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4박 7일 크루즈 여행기(3)

쓰다 보니 원더랜드 간 이야기를 안 썼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사진 작업도 안 해놨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으므로... 일단 생략...

개인적으로 보기엔 유료 식당은 유료 식당의 값어치를 한다(가성비가 있는가는 차치하고라도). 그리고 이번 크루즈 여행에서 나의 베스트 음식은 바로 이 원더랜드에서 먹었던 참치회에 다진 김치와 유자 소스를 넣고 버무린 후 날치알을 올린 전채 요리였다. 그게 무슨 맛이지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다. 친구도 그걸 마음에 들어 했는데, 간단하게 한 단어로 줄이니 참치김치가 되어버려서(...) 느낌이 아주 저렴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그랬다...

어쨌든 마음을 새롭게 하여, 2일차 아침으로 다시 돌아간다. 배가 바다를 항해하고 있을 때는 로밍이 터지지 않기 때문에 통신이 필요한 종류의 뭔가를 할 수 없다. 비행기 모드에서 작동하는 게임, 미리 준비해 둔 이북리더기 같은 것들이 활약할 타이밍이다. 즉, 왜 이북리더기가 잘 가져간 아이템인지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내가 그럴 의도를 갖고 간 건 아니었지만 디지털 디톡스를 제대로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순간이야말로 배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 - 바다 보면서 수영장 가기, 갑판 트랙을 돌기, 배 위에서 암벽등반하기, 배 위에서 파도타기 하기, 발코니에서 바다 보며 멍때리기, 면세점 쇼핑하기 등등 - 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을 할 수 있고 해도 된다. 나는 이 시점에선 안 했지만.

내가 탄 배의 경우 첫 기항지는 말레이시아의 페낭이었는데, 기항 시간이 오후 4시부터였다. 그런데 어쩐지 나도 친구도 친구 어머니도 이걸 오전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왜 배가 안 서지... 왜 배가 안 내리지... 왜 로밍이 안 터지지... 왜 연락이 안 오지... 하는... 그런 참사가 벌어졌다... 참고로 선내 와이파이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돈을 내고 이용하는 진짜 와이파이와 앱 등의 제한적 이용만 가능한 무료 와이파이이다. 그런데 저 무료 와이파이만 잡아도 카톡 수신은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발신은 불가능하다... 읽음은 뜨지만 답장은 할 수 없는 그런 답답함... 분명 읽기는 하는데 어떤 답도 돌아오지 않는 그런... 환장할 노릇...

오늘의 교훈 : 1. 기항 시간을 잘 파악하자 2. 두고 온 가족친지친구들에게도 기항 시간을 잘 알려주자

페낭은 큰 항구이기 때문에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 하선할 때도 내 발로 할 수 있다. 하선을 위해 지정된 층으로 가면 씨 패스를 등록한 후 내릴 수 있다. 입국심사는 선사 측에서 따로 해 주기 때문에 그냥 내리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입국심사대 비슷하게 생긴 항구를 통과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구체적으로는 택시 기사와... 기항지 관광을 제공하는 여행사 직원들이다. 개인 관광을 하려는 이들은 이 사람들을 통과해서 지나쳐야 한다. 아 물론 여기서 택시 기사와 어떤 식으로든 협약을 맺고 관광지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보통 비싸다고 하긴 하지만... 나는 타 보지 않았으므로 일단 패스.

더불어 선사 측에서도 기항지 관광을 제공한다. 맛집 투어라든가, 명승지 관광이라든가 하는 식이다. 가이드가 붙고 전용 차량도 있으며 설명도 들을 수 있다(아마도). 문제는 설명을 영어로만 제공하다 보니... 음... 다시 한국에 남아 있을 K양을 부르짖으며... 나는 포기했다. 운다고 K양이 나타날 것도 아니고... 페낭에서는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지지도 않았고(내 경우엔 16시부터 20시 30분까지 4시간 반이었다), 거리도 뭐 이 정도면 그냥저냥 가까워 보이고? 걸어다니자! 마치 자기 발에 지대한 원한이 있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다.

선내는 에어컨이 있어서 항상 쾌적한 정도의 기온에 맞춰져 있었으나 페낭 시내는 더웠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인파를 뚫고 일단 가까운 포트 콘월리스로 이동했다. 뭔가 역사적인 곳인 것 같지만... 내 경우엔 오로지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갔다.

저 건물 뒤편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아파트 비슷한 뭔가가 바로 내가 타고 다녔던 그 배다. 잘 보면 느껴지겠지만 저게 전부가 아니다...(...) 더불어 저 작은 한 칸 한 칸이 바로 발코니가 있는 방이다. 어떤 사람은 17층 아파트 같다고 표현했는데 대충 맞는 말일 듯하다.

