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감독생 약탈혼(1)

고스트 메리지~감독생을 구출하자~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2차창작 입니다.

-여감독생이며, 게임 내 디폴트 네임을 사용합니다.

-타 사이트에 업로드 한 적이 있습니다.

-올캐러 드림입니다.

-퇴고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감독생의 외형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나 의식하지 않고 쓴 외형 묘사가 등장(필자의 능지...문제라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할 수 있습니다.

-위의 항목들이 불편하시면 뒤로가기 부탁드립니다!


"유우가 납치당했다는 거라고!!"

"뭐?"

그림이 엉엉 울며 에이스와 듀스에 엉겨 붙었다. 에이스는 그림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 했으나, 오늘따라 유독 많은 고스트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에이스는 곧장 납치범의 인상착의를 그림에게 물었다.

"왕자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거라고!"

"고스트들은 질리지도 않나···."

에이스는 그림의 답을 듣고,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왕자 같은 옷을 입었다는 것을 보아하니, 납치범은 당연히 왕자 고스트일 것이고 목적은 감독생과의 결혼이겠지. 에이스는 이 상황이 고스트 메리지와 같은 상황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듀스는 에이스의 어깨를 잡고 앞 뒤로 흔들어 대며 한숨을 쉰 이유와 감독생은 왜 사라진 것이고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며 에이스를 보챘다.

"아 좀! 설명해 줄 테니까 놔 봐! 하여튼 힘만 더럽게 세요. 아무튼,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멍청한 듀스 군에게 설명해 주자면, 감독생은 지금 고스트에게 납치당했어. 전의 고스메리 때처럼. 감독생이 신랑 고스트에게 납치당한 것 같아."

"뭐?!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윽, 멋대로 만지지 마!"

듀스가 감독생을 구출할 방법을 생각하려던 순간, 고스트들이 강압적인 태도로 교실에 있던 아이들을 밖으로 쫓아냈다. 듀스는 고스트들에게 고함치며 거세게 반항했지만, 에이스는 '그냥 고스매리 시즌 2 잖아.' 따위를 생각하며 순순히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이스와 듀스 그림이 운동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각 기숙사장-드물게 말레우스 드라코니아도 함께 있었다.-과 부 기숙사장, 그 외 관계자가 모여 있었다. 물론 학원장도 함께 있었다. 평소 감독생과 친하게 지내는 두 사람과 한 마리가 운동장에 터덜터덜 걸어오는 것을 본 학원장은 그녀의 행방을 물었다.

"감독생··· 납치당했어요."

"예?? 감독생 씨가??"

에이스의 말은 운동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파문을 일으켰다. 평소 모든 사건에 휘말리는 체질인 감독생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납치당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그녀가 납치당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납치당했다는 선택지 자체를 떠올리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녀가 정체도 모를 질 나쁜 고스트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장면을 상상한 NRC 관계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행동파인 곰치 쌍둥이는 당장이라도 망할 납치범을 찢어 죽이러 갈 듯 눈을 흉흉하게 빛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썩을 고스트에게 덤볐다간 일라이저 때처럼 모두의 발이 식당에 묶이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었기에 아즐은 제이드와 플로이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그도 감독생을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평소와 같은 이지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제이드, 플로이드, 진정하세요. 제게 좋은 방안이 있으니까. 우선, 감독생 씨가 납치당한 장소인 식당 주변을 터뜨리는 겁니다. 그럼, 고스트들이 알아서 달아나겠죠. 여기엔 리들 씨의 힘이 적격이니 보다 효과적으로 그들을 물리칠 수 있겠죠. 그 뒤,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신랑 고스트도 해치우면 될 것 같은데···. 학원장, 허가해 주시겠습니까? 만에 하나, 그들이 물러나지 않더라도 옥타비넬 기숙사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물러나게 만들겠습니다."

"···아즐,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제정신이니?"

리들도 감독생을 납치한 고스트에게 충분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지만, 아즐의 정신 나간 제안을 듣자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이들이 극도로 흥분한 모습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침착해 보이는 것이었지만.

