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쫑] 그래도 나랑만 해

[가비지타임/규쫑] 그래도 나랑만 해 - 5

규쫑 by 썬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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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그 말은 곧, 조금 전까지 화창하던 풍경이 순식간에 안개로 가득 찰 수 있다는 거였다. 고작 사진을 몇 장 찍는 그사이에.

이규는 그것조차 신기한지 들뜬 채로 거의 보이지 않는 금문교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종수는 뒷목이 서늘했다.

보통 샌프란시스코는 아침이나 오전쯤에 안개가 꼈다가, 오후가 되면 말끔하게 걷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왜 저녁이 다 되어가는 이 시간대에 갑자기 안개가 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금문교 옆에서 다른 관광지를 둘러볼 때까지만 해도, 금문교 옆에서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금문교를 운전해서 넘어올 때까지만 해도, 심지어 이 유명하다는 포토스팟으로 올라와서 일몰을 기다릴 때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한 날씨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 다급히 켜 본 날씨 앱에도 여전히 안개 소식은 없었다. 노을 보이려나. 중얼거리는 이규의 말에 그러게. 하고 대꾸했지만, 종수는 금문교를 넘어 도착한 높은 언덕에서 이유 모를 한기를 느꼈다.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그 기척에 이규가 추워? 하고 묻고는 자신을 껴안아 줬지만, 따끈한 애인의 체온에도 서늘함은 좀처럼 가시지를 않았다. 종수가 이규 몰래 입 안쪽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이 이유 모를 불안감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 * *

결국 일몰은 보지 못했다. 안개 덕분에 뿌옇게 물드는 하늘이 또 다른 감상을 주긴 했지만, 종수는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제가 생각한 로맨틱한 무드는 이게 아니었다. 이규가 이런 것도 낭만적이고 좋다, 그치. 하고 저를 보고 웃었던 게 좋은 것과는 별개였다. 종수는 이렇게 어정쩡한 것보다는 좀 더 확실한 걸 원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노을이 아니라 저녁 식사였고, 하이라이트는 일몰 사진 찍기가 아닌 프러포즈였으니 이제는 여기에 집중해야 했다. 과거에 연연하다 눈앞에 온 찬스를 놓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슛이 들어가지 않은 게 아쉬워도, 끊임없이 다음 찬스를 노려야 했다. 농구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게 종수가 평생 익혀온 삶을 대하는 자세였다.

안내된 자리에 앉으며, 종수는 괜히 가방끈을 힘을 주어 쥐었다 놓았다. 벌써 손에 땀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자리에 앉아 내부를 둘러보는 이규의 반응이 제법 긍정적이어서, 종수는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면 이규는 어둑어둑한 소살리토를 보고도 들떠했다. 은퇴한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데라고 하더니 그런 느낌이 나서 좋다고도 했고, 고즈넉하지만 해안 도시 다운 활기참도 있어 그것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낮에 오면 더 예뻤겠다. 하는 말에 당일 숙박을 알아보고 내일 아침의 소살리토를 같이 보는 게 좋을까, 하는 상상까지 했다가, 금세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이건 이규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난 뒤에 의논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문득 프러포즈 생각에 잔뜩 긴장하고 들뜨는 바람에 이규가 이곳을 이렇게까지 좋아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게 아까웠다. 그럴 거면 금문교는 간단하게 보고 여기로 먼저 넘어왔을 거였다. 그전에 아침에 복숭아로 장난도 조금 덜 쳤을 거였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자신은 이규와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였으니, 아쉬운 마음은 이쯤에서 달래는 게 맞기도 했다.

애써 마음을 다잡은 종수가 이제야 주위를 둘러봤다. 소살리토의 중간 언덕쯤에 있는 이곳은, 시원하게 트인 통창 밖으로 바다와 그 건너편의 샌프란시스코 야경까지가 바로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테이블 간격이 그리 좁지 않아 속닥이기 좋고, 맛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도 창가 구석에 앉아 둘러본 내부는, 밤이라 그리 밝지 않은 조명과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재즈가 괜찮은 분위기였다. 종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규도 마침 내부를 둘러본 뒤 종수와 눈을 마주했다.

“종수. 이런 데는 어떻게 알았어?”

“추천받았어.”