어쨌든 포트 콘월리스는 입장료가 있다. 인당 20링깃, 카드결제만 가능하다. 표를 끊으면 카드 또는 시원한 생수 한 병을 덤으로 준다. 우리는 둘 다 커피를 못 마셔서 물을 받았다. 나는 페낭에서 덥고 지칠 것을 생각해서 미리 텀블러에 물을 담아 왔는데, 이 텀블러가 밀폐가 안 되는 타입이었던 데다가 물 약 1리터를 메고 다니려니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결국 콘월리스를 돌아다니는 동안 텀블러를 깔끔하게 비웠다.

20링깃이 합리적인 입장료인지는 잠시 보류해 두기로 하고, 콘월리스 자체는 멋진 곳이었다. 바다도 보이고, 이런 포대도 있다. 약간 강화도 생각도 난다.

포대에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안 올라가요...

이날은 여기서 무슨 벼룩시장 같은 걸 열려는 듯 준비가 한창이었다. 천막을 치고 부스를 설치하는 중이었는데, 어떤 행사인지 구경하고 싶었으나 계속 거기 서 있을 수도 없었고, 배에 돌아가야 할 시간도 있으니 구경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아니 제 시간에 안 가면 배가 우리 놓고 간다잖아요... 나 여권도 없는데... 그래서 일단은 아쉽게 돌아서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조지타운! 벽화거리! 아무튼 중심가!

음. 나는 사실 길을 꽤 잘 찾는 편이고, 실제로 이날도 일단 지도를 본 후 중간중간 점검한 것만으로 한 번도 헷갈리거나 길을 잘못 들지 않고 조지타운까지 갔다. 필요하다면 거기서 되짚어서 출발지로 되돌아올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걸어가는 길을 선택하긴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권하고 싶지는 않다. 걷기 편안한 거리는 좀 아니었어서...

페낭에는 전체적으로 사람 무릎 깊이 정도 되어 보이는 수로가 있다. 속에 담수가 흐르는지 해수가 흐르는지 하수(...)가 흐르는지는 확실치 않다. 나도 확인해 보지는 못 했고... 마치 한국의 하수도처럼 길가에 그렇게 수로가 쭉 이어져 있는데, 그래서 길을 걷다 보면 수로 위로 놓인 다리를 계속해서 건너가야 한다. 다리의 종류는 다양했다. 커다란 돌일 때도 있고 얇은 양철판처럼 보이는 뭔가일 때도 있고 두껍고 무거운 철판일 때도 있고 웬 징검다리일 때도 있고... 덕분에 계속 발밑을 살피면서 걸어다녀야 하니 약간 발이 피곤하다. 더불어 꽤 많은 곳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었다. 차 두 대가 아슬아슬하게 서로 스쳐 지나갈 법한 도로를 차와 사람이 섞여서 돌아다닌다. 등 뒤에서 클락션 소리가 쫓아온다... 물론 막 빠르게 달리거나 치고 지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조심은 해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걷다 보면 이런 것도 볼 수 있긴 하다.

지도에서 본 바로는 무슨 모스크였는데... 이름이 뭐더라...(이따위로 관광하면 안 된다는 좋은 예)

결과적으로 우리는 조지타운까지 가긴 했는데 벽화거리는 구경하지 못 했고(벽화 몇 개 있긴 했는데 사람들이 매번 찍어 올리던 그 벽화는 못 봤다), 모스크와 중국 사원의 외관을 꽤 많이 관광했고, 비슷한 가게끼리 모여 있는 페낭의 상점가를 가로질러서(한자도 많이 써 있고 해서 꽤 알아볼 만 했다)... 카페를 찾아다녔다. 날은 꽤 더웠고, 길이 좁아서 양산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길을 잘못 골랐는지 카페가 도무지 나타나지 않아서... 의도한 것보다 한참을 더 걸은 끝에야 카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 그 가게는 코스요리까지 제공하는 식당 겸 카페였으나... 우리는 그냥 음료수만 마셨다.

그랩을 잡으려고 해도 길을 돌이켜 가야 했고, 친구는 번화가의 큰 백화점을 구경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길 건널 곳이 없었다. 우리는 길 건너의 타임스퀘어(였던 것 같다)를 곁눈질하며 계속 걸었다. 타임스퀘어가 저 멀리 멀어져갈 때까지... 결국 건널목이 등장했을 즈음 우리는 백화점 대신 마트에 들러서 내 손보다 더 큰 망고를 하나 샀다. 들어가다 뺏기면 어떡하지... 뺏기면 할 수 없지... 하면서.

그리고 마침내 택시를 잡아 타고 배로 복귀했다. 고작 2~3시간만에 무슨 15,000보쯤 걸은 채로.

돌아와서는 대충 씻고 정찬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정찬 식당은 3층과 4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주 큰 공간이다. 저기 찍힌 것은 10분의 1도 안 될 듯... 3코스를 야무지게 먹은 후 갑판을 좀 걷고 나서 방으로 되돌아왔다. 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내일 아침 푸켓에 내릴 예정이었다.

