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

[래빈문대] 매일 밤 최면으로 문대형님을..(맛보기)

문대른 | 최면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언제부터 문대형께 성애의 마음을 가진 걸까.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흔들어 말려야 한다. 그러면 안 된다고.

지금에 와서는..'

래빈이 머리를 그러쥐었다.
'소용이 없다. 이미 대나무 뿌리처럼 깊이, 집요하게 파고든 마음을 뽑아낸다면, 제 마음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이었다.'



어느순간부터 래빈의 시선 끝에는 문대가 존재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렇게 넘겼다. 그러나 그것이 한두 번이 아닌 열 손가락을 넘어서고, 수십, 수백번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래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얼마 가지는 못했다. 짧은 시간 안에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제 마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까.

왜 나는 문대형께 이런 마음을 가진 거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시간이 갈수록 래빈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갔다.

그날은 악몽을 꾸었다. 마음이 들킨 래빈을 바라보는 싸늘한 문대형의 눈. 식은땀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거실로 향하자 멤버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래빈을 챙겼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하는 당사자의 얼굴부터가 말이 아니었다. 다들 태연히 넘어가 주기는 했지만, 래빈은 며칠 동안 같은 꿈을 꾸었다.

몇주가 지나갔다.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원래 래빈은 무언가를 숨기는데 요령이 없었다. 래빈의 얼굴은 점점 초췌해져 갔다. 멤버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이어졌다.


노래가.. 자신이 만들어낸 노래들이 스스로 듣기에도 현재의 심정을 명백히 드러냈다. 한숨을 쉬며 래빈이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문대형께 고백을 할 수는 없다. 그건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받아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문대형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분이셨다. 팀의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래빈이 다시 작곡을 위해 고개를 들었다. 엉망인 노래만 만들어지지만, 복잡한 생각을 잠시동안이라도 미뤄두고 싶었다.

래빈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어?

커서가 화면에 멈춰있었다.

왜 이러지? 래빈이 마우스를 좌우를 흔들었다. 그래도 커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래빈이 인상을 찡그렸다.

커서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찾듯 이리저리 움직이던 커서는 갑작스레 사라지더니 이상한 페이지와 함께 나타났다. 래빈이 놀라 눈을 깜빡였다.
"최면을.. 거는 방법?"
래빈이 홀린 듯 페이지를 내려 방법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왜 이게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진짜 가능한 걸까?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찼다. 이걸 정말 실행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궁금함도 그 만큼 컸다. 망설이던 래빈은 한산한 복도를 지나가던 직원을 불러세웠다. 래빈에게로 시선을 돌린 직원에게 래빈이 엄지와 중지를 그 앞에서 튕겼다. 직원이 순식간에 무표정해졌다. 다가오던 발걸음 그대로 자세가 굳었다. 침을 꿀꺽 삼킨 래빈이 입을 열었다. "제가 누구입니까?"

"...제 주인님입니다."

...!

놀란 래빈이 주춤 발을 뒤로 물렸다. 이게.. 정말 가능했다!

래빈이는 황급히 최면을 풀고 자리를 벗어났다. 직원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래빈을 바라봤지만, 그런 건 래빈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래빈이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걸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감은 눈앞으로 문대 형이 아른거렸다. 래빈이 다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안돼, 사리사욕을 위해 문대형을 곤란하게 할 수는 없어!
래빈이 얼굴을 쓸었다.


그래도.. 안 들킨 다면 한번은, 한번은 괜찮지 않을까?


래빈이 조심스럽게 이불을 내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이라 다들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었다. 옆에 누워있는 차유진에게 일어나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었다. 다른 방에도 들어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각각 최면을 걸었다. 죄책감이 머릿속에서 웅웅 거렸지만 래빈은 눈을 질끈 감고 행위를 마쳤다.

래빈이 조용한 발걸음으로 문대의 침실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문대형이 단독으로 방을 쓰시는 차례였기에 조금 더 안심하고 문을 열 수 있었다. 문대는 곤하게 잠이 들어있었다.

딱.

래빈이 손가락을 튕겼다.

문대가 느리게 눈을 떴다.

"문대형, 가만히 계셔주세요."

문대가 가만히 래빈을 쳐다봤다. 졸린 지, 눈이 느리게 뜨이고 감겼다. 래빈은 다리 아래에서 부터 전율이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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