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공략 100주년 기념행사 - 2
[레온타인 킹스턴, 제논]
11월 30일, 100년 전까지는 평범하다면 평범했던 그 날짜는 이제 그 어느 날보다 특별한 날이 되었다. 첫 균열이 생긴 날, ‘법칙’이 생긴 날, 첫 각성자가 생긴 날. 세상이 격변한 날이었다.
사람들에게 공포로 각인될 것이라 여겼던 그 날은 일주일 후, 첫 균열이 공략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 날로 기억되었다. 인류에게 새로운 발판이 생긴 날, 안전하지는 않아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준 날, 신인류가 탄생한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 날을 기념하며, 중립국에서는 매년 11월 30일부터 일주일 간 균열 공략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온갖 관광객들이 중립국으로 모여드는 날이자, 합법적으로 모든 사람이 중립국에서 숙박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였다. 당연히 좁은 중립국 내 숙박 시설은 물론이요, 주변 국가의 숙박 시설까지 몇 달, 몇 년 전부터 빼곡히 들어차 있는 날이다.
“날씨 좋다~”
그런 날, 레온타인과 제논은 한가한 거리를 거니는 중이었다. 균열 공략 100주년 기념 행사를 시작하는 날, 11월 30일. 가장 사람이 붐비는 이 날에, 오히려 오전에는 거리에 사람이 적었다. 다들 개최식을 보러 중앙 광장에 모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날, 이 시간에 행사 치안 유지 팀으로 파견을 오는 것은 관광을 위해 오는 것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붐비지 않는 거리를 기분 좋게 바라보며, 레온타인과 제논은 이 자리를 얻기 위해 벌였던 치열한 피의 사투를 상기했다. 극도의 인력 부족 탓에 휴가에 눈이 돌아버린 미국 지부 현장직 협회원들, 그들은 하루 휴식과도 비슷한 이 파견 일정에 목숨도 바칠 기세였다. 파견 인원을 정하는 게임이 ‘사다리 타기’였는데도, 목숨을 바칠 기세였다.
S팀에 찾아와 예측 스킬로 사다리 좀 봐달라고 매달리는 사람부터, 직감 스킬로 봐둔 명당 자리를 알려주겠다고 돈을 받는 사람, 마음에 안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종이에 불을 지르는 사람, 그 종이를 복구해서 제가 당첨되었다 주장하는 사람까지, 그 사다리 타기의 현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광기에 물든 협회원들은 57번 반복한 사다리 타기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기어코 경매와 배틀로얄을 시도했다. 당연히 결과는 아수라장이었다. 현장팀 인원이 간신히 들어가는 회의실에 낭자한 피가 아직까지도 눈 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그깟 사다리 타기 때문에 피까지 본 협회원들은 물론이고, 그 광경을 대놓고 구경만 하던 지부장도 전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가장 제정신이 아닌 것은 그 혼돈에서 기어코 우승을 거머쥐고 이 자리에 서있는 S팀의 서포터와 막내, 두 사람이었다.
“선배, 저 핫초코 사주세요.”
조그만 가게 앞에 나와있는 메뉴판을 귀신같이 포착한 제논이 레온타인의 소매를 당겼다. 레온타인은 해사하게 웃는 표정으로 뒤를 돌았다.
“네 돈으로 사먹으렴, 막내야.”
“선배가 돼서 막내 핫초코 한 잔도 못 사줘요?”
“내가 왜 사줘야 되는데.”
“귀여운 후배가 같이 휴가 나오게 도와줬으면 이정도 성의 표시는 하셔야죠.”
“우리 뼝아리가 안 도와줬어도 나는 그 덜떨어진 놈들 정도는 이길 자신 있었어.”
“어쨌든 도움 받으셨잖아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만큼 쪼잔한 사람도 없습니다?”
“결과에 승복 못해서 사다리 타기 종이 30장 처먹은 병아리가 누구더라?”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점차 험악해졌다. 살벌하게 입꼬리를 끌어 당기는 레온타인과, 시퍼렇게 눈을 치뜨는 제논. 미국 지부 S팀에서 가장 성격이 더럽기로 소문난 두 사람은 ‘혼돈의 사다리 타기 배틀 로얄’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기어코 2차전을 벌였다. 이름하야 ‘중립국 핫초코 대격돌’이었다.