푸켓 가기 전에 선실 고르는 이야기를 잠깐 하고 지나가자면 :

1. 내가 탔던 크루즈에는 내실(창이 없다) / 오션뷰(안 열리는 창) / 발코니(밖에 나갈 수 있음) / 스위트(암튼비쌈) 네 종류의 방이 있다. 다른 배도 보통은 그런 것 같다.

2. 당연하지만 저 순서대로 비싸진다...

3. 방을 고를 때 선실 위치나 층수도 직접 고를 수 있다.

한 번이나마 직접 배를 타 본 후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1. 뭐든 간에 아무튼 가능하면 엘리베이터 가까운 방을 고를 것(길치라면 더욱 더... 배 안에서 헤맨다...)

2. 뷔페 식당(윈재머)을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면 위쪽 방이 좋다. 먼저 들어갈 수도 있고, 자리가 없어서 음식을 싸들고 나왔을 때도 방에 돌아가기 편하니까. 그 외에 수영장이나 갑판도 위쪽에 있으므로 위쪽 방이 더 가깝다.

3. 정찬 식당을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면 아래쪽 방이 좋다. 여차하면 엘리베이터 안 타고 그냥 걸어 내려가도 된다. 기항지에서 하선하거나 면세점 쇼핑, 공연 구경 등을 갈 때도 아래쪽이 더 가깝다.

4. 위쪽 방은 방에서 내다보는 경치가 더 멋지지만 배의 흔들림이 더 느껴지고, 아래쪽은 보다 안정적이라고 한다. 내 경우엔 원래부터 멀미를 거의 안 했고, 배의 흔들림도 어쩌다 느끼는 정도라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멀미가 심하고 흔들림에 예민하다면 고려해 볼 만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럼 푸켓으로 간다. 푸켓은 항구가 크지 않다 보니 배는 바다 한복판(?)에 그냥 서 있고, 작은 보트를 이용해서 내리게 된다. 우리 배의 경우 이날은 기항 시간이 길고 하선 시간이 빨라서(07시부터 19시까지) 식당들도 일제히 평소보다 빨리 열었다. 미리 아침을 먹고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배려를 해 주시는데 안 받을 이유가 없지! 우리는 6시부터 윈재머에 갔다. 열심히 밥을 먹고 있다 보면 하선 번호표를 받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 번호표가 뭔가 하면... 사람이 걸어 내리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가야 하다 보니 하선장이 대단히 혼잡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을 그룹별로 나눠서 몇 번 그룹만 하선장으로 오라는 식으로 안내를 해 준다. 우리는 밥을 먹고 번호표를 받으러 갔다. 9번이었다. 처음에는 1, 2, 3, 4, 5번 그룹만 하선장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는 내릴 준비만 마친 뒤 배 안을 돌아다니며 순번을 기다리기로 했다.

더불어 이날은... 휴대전화 시계가 뭔가 어긋나서 돌아간다. 시차 때문인 것 같은데, 선사 측에서도 모든 시간은 로얄 캐리비안 앱 내의 시간 기준이라며 재차 안내방송을 해 준다. 다 알아들었다는 건 아니고 대충 그런 것 같았다...(K양!!!!) K양 이름 아주 다 닳아 없어지겠다. 일단 배에서 내린 다음에는 로밍 때문에 어떻게든 맞춰지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선 그런 걸 기대할 수 없으므로 알아서 앱 시계를 참고하여 움직여야 한다. 더불어 알람 등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 시간씩 늦어지기 때문이다.(기준시간이 06시라면 내 시계는 07시라는 식으로)

어쨌든 순번은 생각보다 금방 온다. 작은 보트라고는 해도 200명씩 싣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빨리 빠진다.

그 유명하다는 빠통 비치의 풍경. 아침이라 사람도 별로 없다. 정말 끝내주게 아름답고, 그리고... 더웠다. 아니 뭔 아침 7시 반부터 이럴 일이냐고?! 지금 생각하면 나는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가면 안 될 사람이었나 싶지만 아무튼 그랬다. 어쨌든 날씨는 좋았다. 그리고 택시 기사도 많았다...