"이런, 그 질문엔 어폐가 있는 것 같군요. 리들 씨, 전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또렷한 정신으로 현 상황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 말하며 아즐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리들은 양심이라는 단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구는 아즐-원래부터 없었지만-을 보고 표정을 구겼다. 아즐은 그런 리들의 표정에 눈썹을 꿈틀, 움직이며 불만스럽다는 것을 작게나마 드러냈다.

"그거 좋은 방법이네~. 난 찬성."

"과연 옥타비넬의 기숙사장답습니다. 자비의 정신을 토대로 감독생 씨를 안전하게 구출할 방법을 마련해 내다니, 역시 아즐이네요."

옥타비넬 기숙사에 휘말린 우아-물리-의 빌 셴하이트는 '그거 좋네, 방해가 되는 건 치워버리고 시작해야지.'라고 말하며 아즐의 의견에 동의했다. 막을 수 없이 무한대로 발산해가는 학생들의 살의에, 학원장은 학교가 남아 나지 않겠다는 걸 느꼈는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건 이데아 슈라우드 군이 납치당했을 때와 같은 상황입니다! 여러분이 감독생 군에게 프러포즈를 하면 해결될 문제라는 말인 거죠! 그러니 식당 주변을 터뜨리겠다는 그런 폭력적인 언사는 이제 그만··· 제 말 듣고 있습니까?"

'감독생에게 프러포즈하면 해결될 문제.'

이 문장이 NRC 학생들의 머릿속을 자유롭게 유영했다. 그 한 문장으로 그렇게 시끌시끌했던 운동장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적막의 틈새에서, 운동장에 서 있던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건 감독생에게 내 마음을 슬쩍 찔러 넣어볼, 어쩌면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라고.

그렇게 NRC 배 '감독생과 결혼할 최고의 신랑감 찾기 대회'가 개최되려는 듯했다.


"하······, 저기요. 저 좀 풀어 주시면 안 될까요."

"플어드릴 리가 없지 않나요. 당신은 제 신부가 될 사람인 걸요. 당신같은 완벽한 사람이 제 신부가 된다니, 저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신랑일 거예요!"

···말이 안 통하네. 일라이저 보다 더 심한데? 가신 고스트는 더 강한 것 같고. 날 납치한 이 새끼는 왕자라고 했던가? 그럼, 이번엔 정말 해결 방법 없는 거 아닌가? ···그림, 내가 납치당하는 거 보고 충격받았을 텐데.

감독생은 신랑 고스트에게 납치당해 식당에 갇혀 있었다. 그들 사이에 메이드가 한 명-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한 구라고 해야하나?- 있었는데, 그 메이드는 감독생을 웨딩드레스로 갈아입히고 몸단장을 도와주었다. 감독생은 납치당하는 순간부터 일라이저 때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웨딩드레스로 갈아입혀지니 저 망할 고스트가 정말 자신과 결혼하려 든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 들끓는 감저을 어찌 분출할 방법이 없어, 감독생은 신랑 고스트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는 때를 노려 중지에 낀 반지를 자랑하기 위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들켜도 딱히 상관은 없었으나 진짜 들키지 않으니 감독생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통쾌한 기분은 가신 고스트들 덕에 오래 가지 못했다.

"왕자님은 친절한 분이십니다."

"그리 심려치 마세요."

"당신 같은 사람에겐 과분한 분이시니, 분명 지금보다 행복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씨발.'

감독생은 그들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휙 돌렸다. 고스트들의 구시렁댐이 뒤통수에서 느껴졌지만, 알 바 아니었다. 결혼하게 될 리가 없는데, 저들을 신경 써서 뭐 하겠는가. 하지만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감독생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아 댔다. 그 모습은 지옥에서 기어 올라오는 괴수와 흡사하여 결혼하는 새색시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용태였다. 오히려 새색시 같다고 했다면, 감독생은 그런 불명예스러운 호칭으로 자신을 부른 사람을 처리하러 갔을 것이다.

