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鹿鯊의 사냥 (1)
탈화석AU IF로그
CW: 폭력, 상해, 살해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있습니다. 타 러너 캐릭터 및 모브 캐릭터들에 대한 캐릭터 해석이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수정요청 주세요…) 핀갈이 다소 먼치킨화됩니다. 정사가 아닌 썰 정도로 읽어주세요.
핀갈 모레이라는 그 청년은, 그러니까, 말하자면…… 마른 하늘에서 느닷없이 떨어진 손바닥만한 개구리처럼 돌연하게, 예고도 전조도 없이 기사단의 눈앞에 튀어나왔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했다. 하나는 그가 그만큼 갑자기 나타나 기사단에 가입을 청했다는 뜻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가 말 그대로 중상을 입고 생사의 위기에 몰린 기사단원들의 눈앞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게 뛰쳐나왔다는 뜻이었다. 2미터에 육박하는 위협적인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점잖은 차림새를 하고 큼지막한 안경을 쓴 이 희한한 청년은 지팡이를 한 번 휘둘러 그들을 추격하던 죽음을 먹는 자들 두 명의 목을 한꺼번에 그어버리고 두 번째 주문으로 골목 담장을 화려하게 폭파해 무너뜨린 뒤 거의 유유하다고 표현될 수 있을 법한 태도로 양옆구리에 한 명씩 부상자들을 들어끼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정확히 어디에서 온 이방인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수사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용감한 사마리아인은 “우연히 지나가던 중, 어둠의 마법에 공격받는 것을 보고 우발적으로 뛰어들었다”며 기사단에 보호를 청했다. 비록 그의 뻔뻔하게 반들거리는 낯빛이 보는이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선명하게 새빨간 거짓말을 시사하고 있기는 했지만, 한패거리가 보는 눈앞에서 ‘고귀한 피’를 둘이나 살해하고 그들의 계획을 방해한 자가 앞으로 잔인한 보복 대상이 될 것은 자명하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으므로 기사단은 익숙하게 그 요청을 수락하여, 그처럼 가민에게 위협받게 된 협력자들을 위한 안전가옥을 제안했다.
핀갈 모레이는 거절했다. “집안에 숨어서 벌벌 떨고 있는 건 영 체질에 안 맞아서요.” 여전히 공격에 근접할 정도로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가 말을 이었다. “그보다는 당신들 진지로 데려가주시면 좋겠는데요. 제가 지금 어디 가서 마음대로 목숨을 버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당신들하고 같이 싸우기는 어렵습니다만, 허드렛일이라도 시켜주시면 능력껏 돕겠습니다.” 기사들은 당황했다.
비단 그 기묘한 태도가 아니더라도, 의기에 휩싸여 기사단을 돕다가 스스로 위험에 처하고 동료로 합류한다는 흐름은 너무도 교과서적인 미담이어서 오히려 작위의 냄새가 났다. 불사조 기사단의 수뇌부는 이 괴팍한 청년을 일단 대기시켜놓고 신변 조사를 지시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정체와 의도에 대한 의문들은 알아볼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아이작 윈필드가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불사조 기사단 중핵들 몇몇의 회의가 예정된 사무실에 막 발을 들였을 때였다. 프레데릭 해밀턴과 댄 브라이언트가 사진 몇 장을 두고 언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는 문 앞에서부터 벌써 목청을 돋운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게 정상적인 마법사처럼 보이나? 내가 보기에는 죽음을 먹는 자는 아닐지 몰라도, 그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이 분명한데.”
“글쎄, 생각이 지나치다니까. 아주 숙련된 오러들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 어디선가 전투 경험을 쌓은 거겠지.”
이골이 난 대화의 흐름이었으나 신입 단원에 대한 논쟁치고는 표현이 살벌했다. 아이작은 미약한 의아함을 안은 채로 문을 열었다. 방 안의 모든 눈이 아이작을 향했다. 다음 순간 미처 상황을 이해할 틈도 없이 그의 코앞에 몇 장의 사진들이 들이대졌다.