뜨끔한 종수가 애써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사실은 밤마다 검색해서 후기를 찾아 리스트를 추린 다음, 먹어보고 오라고 동료 부부를 보내기까지 한 뒤, 가장 괜찮아 보이는 곳을 선택한 거였다. 하지만 이규가 알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추천해 준 리스트에 있던 걸 고른 것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프라이빗하고 좋다.”

다행히 이규는 별 의문 없이 제 말을 믿어주는 것 같았다. 이규의 눈치를 슬쩍 살피던 종수는 그제야 마음을 조금 놓았다.

“응.”

“꼭 프러포즈라도 할 것 같은 데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말은 종수를 다시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규가 모르고 그러는 게 분명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 종수가 삐걱거리는 목을 겨우 추스르고 답했다.

“그런 걸로 유명하긴 하대.”

“그래?”

종수는 일부러 메뉴판에 집중하는 척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이규도 이내 종수를 따라 메뉴를 찬찬히 읽기 시작하더니 금세 집중하는 눈을 했다. 종수가 그런 이규를 흘끔댔다. 이규가 요리를 좋아하고, 또 미식에 관심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자신은 메뉴판을 봐도 반은 모르는 말이었는데 이규는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종수가 괜히 말을 돌리려 질문을 던졌다.

“너 그거 다 알아봐?”

“어? 대충.”

“어떻게 알아?”

“외국 요리 영상에서도 보고……. 요즘에는 한국도 영어 메뉴판인데 많아서?”

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규의 핸드폰에서 영어가 들린다 싶으면 대체로 요리 영상이었던 게 기억이 나서였다. 이규가 코를 찡긋대며 덧붙였다.

“너 맛있는 거 먹이려면 이런 건 내가 잘 알아야지.”

“……응.”

초조하게 뛰던 심장이 그 말에 금세 움직임을 달리했다. 금세 가슴께가 간지러워졌다. 종수는 빨개진 게 분명한 귀를 애써 무시한 채로 이규의 메뉴 설명을 하나하나 들었다.

전채요리부터 시작해서, 수프나 샐러드, 프리미나 세콘디를 고르고, 피자가 유명한 집 같아서 그것도 하나 추가 했다. 이규가 차를 끌고 와서 술은 시키지 않으려 하다가, 그래도 프러포즈하는 자리에 샴페인 한 잔 정도는 있어야 그림이 예쁠 것 같아서 고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다른 마실 게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이규가 물었다.

“캘리포니아는 오렌지 아냐?”

“캘리포니아?”

“응. 샌프란시스코 옆이잖아.”

종수가 낮게 웃었다. 저는 물론이거니와,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온 한국인들은 다 이러는 것 같아서였다. 종수가 의아한 표정을 내보이고 있는 이규에게 입을 열었다.

“여기서 캘리포니아까지 가려면, 서울에서 최소 대구나 울산까지는 가야 할 걸.”

“진짜?”

“어. 미국 진짜 넓어.”

“대박이다…….”

“그치.”

“응.”

이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동그래진 게 귀여웠다. 아무래도 자신은, 동글동글한 눈을 하고 저를 바라보는 이규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그 볼을 콱 깨물어 잇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둘만 있는 곳이라면 했을 텐데 그러지를 못해 아쉬웠다.

“귀엽기는.”

그 마음이 결국 말이 되어 새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이규는 입을 떡 벌렸다.

샌프란시스코에 온 뒤의 종수는 참 다양한 방법으로 이규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평생 안 하던 귀엽다는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좀 그랬는데, 그 말을 피식 웃으면서까지 하니 너무 반칙 같았다. 심장에 아주 안 좋았다. 꼭 첫사랑에 빠진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자신은 그런 경험을 한 적도 없는데도, 꼭 길 가다가 제가 떨어뜨린 뭔가를 주워 준 예쁘고 잘생긴 오빠의 이데아를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 오늘따라 편한 옷이 아닌 셔츠를 입어서─물론 종수는 티셔츠 하나를 입어도 태가 났지만─ 더 그랬다. 그것도 까만색이 아닌 흰색. 단추를 두 개 정도 푸르고, 소매까지 걷어 올려 정말 완벽했다.

“……흐웃.”

