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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찌하여 싸웠는가

에스마일>세실

트리거/소재 주의: 죽음 및 전쟁의 언급

종전 직전(24일 밤)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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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오면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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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마일 시프는 “불길한 예언자“ 노릇은 4학년 시절 멈췄지만, 그 이후에도 틈만 나면 타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미래가 불확실할 때야말로, 하지만 그에 가장 많은 것을 걸고 있을 때야말로 가장 미래가 알고 싶은 때였으니까. 언젠가 레아 윈필드와 이야기했듯, 마법사들은 실제로 예지라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왜 이 부분에 더 많은 투자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지 에스마일은 가끔 궁금해하곤 했다. 어째서 점술은 선택 과목에 불과한지.

그러던 어느 날 댄 브라이언트가 어린 동지에게 말을 걸었다.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조차 몇 명의 보초만이 깬 채 고요한 시각, 조금 지친 채로 돌아와 본부의 탁자에서.

그는 우연히도 에스마일에게 그가 마법사(혹은 마녀)라는 것을 가장 처음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약 일곱 살의 소심한 머글 태생 소년이 열일곱 살이 되어 함께 전장에 서는 사이가 되는 동안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에스마일의 기억 속에서 그는 늘 다정했다. 그런 그가 그때는 처음으로 조금 엄격한 표정을 했다.

“미래는 점치는 게 아니란다, 에스마일. 우리가 불러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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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목재로 된 지팡이를 갖고 있다. 희고 곧은 사시나무는 혁명가들의 지팡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심과 길이는 달랐으니, 우리는 그것을 그저 재미있다 여기던 때가 있었다. 래번클로 탑을 오르며 했던, 서로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맹세는 오래 전 깨어졌고 어쩌면 늘 이런 갈등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두 소년이, 서로 같은 꿈을 꾼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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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두려움과 나약함을 파헤치고 싶어하는가? 에스마일 이브라힘 시프가 그렇다. 그의 싸움의 원동력은 애초에 그런 것들에서 왔기에, 다른 이들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그것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이해하려 했기에. 그러다 보니 결국 어떤 길이 옳은지는 자명했기에 그렇다.

당신은 공허하게 웃는다.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하늘을 본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는다.) 그는 나약함을 쫓아 파헤친 끝에, 비로소 당신 또한 두려워했음을, 즉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그것을 잠시 잊는 데에 당신이 그보다 좀더 능했을 뿐. 부재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당신의 가족과 모든 동료와 친구들, 비웃고 경멸했던 친구들, 때로는 해치고 상처입혔던 친구들과, 자기 자신, 에스마일마저도. 대의에 묻혀 완전히 망각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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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신의 불가능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레아 브라이언트의 호그와트 입학을 막아서는 편지가 어떤 의도였는지, 대체 당신이 아끼는 삼촌의, 댄 브라이언트의 죽음을 왜 암시했는지, 그 수첩에 적힌 코드 네임과 시간과 장소가 어떤 의미였는지, 과연 왜 계속해서 수업 시간에 잠을 자다가 책 자국이 남은 한심한 얼굴로 복도를 돌아다니는지. 당신을 끊임없이 붙잡고 설명하려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면 또 어떤가. 최소한 마주 대거리 한 번조차,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이가 말하는 것은 변명이 되는데.

하지만 또한 당신도 그를 불가해로 여기지 않을 기회가, 그의 나약함을 용납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몇 번은, 어쩌면 수십, 수백 번은 있었을 것이나, 주문을 쏘기 전 질문을 한 번 더 할 수 있었을 것이나. 모든 앙금을 풀고 화해하기에는 이미 자정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모든 과거와 미래를 머릿속에서 지워낸다.

망설임은, 회고는, 언젠가 당신에게 필요했을 것이며 어쩌면 미래에도 당신에게 필요할 것이나,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적절한 시각과 장소와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는 댄의 말을 이해한다. 미래를 염려하는 것은 당장 지팡이를 들어야 할 투사들의 몫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그는 예언자도 선지자도 아닌 한 인간으로,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목격자이자 생존자로서,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고, 아주 오랫동안 간직했던 깨진 회중시계를 꺼낸다. 어느 새벽에 영원히 멈춰버린 바늘을 당신에게 건네준다. 당신이 시계에 새겨진 시각 이후를 살아가기를 원하나.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하지만 이런 말을 할 때가 지금은 아니겠죠. 당신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의문할 때가 아니에요. 잠시 다시 잊어 주세요. 그냥 이것만- 이것, 댄이 전달해 달라고 했거든요. 잘 간직하세요.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기억하세요. 저는 그것이 틀리다고 하지는 않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당신과 함께 때려눕혀 버릴 각오가 있습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들을 말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멀어진 동안 제가 해 왔던 모든 생각들을 당신께 말씀드릴 기회가. 하지만 지금은,

…이 자리에서, 저희 둘 다 더 이상 그러지 못할 때까지, 당신의 곁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모두가 우리에게서 사랑했던 이들을 보지 못하게, 두려움을 보지 못하게. 당신의 용기를 빌려주시겠습니까. (단순함을, 무도함을, 한 인간을 넘어서 이상이 되는 법을…) 만약 당신이 허락하신다면….”

오래 전 무도회에서, 그를 알아보지 못한 당신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듯이.

“Voulez-vous m'accorder cette danse?이 춤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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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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