'흠, 그럼 어쩌지? 깽판 놓고 튈까, 아니면 얌전히 앉아서 구하러 오는 걸 기다릴까? 깽판 놓으면 속이 조금은 풀릴 것 같긴 한데··· 도망치지는 못할 것 같고.'

바닥에 질질 끌리는 순백의 드레스와 하이힐을 슬쩍 흘겨본 감독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기다려야 하는 건가. 사실 감독생이 난동을 부릴지, 얌전히 앉아서 기다릴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데에는 어린이도 알 수 있는 단순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여기가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이기 때문이다.

그래,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이기 때문에 고민되는 것이다. 그 까칠하고 까탈스럽고 유난스러운 선배들과 친구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신이 굳이 위험을 무릅써가며 구하러 올 존재는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감독생은 더 생각해봤자 뭐 하겠냐는 심정으로 머리를 비웠다. 그리고 그녀는 재수 없는 고스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제 몸뚱이를 튼튼하게 지탱해 주었던 의자를 비장하게 손에 쥐고, 창문 가까이에 몸을 가져갔다. 그녀가 투신하려는 줄 알고 몇몇 고스트가 움찔댔으나, 그것은 그녀의 안중 밖에 있었다. 그저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데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리이이이임!! 에이스으으으!! 듀스으으으으!! 들려?? 나 여깄어어어!!!"

얌전히 앉아있던 인간 소녀 하나가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니, 가신 고스트들 대부분이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어떤 무리에 가던 그 무리의 우두머리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존재가 하나쯤은 있는 법이었다.

"시끄럽다! 인간 주제에 분수를 알아야지, 네놈이 왕자님과 결혼할 수 있는 건 감히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것을 거부하고 소란을 피우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 말에, 감독생은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심호흡을 한 후 눈을 감았다 뜨니, 의자가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성의 의자와 함께 탈출해버린 듯했다.

'세벡하고 처음 만났을 때 말투랑 비슷했지. 추억 돋고 좋긴 한데, 저게 납치 피해자한테 할 말인가? 뒈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지 아주 그냥. 아 근데 이미 죽어있구나?'

감독생에게 무례한 태도로 말을 하던 가신 고스트는 역시나 입만 놀릴 줄 아는 놈이었는지, 의자가 날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안 그래도 파란 얼굴을 더 파랗게 물들이곤 재빠르게 도망쳤다. 자신을 방해하던 귀찮은 것이 사라지자, 감독생은 창문 가까이에 몸을 내밀어 다시 소리쳤다.

"재애애애애액!! 에페에에에엘!! 세베에에엑!! 오르토오오오!!! 들려?? 나 여기야아아아!!!"

소리가 공간에 갇혀 밖으로 퍼지지 않는다. 방음 마법을 걸어 놓은 건가? 그럼, 소리 질러도 소용이 없구나. ···아, 아니다. 선배들이 이게 일라이저 때와 같다는 걸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지. 내가 멍청한 짓을 했네.

감독생은 가신 고스트에게 던졌던 의자를 다시 주워 와서 침대에 몸을 던지듯 의자에 몸을 맡겼다.

'어 넒은 공간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건 이 의자밖에 없구나···. 차라리 자고 싶다. 고스트 십새끼 그냥 죽어버려. 이미 죽었지만 한 번 더 죽어라. 부관참시 해야지. 그보다 왜 영혼인 채로 남아있는 거야? 민폐다 정말. 아, 그런데 정말로 망자가 되어버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데아 선배한테 민폐인 것 같은데···. 아 몰라, 그냥 나가 죽어라.'

신랑 고스트는 감독생이 날뛰는 동안 그녀를 관찰하기만 했는데, 그것이 꽤 재미있었는지 의자에 푹 퍼져 있는 감독생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가 물리적인 거리를 좁혔다. 그리곤, 자신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왜요."