결국 이규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고는,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곤란했다. 종수가 너무너무 예쁘고 섹시하고 멋있고 잘생겼다는 자각이 새삼 확 됐다. 당장 입술을 겹치고 셔츠 단추를 풀고 싶었다. 그 아래에 숨겨진 탄탄한 몸을 맛보고, 셔츠를 입힌 채로 가장 깊숙한 곳을 침범하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식당 같은 데서 발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이곳은 종수가 엄청나게 기대하며 예약을 한 것 같은 레스토랑이라 더 그랬다. 이규가 속으로 애국가를 2배속으로 3절까지 부르는 사이, 종수가 여유롭게 웃으며 덧붙였다.

“왜. 앞으로 자주 할 거랬잖아.”

이규도 종수의 말을 기억은 하고 있었다. 그가 내뱉은 말은 꼭 지키고 보는 사람인 것도 알았다. 하지만 역시 파급력이 너무 강했다……. 이규가 한숨을 폭 내쉬고는 또 중얼거렸다.

“깜빡이가 너무 없어…….”

힘없는 대꾸에 종수가 코웃음을 쳤다.

“직진에 누가 깜빡이를 켜.”

맞는 말이었다. 물론 그 직진이 좋은 만큼 버거운 거였지만, 반박할 수 없기도 했다. 이규가 결국 응. 하고 조그맣게 대답하고는 풀썩 메뉴판에 얼굴을 묻었다. 의기양양한 얼굴을 한 종수를 보자니 마음이 심란했기 때문이었다. 소녀 같은 기분이 들 거면 계속 그러든가, 셔츠에 발정하는 변태 같은 기분이 들 거면 계속 그러든가, 스스로가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고, 이규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종수는 메뉴판 너머로 보이는 동글동글한 이규의 머리통을 보고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오렌지 주스 시키자고?”

그랬다. 이 모든 게 오렌지 주스도 하나 시킬까, 하는 생각에 괜한 얘기를 해서 그런 거였다! 이규가 고개를 들더니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응. 상큼한 거 하나 두자.”

종수는 그런 이규가 꼭 새침이라도 떤다고 생각했으나……. 이 말까지 했다가는 이규가 정말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말만은 마음속으로 삼켜야 했다.

한 번 더 고른 메뉴를 체크한 뒤, 주문은 종수가 했다. 음료와 샴페인이 먼저 나온 뒤 음식은 차례로 나왔다. 이규는 그걸 하나하나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먼저 맛을 보고는 괜찮다 싶은 건 종수한테 죄 밀어주느라 바쁘기도 했다. 종수는 이규와 함께 부지런히 음식을 맛봤지만, 갈수록 손길이 느려졌다. 중간에 이규를 마음껏 귀여워한 덕에 긴장이 좀 풀리는 듯도 했으나, 식사가 진행될수록 입 안이 까끌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중간부터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로 식사를 이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무릎 위에 놓은 가방이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거기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신경을 조금이라도 분산시켰다가는 반지가 든 가방이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가버릴 것만 같아서 도저히 식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규가 맛있다고 물으면 그러게. 하고 답하고, 괜찮아? 하고 물으면 응. 맛있네. 하고 답했다.

식사 중에 이규가 이때까지의 여행을 차근차근 곱씹고,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얘기하는 건 그래도 열심히 듣긴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썩 좋은 반응이 나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제 앞에서 조잘대며 이야기하는 이규를 보는 건 참 좋았다.

종수가 포크를 거의 놓고 있다가, 왜 이렇게 못 먹냐는 이규의 말에 남은 피자를 하나 가져와 우물우물 씹었다. 이규의 말대로 도우가 쫀득하긴 했다. 신선한 토마토소스의 맛도 확 났다. 조금 식었지만, 치즈도 여전히 고소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종수가 느낀 맛이라기보다는, 이규가 했던 맛 평가를 곱씹는 것에 가까웠다.

이럴 거면 음식 맛 같은 건 썩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이규는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거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 와중에도 먹을수록 느글거리는 건 던져둔 채 오늘 아침에 이규가 끓여준 김치찌개나 한 번 더 먹고 싶었으니, 어디를 가도 이런 감상일 게 뻔했다. 밀가루라면 이런 것보다는 전이나 부침개 쪽이 더 좋은데……. 숙소에 돌아가면 김치전 먹자고 할까……. 문득 떠오른 음식에 종수가 이규를 불렀다.

“이규.”

“응.”