“마침 잘 왔네, 아이작.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아이작은 눈을 깜빡였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선혈낭자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가면 아래, 목에 난 큼직한 열상에서 분수처럼 피를 쏟아내고 있는 시체가 둘, 그리고 상처 부위를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들이 몇 장 더 있었다. 평범한 장소와 상황이라면 이런 사진을 다짜고짜 보여주는 것 자체가 경솔하거나 심지어 난폭하게 여겨지리만치 그로테스크한 장면이었으나, 군말없이 그것을 들여다본 아이작은 두 사람이 왜 다투고 있는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기이하군요.”
그가 말했다. 프레데릭이 만족스럽게, 댄이 다소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자리를 잡고 앉으며 아이작은 머리속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세계의 어떤 마법사도 다른 마법사의 주문을 완전하게 재현할 수 없는 것은 마법이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비단 패트로누스처럼 그 차이가 극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마법이 아니라도 그러하다. 같은 빗자루가 타고 있는 선수에 따라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누군가는 성냥불을 만드는 주문으로 누군가는 불바다를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이란 하나하나, 시시각각 다른 것이기에 같은 의도로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살펴보면 언제나 다른 점이 있다.
마법 결투 역시 그랬다. 불사조 기사단은 불필요한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기율이 굳건했고 전투를 벌이더라도 가능한한 살상을 피했으나 전쟁인 이상 사람을 죽이게 되는 일은 당연히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공격은 대개 생명이 경각에 달했을 때의 공포와 절망, 절박한 자기방어로 날이 서 있거나, 또는 분노와 용기, 투지의 힘으로 세차게 분출되었다. 반면에 죽음을 먹는 자들은 자신들이 사람의 생명을 해치고도 죄받지 않을 특권을 가졌다는 믿음에 도취했으며 그 방식이 잔인하면 잔인할수록 더욱 즐거워했다. 그들의 저주는 우월감과 가학심과 악의로 뼛속까지 파고드는 상흔을 남겼다.
사진에 찍힌 깨끗한 절단면은 둘 중 어느쪽도 아니었다. 그것들을 남긴 주문은 주저하고 흔들리지도, 마구잡이로 베고 찌르지도, 난도질하고 파헤치지도 않다. 불안정하지도, 격렬하지도, 잔혹하지도 않았다. 단지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치명적인 급소를 정확하게 노려 갈라놓았다. 이런 절단 주문으로 사람을 맞히려면 살인 저주 정도는 상대적으로 미숙하고 마음 약해 보이게 만들 만큼 확고부동하고 일말의 주저나 죄의식조차 끼어들 여지가 없는 예리하고 단호한 살의가 필요할 것이었다. 그러한 의도를 성립시키는 데 어느 정도의 증오가 필요할지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인데도, 이 시체들에 남은 상흔에는 사감私憾이랄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살을 베고 피를 뿌리며 주문이 지나간 궤적은 오히려…… 그러니까, 굳이 말하자면, 턱없이 무심했다. 그 마법이 드러내는 것은 유린의 쾌감도 보호의 절실함도 아니었다. 농부가 낫으로 이삭을 베듯이, 재단사가 가위로 천을 자르듯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반복해와서 별달리 생각하지도 않고 익숙하게 할 수 있을 만큼 몸에 밴 숙련, 거의 관성에 가까운 숙련이었다. 보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잘 드는 나이프로 고기를 썬 자국과 닮아있었다. 선인은 물론 악인들에조차도 도착된 방식으로 가장 큰 외경이며 금기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상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데에는, 놀랍거나 두렵기 이전에, 어딘가 모독적인 데가 있었다.
“스위니와 체스터를 도와줬다는 그 친구 말이야. 기사단에 들어오고 싶다는군.”
“비전투인력으로 말이지. 행동이나 능력은 싸우고 싶어 안달나 있으면서 어울리지않게 몸을 사리시겠다.”