"제 부인이 될 사람의 이름은 알아야 하잖아요. 저는 윌리엄이라고 해요. 당신의 이름을 알고 싶은데, 알려 주면 안 될까요?"

"네. 안 돼요."

윌리엄은 자기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감독생이 재미있었는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왕자라는 신분이었기에 자신을 거스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감독생에게 흥미를 느끼는 이유인 것 같았다. 고스트는 냉담한 그녀의 반응을 더 보고 싶어 질문을 가장한 호구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음, 이름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럼 좋아하는 음식을 알려 주세요!"

"입에 뭐 안 넣습니다."

"그렇구나, 밥을 드시는 걸 싫어하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은 미디엄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예요."

"어쩌라고요."

"취미는 있나요? 당신이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알려드릴게요! 이상형은 있나요?"

"어차피 그쪽은 아니니까 이제 그만······."

"제가 이상형이 아니라면, 당신의 이상형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알려주세요, 네??"

'···말 드럽게 안 들어 처먹네.'

"제 이상형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납치하지 않으며, 타인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묵살하여 억지로 결혼하게 만드는 바람에 나를 죽이려는 심보가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 쪽이랑은 거리가 아주 먼 것 같은데요?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에서부터 탈락이고요."

감독생이 고스트를 맹렬히 노려보며 대꾸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 사람이 지금 내게 화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용해질 법도 한데 윌리엄은 아니었다. 한겨울의 서리같은 눈동자가 오로지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윌리엄은 오싹한 쾌감이 뇌를 관통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일국의 왕자로 태어난 윌리엄은 죽을 때까지 원하는 것은 전부 손에 넣는 삶을 살아왔기에, 그는 감독생을 자신의 손에 쥐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만약 감독생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아주 끔찍한 생각이었다. 감독생은 계속해서 자신을 성가시게 만드는 그를 무시하고 그저 하염없이, 굳게 닫힌 식당 입구만을 바라봤다.


감독생이 고스트에게 고통받는 동안,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의 기숙사장들은 누가 먼저 프러포즈를 하러 갈지 정하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턱시도는 또 어디에서 가져왔는지-In Stock Now!- 각자의 이미지에 꼭 맞는 것을 빼입은 채였다. 아무래도 일라이저에게 호되게 당한 것이 떠오른 것 같았다. 물론, 감독생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턱시도를 입은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크흠, 그럼, 이제 누가 먼저 식당으로 갈지 이야기를 해 볼까요. 저는 저희 하츠라뷸이 가장 먼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기숙사에는 감독생의 친우인 에이스와 듀스가 있습니다. 물론 저와 트레이, 케이트도 감독생과 친한 편이고, 서로에게 '가장 많이 의지가 되는 존재'인 저희가 먼저 가야 한다고 봅니다."

리들의 말에 트레이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에이스와 케이트는 맞장구를 쳤으며, 듀스는 자신이 속한 하츠라뷸 기숙사의 자랑스러운 기숙사장에게 선망의 눈빛을 보냈다. 그렇게 하츠라뷸 사람들 사이에서 훈훈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는데, 에이스의 뒤에 서 있던 호박색 눈이 으르렁대며 위협적인 소리를 올렸다.

"어이. 그 초식동물이 걱정되는 건 알겠으니까 진정하라고. 이래서 1학년 애송이들은······."

"···죄송합니다, 기숙사장."

레오나의 경고 아닌 경고에, 잭은 으르렁거리던 것을 멈추고 에이스에게서 멀리 떨어져 섰다. 아주 짧은 위협이었지만, 에이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있었다. 공포심을 잊고 싶었던 에이스는 잭에게 진짜 죽는 줄 알았다며 애써 너스레를 떨어댔다. 하지만 입과는 달리 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기에 잭은 에이스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그 와중에 듀스는 에이스의 속도 몰라주고, '저것이··· 야생의 기백!' 따위를 생각하는 듯한, 어쩐지 뿌듯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기 친구가 저 모양이라는 사실에 에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시시싯, 그러는 레오나 씨도 꼬리를 불만스럽게 움직이고 있지 않슴까?"