운전 때문에 샴페인 대신 오렌지 주스를 홀짝이던 이규가 종수를 쳐다봤다. 반사적으로 접히는 눈꼬리가 예뻤다. 눈꼬리에는 언제나처럼 사랑이 가득 맺혀있었다. 그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어둑어둑한 레스토랑 안에서도 혼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았다.

역시 이규가 너무 좋았다. 예뻤다. 눈만 마주치면 좋아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웃어주는 게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그걸 마주하는 순간 종수는 하고자 했던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종수는 지금이 바로 프러포즈를 해야 하는 순간임을 직감했다.

이 시선을 평생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이걸 가져야 했다. 손에 쥐어야 했다. 품에 넣어야 했다. 누구도 넘보지 못하도록 내 거라고 도장을 찍어놔야 했다. 이번 생에서 평생토록, 할 수만 있다면 다음 생에서도, 종수는 이규를 저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종수는 식사 내내 무릎 위에 두던 가방에 드디어 손을 가져다 댔다.

침이 절로 넘어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축축했다. 레스토랑 안에 부드럽게 울려 퍼지던 재즈는 이미 안 들리게 된 지 오래였다. 이규는 맞은 편에서 언제나처럼 저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이규.”

“응.”

종수가 여전히 이규의 눈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느리게 가방 지퍼를 열었다. 유독 그 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종수는 왠지 떨리는 것만 같은 손으로 가방 안에 있던 반지 케이스들을 손으로 더듬었다. 분명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먼저 주고 싶은 반지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머리가 새하얗기만 했다.

“규.”

“응. 종수.”

거듭되는 부름에 이규가 낮게 웃었다. 부드럽게 풀어지는 얼굴을 마주해도 평소처럼 긴장이 가시기는커녕 더 초조해지기만 했다. 종수가 크게 숨을 골랐다. 다시 한번 차분히 머릿속을 훑었다.

일단 나는 죽을 때까지 너의 천하제일이 되어줄 거라고 얘기해야 했고, 네가 있어 내 인생이 얼마나 평화로워졌는지, 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었는지도 말해야 했다. 네가 있어 내가 미국에서 버틸 수 있던 거였고, 네 덕분에 농구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러니 내 인생에서는 정말이지 너만 있다면 앞으로 겁날 게 없을 것 같다고, 너만 있으면 된다는 건 정말 거짓이 아니라고 말해줘야 했다. 너를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그래서 너랑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너도 그런 마음이라면 나와 함께 해주지 않겠느냐고, 솔직하게 전해야 했다.

평소에 늘 그렇다 느끼는 것이고, 이걸 말하기 위해 틈만 나면 곱씹고 심지어 자필로든 핸드폰 메모로든 써서 달달 외우다시피 했으면서도 막상말로 꺼내려니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겁도 덜컥 났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꼭 넘어야 하는 산이었다. 종수는 다시 한번 침을 삼키고 입을 뗐다.

“있잖아,”

이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종수가 흘긋 고개를 내려 빨간색 반지 케이스를 찾아 손에 쥐고는 열었다. 안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반지가 안전하게 들어있었다. 종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이규를 마주했다. 또다시 이규를 불렀다.

“이규.”

“응. 종수.”

종수가 문득 든 생각에 고민했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보통 프러포즈는 무릎 꿇고 반지를 바치는 느낌이지 않던가? 근데 너무 시선이 쏠리지 않나?

종수가 주변을 휙 둘러봤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지만, 여기가 아무리 창가 쪽 구석이라도 무릎을 꿇는 순간 모두의 주목을 받을 것만 같았다. 이규가 제 것이라 세상에 내보이는 건 좋았지만, 그래도 이런 순간은 조금 더 은밀했으면 했다. 이규의 얼빠지고 행복해하는 표정은 저만 보고 싶었기에 더 그랬다. 종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규 옆으로 자리를 이동해 반지를 건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종수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잠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둘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했다.

식당의 중앙에는 무릎을 꿇은 남자의 뒷모습과 놀란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놀란 얼굴은 금세 울먹이는 얼굴로 변했다. 남자가 뭐라 말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여기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다만 입을 틀어막은 여자가 손을 뻗었고, 남자가 반지를 끼워줬다. 종수가 벙쪄서 객관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광경을 바라보는 사이, 이규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종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인식하고 나서야 이 좆같은 상황을 비로소 인식했다.