“걱정하는 가족이라도 있나 보지. 그 나이에 그런 친구들이 한둘인가?”
프레데릭과 댄은 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아이작은 회의 문건을 읽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한 귀로 따라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젊은 친구입니까?”
“이제 열아홉이라던데. 딱 세실과 동갑이야. 기숙사는 다르지만……. 래번클로라던가.”
그렇다면 에스마일 시프…… 그리고 레아와도 동기간이겠다. 아이작은 이제 탁자 위에 어수선하게 펼쳐진 사진들에 짧게 시선을 던졌다.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느닷없이 출현한, 불가해한 살상의 숙련. 어쩐지 속이 조금 거북해졌다. 한편, 프레데릭은 이 말에서도 지적할 점을 찾아내곤 즉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열아홉 살짜리가 쌓았을 만한 ‘전투 경험’이라, 알 만해. 믿을 만한 출처로 듣자 하니 학교에서 머글식으로 주먹질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더군. 참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성품이야.“
“소싯적에 싸움 한 번 안 해보고 큰 사람이 여기 어디 있다고, 이 친구야. 그런 막연한 이유로 기사단의 은인을 문전박대하자니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지. 게다가 싸움을 했나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무엇 때문에 싸웠나가 아니겠나.”
"불사조 기사단이 언제부터 마법사 사회의 부적응자 밑바닥들을 위한 집합소였지? 아무리 밖에서는 그렇게 불린다지만 말이야."
“자, 자.”
셉티머스가 손을 들어 두 사람을 제지했다.
“여기서 입씨름해봤자 결론은 안 날 것 같군. 어쨌든 청년들은 담당이 있으니, 원래 절차대로 따르고 이건 여기서 정리하지.”
아이작은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였다. 셉티머스가 그를 곁눈질했다.
“내가 가는 게 낫겠나?”
“아뇨.”
잠깐의 생각 끝에 아이작이 말했다.
“그 친구를 만나보겠습니다.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을 두고 함부로 추측하는 것도 곤란하겠지요.”
그리고 지금 이 시각, 아이작 윈필드는 문제의 핀갈 모레이와 불사조 기사단의 아지트로 사용되는 선술집의 뒷방에 마주앉아 있었다. 바깥이 왁자지껄해 머플리아토 주문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소리가 묻힐 뿐만 아니라, 기사단의 협력자인 주인이 워낙 수완 좋고 의뭉스러워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넉넉하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데다 뒤편으로는 여러 개의 비밀통로가 있어 협력자들과의 접선에 자주 사용되는 장소였다. 모양상 맥주를 1파인트씩 시켰으나 두 사람 다 술잔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핀갈 모레이는 명백하게 대화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다소 얼빠진 얼굴로 아이작의 얼굴을 멀거니 쳐다보며, 아이작의 질문에는 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고,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든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복도 저편에서 절뚝이며 걸어오는 아이작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상태였다.