“첫 균열 발생 및 공략으로부터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우리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고,
이제는 균열이 일어났던 볼모지에도 화려한 문명을 꽃 피웠습니다.
그 문명의 증거가 되는 이 땅에서, 바로 오늘을 기념하는 축제의 시작을, 알립니다!”
쓸데 없이 장황한 말의 마지막 음절과 동시에 펑, 펑, 하늘에 커다란 불꽃이 터졌다. 중앙 지부 소속 헌터들이 스킬로 만들어낸 불꽃이었다. 레온타인과 제논은 각자 핫초코를 쪽, 빨며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레온타인은 진작에 힐 스킬을 쓰고 멀끔해진 모습이었지만, 제논의 뺨은 여전히 꼬집혀 붉어진 자국이 선명했다.
“저도 힐 스킬 좀 써주세요.”
“핫초코 사줬잖아.”
“쪼잔하긴.”
제논이 투덜대며 핫초코를 한 모금 더 빨아 먹었다. 생크림과 마시멜로가 녹아 든 진한 핫초코는 맛이 일품이었다. 묵직한 단 맛에 제논이 표정을 한층 풀었다.
두 사람의 으슥한 골목길 머리채 잡기 난전은 결국 제논의 승리로 끝났다. 같은 팀에 소속된 헌터라지만, 한쪽이 서포터 계열이고 다른 한쪽이 전투 계열이라는 점에서 승리는 뻔했다. 레온타인의 주둥이 공격이 먹히지 않는 강철 멘탈의 막내라면 더욱 그랬다. 레온타인은 결국 머리카락을 지키는 대가로 핫초코를 사주어야 했다. 힐 스킬을 써주지 않은 것은 당연히 뒤끝이었다. 레온타인은 쪼잔한 것이 맞았다. 본인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개최식 끝나면 저희 교대죠?”
“응, 본부 팀이랑. 중앙 본부에서 대기하다가 5시간 뒤에 다시 순찰이야.”
“그때는 바빠지겠네요.”
제논이 중앙 광장을 빼곡히 채운 인파를 내려다 보며 한숨을 쉬었다. 미국 지부에서 균열 공략 대기를 하는 것보다야 할 일이 없겠지만, 저 많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앞으로 맘편히 관광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 귀한 관광 시간의 대부분을 레온타인과 머리채 잡는 데에 썼다는 것이 눈물 나게 아까웠다. 제논이 입을 삐죽이며 옥상 난간에 기댔다.
“그래도 우리 팀장님 보단 낫잖아. 팀장님 꼴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으렴.”
“선배 성격 진짜 더럽네요.”
“너만 하겠어?”
레온타인이 온화하게 웃으며 멀리 본부 건물을 건너다 보았다. 세련된 고층 빌딩 세 채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였다. 저 통유리 중 하나의 건너편에는 우리네 S팀 팀장님이 앉아 있을 것이다. 서류의 산에 파묻힌 채로. 레온타인은 균열 공략 기념 행사 때마다 아르마가 어떤 처지에 놓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부장 대리가 진짜 그렇게 바빠요?”
“우리 팀 일의 한달 분량을 일주일만에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봐.”
제논은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 거의 생리적인 반응이었다. 그나마 서류를 만질 일이 가장 적은 제논의 반응이 이정도였다. 레온타인도 어깨 너머로만 보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지부장 대리가 해야할 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차피 곧 교대 시간이니까 팀장님 구경이나 갈까?”
“라트씨랑 나가지 않았을까요? 선배가 같이 데려다 주셨잖아요.”
“아직 안 나갔을 수도 있어. 지부장 대리들은 순찰 시간에만 책상 밖으로 나갈 수 있거든.”
제논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평생 지부장 대리 같은 건 하지 말아야지. 갓 22살 된 막내의 가슴 속에 굳은 결심이 자랐다.
“코르니스씨는 에스투스씨랑 방금 나가셨는데요.”