"시끄러워."

"뭐, 저도 감독생 군이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니까여~. 이해 못 할 것도 없져. 그런데 하츠라뷸이 먼저 간다는 건 이해 못하겠슴다. 이런 건 원래 사냥 잘하는 쪽이 차지하는 거라구여."

라기는 레오나를 놀리다가도, 리들의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어느샌가 잭도 거기에 동참하여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사바나클로의 기숙사장은 하품을 하며 나른하게 걸어 나오더니, 리들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의 옥색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사자의 위엄을 폭력적일 정도로 증대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하츠라뷸의 붉은 여왕님은 그런 것에 겁먹을 인물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레오나 킹스칼라는 무리의 우두머리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까 저 멍청이들이 초식동물의 친우라고 했나? 그렇게 치면 우리 쪽의 일 학년이 그 녀석과 더 친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서로에게 가장 많이 의지가 되는 존재라고? 웃기는 소리. 비실비실한 녀석들 틈바구니에서 초식동물이 '든든함'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나 있었겠나? 거기에, 초식동물이 망할 문어 새끼와 거래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도 나와 라기, 그리고 우리 쪽의 의욕만 넘치는 일 학년이지. 오히려 그 녀석의 친우라 주장하는 것들은 원인 제공자 아닌가? 그래 놓고 의지가 가장 많이 되는 존재라니, 그리 찾아 대는 하트 여왕의 법률이 울고 가겠군. 그러니 빨간 도련님은 빠져 있어. 여긴 사바나클로가 먼저 실례하겠다."

레오나가 말미잘 계약 건을 꺼내자, 에이스와 듀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옆에서 감독생을 찾아 울부짖던 그림도 눈물을 뚝 그치고 자신의 죄를 곱씹었다. 그리고 자신의 기숙사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리들도 입을 다물어야 했다. 찍소리도 못하는 그들을 보며 기세등등해진 레오나는 한쪽 입꼬리만을 끌어 올리며 다소 비열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바다사자 선배도 매지프트 때문에 아즐이랑 계약했으면서~. 좀 웃기지 않아?"

"아아?"

"이런, 오버블롯까지 했던 전적이 있으시면서 그건 잊으신 모양이군요. 육지의 동물들은 전부 이런 모양인 건지, 잠깐이라도 그들의 터전에서 머물렀던 감독생 씨가 안타깝네요."

플로이드와 제이드의 합공이 시작되려고 하자, 이건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라기가 황급히 레오나를 끌어냈다. 셈이 빠른 하이에나에게 끌려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레오나는 아즐을 조롱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뚱보 문어'라는 조롱에는 살짝 주춤했지만, 안경을 똑바로 쓰고 옷 매무새를 정돈함으로써 아즐은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저희 옥타비넬은 감독생 씨와 그림 씨가 스칼라비아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 적이 있습니다. 뭐, 그 덕에 그녀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과언이네~."

"과언이네요."

"너희들은 조용히 있어! 크흠, 거기에 전 그녀가 소중히 가꾼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 했으나, 감독생 씨는 오히려 저를 위로해 줬습니다. 그렇다면 그녀가 납치당해 곤란해하고 있는 지금, 자비의 정신을 토대로 한 기숙사의 어엿한 기숙사장인 제가 나서야만 하는 일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그리고 리들 씨와 레오나 씨··· 계속해서 그녀와의 친밀도를 언급하시던데, 그런 것이라면 저희 기숙사도 지지 않습니다. 그렇죠? 제이드, 플로이드."

"당연하지."

"물론이죠."

"그렇다고 하니, 저희 기숙사가 먼저 실례······."

"잠깐, 아즐! 감독생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즐의 말을 끊은 것은 다름 아닌 카림이었다. 갑작스러운 카림의 개입에 아즐은 심히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곧바로 의심의 싹을 키워내 짜증이 담긴 눈초리를 쟈밀에게 돌렸다.