아이작은 그의 신상 정보가 담긴 서류를 다시 한 번 뒤적여보았다. 불사조 기사단이 이틀만에 가까운 채널들로 대강 추려모은 정보에 따르면, 핀갈 모이레 모레이는 스코틀랜드의 외진 촌락에서 온 소년이었다. 홀어머니의 손에 자랐으며 부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O.W.L. 전과목에서 O나 E를 받았으며 N.E.W.T. 역시 응시 과목을 전부 통과한 우등생으로, 일반 마법과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 특히 뛰어났으며 래번클로 팀의 몰이꾼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머글들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는 혈통차별주의자였으나, 동시에 아직 호그와트 교수였던 시절부터 모르가나 가민을 드러내놓고 적대했다. 댄 브라이언트는 그가 가민으로 변한 보가트를 풍선껌처럼 만들어 터뜨렸다는 일화를 듣고 파안대소하며 좋아했다. (“열네 살의 나이에 벌써 훌륭한 기사의 자세지 않나!”) 그는 또한 호그와트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공격당했을 때 공황 상태에 빠진 학생들에게 호통을 쳐 행동을 지시하거나, 다가올 전쟁을 대비해 또래들에게 전투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그 모든 것을 어디서 배웠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입버릇처럼 자신은 전쟁과 하등 관련이 없고 졸업만 하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과연 입학과 함께 홀연히 나타난 것처럼 졸업하자마자 종적을 감추어 이런 식으로 돌연하게 재등장하기 전까지 2년 동안 어디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비교적 확실하고 증거로 뒷받침되는 정보였다. 이것만으로도 희한하다면 충분히 희한한 이력이었으나, 소문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의 내용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괴상해졌다. 몸에서 비린내가 난다든가, 피부병이 있다든가, 맨손에 먼지가 묻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결벽증이라든가, 툭하면 아무에게나 달려들어 주먹질을 한다는 평판조차 호그와트 학생들 사이에서 돌았다는 다른 소문들에 비하면 비교적 얌전한 축에 들었다. 방에서 홀딱 벗고 알몸으로 다닌다느니, 옷을 벗고 검은 호수에 뛰어들어 헤엄을 즐긴다느니, 연회장에서 음식을 훔쳐내서 대왕 오징어를 길들였다느니, 사실은 모르가나 가민의 사진을 침대 옆에 붙여놓고 아침저녁으로 입을 맞출 정도로 열렬한 숭배자라느니, 심지어 아버지가 켄타우로스라든가, 사람으로 둔갑한 인어라는 소문에 이르기까지 온갖 황당무계한 소문들이 난무해 어떤 것이 완전히 농담이고 어떤 것이 부분적으로라도 사실을 담고 있는지 분간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마법 세계에 넘치는 것이 괴짜와 기인이요,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기실 어느 정도씩은 괴팍한 구석이 있다고는 하나, 핀갈 모레이가 개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인물임은 분명했다.
지금 아이작의 눈앞에 앉아있는 청년은 언뜻 그런 비현실적인 평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차분한 감색 망토에 긴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한데 묶고 어지러울 정도로 커다란 안경을 코 위에 걸친 모습이 어디의 학자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가 본인이 가입을 희망하는 기사단의 어른을 앞에 두고 딴생각에 몰두해 있다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그 커다란 몸을 의자에 구겨넣고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에는 어딘가 숨겨지지 않는 어색함이 있었다. 마치 큰 몸집의 맹수가 어깨를 움츠리고 집고양이 흉내를 내는 것만 같은, 그런 들어맞지 않는 부조화의 느낌이.
아이작은 서류 너머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충동적으로 던졌다.
“그러고보니 자네와 같은 해에 졸업한 딸이 있네만.”
처음으로, 핀갈 모레이가 그를 보았다. 아니, 지금까지 내도록 그의 얼굴에 시선을 붙박고 있었으니 어폐가 있는 표현이기는 했다. 하지만 조금전까지 청년은 아이작의 말에 반응을 하기는커녕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이제서야 두꺼운 안경알 너머로 눈동자를 움직여 아이작의 낯을 살피고, 이어질 말을 기다리듯이 초조하게 입가를 비틀었다. 말마리를 던지기는 했으나 딱히 더 하려던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라, 아이작은 단지 발을 빼듯 느릿하게 한 마디를 얹었다.
“딸의 친구가 내 동료지.”
“당신, 설마 아무것도 모르십니까?”
경멸을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청년이 되물어왔다. 예상했던 어떤 가능성과도 다른 반응에 아이작은 잠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핀갈 모레이는 더 이상 어깨를 수그리고 있지 않았다. 비로소 온 관심을 집중해 그를 응시하는 젊은이의 얼굴에는 까맣게 모르는 채 속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을 보는 듯한 딱한 기색과 제 죄를 눈앞에 두고도 부끄러움 한 점 보이지 않는 파렴치한을 대하는 양 기가 막힌 기색이 뒤섞여 있었다.