우리는 그랩 잡을 곳을 찾아 또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오른쪽으로 갔다가 또 왼쪽으로 갔다가... 한 번은 승차 거부를 당했다... 아니 그랩 택시기사가 왜 나한테 영업을 뛰냐고요... 피피 섬 안 간다고... 나도 좀 궁금하지만 내 친구는 그런 거 못 한다고... 어쨌든 그랬다. 한참 떨어진 곳까지 나온 뒤에야 그랩을 잡아 원래 목적지인 찰롱 사원으로 갈 수 있었다. 택시 기사는 기다렸다가 우리를 다시 태워 줄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일단은 거절했다. 우리는 찰롱 사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예정이었으니까. 그리고 누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오래 뭘 할 수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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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롱 사원에는 멋진 건물이 아주 많은데, 이 탑(이라고 표현해야 하나)의 경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3층까지 다 올라가볼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광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듯한 부처님의 향연... 그리고 장식 하나하나며 세공이 엄청나게 섬세하다. 정말이지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게 느껴질 만큼. 그러나 후레 관광객은 또다시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른 코끼리 천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아니 사원이잖아... 옷을 갖춰 입고 가야 한다고 되어 있었잖아... 왜 끈나시에 핫팬츠 같은 걸 입고 오는 거냐고...(이유 : 아마도 더워서) 물론 사원 입구에는 이런 일에 아주 익숙해 보이는 분들이 서 계시다가, 준비해 둔 코끼리 천으로 관광객을 둘둘 감아서 사원 방문에 적합한 복장으로 바꿔 주신다. 그렇게 온 세계 사람들이 전부 코끼리 천으로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원을 둘러본다.

나무 그늘에서 쉬는 중. 찰롱 사원은 정말 큰 규모였는데 그 중 절반 정도는 공사 중이었다(뒤쪽의 하얀 천막 같은 걸로 덮인 부분). 그리고 지금 이 사진을 올리다 깨달았는데, 저 뒤쪽에서 약간 오른쪽의... 전신주(?) 사이에 언뜻 보이는 하얀색이 바로 푸켓의 명물인 빅 부다이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거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산 위에서 저 아래 중생들을 굽어보시는 인자한 부처님의 형상.

잘 안 보인다고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갈 거니까요.

코코넛 주스도 한 잔 하고, 그늘에서 잠깐 쉰 후 우리는 빅 부다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원 입구에 서서 그랩을 잡으려는데 한 택시 기사가 다가왔다. 300바트만 주면 빅 부다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잠깐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그랩으로 가면 460바트 정도였는데? 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 차에 타고 빅 부다로 향했다. 차가 거의 도착할 즈음 그는 우리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었다. 기다렸다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빅 부다는 찰롱 사원만큼 자세히 볼 것 같지 않았기에(일단 우리가 지쳤다) 수락하기로 했다. 빠통 비치를 부르자 그는 고심하더니 750바트를 이야기했다. 총 1050바트이고, 빅 부다까지 가는 데 든 300바트도 나중에 주면 된다고 했다. 좋은 조건이었는지는 모르겠고(여기선 그랩 안 켜봤으니까) 그냥 그러기로 했다. 우리가 그냥 튀면 어쩌려고 그러나 이 아저씨...? 그런 생각은 했다.

택시 내리는 곳부터 빅 부다가 있는 곳까지는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좀 올라가야 한다. 힘이 들 정도는 아니고, 그냥 올라간다는 느낌이 날 정도?(차로 꽤 많이 올라온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트이면서 이런 풍경을 보게 된다.

이것이 곧 부처님이 내려다보시는 푸켓 풍경.

그리고 우리가 올려다보는 부처님의 미소. 여기서는 복장이 불량한 고얀 자들에게 무지개 천도 둘러준다. 그거 보라는 거 아니라고요? 아니 뭐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이 뒤에 우리는 아저씨를 다시 만나서 택시를 도로 타고, 안 졸려고 애쓰며 빠통 비치까지 돌아갔다. 그리고 그쪽에서 꽤 비싼 마사지 체인점에 가서 2시간 정도 마사지를 받았다. 나는 타이 마사지를 골랐고 친구는 오일 마사지를 골랐다. 결론적으로 둘 다 대만족! 친구는 마사지샵에서 서비스로 주는 과자가 맛있다고 세 박스를 샀다. 그 뒤 다시 배로 되돌아왔다. 오후가 되니 빠통 비치에 사람이 넘쳐났다. 해변에 발 디딜 틈은 있나 싶을 정도로. 아까 사진 미리 찍어 두길 잘했지...

이날 저녁에는 정찬 식당에 갔다. 원래 정찬 식당에서 먹는 저녁 식사는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시간은 2종류로, 5시 15분 아니면 8시다. 이렇게 예약해서 갈 경우 지정된 좌석에서 지정된 웨이터의 접객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원래 5시 15분으로 예약해 두었으나 첫날은 원더랜드로 빠져 버렸고(...) 둘째날은 기항지에서 늦게 돌아왔기 때문에 예약 시간을 맞춰 간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웨이터는 우리를 반기며 김치를 내왔다. 그런데 이게 뻘하게 엄청 맛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정석적인... 김치 맛... 요리사 중에 한국인 있는 거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렇게 3일차 저녁도 저물고... 4일차는 전일 선내에서 보내게 된다. 거기부터는 다시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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