아, 시발.

종수는 터져 나오는 욕지거리를 간신히 삼켰다. 반지 케이스를 쥔 손에만 애꿎은 힘이 들어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종수는 이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이 자신을 핍박하는 것만 같았다.

단언컨대, 종수의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일이 풀리지 않은 적은 없었다. 열이 머리끝까지 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눈앞이 핑글 도는 것만 같았다. 관자놀이가 찌릿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다가, 이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꽉 조여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하필이면 오늘.

저녁 예약이 30분 간격으로 있는 이곳에서, 굳이 이 타임에.

여기 말고도 좋은 곳이 잔뜩인 소살리토인데도 딱, 여기, 이 레스토랑에서.

프러포즈를 계획한 사람이 또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눈을 감았다 뜨면 꿈이길 바래서, 그렇게도 해봤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아침에 꿨던 악몽은 악몽 축에도 못 드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알지도 못하는 인간에게 프러포즈를 새치기당한 현실이 최종수 인생을 통틀어 최악의 악몽이었다.

불타는 속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혼란만이 가득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졌다.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종수는 손을 뻗어 분위기용으로만 시켜둔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제 걸로도 모자라 이규의 것까지 가져왔다. 이규가 자신을 의아하게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종수는 이규의 몫도 단숨에 해치웠다. 시킨 지 제법 된 샴페인은 탄산도 빠져있는 데다, 미지근해서 입안이 텁텁해졌다.

다 망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제가 우물쭈물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이 저 녀석은 용기 있게 프러포즈를 먼저 해버린 것 같아 더 화가 났다.

이제는 자신이 왜 이런 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 잘하지도 못하는 걸 몰래 하겠다고 나대서 무덤을 판 건지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그간 이규 모르게 진행하느라 미칠 것만 같았던 반지 고르기며, 예복 맞추기며, 식장이든 호텔이든 온갖 예약들이 모두 순식간에 떠올라 종수를 덮쳐왔다. 그 일 년 간의 고생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정말 속이 상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눈앞의 애랑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다.

“종수야?”

눈이 마주친 이규가 조심스레 자신을 불렀다. 그 얼굴에 걱정이 가득한 데다 눈빛은 또 다정하기 그지없어서, 종수는 분함과 억울함과 서러움에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꾹 삼켜야만 했다. 이게 다 제가 이규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이규가 그런 마음이 들 만큼 너무 좋은 애이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걸 이규에게 말도 못 한 채 혼자 끙끙대고 있으려니 속이 타들어만 갔다. 종수는 새삼 이규만 있으면 다 됐을 거라는 생각을 또 했다. 이규와 함께였다면 저기도 오늘이 디데이였나보다, 하고 웃고 넘길 수도 있었을지도 몰랐다. 자신은 분명 그 말을 들어도 분함이 가시지 않았겠지만, 이규는 그런 자신을 껴안거나 입을 맞춰준 뒤 또 속도 없이 ‘우리가 날을 진짜 잘 잡았나봐, 그치.’ 하고 바보처럼 속삭여줄 것 같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은 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풀어져서, 이규를 꾸욱 껴안는 걸로 이 모든 걸 마무리 지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종수의 상상이었다. 지금의 종수가 계획하고 망해버린 이 서프라이즈 프러포즈에서, 이규가 함께할 수 있는 구석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의지할 데가 없으니 잘 마시지도 않는 술이 고팠다. 샴페인 두잔으로는 부족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깡소주를 속에 들이붓고 싶었다. 누가 시간을 딱 15분 전으로만 돌려줬으면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자꾸 흘렀다. 종수는 또 잔뜩 메워진 코를 훌쩍였다. 이규가 다급히 손을 뻗었다. 종수가 그 손을 맞잡았다. 하필이면 왼손을 내미는 바람에, 제 손에 끼워진 커플링이 보였다. 이걸 지금 결혼반지로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함이 울컥 치밀었다. 종수가 다른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눈가를 거칠게 문질렀다.

프러포즈도 망하고, 그게 빡쳐서 눈물이나 질질 짜내다니 진짜 최악이었다. 스스로가 실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 * *

 

 

이규는 옆으로 누워 종수를 빤히 바라봤다. 이 정도 바라보면 시선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역시 이상했다.