“아니면 모르는 척하시는 겁니까.”
“무엇을 말인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받아친 것치고는 내용이 동문서답이라, 아이작은 전후의 맥락을 연결하려 애쓰느라 잠시 지체했다. 그 사이에 핀갈 모레이가 빠르게 쏘아붙이듯이 부연했다.
“기사단에 들어가겠습니다. 싸움이든 잠입이든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단, 윈필드 씨의 호위로서요. 우선 윈필드 씨의 안전을 지키고,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돕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 있는 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주셔야 합니다.”
아이작의 손에서 서류와 깃펜이 우수수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유 마법으로 그것들을 제자리로 띄워올리면서 아이작은 몇 번이나 모레이의 표정을 확인했다. 농담을 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청년은 이제 완연히 마음을 굳힌 듯, 거의 여유롭기까지 한 확고한 표정으로 아이작의 시선을 마주보았다. 창백한 입가에는 심지어 미미한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아이작은 침착하게 말했다.
“내가 잘 못 들은 것 같네. 한 번 더 말해주겠나?”
“윈필드 씨의 호위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윈필드 씨가 일하고 계시는 동안은 윈필드 씨 옆에서 위험을 주시하고, 윈필드 씨가 퇴근하시면 그 때는 다른 일들을 하지요. 정체를 숨길 수 있도록 변장과 가짜 신분을 마련해주셔야겠지만요.”
두 사람 사이의 테이블에 정돈된 서류뭉치가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허공을 떠다니던 깃펜이 그 옆으로 사뿐히 내리놓였다. 여전히 귀를 의심하기를 그만두지 못한 채, 아이작은 다시 물었다.
“대체…… 왜?”
핀갈 모레이는 화사하게 웃었다.
“제가 윈필드 씨를 워낙 존경해서요.”
명백한 적의의 웃음이었다.
불사조 기사단에 투신한 후 처음으로, 아이작은 입단을 희망하는 젊은이와의 만남에서 만나기 전보다 많은 의문을 떠안고 돌아왔다. 댄 브라이언트는 재미있어했고(“그 친구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군.”), 프레데릭 해밀턴은 신랄하게 비웃었고(“자네들의 하해와 같으신 이해심이 마침내 불사조 기사단을 아주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군. 거 축하하네!”), 셉티머스 프라이어는 혹시 그 청년에게 모르는 사이에 원한을 산 것은 없는지 농담인 척하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아이작 자신도 알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한 어떤 말이 모레이의 심경을 건드렸는지, 이런 방식으로 청년이 그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짚이는 것이 없었다. 에스마일이나 레아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짐작까지는 해보았으나, 에스마일은 현재 잠입 임무를 위해 잠시 본부를 떠난 상태였고, 핀갈 모레이는 레아에게 그와 기사단의 관계를 추측이라도 할 수 있게 만들 만한 어떤 실마리도 흘리지 않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누구든, 당신들 외의 누군가가 나에 대해 알게 되면 이 일은 전부 없던 겁니다.” 그가 단순히 신변을 염려하는 예비 단원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단호하고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세가 분명한 말투로 잘라 말했다.)
몇 명의 고참 단원들이 더 개입해서 핀갈 모레이와 소통을 시도했으나 청년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안전가옥도, 신분 세탁도, 해외 망명도 아닌 불사조 기사단 진지에서의 보호를 요구했으며, ‘아이작 윈필드의 호위’라는 명확하고 제한된 임무를 가지고 기사단에 가입하기를 원했다.