서류에 코를 박고 있던 지부장 대리 한명이 실망스러운 대답을 돌려주었다. 팀장님바라기 제논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어차피 우리 대기하는 동안에는 올텐데, 뭐.”
레온타인은 별로 실망한 기색도 없었다. 사실 서류에 파묻힌 팀장님을 놀려주지 못한 것은 아쉬웠으나, 아직 오늘은 많이 남았고 팀장님의 업무 패턴이야 뻔했다. 레온타인과 제논은 파견팀 대기실에 들어섰다.
꺄아아아악!
순간,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대기실에 남아있던 서너명의 헌터들 사이로 순식간에 긴장감이 부풀었다. 레온타인과 제논의 시선이 부딪혔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복도로 달려나갔다.
비명은 1층 로비에서 마구잡이로 울리고 있었다. 급하게 에스컬레이터를 뛰쳐내려온 헌터들의 눈에 보인 것은, 유리창을 뚫고 사람들에게 돌진하는 몬스터들의 모습이었다. 이미 몬스터에게 깔려 죽은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제논은 지체하지 않고 아이템창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거기, 검은 모자 쓴 사람! 당장 통제실로 달려가서 균열 발생했다고 알려!”
균열 예측기가 발달한 후로는 균열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 경보와 대피 안내가 필수적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저런 생김새의 몬스터는 균열에서 나온 것이 분명한데도. 레온타인의 지시에 뒤쪽에 얼빠진 표정으로 서있던 헌터 한명이 다급하게 달려나갔다.
푸슉, 푸슉, 피슉, 조용하게 쏘아져 나간 총탄이 몬스터들의 약점을 곧바로 파고들었다. 기이한 각도로 꺾여나간 총탄은 한 마리를 뚫고 나가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의 머리를 뚫고서야 멈추었다. 제논이 총을 들어 다시 자세를 잡았다. 로비에 있는 몬스터의 수는 줄였지만 뚫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몬스터는 아직도 한가득이었다.
“선배, 균열 어딨는지 보이세요?”
“안 보여!”
제논이 한참 떨어진 몬스터를 겨누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레온타인이 한 순간 슉, 자리에서 사라졌다. 건물 뒷뜰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레온타인이 몬스터에게 맞을 뻔한 사람을 껴안고 다시 슉,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레온타인이 안아 데려온 사람을 지하 계단 방향으로 떠밀었다. 지하에 대피소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레온타인은 사람을 내려두자마자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텔레포트로 다시 나타난 레온타인의 뒤로 몬스터가 덮쳐왔다. 몬스터는 곧바로 사라진 레온타인에게 닿지 못하고 제논의 탄환에 쓰러졌다.
애애애애앵-.
뒤늦은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균열 정보나 대피 명령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1층에 위치한 통제실에도 몬스터가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쯧, 레온타인이 혀를 찼다.
“게이트는 시간이 지날 수록 닫기 힘드니까, 일단 우리라도 균열을 찾는 게 낫겠어.”
협회원들은 그래도 균열 관련 직종들이라고 벌써 어느정도 대피한 후였다. 남은 헌터들은 몬스터를 막진 못해도 최소한 몸 성히 대피할 수는 있을 수준이었다. 주변을 둘러본 제논이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들 진행 방향을 봤을 땐 본부 뒤쪽인 것 같아요. 아까도 뒤뜰 쪽에서 몰려 왔고요.”
균열은 큰 길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덩치 큰 몬스터들이 좁은 틈을 꾸역꾸역 비집고 나왔다. 주변에는 몬스터이 빼곡했고, 아스팔트 바닥은 피를 머금어 한층 더 짙어보였다. 균열 근처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주변에 위치한 높은 건물의 옥상에서, 제논이 다시 한번 균열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탕, 쏘아져 나간 총알이 몬스터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 균열의 측면에 명중했다. 보통 외부형 균열, 게이트는 측면이나 후면에 어느정도 충격이 가해지면 닫혔다. 하지만 이 균열은 몇번의 총알을 맞고도 멀쩡하게 몬스터를 뱉어내는 중이었다.
“이거 게이트가 아닌 것 같은데요? 맞는 느낌이 달라요.”