이규는 다시 또 오늘을 곱씹었다. 종수는 악몽을 꾼 것치고는 상태가 괜찮았다. 중간중간 넋을 빼놓고 있는 게 걱정이 되긴 했는데, 그냥 잠이 부족해서 조금 멍한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갔다.

금문교를 넘어가서 노을을 보지 못했던 건 조금 아쉬웠지만, 이규는 해무가 다리를 휩싸는 광경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일몰이 자아내는 색채가 안개에 부서져 세상을 물들이는 건 제법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공간에 종수와 함께 있으니, 꼭 그와 둘만이 함께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듯해 그것도 만족스러웠다.

종수가 예약한 레스토랑도 끝내줬다. 창 너머로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야경도, 내부의 분위기도 미국 100대 레스토랑에 든다는 얘기가 거짓이 아니었는지, 전채요리부터 모두 괜찮았다. 종수의 입에도 나쁘지 않은 듯했다. 이규는 종수가 이상해졌던 순간을 다시 되새겼다. 분명 먼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프러포즈를 한 이후였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고개를 돌렸더니, 종수가 씩씩대며 술을 들이켜고 있어 얼마나 놀랐던가. 하지만 이규는 여전히 그 이유를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분위기 좋은 데이트에서 남들이 프러포즈를 하는 바람에 그랬던 걸까? 아니면 할 말이 있었는데 그들 때문에 말문이 막혀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내가 종수가 말문을 열었는데 괜히 딴 데 정신을 팔아서 그랬던 걸까…….

“종수.”

멍하니 있던 종수가 몇 박자 느리게 이규를 돌아봤다.

“응?”

“아까 하려던 말은 뭐야?”

종수가 바짝 굳는 게 느껴졌다. 이규가 애써 한숨을 삼켰다. 대체 자신이 또 종수의 어떤 버튼을 누른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아 그랬다. 종수는 또 잔뜩 흔들리는 동공을 하고는 우물쭈물 답했다.

“……나중에, 다시 할게.”

“심각한 일 아니지?”

심각한……일이긴 했는데, 이규한테는 말 못 할 일이었다. 종수가 또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큰일이야?”

큰일이기도 했는데, 역시 이규한테는 아직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종수가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내내 머리를 굴리다 결국 애매모호한 말을 던졌다.

“……나중에 알게 돼 있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정말 저 말 말고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종수는 그렇게 말해 놓고서는 자신도 좀 양심에 찔렸는지, 이규의 입술에 냅다 입을 맞췄다. 황당하다는 이규의 얼굴에도 두어 번 더 입을 맞췄다.

이규가 이번에는 새어 나오는 작은 한숨을 숨기지 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해서 넘어가고 싶어 하는지 짐작도 가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규도 아직은 좀 더 종수를 기다려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알게 된다고 했으니, 그걸 믿고 기다리면 됐다. 종수는 뭔가를 서투르게 숨기기는 해도, 거짓말을 하는 애는 아니었다. 

“나중에 얘기해 줄 거지?”

“응.”

다행히도 이번만큼은 종수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규가 종수를 품에 끌어안고, 연신 입술을 부볐다. 종수가 추궁이라도 더 당할까봐 바짝 굳혔던 몸을 다시 슬그머니 이완시켰다.

일련의 과정에서 이규는 미묘한 이질감을 깨달았다. 이러고 있으면 종수가 꼭 제 목을 낚아채 입술을 물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이상했다. 종수는 제법 스킨쉽을 좋아하고, 또 밤에는 어떻게든 손장난이라도 치고 싶어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젯밤은 물론 오늘 아침에도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갔었던 기억이 나서였다. 종수는 감기에 걸려 끙끙 앓으면서도, 뒹구는 걸로 땀을 빼면 나을 거라며 이규를 닥달하는 애였다. 이규는 또 슬쩍 걱정이 됐다.

“컨디션이 별로인 건 아니고?”

“아니?”

“진짜지?”

“왜.”

이규가 종수를 찬찬히 살폈다. 다행히 어딘가 아프거나 해 보이지는 않았다.

“으음…….”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가 레스토랑에서 종수를 보고 엄한 생각을 한 걸 들켜버린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어 이규가 침음성을 삼켰다. 종수가 의뭉스럽게 구는 이규를 채근했다.

“뭔데.”

“어제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오늘도 하자고 안 하길래.”