수뇌부에서 약간의 언쟁이 오간 끝에, 기사단은 이 막무가내식의 요구를 수락했다. 의론은 복잡하였으나 결국 사유는 간단했다. 핀갈 모레이는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하기에는 너무 쓸모있는 전력이었다. 그는 힘이 세고 몸놀림이 날쌨으며 놀라울 정도로 고통을 잘 참아냈다. 그의 주문은 단순하지만 위력적이었고, 어지간한 방어 마법은 순전한 힘으로 깨뜨릴 수 있었으며, 무언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어냈다. 그는 대담하면서 신중했고, 평정을 뒤흔드는 순간에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싸움에 익숙했다. 감수할 두려움이나 견뎌야 할 고통과 정말로 피해야 할 치명적인 위험 사이의, 오랜 경륜을 가진 단원들에게도 쉽지 않은 분별을 제2의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행했고 자신이 다치는 것도 상대를 다치게 하는 것도 저어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의 역량은 스무 살짜리 젊은이가 아니라 20년 경력의 오러를 방불케 했다.
그래서 핀갈 모레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단에서 조제한 폴리주스를 지급받고 선배 단원을 따라 실전에 나가게 되었다. 모레이를 ‘호위 업무’에서 ‘면제’하기 위해, 아이작은 그날 저녁 산더미처럼 일거리를 싸들고 일찍 퇴근했다. 아이작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 문 앞에 버티고 선 모레이가 아이작이 집에 가기 전에 그 자리에서 움직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감히 사택까지 따라갈 수는 없으니 퇴근하신 뒤에는 성가시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핀갈 모레이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안 그래도 자네는 좀 쉴 필요가 있어.” 평소 아이작의 건강을 염려하던 동료 기사단원들이 말했다. “일찍 오셨네요.” 다소 얼떨떨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등떠밀리듯이 귀가한 아이작을 석연찮게 쳐다보며 레아가 말했다. “그렇게 됐구나.”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아이작이 말했다.)
두 청년은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몸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작전 대상 완파, 적측 사상자 세 명, 아군 피해 전무. 보고만 들어서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호저 클라크는 혐오감에 질린 얼굴로 핀갈 모레이를 외면하고 있었고, 핀갈 모레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다소 억울한 얼굴로 입을 다문 채였다. 선배 단원들이 두 사람을 격리하고 호저에게 따로 이야기를 들었다.
호저와 핀갈이 맡은 일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마법부 테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비밀 병기를 찾아 파괴하거나 회수하는 것이었다. 오러국은 최근 사로잡아 심문한 죽음을 먹는 자로부터 그것이 어느 외진 시골의 버려진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단서를 얻었으나 그것을 공식 작전으로 실행할 경우 내부에서 사보타주당할 것을 우려해 기사단 쪽에 은밀히 협력을 요청했다. (“그냥 목숨이 덜 아까워 보이는 쪽에 떠넘기는 건 아니고?” 프레데릭이 말했다.) 속사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두 젊은이는 야음을 틈타 그 낡은 헛간에 접근했다. 죽음을 먹는 자 한 명이 한가하게 보초를 서고 있었다. 좌우에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핀갈 모레이는 여기서 주변 확인을 마치자마자 망설임없이 보초의 목을 날려버림으로써 호저 클라크를 첫번째로 경악하게 했다. 머리와 몸이 분리된 죽음을 먹는 자는 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절명했다. “너, 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 호저가 더듬거렸다. “뭐가?” 핀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는 멀찍이서 마법으로 문을 열었고, 두 사람은 문간과 바닥을 더듬고 눌러보며 무언가 폭발하거나 발사되지 않는 것을 시간을 들여 확인한 다음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했다.
헛간 안에는 쇠창살 우리에 점박이 고양이 같은 것이 갇혀있었다. 낯선 인간들을 보고 꼬리를 빳빳이 세우며 하악질을 했으나 통 기운이 없어 보였다. 가는 목소리나 여린 팔다리 같은 것이 새끼 태가 났으나 몸집은 어른 고양이보다도 컸다. 영국에서 자란 마법사들로서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생물이었다. “눈두다.” 호저 클라크가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핀갈 모레이는 그것 또한 문답무용으로 죽여버림으로써 호저 클라크를 두번째로 경악하게 했다.