레온타인의 은신 스킬에 몸을 숨긴 제논이 난간 아래로 내려서며 말했다. 균열의 측면과 후면에 충격이 가해져도 흡수하고, 총알이 명중해도 무언가에 맞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것은 전형적인 던전의 특성이었다. 제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이게 던전이라고? 저렇게 몬스터를 뱉어내는 게?”
레온타인이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렸다. 아연한 표정이 균열에서 막 빠져나온 한 무리의 몬스터로 향했다. 각양각색의 몬스터들, 몬스터를 뱉어내는 던전, 예측기에 잡히지 않은 균열. 명백히 이상한 일이었다. 이상한 일뿐이었다.
“ …일단 우리 둘로는 어림도 없으니까, 누구를 부르든지 해야겠어.”
“저희 아까 무전기는 두고 왔잖아요.”
본부에서 나눠주는 파견팀용 무전기는 대기실에 두고 왔다. 무전기가 있어봤자 통제실이 멀쩡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제논의 말에 레온타인이 아이템창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S팀의 표식이 새겨진 조그마한 뱃지. 미국 지부 S팀 전용 통신 아이템이었다. 거리 제한은 있었지만, 균열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는 점에서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일단 팀장님한테라도 연락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제논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한 거리 안에 팀장님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는, 다소 절망적인 추측은 일부러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레온타인이 손에 뱃지를 쥐고 신호를 흘렸다.
한 번, 잡히는 신호가 없었다. 두 번, 마찬가지였다. 세 번, 은신으로 모습을 숨긴 두 사람에게 비행형 몬스터가 날아왔다. 제논이 다급하게 총을 쏘았다. 네 번, 아직도. 다섯 번, 희미한 소리가 들리다가 끊겼다. 레온타인이 이를 악물었다. 답답한 팀장님아, 세 발자국만 더 이쪽으로 와봐.
여섯 번째, 드디어 지지직, 소리를 내며 저쪽의 소리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괴성, 파괴적인 총기의 소리와 둔탁한 타격음, 사람들의 비명. 레온타인이 급하게 뱃지에 대고 외쳤다.
“팀장님!”
[레온? 지금 어디야!]
다행히 귀가 좋은 팀장님은 레온타인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바람소리가 계속 스치는 것을 보니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뱃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또다시 몬스터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레온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제논에게 스킬 증폭을 걸어주며 대답했다.
“지금 본부 뒷편, 균열 근처에요. 게이트로 생각하고 클로즈 시도를 했는데, 막내 말로는 던전인 것 같대요.”
[이게 던전이라고?]
아까 레온타인이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이 곧장 돌아왔다. 던전에서는 몬스터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모든 각성자들과 비각성자들의 상식이었다. 그 상식을 깨부수는 말에 인상을 와그작 찌푸릴 아르마의 표정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아무리 성격 더러운 레온타인이라도 이따위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르마는 빠르게 물었다.
[던전 진입은 가능하고?]
“아니요, 본부부터 전부 장악당했어요. 헌터들 몇백은 끌고와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그쪽으로 가고 있어. 대기해.]
결정은 짧았고 명령은 간결했다. 이 절망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에도 더없이 침착한, 평소의 목소리였다. 자연스레 레온타인은 조금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인근의 비행 몬스터를 조용히 처리하고 온 제논도 마찬가지였다.
“네, 팀장님!”
제논이 레온타인의 뱃지를 낚아채며 발랄하게 대답했다. 레온타인이 왜 남의 것을 막 가져가냐고 소리 낮춰 짜증을 냈고 제논은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혀를 쭉 내밀어주었다. 뱃지 건너편에서 아르마의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 소리 죽인 웃음인지, 한숨인지 구별은 잘 가지 않았다.
[싸우지 말고 있어.]
통신이 끊겼다. 레온타인과 제논은 다시 숨을 죽이고 난간 아래에 붙었다. 협회 미국 지부에서 가장 성격이 더럽기로 소문난 두 사람, 틈만 나면 물고 뜯는 두 사람도 몬스터에게 물어 뜯기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프로 헌터들은 진지한 눈으로 장비를 점검했다.
종말에 가까운 전쟁 속, 암묵적 휴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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