종수가 입을 합 다물었다. 역시 이규는 너무 예리했다. 일부러 참는 걸 알아채고는 또 이렇게 추궁을 해왔다. 종수의 반응이 오묘해 보이자 이규가 황급히 덧붙였다.

“걱정돼서 그랬어. 어디 안 좋은 데 있나 하고.”

종수가 그런 걸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종수가 본 파혼 썰에는, 남편이 너무 색을 밝혀요. 제 몸만 보고 만나는 것 같아요. 사랑 보다 섹스가 먼저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같은 것도 제법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수는 이규와 하는 섹스를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이규가 제 셔츠 차림에 맞춰 다시 셔츠로 갈아 입어줬을 때부터 그를 자빠뜨리고 싶었지만─물론 참지 못해 복숭아 맛이 나는 입안을 잔뜩 헤집기도 했지만─, 아무튼 프러포즈가 성공하기 전까지는 종수도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더 순정 만화 같고 간질간질한, 플라토닉이라는 걸 좀 하고 싶었다. 처음에 뽀뽀만 하고도 너무 좋아서 괜히 손가락만 건 손을 꼼지락 대던 때처럼.

“……하고 싶어?”

물론 이규가 하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어울려 줄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냐. 우리 내일도 열심히 놀 거니까, 나중에 글램핑 가서나 하자.”

종수가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규의 입 안을 헤집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키스를 하면 몸을 더듬고 싶을 테고, 그렇게 된다면 손이 계속 아래로 내려가게 될 테고, 결국은 이규의 위에 올라탈 게 뻔했다. 종수가 한숨을 가까스로 삼켰다. 이규가 역시나 어정쩡한 종수의 반응을 보고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너랑 하기 싫다는 거 아니야. 알지?”

“응.”

종수도 알았다. 이건 이규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였다. 이규는 문제가 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틀간의 수절이 보람도 없게 계획했던 프러포즈를 대차게 말아먹은 건 바로 자신이었다. 종수의 기분이 또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이규가 여전히 침울한 종수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팔을 뻗어왔다.

“이리 와.”

종수가 꾸물꾸물 몸을 움직여 이규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따끈한 체온이 좋아서, 종수는 괜히 마음이 약해졌다. 사실 오늘 레스토랑에서 너한테 프러포즈를 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새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너무 속상했노라고 칭얼대고 싶었다. 너는 어떻게 신혼집 인테리어를 혼자서 다 했냐고도 묻고 싶었고, 저도 혼자서 프러포즈며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힘들었다고, 알아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자연스레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나갔다.

“규.”

“응.”

진짜 말을 하고 싶었다. 이규는 분명히 제 고생을 알아주고, 같이 안타까워해 주고, 그리고 엄청나게 기뻐해 줄 걸 알아서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정말 말을 할 수 없기도 했다.

“……아니야.”

결국 종수는 또 말을 삼켰다. 서프라이즈 프러포즈에 어떻게든 성공해서, 이규가 진짜 진짜 좋아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후기]

안녕하세요, 썬칩입니다!

짱 빠르게 다시 왔죠?! ^ㅡ^ !!

사실 제가 규쫑을 적게 쓰지는 않은 것 같은데... 쓰면서 한번도 쫑수한테 미안했던 적이 없거든요(ㅋㅋ) 근데 이번엔 좀 미안하더라고요(...................................)

J인 친구들한테 플롯 얘기 해주고 이거 어때...? 물었더니 나같으면 금문교에 안개 꼈을 때 부터 짐싸서 집가고 싶었을 거임이라고 말해줘서 제법 만족스럽기도 했다네요 호호......^^

 본격 세상이 억까한다를 당하고 멘붕 온 쫑수... ... ... !! 이지만. 여기에서 포기하지는 않는게 또 좋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ㅡ^)9 !! 그럼에도 불구하고 쫑수는 이규를 너무너무 좋아하니까... 걔랑 결혼하는 거 말고는 지금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불도저모드이거든요...!

 쫑수가 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 속상해하고는 있지만! 아무튼 해피엔딩일 것을 오늘도 약속 드리며ㅋㅋㅠㅠ~! 댓글 멘션 감상 아무튼 어떤 형태로든 환영하는 거 아시져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편은 또 열심히 써서 될 수 있으면 다음주 중으로 가져오겠습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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