“야, 그렇다고 다짜고짜 죽여버리면 어떡해?” 약간 제정신이 아닌 목소리로 호저가 쉿쉿거렸다.
“그럼 어떡하게. 키우려고? 눈두를?” 핀갈 모레이가 정말로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끊어졌다. 공교롭게도 보초를 교대하러 온 죽음을 먹는 자 두 명이 그 때 창고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창고 문을 사이에 두고 그대로 유격전이 벌어졌고, 호저 클라크는 힘겨운 공방 끝에 죽음을 먹는 자 한 명을 때려눕히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눈을 돌린 순간 보았다. 핀갈 모레이가 창문에서 뜯어낸 창틀을 던져 죽음을 먹는 자의 머리를 물리적으로 박살내는 광경을.
“분명히 봤습니다. 그는 그 짓을 즐기는 거에요.” 호저 클라크가 토가 쏠린다는 듯이 잇새로 중얼거렸다. “그 역겨운 자식, 웃고 있었다고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문제 제기를 완곡하게 다듬어진 형태로 전달받은 핀갈 모레이는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요컨대 제 얼굴 표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요?”
기사단은 일단 호저 클라크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핀갈 모레이에게 더 이상의 임무 할당을 유보한 채로 재논의에 들어갔다. 빈정거릴 건수를 얻은 프레데릭은 더없이 기세가 등등해졌다. “많은 것이 설명되는군그래.”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친구는 자신의 유감스러운 취미를 즐길 합법적 방편으로 불사조 기사단을 선택했다 이거지. 그의 적성은 반대편에 더 어울린다는 걸 그가 깨달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 깨달음은 상당히 늦은 것이 될 텐데요, 데릭. 그가 유혈낭자하게 죽여버린 순혈 명문가의 자제들이 이걸로 벌써 셋이군요.” 자인 말리크가 말했다. “그가 모르가나 가민의 숨겨진 아들쯤 되는 게 아니라면 이제 와서 저들에게 받아들여지기는 좀 힘들 겁니다.” “그러나 동료의 비밀은 비싸게 팔 수 있지.” 셉티머스가 툴툴거렸다. “자네는 그를 신뢰하고 싶은 건가?” “잘들 한다. 안 그래도 기사단을 폭력 집단으로 몰지 못해서들 안달인데 그런 무법자를 영입하자고.” “작전 중에 사상자가 나오는 건 새로운 일도 아니지. 그 친구 말마따나 결국 태도를 꼬투리잡는 꼴 아닌가.” “생각해보면 댄의 조카는 비슷한 상황에서 건물에 불을 질렀지.” “그 친구도 누가 좀 말려야 해. 나는 사실 걔 부모가 그렇게 될 때부터……” “뭘 또 그렇게까지. 의협심이 강해서 그런 거지. 원체 대쪽같잖나.” “그래, 민가를 태운 것도 아니고, 악당들 본거지를 태운 걸로 뭘. 단원들의 사기도 오르고 좀 좋았어?” “이것도 뭐 비슷한 거 아닌가?” “다르지, 이 친구야. 세스가 얼마나 바른 아이인지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봤잖아. 반면에……”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나는 세실에 대해서도 걱정이……” 옥신각신하는 목소리들이 서로 섞이고 뭉개져 낮은 웅성거림으로 번진다. 마침내 누군가가 기어이 아이작에게 화살을 돌렸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삽시간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아이작은 잠시 눈을 감았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할 것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저는 그가 한 행동들이 임무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어조로 아이작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 나온 이야기들은 사람됨을 짐작하기에는 너무 단편적이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작은 그냥 그를 내보내고 이 문제를 종결하고 싶었다. 비단 불사조 기사단에 살인을 일삼는 폭력 조직이라는 평판이 씌워질 우려에서만은 아니었다. 불사조 기사단 활동에 뛰어든 뒤로 그는 전 같으면 서로 스칠 일조차 없었을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말을 섞고 손발을 맞추는 법을 배워야 했고, 그것에도 웬만치 이골이 난 차였다. 그러나 핀갈 모레이는 거기에 대어보아도 지나치게 껄끄러웠다. 여러 가지로. 그는 너무 시끄럽고, 고집스럽고, 소통이 되지 않으며, 예측불가능하게 행동하고, 매일 소란과 파문을 일으켰다. 설령 그에게 어떤 악의도 없다고 해도 이것이 기사단의 장래에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인가는 도저히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장래가 어쨌든 지금 당장 그가 위험한 작전을 피해 없이 손쉽게 해치우고 돌아왔다는 명백한 사실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아이작의 섬세한 양심은 또한 아이작이 핀갈 모레이에게서 느끼는 부담감과 피로감의 상당 부분은 기사단이 아니라 아이작 자신에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부단한 의심으로 아이작을 괴롭혔다.