"흥,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건가? 아쉽게 됐지만 이번엔 내가 한 짓이 아니다. 하지만 나도 카림과 같은 의견이니 몇 마디만 더 덧붙이지. 감독생에게 있어 불공정한 계약을 진행한 너희들에게서 어떻게 친밀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게 더 신빙성 있을 것 같은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너희와 감독생은 그저 마피아와 그 마피아에 당한 피해자로 보일 뿐이야. 그 누구도 너희를 친하다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그, 그럴 리가. 그래 보여도 감독생 씨는 플로이드를 귀여워한다고요."

"그건 플로이드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너는 뚱보 문어··· 정도로 생각되고 있을 수도 있겠군."

"이젠 싫어!!!"

쟈밀의 싸늘한 공격에 아즐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검은 눈물을 흘렸다. 아즐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만족한 쟈밀은 의견 피력을 하지 않고 물러나려 했지만, 이번엔 카림이 스칼라비아가 먼저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즐은 기억 속에 반쯤 묻어두었던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다. 아니, 상기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대부호 집안의 아들이며, 평소에는 해맑아 보여도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응, 쟈밀이 말한 대로야! 너희가 감독생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감독생을 힘들게 만든 것도 너희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런데 감독생이 아즐에게 친밀함을 느낀다는 건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오히려 한 번 도움을 준 걸로 빚을 지게 하려는 건 아니지? 아즐은 감독생에게 빚을 갚아야 할 처지인 것 같은데!"

대부호 집안의 후계자답게, 카림은 중대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셈하는 것이 느리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빠른 편에 속했고, 오차 범위하나 없이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아즐은 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카림과 아즐의 대치에 관심을 잃은 플로이드는 감독생이 자신을 귀여워한다는 사실에 조금 불만을 느끼고 있는 듯했고, 제이드는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대는 아즐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기숙사가 먼저 가도 된다고 생각해! 감독생은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을 때 진심 어린 충고를 해 줬어. 그 덕분에 쟈밀을 구할 수 있었지. 감독생은 나와 쟈밀의 은인이잖아? 은인을 구하러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우리가 가장 먼저 갈게!"

카림이 의기양양해하며 말했다. 아즐이 이를 바득바득 가는 동안 그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아, 이대로 스칼라비아가 먼저 가는 것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었으나 루크 헌트가 예의 그 과장된 몸짓을 하며 카림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아, 은인을 생각하는 황금의 군주의 저 넓은 마음!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트릭스터에게 은혜를 입은 건 황금의 군주 뿐만이 아니란다. 그렇지, 빌?"

"물론이야. 카림, 당신도 그 아이를 아끼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게. 하지만 루크가 말했듯, 유우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야. 너희도 유우에게 큰 빚을 졌겠지만, 난 그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돼. 결정적으로, 유우는 나를 언니처럼 따르고 좋아해 준다고? 물론, 루크도 그 아이르르 친밀하게 생각하고 있지. 에펠은 달리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러니 우리 폼피오레가 가장 먼저 가야겠어."

루크가 빌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 위해 '보테-, 백 점!'을 외쳤다. 에펠은 고개를 맹렬히 끄덕이며 이번만큼은 빌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기로 결심했다. 폼피오레 3명이 뭉쳐 단단한 요새를 이루니 그 누구도 저 단단한 벽을 부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작은 돌을 던져 균열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이그니하이드의 기숙사장, 이데아 슈라우드였다.

"가, 감독생 씨는 양캐인 루크 씨를 부담스러워하고, 엄격한 빌 씨는 무서워하던데 진심? 남의 말은 듣지 않는 위험한 사냥꾼에 연예인이라 그런가 자기 긍정이 장난 아니올시다~. 저기, 그런 자만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 졸자는 그런 거 돈 준다고 해도 배우고 싶지 않소이다."

"어머, 이데아. 배짱이 두둑하잖아. 그 말, 책임질 수 있니?"

