘: 샛바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마는, 이 알레이 에버그린이란 인간이 다소 특이한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보라! 사크라 테라에 발을 딛고서도 꿋꿋이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아니하는 바로 저 모습을. 어디선가 묵직한 바위를 기어코 찾아내더니 번쩍 들어올리고야 만다. 잔뜩 용을 쓰는지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그 입에서 흘러나오고, 낯빛은 불타는 듯한 머리칼과 다를 바가 없다.


그 바지런함을 따지자면 젊은 청년의 근면함에 제법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뭐, 달리 말하자면 퍽 유난스러운 것이겠고. 어느 쪽이든 어린 목동의 본성은 바뀌지 않을 테니 당신께서는 편한 방향으로 해석하시어라.


그렇게 한참을 바위 든 채 기예를 선보이던 이는 쿵 소리와 함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곧 옆에 꽂아 두었던 창을 집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평소 입던 스커트와는 사뭇 다른 바지 차림도 제법 익숙해 보이는군. 높게 올려묶은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낀다.


길따란 랜스가 허공을 갈랐다. 가상의 적을 베었다. 동료를 지켜냈다.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그의 노력의 증표였고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의 심지를 나타냈다. 알레이 에버그린, 상록의 기재! 적어도 그 이름값은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지. 무아에 빠질 틈도 없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주근깨 박힌 뺨을 소맷자락이 닦아냈다. 깊은 한숨. 그리고 짧은 침묵.


“저어, 지켜보시는 것은 괜찮지만 말예요…….”


혹은 그 집중이 깨진 것에 또다른 이유가 있었던가.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어딘가를 향해 느닷없이 말을 건넨다. 화답하는 것은 단단한 체구의 드워프로, 제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드워프들께서는 그 무기 제련 기술만큼 도끼술도 유명하다 들었어요. 혹 가르침을 청해도 괜찮으실까요? 사실은 지금 창의 무게중심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 참이랍니다…!”


어제와 다를 바는 없다. 삶은 한 편의 춤. 무예 또한 한 편의 예술.


청년은 다시금 세계수의 주민께 춤을 청한다.


그대, 응하겠는가?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