그리고 레아의 문제가 있었다. 레아. 착하고 조용한 레아. 아주 작은 아기였던 때부터 울지도 떼쓰지도 않았던 레아. 자식을 등진 부모를 뒤에서 늘 이해해주었던 속 깊은 레아. 엄마와 아빠를 사랑하는 레아. 할머니를 잘 따르고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던 레아. 어느새 자라 어른이 되어, 더 이상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고, 손댈 수가 없어진 레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레아. 아이작이 위험한 일을 그만하기를 바라는 레아. 어쩌면 너무나 바란 나머지…….
그날 레아와 마주앉아 오랜만에 늦지 않은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작은 넌지시 레아에게 그 청년의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혹시 핀갈 모레이라는 친구를 아니?”
대수롭지 않은 다른 이야기를 하다, 그가 지나가듯이 물었다. 레아는 식기를 든 손을 멈추었다. 아이작이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작은 레아의 고요한 표정이 비슷한 모양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어설프게 감추고 있던 아픈 곳을 뜨거운 꼬챙이로 찔린 듯한 얼굴. 애증과 원망과 분노와 좌절감과, 그 모든 것을 뒤덮는 죄악감을 갈무리하지 못하는 얼굴. 그것은 불시에 치부를 건드려진 죄인의 얼굴이었다.
‘레아.’ 하고, 조금 딱딱한 목소리로 아이작은 부를 뻔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레아는 불완전하게나마 표정을 수습했다. 평온을 가장하는 얼굴의 가장자리에 잔물결 같은 여진이 일렁거렸다. 억지로 포크를 놀리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같은 기숙사 동기에요.” 방어적인 티를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 짐짓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레아가 대답했다. “그에 대해서는 왜 물어보시나요?”
레아의 태도에는 분명히 심상치 않은 데가 있었고, 아이작은 이 일 전체에서 영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어쩌면 레아를 좀더 추궁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아이작은 핀갈 모레이의 함구령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그러니까 그와 기사단의 관계를 레아가 알아채게 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파고들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레아에 관한 모든 일들이 그랬다. 그래서 그는 줄곧 그래왔듯이 수만 가지의 고민과 근심을 가슴속에 안은 채로 침묵하고 말았다.
“그럼 자네는 문제가 없다고 보나?” “아직까지는 이르지 않나 싶은 겁니다.” 아이작은 무의식중에 이마를 문질렀다. 머리가 무겁게 지끈거렸다.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만…….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군요.” “한가하기도 하지. 확신이 없어서 지켜보는 사이에 그가 기사단의 정보를 빼가면 어쩌게?” 프레데릭이 말했다. “그 친구에게 뭘 빼갈 만큼 많은 걸 가르쳐주진 않았네.” “가르쳐줘야 아나, 지내다 보면……” “일단 여기의 위치부터가……” 다시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슬슬 좌중을 정리할 때였으나 아이작은 오늘따라 가슴께를 짓누르는 막심한 피로를 느꼈다.
“‘베리타’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때 누군가가 제안했다. 아이작은 시선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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