'헉, 빌 씨 화났다. 옆에 있으면 불똥 튈게 분명하니까 도망가야 쓰겠구만.'

심상치 않게 핏줄이 툭 불거진 빌의 손을 본 에펠은 재빨리 잭과 에이스, 듀스, 그림이 서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빌은 그런 에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눈을 형형히 빛내며 이데아에게만 적대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데아는 험상궂게 일그러진 빌의 표정을 보고 흠칫, 어깨를 움츠리다가도, 한쪽 입꼬리만을 올려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역시 감독생 씨를 엄격하게 혼내는 빌 씨보단 그 애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졸자와 친애도가 더 높은 것은 아닌지? 이러다 빌 씨만 보면 도망가는 미래만이 존재할 것 같소만···. 듀후후, 그 땐 졸자가 감독생 씨를···."

음침한 상상을 하는 것인지, 이데아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을 만큼 음흉하게 변모했다. 빌은 그런 이데아와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 생각하여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대화할 가치가 없다고 해서 빌의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희고 고운 손에 불거진 핏줄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것을 제법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말레우스 드라코니아는 목 안으로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마, 말레우스 씨. 뭐가 재밌어서 그렇게 웃는 거···?"

"아아, 별 것 아니다. 그저, 슈라우드 네가 인간의 아이와의 관계에 지대한 착각을 품고 있는 것을 재미있다 생각했을 뿐이다. 인간의 아이는 나의 첫 번째 친우인데, 어떻게 하면 슈라우드 너와 가장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군. 뭐, 그런 착각들을 다 받아들여도 영향이 없을 정도로 유우는 나를 가장 좋아한다. 아, 그리고 이것만은 머리에 새겨 뒀으면 좋겠군. 인간의 아이는 장차 가시 계속의 왕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유우에게 애먼 생각은 품지 않았으면 좋겠군."

감독생이 가시 계곡의 왕비가 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라는 말레우스의 발언에, 운동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역정을 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분노한 것은 레오나 킹스칼라였다. 개와 고양이의 상성이 나쁜 것처럼, 사바나클로와 디어솜니아의 기숙사장은 좀처럼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이래서 어두침침한 곳에 처박혀 사는 놈들과는 말을 섞으면 안 된다니까. 상대의 의사는 생각하지도 않고 멋대로 제 의견만을 밀어붙이니 주변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가지. 어디에서 도마뱀 썩은 내가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안 그런가? 가시 계곡 차기 왕위 계승자님?"

"흥, 어디에서 고양이가 짖어 대는군. 그건 너는 가지지 못할 왕위에 대한 질투인가? 아니면 초원에 사는 녀석이라 밖에서 뛰어놀기만 해 생각이라는 걸 할 줄 모르게 된 건가? 둘 중 어떤 것이든, 국민들이 정말 안타깝군."

꼬리의 꼬리를 무는 언쟁에, 지켜보던 학원장은 점점 지쳐갔다. 또 큰일이 날 것 같아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식당 쪽에서 감독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이이임!! 에이스으으으!! 듀우스으으으!! 들려?? 나 여깄어어어어!!"

"재애애애액!! 에페에에엘!! 세에베에에엑!! 오르토오오오오!! 들려? 나 여기야아아아아!!!"

자신의 친구들을 가장 먼저 찾는 감독생의 부름에, 1학년들은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려는 듯 구두끈을 동여맸다. 2학년과 3학년은 감독생이 자신들을 가장 먼저 불러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2, 3학년의 기분은 지금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생이, 유우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식당을 향해 달려가려던 순간, 학원장이 입을 열었다.

"오, 드디어 갈 준비가 끝난 건가요? 그럼 제가 텔레포트 해 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저, 상냥하기 때문에!"

"아니, 텔레포트는 고마운데 진작에 좀 말리라고!"

"오르토! 영상 송신 부탁해!"

"맡겨줘 형!"

에이스의 절규,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도 영상 송신을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은 이데아의 목소리와 함께 1학년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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